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74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3.14 00:24
조회
1,700
추천
52
글자
20쪽

각오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생명체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분석된 생명체의 상세한 정보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름:미정


힘:6 민첩:11 순발력:7 체력:4 육감:7

마나 친화도:1 마나 제어력:0


-아직 이름이 부여되지 않은 생물입니다.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여된 이름은 개척자들이 이 생물체를 분석했을 때 나타납니다. 다만 아스페티아인이 부르는 명칭과 대치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람쥐를 닮은 몬스터의 분석이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이 지어졌다. 공호는 깊게 생각할 거 없이 내뱉었다.

"더람이."


-생명체의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생명체의 이름은 더람이입니다.


공호는 엄청난 속도를 유지하며 초원을 가로질렀다. 그만한 체력이 받쳐주기에 5시간 정도는 최대속도를 유지하며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고 사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단도만 슥 들이밀면 더람이는 가볍게 죽었다.

속도는 엄청났다. 대기와의 마찰열로 후끈할 지경이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마하를 웃도는 속도가 분명했다.

시원하게 달려지는 가운데, 머리에는 음의 마나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점점 레벨 올리기가 힘들어진다. 스텟포인트는 어느 순간 귀해질 것이다. 그만큼 스텟포인트를 잘 배분해야 한다.

'그런 스텟포인트를 휩사리 마나에 투자할 수는 없지.'

경험상 음의 마나의 힘은 엄청났다. 음의 마나. 너무도 매력적인 힘이다. 다만, 고민을 만드는 정확한 계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육체 등급:S 레벨:24 육체랭킹:1위.

이름:무명(등록가능) 칭호:11세대의 선구자


힘:110 민첩:200 순발력:75 체력:70 육감:55

마나 친화도:135 마나 제어력:115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170


또 상승했다. 마나 친화도와 마나 제어력이 스텟포인트의 투자 없이 늘었다. 다른 방법으로 스텟포인트를 성장시킬 수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스텟포인트를 투자하였는데, 스텟포인트의 투자 없이도 성장한다면 찍었던 스텟포인트를 그대로 버리는 거 아닌가.

이건 도박이다.

'길이 갈렸군.'

잡히는 것이 있기는 했다.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고 음의 마나로 바꾼 뒤, 압축시키자 특수마나 친화도와 특수마나 제어력이 늘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공호는 시험해보기 위해 다시 한 번 음의 마나를 자극했다.

달리는 도중 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몰랐으나 마나가 정상적으로 반응했다. 하나, 자극을 과감하게 주지 못하고 뜸을 들여 버렸다. 문득 이전의 고통이 떠올랐다. 그 짧고 강렬했던 고통이 공포를 사납게 물어 뜯었다. 순간, 고통을 무서워 한 것이다.

'젠장.'

또 망설여 버렸다.

이 애매한 감정에 공호는 억지로 음의 마나를 자극했다. 뒤로 물러서기는 싫었다. 하찮은 객기일지도 몰랐다. 그러한 복잡한 생각이 공호를 더욱 감정적으로 만들었다.

안정적으로 음의 마나가 제자리를 회전했다. 미약하게 아주 미약하게 주위의 음의 마나를 회전의 흡입력으로 끌어들였다. 미미했다. 급한 가슴의 무엇과는 달리 너무도 미미하다.

'내가 왜? 벌써 나태하진 거야? 왜? 그런 미친놈이 어디있어.'

더욱 큰 자극을 했다. 음의 마나는 멈출 줄 모르고 회전했다. 마치 태풍의 흡입력. 주위의 마나를 회오리치며 급격히 빨아들였다.

까드드득, 고통이 시작됐다.

더, 더, 더. 고통은 신경쓰지 않고 강한자극을 줬다. 한계따위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답답한 가슴이 더 싫었다. 쿨럭, 굳센 만큼 속에서 터져나오는 피. 폭발적으로 들어온 마나가 음의 마나에 들러붙었다. 그렇게 회전에 휩슬리면 어느새 마나는 음의 마나의 기운으로 변질된다. 그리하여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정신병 이라 해도 좋을 증상이 증중으로 나타난다. 정말로 가슴이 답답하고 스스로 한심하다 느낄 찰나.


검은 기억이 머리에 번졌다.


어두운 기억. 붉은 달의 살육전 당시 아버지가 칼을 맞고 돌아가셨을 때, 깨닳은 것이 있었다. 감정을 완벽히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 그렇지 않고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면 피만 더 볼 뿐 이라는 엿같은 사실 말이다.

그 뒤로 항상 조정했다. 술렁이지 않게, 치우치지 않게. 조금의 낌세가 있으면, 하나를 속으로 집어넣기 위해 전부를 감춰서라도 감정을 숨겼다. 다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개소리.


그런데 이 꼴이 무엇인가? 완벽히 감정에 휘둘렸다. 공호는 차가운 호흡을 내뱉으며 음의 마나를 추수렸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 했단 사실이 분노로 전환 되고, 그 분노는 감정을 또 흐트린다.

'끊자.'

경험자이지만, 일단은 15세의 소년이다. 스스로를 자각했다.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기합리화는 때로 좋은 감정 억제법이다 .

공호는 이런 자신에게도 마음이 불안정해지는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다른 이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사춘기. 사실 남들과는 유별난 조금 많이 섬뜩한 사춘기랄까.

색다르게 다가왔다. 지옥을 경험한 경험자라고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다고 우쭐대고 있었다. 하나, 실상 다를 게 없었다. 스스로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을 받아들였다. 절때 완벽하지도, 완벽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가족이 필요하다.

기승전 가족. 역시나 공호 사고의 끝은 언제나 그것이었다.


-육체 등급:S 레벨:24 육체랭킹:1위

이름:무명(등록가능) 칭호:11세대의 선구자


힘:110 민첩:200 순발력:75 체력:70 육감:55

특수마나 친화도:170 특수마나 제어력:140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170


특수마나가 또 다시 늘어났다. 특수마나는 스텟포인트의 투자 예외의 경우에도 상승한다. 이제 스텟포인트는 직접적인 육체 능력에 투자하면 된다는 결론이 확실이 나왔다.


길을 찾았다.


묠드가 알려준 바로는 이 초원은 웬만한 레스토도 건너기 꺼리는 곳이라 한다. 너무도 넓어 정말 빠른 이들이 아닌 이상 건너기는 불가능 하단 것이다. 공호의 속도로도 하루가 더 걸린댔다.

하루, 많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도 가족은 어디서 무엇을 할지 걱정이 된다. 조금 더,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가갈 필요가 있었다. 공호는 민첩 100, 힘 70으로 분배했다.


촤아아아악!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는 다리에 잔상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공기와의 마찰열에 후끈하다. 그러던 소년은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음의 마나를 다리에 보내면?


지금의 음의 마나량과 압축된 음의 마나의 위력으로는 다리 까지의 구멍도 금세 뚫을 것 같았다. 고통이 동반하겠지만 순간뿐이다. 조금이지만 늘어난 마나. 한번에 두 발바닥까지 마나의 길을 뚫어버렸다.

콰과과과광.


한번에 뚫은 부작용인가. 한마디로 무식하게 아프다. 공호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그래도 고통은 한 번에 받는 것이 낫다. 공호 경험상, 천천히 음미하듯 고통이 몰려오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었다. 경험자로서 제일 큰 고통은, 고통받는 동안의 시간이라 말할 수 있었다. 시간만큼 무서운 고통은 없었으니.

고통에 찌르르 울리는 다리. 그에 보상하듯 길은 한 번에 완벽하게 뚫렸다.

'어디 한번...'


발바닥에 음의 마나를 가득 밀어 넣었다. 한계에 다다른 순간. 크게 방출시켰다. 쩌저저적, 초원은 습기가 많은 지역. 완전히 얼음의 길이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얼음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넘어질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더욱 빨라진 느낌까지 든다. 높게 점프를 하였다.


대기가 발을 따라 얼어붙었다. 졸지에 얼음의 탑이 생성된 격이다. 그대로 공중에서 두 다리로 중심을 잡았다. 경사면으로 얼음이 생성되며 미끄어졌다. 즉석에서 썰매장을 만드는 격.

촤아악.

워터슬라이드 못지않게 미끄어져 나갔다. 추위 따위는 느끼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 공호는 강한 흥미가 솟구쳤다. 이번에는 얼음을 형태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조금 어려웠지만 그럴듯한 빙룡이다. 이목구비에 곁들어진 수염까지. 무지막지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조형을 하기 위해선, 감각에 따라 머릿속에서 연산을 거쳐야 했으니. 어찔, 마나의 과다사용으로 두통이 몰려왔다.


큰 문제는 아니다.


마나는 한번 모였던 곳에는 같은 양과 질을 같고 다시 모이려는 특징이 있다. 즉, 모아뒀던 마나의 양과 질은 어디 가지 않는다. 자동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차오른다.

마나를 최대치에서 더 늘리고 질을 높이는 것은 스스로 해야 되지만, 사용한 마나를 회복하는 것은 자동으로도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스스로 마나를 회복하려 들면 더욱 빠르게 회복되기도 한다.

묠드가 알려 준, 마나의 법칙이다.

아쉽게도 놀이는 여기까지. 이후, 고통이 없는 적당한 선에서 음의 마나를 회전시켜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능력을 상향시켜야 해.'

음의 마나를 회전시키는 것은 일상화시킬 것이다. 미약하지만 항상 힘을 늘리는 일이니. 늘리고 늘여 모든 원하는 바를 실행 할 수 있도록. 공호는 알게 모르게 음의 마나의 매력에 점점 매혹되어 갔다.


마지막 빵을 입에 털어 넣었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텁텁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맛.

저 가까이 도시의 윤곽이 보였다. 중세의 상징인 하늘을 찌르는 건물, 난잡한 인간들로 가득 메어져 있다.

정신없이 달리니 공호는 대도시에 도착했다. 명칭은 크로티아. 막상 문명이 이룩한 곳에 오니, 지구의 지폐가 떠올랐다.

'어디서 부터 시작할까.'

어딘가에 정착할 돈이 없다. 다만 이 세계는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면 어느 정도 일거리가 있나 보다.

용병.

의뢰를 받아 처리하고 보수를 받는 이들. 국가나 특수한 곳을 제외하면 힘 있는 자가 가장 돈 벌기 쉽고 힘을 기르기 좋은 직종. 어떻게 본다면 지구의 심부름센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무턱대고 시작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 당장의 목표를 정해야해.'

잠시 용병에 머무를 것이다. 묠드의 말에 의하면 삼미호(三尾狐)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묠드는 폴시아의 보물을 얻으려면 삼미호 정도는 되야 한다며 꼬불꼬불 몇 번을 꼬아서 다시 말했다. 공호가 귀찮을 정도로 묠드는 그말을 반복했다. 나중가서는 한 대 칠까 하다 참은 공호다.

기반을 마련해두면서 강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용병이 되는 법을 모른다는 것 쯤?

아직 모르는 건 많았다.

공호는 뺨의 문양을 거울 조각을 이용해 확인하였다. 다만 쓸데없는 걱정에 마스크 더스트를 한 번 더 발랐다.


'많구나.'

드디어 인파에 들어섰다. 수많은 생명의 향기에 머리가 어찔하다. 공호의 인생에서는 드문 일이다. 10살 때 붉은 달이 떠오른 뒤로는 생존에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니.


레스토들의 이종족은 수없이 많은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한 마디로, 여러 잡종들이 돌아다닌 단 소리다. 그렇기에 감잡을 수 없는 괴상한 모습의 이종족은 넘쳐났고. 괴상한 생명체들이 이족보행으로 걸어다니니, 진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레스토의 60% 이상이 이종족인 만큼 이종족은 넘쳐났다. 대부분이 괴상한 이종족. 그중에는 혐오스럽게 생긴 놈이 넘쳤다. 지구였다면 핵 페기물 처리장으로 보낼 만큼 안면을 말아 먹은 녀석들.

공호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찾았다.'


수십의 사냥꾼이 신비한 각종 몬스터들의 시체를 끌고 한 건물 안을 들락날락 거렸다.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린 간판의 글은 읽을 수 없었으나, 뭐하는 곳 인지는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몬스터의 가죽이나, 그 육체 자체는 비싼 값에 팔린다.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데, 대표적으로 몬스터 고기는 먹으면 마나가 쌓이는 효과가 있다. 물론 레스토만. 신기하게도 개척자는 먹어봤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마나가 쌓이지 않는다 한다.

'어차피 돈은 필요하다.'

지구든 아스페티아든 지갑에서 나오는 힘은 엇비슷하다. 때론 지갑의 힘 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쓸모없는 몬스터의 사체를 팔아 지갑이 체워진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공호는 그 긴 줄에 섰다. 인벤토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어, 몬스터의 사체를 인벤토리에서 전부 꺼내 밧줄로 묶어 질질 끌었다.

"야, 야. 저것 봐봐. 저 사람 전문 사냥꾼인가봐."

"그러게. 어떡게 저렇게 몬스터를 질질 끌고다닐 정도로 잡고 다니냐."

레스토들이 선 줄은 길어 보였지만, 막상서니 생각보다 빨리 빠져나갔다. 건물 안 쪽은 다섯 군데의 구역이 보였는데, 건물 안 쪽에서 공호가 들고 있는 몬스터를 판단하며 가장 왼쪽의 구역으로 보냈다. 구역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험한 몬스터의 사체를 처리하는 듯 했다.

"어서오세요. 어떤 몬스터를 매물하러 오셨나요?"

가죽 옷을 바짝 조인 여성이 인사를 건넸다. 공호는 총 200 구에 달하는 몬스터 사체를 흔들어 보았다. 밧줄로 묶여 길게 늘여진 사체들이 흔들렸다.

"어? 이 몬스터는 금지구역에서 출현하는 건데... 혹시 도시 밖 초원에 다녀오셨나요?"

공호는 말이 없었다. 그 말에 어찌 대답하든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고개를 한 번 숙여준 다음, 빨리 정산이나 하자는 듯 다시 밧줄을 흔들었다.

"아, 네. 한 마리당 45G. 총 200 마리 니까... 90V. 네, 딱 떨어지네요. 90V 됩니다."

공호는 손에 들린 밧줄을 내밀었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레스토들이 다람쥐형 몬스터 200 구의 시체가 묶여져 있는 밧줄을 낑낑 대며 끌고 안 쪽으로 들어 갔다.

그녀는 일부러 들썩대며 공호에게 말을 걸었다.

"히야, 그런데 인기 많으시겠어요. 막 성인이 된 것 같은데 몬스터를 이렇게나 잡아오실 정도면요."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인 공호에게 그녀는 딱딱함을 느꼈다. 뭔가.. 그렇다. 그녀가 보기엔 공호의 용모는 엄청났지만, 매력이란 게 하나도 없었다. 마치 매력의 블랙홀처럼 공호에겐 아무런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그게 신기했다. 공호를 보면 단순 잘 생긴 소년이란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그 외에 드는 감정은 미묘하고 알 수 없는 공포스런 감정 뿐이었다.

"자, 다됐습니다."

공호는 그녀가 내미는 90V 가 들어있는 동전 자루를 받았다. 이정도 사냥하고 90V. 100V면 작은 집 한 체를 살 수 있는 돈이다. 몬스터 사냥으로 인한 수입이 장난이 아니다.

공호는 물었다.

"용병이 되려면 어느 곳으로 가야 합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나 와!"

인간 한 명이 건물 밖에서 줄을 세치기 하며 난동을 부렸다. 신기하게도, 그의 주위엔 그 어떤 레스토도 없었다. 심지어 건물의 경비조차 그에겐 다가가지 못하였다. 그가 지나가는 길은 모든 레스토가 터줬다. 일부러 그를 피하기 위해 길을 돌아가는 이까지 보였다.

인파들 틈으로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야, 길 돌아가자."

"왜? 누구길레 저렇게 다 피하는 건데?"

"닥치고 가자. 저기랑 엮여서 좋을 거 없으니까."

무서워서 피하는 것 보단, 더러워서 피한다는 낌세. 거구에 대검을 손에 쥐고 있는 남자였다.

그가 나타나자 카운터의 그녀는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공호의 말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두가 물러서자, 그 가운데 공호가 고요히 서 있었다.

사내는 공호에게 다가왔다. 인상이 험악해 웬만한 사람은 말 걸기도 힘들어 보이지만, 공호가 그런 것을 신경 쓸 리 없다. 아니, 신경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게 더 옳았겠지.

낯짝이야 지옥에서는 필요도 없었다. 필요할 땐 기름도 칠하고, 철심도 박고 하는 게 사람 낯짝이다.

'대답 안 해주면 이놈에게 물어보면 되지.'

공호는 얌전히 건물 밖으로 걸어나와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빙 둘러싼 수백의 레스토들이 크게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공호는 물었다.

"저, 미안한데 용병이 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뭐, 용병? 이제 별 방법 다써서 접근하는 구만. 팔아먹을게 없어서 용병을 팔아먹어? 헛소리하지 말고 말해. 아버지가 보냈냐?"


초면에 이 무슨 헛소리인가.


그는 거대한 대검을 덜그럭거렸다. 애초에 알려줄 마음도 없었던 것. 그럼 다른 데 물어보면 된다. 괜히 여기서 날뛰어 봤자 피만 본다. 묠드의 말에 따르면 대도시에는 위험한 녀석들이 간혹 있다고 하니, 괜히 날뛰다가 개척자인 것 들통나서 도망가야 하는 것 보단 낫다.

공호가 더 볼것도 없이 등을 돌려 다른 레스토에게로 다가갈 때였다.

"어? 이 새끼가 무시하네?"

어깨에 손에 얹어졌다. 상당히 힘을 주고 있는지 힘줄이 꿈틀거렸다. 주위의 레스토들이 자리를 기피했다. 질이 좋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은 어깨가 바스러들 악력이다. 일반 지구인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강한 힘.


갈아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살가죽을 벗긴 다음 바닥에 굴려보까 하고. 전쟁터에서 굴러먹던 성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이런 놈은 뇌에 불만 말고 뭐가 들었을까.'

물러나면 물러난다고 진상, 대려들면 대려든다고 진상. 이거 완전 한정판 진상 세트 아닌가. 공호는 그럴 바엔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공호의 정신나간 행동력은 상식을 넘어선지 오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공호의 주먹은 벌써 놈의 얼굴을 치고 되돌아와 있었다. 그 일을 증명하듯, 놈의 앞면이 반쯤 함몰되었다.

"이, 이 새끼가?"

놈은 맞은 즉시 갈갈이 날뛰었다. 녀석은 생각보다 빨랐다. 거대한 대검이 공호의 허리를 베어갔다. 이 정도면 공호나 저 놈이나 둘 다 똑같이 도덕도 상도덕인 수준. 그러나 이게 더 공호에겐 친근하고 편했다.

'이 놈도 뭐..'

결국, 몸으로 대화하자는 소리니까.

손으로 대검의 면을 짚고, 놈의 관자놀이 쪽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S급 개척자의 민첩 200 스텟이 뿜어내는 속력을 싣은 다리가 대기를 갈랐다. 놈의 머리에 발끝이 닿으려는 순간. 슈웅, 대검의 속도가 빨라진다. 놈은 대검을 급격히 위로 올려 공호의 자세를 흩트렸다.

대검의 반탄력으로 공호는 위로 솟구쳤다. 몸이 팽글 돌리며 공호는 공중에서 발을 내려 찍었다.

콰앙!

놈은 피해버렸고 땅은 굉음이 울렸다. 먼지가 뭉게뭉게 치솟아올랐다.

'생각보다 강하다.'

그저 양아치가 아닌, 뭔가 체계적 무술을 배운 것 마냥 놈의 움직임은 일관성이 있었다. 중장검을 사용하며 쾌를 추구하는 무(武).

'위험하다.'

공호는 윗옷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 이런 싸움에서 입지 말았어야 하는 옷이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넣는 게 맞았다.


그때였다.


먼지 속에서 극쾌속으로 다가오는 놈의 손. 공호는 어깨를 틀었으나, 놈의 손에 옷을 잡히고 말았다.

"안 돼!"

진심으로 놀란 공호. 그 순간을 제어하지 못하고 비명까지 질렀다. 쫘아악, 녀석의 손에 의해 옷이 찢겼다. 찢어진 옷조각이 바닥에 사뿐히 가라앉았다. 공호의 동공이 커진다.

"뭐. 재수없는 애새끼가.. 카악, 퇘. 분명 먼저 쳤지? 넌 오늘 뒈진줄 알아라."

놈이 떨어진 옷조각에 더러운 오물을 뱉었다. 획, 공호는 극강의 속도로 움직여 팔로 그 오물을 막았다. 너무 빠르게 움직인 덕에 마찰력으로 달아오른 몸에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년의 팔에 오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어머니가 죽기 전에 짜주신 옷. 이마를 맞대주시며 입혀주신 그 옷. 이별의 증표이자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의 유품.

순간 느껴지는 압박감에 남자가 정면을 응시했다.


공간이 얼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8 mun피a
    작성일
    15.03.16 16:36
    No. 1

    전부터 느끼던건데 기역->기억
    첫빠 잘보고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샤비른
    작성일
    15.03.28 11:02
    No. 2

    애초에 틀리게 알고계신듯.
    그리고 지페가아니라 지폐입니다
    내용은 재밌는데 어이없는 것으로 몰입도를 떨어뜨리지않게 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1,044 28 12쪽
32 리셋 +3 15.05.05 938 30 12쪽
31 리셋 +2 15.05.03 1,091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29 리셋 +8 15.04.29 1,139 31 17쪽
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27 리셋 +6 15.04.10 1,250 40 11쪽
26 리셋 +7 15.03.27 1,711 44 23쪽
25 리셋 +6 15.03.22 1,715 41 9쪽
24 섬천(剡天) +2 15.03.21 1,492 39 25쪽
23 섬천(剡天) +3 15.03.20 1,767 54 14쪽
22 섬천(剡天) +1 15.03.19 1,667 43 13쪽
21 섬천(剡天) +2 15.03.19 1,657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19 섬천(剡天) +2 15.03.17 1,563 50 23쪽
18 섬천(剡天) +3 15.03.17 1,853 52 11쪽
17 전환점 +4 15.03.14 1,696 60 13쪽
16 전환점 +3 15.03.14 1,653 50 9쪽
15 전환점 +2 15.03.14 1,634 51 10쪽
14 전환점 +2 15.03.14 1,622 47 15쪽
13 전환점 +2 15.03.14 1,562 51 14쪽
12 전환점 +4 15.03.14 1,773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7 56 16쪽
» 각오 +2 15.03.14 1,701 52 20쪽
9 각오 +3 15.03.14 2,246 71 8쪽
8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8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2 6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