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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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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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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4.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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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1쪽

리셋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아스페티아에 내려오는 절대 맹약의 일종이다. 일국의 황제나 S급 용병 이상의 권한을 가진 이들부터 실행할 수 있다. 참여자는 각오의 의미로 손등을 뚫는다. 피를 흘린 손등으로 실행자의 이마를 만지며 맹세의 내용을 말한다. 이 내용은 모든 제국에 반드시 기록되며, 맹세를 어길시 세계의 적이 된다.


-초보자를 위한 아스페티아 입문서 중-



푸줏간 고기 던지듯 공호가 차가운 땅에 떨어져 갔다. 평상시의 공호였다면 어중간한 높이에서의 떨구어져도 생생히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상당한 내상과 너덜너덜해진 피부들. 진탕된 기력, 몸을 가눌 수 없는 고통. 매끄럽던 공호의 살결이 꺼끌꺼끌한 굳은 살처럼 변했다. 만약 일반인이 공호의 볼을 매만진다면 사포를 손등으로 강하게 비빈 느낌이 나리라.

콰득!


빈틈없이 머리부터 제대로 땅에 꽂힌다.


목 위에서 부터 울리는 끔찍한 골육음에 공호는 살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프단 느낌이 들기 전에 먼저 죽음에 직관한 공포가 공호를 덥쳐왔다.

귀에서 이질적인 액체가 흘러나온다. 공호는 두 손을 머리에 얹고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모든 감각과 생각은 생존을 기점으로 두었다. 반쯤 감겨있는 눈을 억지로 벌렸다. 마치 두 눈에서 녹슨 쇠문을 열듯 끼익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머리에서부터 쭉 타고 내려온 핏줄기에 시야가 붉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내부의 상처로 시야가 이미 붉다. 공호의 눈에는 밖으로 통하는 문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건 절망이었다.


우웅.

천천히 일어섰건만 머리가 울린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아프다. 그저 아팠다. 마나 페인을 슬쩍 건들 정도의 고통이었다. 비산한 먼지가 차츰 내려앉고 투박한 정신이 맑아질 찰나.

팟, 순간 손등이 화끈했다.

드드득,쾅!

공호는 그대로 손에 이끌려 벽에 부딪혔다. 공호의 왼 손에는 단도가 박혀있었다. 왼손을 뚫은 단도는 공호를 이끌고 들어가 깔끔히 벽에 박혔다.

'제기랄. 젠장!'

공호는 고개를 들어 앞을 직시했다. 단도 하나를 들고 있는 닐이 보였다. 닐이 들고 있는 단도는 손에 박혀있는 단도와 같은 종류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두 단도 모두 공호의 것이였으니.

그는 단도를 단순히 '투척'함으로써 공호의 힘을 이겨내고 벽에 박아버렸다. S급 용병은 A급 용병과 비교하지 못한다 들었다. 살결로 느껴보니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공호는 이를 갈았다. 정말로 탈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어서 말해라."

닐이 공호의 손을 붙들어 자신의 이마로 옮겼다.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

요괴의 제국에 일어난 전쟁에 닐은 참전했었다. 경험자라고 불리는 다섯 개척자의 욕구에 발생한 전쟁. 모든 레스토가 몸을 떨었다. 5000천 년 전 시작된 전쟁이 다시 시작했노라고.

결국 그런 존재들이다.

이놈은 성장 속도로 보아 '경험자'급의 개척자. 즉, S급 개척자다. 앞으로 괴물이 될 100명의 짐승새끼들. 아직 만나본 적은 없었다. 이놈, S급은 개척자들의 위에 설 놈이다. 바퀴벌레 같은 개척자 놈들은 죽여도 다시 살아난다. 그렇다면 적어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득이다.

'적어도 R.P 프로젝트가 실행되기 전까지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제 용병왕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류 최강이며, 레스토 최강. 그의 움직임에 각국의 황제들도 옥새를 지그시 눌러 찍었다. 개척자들과의 마지막 타협선. 이것이 세상의 변곡점이 되리라.


공호는 눈을 치켜뜨고 닐을 노려봤다. 배에서 올라오는 통증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왼손이 뚫린 상태다. 화끈하며 끈질긴 고통이 찾아온다.

고통 속에 공호는 간절히 원했다.

아직 할 것은 많다. 이대로 피의 맹세를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닐이 원하는 내용의 피의 맹세를 한다면, 당연히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사냥을 포기하라고? 그건 강함을 포기하란 소리와 같았다. 말도 안 돼는 소리다.


사상 최악의 위기였다.


지옥에서 이 보다 끔찍한 것을 더 많이 보았어도, 이보다 더 완벽하게 살길이 막혔던 적은 없었다.

'죽을 수 없어. 죽으면 안 돼. 절대로...'

생존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만들어낸 힘이었을까. 공호는 없는 힘을 끌어다 기를 쓰며 손에 힘을 줬다.

탁, 공호는 있는 힘을 쏟아 부어 손을 닐의 이마에서 잠시 떨어뜨렸다. 닐은 왠지 모르는 힘에 순순히 손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슬쩍 검을 잡았다. 아직 힘이 남아있어 얘기가 통하지 않으니, 일단 몸을 걸레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제 다 끝난다. 이대로 봉인만 해버리면 죽지도, 살지도 아니한 상태가 된다. 그리하면 100명 중 한 놈은 해결 한 거야.'

닐이 땅을 가르며 검을 쳐 올렸다. 마치 두부조각처럼 땅바닥에 허물어졌다.

"안 돼!"

서걱.

주위에 공호의 사지가 널브러진다. 공호의 손에서 흐른 피가 닐의 이마를 타고 쭈욱 미끄러진다. 닐의 얼굴에 붉은 일직선 길이 생겼다. 살기를 머금은 눈빛을 한 체 닐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닐은 공호의 도발적인 발악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그럼 피의 맹세는 없던 걸로하지. 여기서 즉결처리한다."

콰득, 닐의 검이 사지가 없는 공호의 몸통에 박힌다.


첫번째 마나 페인에 검이 박힌다.


차마 고통에 비명을 맺지 못한 공호의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다. 마나 페인이 뚫린다면 어떠한 회복력을 지녔어도 자의로 한동안 움직일 수 없다. 그게 설령 S급 개척자라도.

콰득.


두 번째 마나 페인에 검이 박힌다.


공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며 목만 부들부들 떨었다. 이것으로 고개조차 끄떡일 수 없으리라.

콰득,콰득,콰득!

인체에 있는 모든 마나 페인에 검이 틀어박힌다. 공호의 배에 검흔이 자잘이 모여 둥근 형태를 만든다. 마나페인이 있는 장소를 전부 찔렀더니 생긴 상처였다.

"네가 만약 미개척 지역에서 온 새끼라 해도 이거라면 1년은 묶어두겠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묶어둘 수밖에 없다. S급 개척자는 그 정도로 위험한 놈들이니까. 쿨럭, 공호가 막대한 양의 피를 토해냈다. 아니, 목조차 굳었기에 그냥 피가 목에서 줄줄 셋는게 맞으리라.

"생각 없는 개척자 새끼. 금방 다시 오겠다. 그땐 확실히 마법으로 봉인해 주도록 하지."

닐이 자리를 벋어났다. 그러는가 싶더니 문 앞에서 나타난다. 그가 흰 백지를 꺼내 들었다. 닐이 한번 백지를 탁 터니, 기하학적 문양과 수식이 백지에 나타났다.

촤르륵.

문을 봉인시켜 그 누구도 들이게 하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닐이 마나를 일으켰다. 결계에 주입된 마나에 따라서 속성과 강도가 달라진다. 닐이 작정한 듯 엄청난 마나를 요동친다.

"각하."

닐이 마나를 끌어 올리는 도중 누군가 닐에게 다가왔다. 아까 카운터를 맞았던 안내양이었다. 그가 닐에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 닐은 이게 왠 횡제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닐이 공호를 돌아보며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섬천...."

뿌득.

그와 동시에 공호가 이를 부서질 듯 간다. 공호의 마지막 의지가 뭉쳐 얼음을 형성한다. 얼음이 생성된 곳은 닐의 몸 속. 마나 페인이 있는 두 번째 갈비뼈 근처였다. 기필코 죽이겠다는 의지가 음의 마나를 움직였다.

짜앙.

그때였다. 공호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에 있던 보석이 단순한 돌덩어리로 변한다. 돌덩어리로 변하며 생긴 빛무리가 닐의 몸을 사로잡았다.

닐은 공호의 목걸이를 보며 경악했다.

'저게 왜! 저 건 분명 마헨트리나의 유물일 텐데!'

닐은 몸이 완벽히 속박되어 피할 수 없었고, 고스란히 마나 페인에 얼음이 생성되었다.

푸흡.

닐이 막대한 피를 뿜었다. 그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차마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마나 페인이 뚫린 상태에서 다른 곳을 의식한다? 어불성설한 일이다.

"아아아!"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른다. 그는 몇십 번이고 고문을 받아봤어도 이런 고통은 없었다. 손가락이 생으로 모두 잘렸을 때도 비명을 참았던 닐이다.

닐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몸을 비틀며 마나를 뿜었다.

콰아아!

압도적인 마나 폭풍이 시험장을 몰았쳤다. 그 옆에 있던 안내양은 그 폭풍만으로도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공호는 진탕된 상태에서 마나 폭풍까지 맞고 뒤로 튕겨나가 벽에 부딪쳤다.

닐은 그렇게 기절했다.


닐이 기절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온몸의 신경까지 엉망이 돼버린 공호는 바닥에 축 늘여졌다.고요한 주변에, 공호의 섬뜩한 골육음만이 울렸다. 비틀어진 마나 페인은 공호의 몸을 작정하고 망가뜨려갔다.

이를 악물었다. 아니, 악물었다고 생각만 했다. 그 어떠한 것도 자의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만이 뒤따른다. 마나 페인을 뚫어 만든 원통형의 길이 모두 망가져 버렸다.

공포감보다 상상이 따라가지 못하는 고통이 무서웠다. 이 미친 고통속에 마치 나는 길은 잃은 아이처럼 모든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음의 마나가 날뛴다. 마나가 마나페인의 원통형의 길에 난 구멍으로 빠져나가려 애를 쓴다. 그 와중에 목걸이는 쓸데없이 빛을 쏟고 있다.


기괴했다.


닐의 마나폭풍이 휘몰아쳤던 이 공간이, 마나 농도가 너무 높아 음의 마나가 빠져나오지 못한다. 닐이 마나를 드러냈을 때 뿜어진 마나. 그 마나 폭풍 속에 담긴 짙은 마나들이 마치 압축하듯 대기에 퍼져 있었다. 일종의 삼투현상이었다.

하나, 그것이 더 고통을 증진시켰다. 배출되지 못한 음의 마나가 온몸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처음 느껴지는 인체의 장소도 발견하곤 했다. 아직 경험하지도 못한 마나 페인을 쾅쾅 찔러댄다.

보통의 마나 페인에 배에 해당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기절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원망 될 정도의 고통이.

손은 커녕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어 얌전히 고통만 받아 들어야만 했다.

불행히도 기절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로 기괴했다.


닐의 예상에 따르면 공호는 이미 기절했어야 옳았다. 닐처럼 벌써 공호는 전신에서 마나가 역행해 의식이 억지로 끊겼어야 했다. 그러나 닐의 상식은 어디까지나 공호가 마나 페인을 개방하지 않았을 때의 전재.

만약 마나페인을 개방해 놓았다면?

질문을 정정한다.

모든조건. 그러니까 몸 안과 밖의 엄청난 마나 농도 차이와, 미리 개방한 마나 페인. 이 두 조건이 완벽히 갖추어진 채 마나페인을 뚫어버린 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콰드드득.

공호의 몸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그와 동시 사지가 제자리에 달라붙는다.


그 누구도 몰랐고,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 벌여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전화 맞춤법 뜯어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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