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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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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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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폐허가 되어버린 프리아 용병시험소의 출입금지령이 내려진 B급 용병시험장. 그 주위에는 제국의 천혼기사단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확실하게 하자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막고' 있었다. 수많은 레스토들이 몸을 밀어가며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 애쓰고 있었고, 그들은 정보공급원, 즉 기자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왜 도시가 박살난 거죠? 이 도시가 박살난 게 '용병'때문이었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이 도시가 파괴된 날과 '얼음의 연쇄 살인마'가 출현한 날짜와 겹쳐집니다. 시기 상으로 이 도시가 가장먼저 공격받았는데, 어째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겁니까!"

여러 질문이 내던져졌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본래 이렇게 까지 난리일 사건은 아니였다. 도시 하나 둘 상위 용병에게 부서지는 것 쯤이야, 이 넓디 넓은 땅덩어리에선 흔한 일이니까. 아스페티아는 정의가 실현된 곳이 아니며, 현대처럼 인간사회가 잘 구축된 곳도 아니다.


항시 몬스터에게 위협을 받고, 용병들에게 위협을 받고 별 난잡스런 권력다툼이나 음모에 의해 수명이 단축되는 곳이 아스페티아다. 평균 수명은 높으면서도 레스토가 약관도 넘기기 전에 죽을 확률이 30%가 넘는 모순된 점을 보이는 곳이 이 아스페티아다.


사건이야 넘쳐나고, 기자들이 미칠 듯 바쁘다. 아스페티아는 정보의 흐름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들의 신분을 보장해 준다. 귀족이라 할 지라도 기자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역으로 옥살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아스페티아에서 기자는 고귀한 직업이었다.

"진정하십시오. 더 이상 밀치면 고귀한 당신들이라 해도 신변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도시가 3개가 날아가고 최소 수백만의 레스토가 죽었소. 지금, 일주일이 지나자 12개의 도시가 날아가고 추정 사망자만 억단위로 치달았소. 미친. 무슨 전쟁도 아니고 말이오."

한 기대의 웅변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기자는 흥분한체 이 기류를 놓칠세라 냉담하게 더 퍼부었다.

"그리고 제국에서는 그 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추정되는 장소에 당신들을 내보냈소. 제국 소속 특수 기사단이며, 황제 직속 호위대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제국에서 가장 강력하다 여겨지는 기사단이 말이오. 장난하오? 당신들은 12개국의 왕국과의 전쟁에서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나오지 않았던 자들이오. 그 뿐만이면 다행이지. 일주일전 여신의 신탁은 '멸망'이란 황혼을 내렸소. 세상에나 웃기지. 또 이 바로 다음날은 갑자기 세상어디선가 '세상의 틈'이 열렸다는 마법사들의 관측까지 있었소. 이 모든 일이 11번 째 개척자들이 출현한지 한달 쯤 지나서의 이야기오."

그 많은 말에도 천혼기사단은 투구 속 깊은 그림자를 유지한 체 자리를 지켰다. 선두에서 말하던 기자는 몸을 떨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하며 폭발했다.

"어째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까지 숨긴단 말이오! 그리고 그 안에 대체 누가 있단 말이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단 말이오!"


B급 용병시험장 안에서는 닐이 머리를 꾹꾹 누르며 사납게 으르렁 살기를 흘렸다.

"놈... 어디로 사라진 거냐."

놈을 완벽히 봉인하기 위해 특별히 기간트급 마법사 2명을 모셔왔다. 최상의 등급 테트급의 바로 아래인 기간트급 마법사. 손끝에서 기적을 행하는 자들. S급 개척자라도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녀석이라면 봉인하기에 어렵지 않은 전력이다. 게다가 혹시 몰라 메간트급 마법사 5명과 네트급 마법사 30명을 지원받아 왔다. 그런데 놈은 감촉같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기 전에 훌륭한 깽판을 쳐놓고 갔다. 보이는 것은 처참히 붕괴한 건물. 그 가운데를 꿰뚫는, 아직도 한기가 흐르는 얼음의 창. 그리고 놈의 피와 놈과 같이 있었던 소년 개척자의 피.

파앗, 기간트급 마법사의 손에 빠른 속도로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진이 마법진을 탄생시키는, 고위 마법. 현란한 문양이 펼쳐진 마법진의 중심에 빛이 일렁인다. 순식간에 생겨난 수백 마법진의 중심에서 나온 빛이 한곳으로 모인다.

복잡한 연환 마법진의 중심이 몇 번을 지직거리더니, 선명하게 생명체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주위에는 충분한 생명의 기운이 남아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망친 개척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쯤은 쉬운 일이지요."

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 들려있던 피가 뭍은 돌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그런 것을 모르겠나. 문제는 그런것이 아니다. 진정 난제라 함은, 개척자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다. S급 개척자인 놈이 어느 정도 까지 성장할지 예상도 되지 않는다. 옛 개척전쟁시대, 막바지에 이르러선 B급 개척자 한 명은 S급 용병 3명을 상대했다.

생각보다 약해 보인다고? 어림없는 소리. 놈들은 부활의 권능을 갖고 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지는 전장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육미호가 용병왕과 갈등이 있었을 때, 단 5 놈이 그 당시 가장 거대한 제국의 반을 털어먹은 녀석들이다. 닐은 불안했다. B급 위에 A급. 그리고 그 위에 진정 괴물.

"당장..."

놈의 분노를 사버렸다. 놈의 동행자를 죽였으며, 그놈에게 생물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육체적 고통을 줬다.

"지금 당장 놈의 위치를 찾아주십시오!"

오싹하다. S급 개척자에게 노려진다. 그보다 더 오싹한 일이 있을 수 없다.

"왜 그렇게 떨고 계십니까? 걱정 마십시오.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30분. 상당히 단축된 시간처럼 들렸지만, 미치도록 불안했다. 가벼운 일이 아니다. 제국 차원에서 다룰 일이다. 아니, 레스토 전체의 숙명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짝.

짧은 박수 소리가 들린다. 닐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였다. 모든 마법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경악한다. 둥근 눈매와 매끈한 피부. 그리고 아주 자연스러운 기운이 풍겨오는 육체.

"굉장해! 박수를 안 쳐줄 수가 없어."

청아한 목소리. 투명한 유리같이 순진해보이는 얼굴.

"이런 곳에는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최강(最強)."

닐이 예를 다하며 물었다. 용병왕을 부르는 말. 최강(最強). 그에게 이보다 더 어울릴 말은 없었다.

"닐, 올해로 내 나이가 얼마라고 생각해?"

"올해로 1나인 하고도 3닉 되십니다."

닐은 정확히 답했다.

"정확해. 격식을 차리지 않고 풀어 말하면?"

전투센스 발군, 40의 나이에 S급 용병이 된 천재 용병인 닐. 그러나 수에는 굉장히 약한 닐이었다. 한 번에 계산되지 않고 닐은 더듬었다.

"으음. 옛날과 변함없이 수에 약하네. 1나인은 1200년, 1닉은 12년이잖아."

닐은 손까지 동원하며 10초가 지나서야 답이 나왔다.

"처, 천이백삼십육세 되십니다."

믿기지 않는 말이다. '최강'의 모습은 아름다운 미청년이다. 그래, 그는 인간이다. 이종족을 찍어누를 정도의 재능. 괴물같이 특수마나에 재능을 가진 인간. 인간이 그리 오래 사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강'의 지고한 특수마나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일반마나가 초월점에 이르면 방출이 가능하다. 초월점에 이른 경지를 초극(超極)이라 한다. 초극의 경지에 이르면 능히 태산을 부수고 하늘을 가르고 10KM안은 육감이 지배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생물의 극을 뛰어넘은 경지. 보통 일반 S급 용병의 경지가 여기에 속한다.

생물의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다.

일반마나가 초월점에서 다시 한 번 한계에 부딪치고, 이 벽을 뚫었을 때 생명체는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 이를 생탈(生脫)의 경지라고 한다.

보통 일반 SS급 용병에서, 아주 희귀한 상황에는 용병왕의 경지에 속하는 단계다.

그들의 정확한 힘을 서술하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라는 질문에 확답하는 것과 같다. 단지 옛 이야기를 들먹이자면, 개척전쟁 당시 SS급 용병인 고양이요괴 샤론은 검을 땅에 박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 폭발의 규모로만 직경 5KM 깊이의 땅이 파였다. 급격히 팽창한 폭발에 주위의 공기를 순간적으로 쫓아내 진공상태로 만들었고, 잠시 후 공간에 미친 듯이 치고 들어오는 공기는 지옥을 만들었다.

그 덕에 수많은 흙과 먼지가 하늘로 올라 반경 3만KM에 이르는 개척자 소굴 하나가 햇빛을 받지 못하는 사태. 이후 샤론이 내뱉은 말은 일반적인 레스토들이 우러러보기에 충분했다.

'아쉽네요. 힘 조절만 안 했으면, 거기 있는 개척자들 절반은 보내버렸을 텐데.'

SS급 용병의 힘이었다.

마지막으로 생탈(生脫)의 경지를 넘어선다면, 한 세대에 단 한 명 갖기도 힘들다는 지고한 경지가 기다린다. 바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용병왕들의 경지.


구태여 말할 필요 없는 경지. 최강(最强).


이것이 일반 마나를 지닌 용병들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만약 S급을 넘어선 이들이 특수마나를 다루는 특수용병이라면? 만약 용병왕이 특수용병이라면?

역사상에서 특수용병인 '최강'은 딱 두 명 있다.

용병의 시작. 개척전쟁을 종결지은 영웅중의 하나, 제1대 '최강'.

그리고 지금의 제 9대 '최강'이다.


용병왕은 무게가 없는 듯 공중에 누워버렸다. 주위의 공기가 그의 침대라도 된 듯 그는 편안해 보였다.

"그렇지. 내 나이가 그렇게 많아. 그런데 이제껏 마나페인을 뚫리고 도망친 생물이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어. 그게 설령 나라고 해도 말이야."

닐은 마음속으로 허탈함의 웃음을 흘렀다.

'문제는 바람을 상처입힐 수 있는 이가 어디 있냐는 거지.'

최강의 몸이 순간 흐릿하게 변한다. 그것은 바람 같기도 했으며, 단순한 생물의 몸같기도 했다.

"그것을 뚫리고 나서부터는 이미 육체적 강함의 문제가 아니야. 정신적 강함의 문제지. 주위를 봐, 처절한 몸부림을 피가 짓눌러진 흔적이 말해주지. 그 소리는 모든 마나페인을 뚫린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며 고통을 표현할 정도의 정신력을 지녔단 거야."

상당히 옛된 얼굴의 '최강'이 공중에서 허리를 꺾으며 닐의 얼굴과 마주쳤다. 박수를 쳐줄 듯한 유연함. 마치 서커스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이먹은 어릿광대랄까.

닐이 움찔했다.

"난 궁금해.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네가 말한 그 날 놈이 마나페인을 뚫렸을 시간에, 어째서 달의 음기가 세상에 진득이 퍼졌을까?"

천진난만하고 순진해 보이는 눈웃음에 닐은 순간 최강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잠시 띵 했던 머리를 진정시키며 닐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최강의 앞이었으니까.

"그 누구도 몰랐던 일이 일어났던 거야. 일어나선 안 되는, 그런 비밀 같은 일 말이야."

스르륵. 용병왕이 닐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어린 삐에로처럼 물구나무를 서며 두다리을 교차했다.

"자, 여기서 퀴즈. 내가 여기 뭐하러 왔을까?"

닐이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단 얼굴로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최강이 팔을 굽혔다. 닐의 귀에 조곤조곤 속삭인다.

"정답은 간단해. 중요한 이야기를 알려주러 왔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 놈 말이야. 여우 놈. 내가 직접 처리하면 안 될까? 네가 알다싶이 놈과는 의도치 않은 인연이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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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섬천(剡天) +2 15.03.19 1,657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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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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