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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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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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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5.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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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리셋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섬천이 밟은 흙탕물이 옷을 더럽힌다.

질퍽, 끈적하고 질퍽한 땅.

숲의 중심에 가면 갈수록 괴상한 생물들과 식물들이 반겨줬다. 꿈에라도 보기 힘든 모습을 섬천은 정신도 주지 못하고 지나쳤다. 주위에서 폭탄이 터져도 정신 못 차릴 강렬한 유혹. 꼭 꿀단지에 모여드는 초파리 신세였다.

"그래, 그대로 와라."

환청에 가까운 기묘한 소리는 원흉에 다가갈수록 날카로워져 갔다. 그것은 갈수록 섬천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목소리로 변해갔다.

나무와 나무 사이, 바람이 이는 곳.

곧게 뻗은 두 나무의 가지 사이엔 환한 빛덩어리가 존재했고, 그 곳에서 빛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덩어리를 보곤 섬천은 탄성을 질렀다.

환한 빛이 눈을 자동으로 감게한다. 따가운 빛살에 섬천은 눈을 감아 버리고는 곧줄 손을 뻗었다.

싸아아아.

섬천의 몸이 공중에 떠오른다. 주위의 바람이 섬천은 떠받든다. 그러나 섬천은 자각하지 못했다. 오로지 손만 뻗어 저 빛과 바람을 잡는 것에 정신을 팔았다.

바람이 역류하고 두 나무가 부르르 떠는 그 순간.

탁, 빛과 바람을 잡았다.

파아아아!

극심한 바람이 지면에서 부터 솟구친다. 태풍과도 같은 위력에 섬천은 그대로 끌려 하늘로 날아간다. 여전히 섬천의 손에 들린 무언가는 빛과 바람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구름을 뚫고 우뚝 오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떨어지지 않았다. 섬천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뭡니까?"

당황해 자문해보지만 역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섬천은 자리에서 더러워진 몸을 툭툭 털고 몸을 일으켰다. 구름이 발밑을 지탱한다.

날고 있다 라기 보단, 구름을 밟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섬천은 인간이 이럴 때 해야 할 마땅한 행동을 생각했다. 생각을 시작하길 1분 20초.

행동을 개시했다.

"계십니까!"

소리가 작았나. 다시 한 번 시도했다.

"계십니까아아!"

설마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 보통 이러면 '잭과 콩나무' 처럼 하늘의 마을이 나오는 게 바람직할 텐데. 정말이지, 섬천의 장점은 머리인데 통 머리 굴릴 때가 오지 않는다. 뭔가에 미친놈처럼 불가항력으로 홀렸다가 하늘로 솟구쳐있다니.

도대체 어디에서 머리를 쓰란 말인가?

섬천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다음 할 행동을 생각해 냈다.

작전 2. 무작정 둘러보기.

파앙!

무식한 속도로 섬천이 쏘아져 나갔다.


팡!

섬천이 움직이며 발밑 구름이 갈린다. 구름이 갈리며 발 밑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지만, 유리라도 깔린 것 마냥 떨어지지 않는다.

섬천의 민첩수치는 100. 닐에게 목이 뎅강 하고 날아가 버린 덕분에 레벨이 절반으로 내려갔다. 주도면밀하고 소수점까지 따지는 섬천의 계산에 의하면, A급 개척자의 민첩 1은 시속 20KM의 속도를 늘려준다. 그리고 계산은 '정보 시스템'이 알려준 결과와 톳시하나 틀리지 않게 일치했다.

현재 섬천의 속도는 마하 1을 넘는 수준. 물론 전속력 기준이다. 섬천은 여기에 관해 '질문'을 통하여 조사해 봤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었다.

민첩 1스텟 당 S급 육체는 시속 24KM, A급은 20KM, B급은 10KM, C급은0 5KM, D급은 3KM 다.

즉, 1스텟에 관한 효율성도 육체레벨에 따라 다른단 소리다. 밑 등급으로 갈수록 레벨을 올렸을 때, 스텟포인트도 적게 받고 효율도 다르다. 그렇단 소리는 낮은 등급일 수록 레벨을 올리는 것조차 어렵다는 이야기.

섬천은 아찔했다.

이제 얼마나 많은 욕심이 인간을 피로 물들까. 머릿수가 가장 많은 D등급의 개척자는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을까. 벌써 눈에 선하게 보였다.

만약 가족 중에 D급 개척자가 있어 무시당한다면?

의외로 그것에 관한 걱정은 쉽게 떨쳐버렸다. 간단했다. 무시당하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섬천은 그렇게 각오를 맺었다.

"계십니까."

1시간째 끝없이 펼쳐진 구름이다. 이쯤 되니 슬슬 두려워졌다.

"정말 아무도 없습니까?"

메아리만 울려 퍼진다.

"와우..."

의도치 않게 감탄사가 나온다. 황당함에 김이 빠진다. 섬천은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여전히 넓게 펼쳐진 구름의 공간. 또 아직도 찬란히 빛나는 손에 쥔 무엇. 섬천은 잠시 손에 쥔 것을 구름 위에 얹어 놓았다.

차분히 생각을 되집어보기 시작했다.

'누가 유혹했을까. 그게 중요하다. 묠드가 해꼬지 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할 리는 없다. 그 놈은 아직 우리를 필요로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관련된 건 확실하지. 그 숲은 놈의 것이였으니, 숲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이가 없다. 자, 왜 유혹했을까.'

섬천은 빛덩어리를 노려봤다. 현재 의심되는 목소리의 주인은 어처구니 없게도 물건이다.

'중요한 건 그거지. 유혹한 존재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나를 이쪽으로 유혹해 놓은 이유가 있을 거다. 살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지금 나를 관찰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고. 나를 관찰하려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매개체는 있어야겠지.'

도박이다. 매개체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스페티아란 곳이 너무 신비한 곳이기에 섬천도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있다고 가정하여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쉬워졌다.

'나와 가장 가까우면서 새롭고 나를 관찰할 만한 건...'

이 빛덩이 뿐이다.

'추측이 틀렸더라도, 나를 관찰하고 있다면 내 변화에 반응을 보일 거다.'

섬천은 올라오자마자, 예리함을 드러내지 않고 장난스럽게 1시간 씩이나 이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 날카롭고 시간을 피와 살처럼 여기던 섬천이.

그리고 이제와서야 심각한 '척'을 한다.

'자. 제발 반응을 보여라.'

그러며 또 다른 손으로 땀을 닦을 때였다. 구름에 닿은 빛에 바람과 구름이 웅송웅송 모였다. 기괴한 광경에 섬천은 뒤로 다섯 보 물러섰다. 휘이이, 그쯤 되자 구름과 바람은 형태를 이루었다.

'오셨군.'

섬천은 빛덩어리를 만졌던 손을 한 번 털었다. 그 아름다웠던 빛무리도 소년에겐 한낫 먼지와 같았다. 마치 일회용 포장지 처럼 가볍게 버려진다.

"옛날에 소설좀 많이 읽을 걸 그랬습니다. 그거 많이 읽으면, 쓸데없는 상상력이 늘어나서 예상할 수 있었을지도... 가 아니네. 어떻게 압니까. 저런 걸."

날개엔 바람이 이고, 날카로운 발톱에 구름을 웅송거리며 물러선다. 대략 크기만 해도 6M는 되어 보이는 독수리다. 감이 오게 한다면 아파트 2층 정도의 높이의 날개달린 은갈치라고 하겠다. 표현이 너무 지저분했나? 섬천은 쓰잘데기 없는 생각에 인상을 확 구기고는 나름 저 날개달린 자갈치의 외형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그래. 저건 매입니다. 가장 강력한 새. '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꺼낸다.

"인벤토리."

눈빛이 변하고 기세가 변하며 공간을 찢을 듯한 예기가 넘실거린다. 섬천과 가 서로 노려봤다. 날카로움과 날카로움. 서로 치고 들어갈 호흡을 찾는다.

팟, 섬천이 먼저 움직였다. 검이 놈의 날갯죽지를 노린다.

까가각!

자이언트 터틀에 비견되는 단단함. 놀라울 정도로 강한 깃털이다. 안정적으로 검을 회수하기도 전에 녀석의 깃털이 곤두선다. 이윽고 쏘아진다.

파바바바박!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에 비견되는 깃털의 공격. 황급히 몸을 틀지 않았으면 깃털이 온몸에 꽂혀 깃털 꽂이가 될 뻔했다. 한마디로, 깃털 꽂고 인간 닭이 될 뻔 했다.

섬천은 획 하고 움직이고 은빛의 선이 그어진다. 그러나 역시 택도 없다. 섬천은 공중에서 몸을 두 바퀴 반을 돌며 낙하했다. 그 다음 회전력을 이용해 바닥에 있던 녀석의 깃털 두 개를 검으로 쳐내었다.

파팟!

일 절의 틀림 없이 모두 괴물 새의 눈에 꽂아 들었다. 이제는 달인의 경지까지 오른 눈 터치기. 섬천은 매우 만족한 다음 여유롭게 파고들어 갔다.

그때였다.

녀석의 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깃털을 빠져버렸다. 게다가 놈의 눈은 조금의 상처도 볼 수 없었다. 섬천은 놀란 대로 급히 발을 뻗어 놈을 밟고 뒤로 빠져나갔다.

파바바박!

늦었다.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놈의 깃털이 양 허벅지를 꿰뚫었다. 고통에 섬천은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레벨이 절반으로만 떨어지지 않았어도.. 하고 섬천의 뇌리에 틀어박히는 후회. 검으로 머리라도 보호했다.

투두두!

온몸이 난자 당한다. 입에서 터져 나오는 피가 순간 시야를 더럽힌다. 그렇지 않아도 흐리멍텅해진 시야가 불쾌했다.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을 순간 혐오하는 섬천이다.

검을 잡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힘겹게 버텼다. 이제 그것마저 한계다. 전신에 구멍이 뚫린 섬천은 천천히 정신을 잃어갔다.


구름이 보인다.

"안... 죽었습니다?"

섬천은 급격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렀다.

끼야아악!

놈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죽이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신에 구멍을 냈던 놈인데.. 얼마나 지났을까 상처가 모두 아물어있다. 이 정도의 상처를 회복하려면 A급 육체여도 족히 3일은 걸린다. 그런 긴 시간이 지났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

이상하다. 섬천은 그 해답을 금방 찾았다. 주위에 웬 과일이 널렸다. 놈이 과일을 부리로 쪼더니 섬천에게로 다가왔다.

툭, 과일을 섬천의 앞에 떨어뜨렸다. 의아한 섬천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나 먹으란 겁니까?"

끼악!

그런 것 같다. 섬천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며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려했다. 그러다 과즙이 옷에 떨어질 세라, 섬천은 검으로 갈라 입에 맞도록 잘라 먹었다. 사과 하나를 다 먹어치울 때 쯤 녀석이 부리로 검을 쪼아 섬천의 앞에 옮겨놓았다. 톡톡, 녀석이 검을 부리로 톡톡 쳤다.

"이거... 다시 싸우자는 겁니까?"

놈이 끄덕였다. 섬천은 어이없어하며 다시 검을 들었다.

'뭐하자는 거지.'

더 이상 외적으로는 생각할 필요없었다. 왜냐.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저 놈만 이기면 그 뒤는 일사천리로 풀린다. 섬천은 저번과는 유사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자세로 검을 집어든다.

'외적으로 생각할게 없지. 하지만 싸움을 위한 전략은 세워야겠지.'

이번에는 처음부터 검으로 눈을 노렸다. 하나, 녀석은 저번과는 격차가 느껴지는 속도로 움직였다. 섬천은 전의 경험을 토대로 검을 눕혀서 놈의 머리에 충격을 줬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흔들이며 깃털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아쉽지만 녀석의 깃털은 수없이 많아 아주 조금 빗나간 것 같고는 별 효과가 없다.

섬천은 침착하며 날카롭게 깃털을 살폈다. 엄청난 집중. 섬천은 보이는 길을 따라 움직였다. 발을 내디딘다. 엉성하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한 발자국에 수십 개의 깃털을 피한다.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섬천의 발이 떨렸더라면 뒤로 정신없이 빠져가는 바람들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다만 거기까지. 남은 깃털에 온몸이 또 꿰뚫린다.

"이거, 어이가 없..."

다시 고통 속에 정신을 잃었다.


괴물 새가 또 다시 검을 물어왔다. 섬천은 대꾸도 하지 않고 검을 잡았다. 이로서 3번째. 끈질기게 덤벼왔다. 몸이 꿰뚫리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탈출 불가능의 공포가 더 무섭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의 반은 놈에대한 분석이고, 반의 반은 전투며 나머지는...

'저 깃털 쓸만하겠습니다. '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 적출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문득 녀석을 괴물 새라고 부리기엔 뭔가 아쉬운 섬천은 뭔가 떠올랐는지 싱긋 웃었다.

"이름이 있습니까?"

까아아악!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예상이 적중했다. 놈의 깃털이 공중에서 문자를 만든다.

"황악조의 황제.. 하늘의 황제 중의 황제.."

안타깝게도 그다음은 두 글자는 읽지 못했다. 사전에서도 본 적 없는 글자였다. 섬천은 소매를 겉으며 검을 잡았다.

"못 읽겠습니다. 그냥 오늘부터 '은치'하십쇼."

팟, 섬천이 검을 들고 뛰어올랐다.


작가의말

가끔 저도 제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최악의 작명센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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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1,044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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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리셋 +2 15.05.03 1,091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29 리셋 +8 15.04.29 1,139 31 17쪽
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27 리셋 +6 15.04.10 1,250 40 11쪽
26 리셋 +7 15.03.27 1,712 44 23쪽
25 리셋 +6 15.03.22 1,716 41 9쪽
24 섬천(剡天) +2 15.03.21 1,492 39 25쪽
23 섬천(剡天) +3 15.03.20 1,767 54 14쪽
22 섬천(剡天) +1 15.03.19 1,667 43 13쪽
21 섬천(剡天) +2 15.03.19 1,657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19 섬천(剡天) +2 15.03.17 1,563 50 23쪽
18 섬천(剡天) +3 15.03.17 1,854 52 11쪽
17 전환점 +4 15.03.14 1,696 60 13쪽
16 전환점 +3 15.03.14 1,654 50 9쪽
15 전환점 +2 15.03.14 1,634 51 10쪽
14 전환점 +2 15.03.14 1,622 47 15쪽
13 전환점 +2 15.03.14 1,562 51 14쪽
12 전환점 +4 15.03.14 1,773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7 56 16쪽
10 각오 +2 15.03.14 1,701 52 20쪽
9 각오 +3 15.03.14 2,246 71 8쪽
8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8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3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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