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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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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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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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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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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전환점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문을 열고 나왔다.

열등감을 가득히 머금은 자들의 눈빛이 공호의 몸을 흝었다.공호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슬쩍 비웃었다.

"진짜 등신이였네."

보통은 그렇다. 높은 등급의 용병은 용병패를 받으면 손에 쥐고 나온다. 보란듯이 용병패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용병패를 보이기 싫어 주머니에 넣고 나온다. 그리고 등급을 알리는 알림이 울리기 전에 용병시험장을 후다닥 뛰쳐나온다.

그들이 보이에는 공호는 전형적인 후자. 모두가 비웃는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왼손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린 사내.

"99번 육체 능력.."

대부분이 소리에 집중했다. 특수계열과 육체 능력을 동시에 시험 치르는 이는 매우 드물다. 궁금한 것이었다. 곱상한 얼굴에 더러운 행색의 이종족 소년의 성과가. 그들의 눈에는 이미 뻔했지만.

"B급. 현재 최우수. 최초 응시에 가능한 한도 등급."

모두가 굳었다. 험악한 기류가 급변해 숨소리도 나지 않는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 텁텁, 들리는 소리는 공호의 탁한 발소리뿐.

"99번 특수능력...C급. 현재 최우수."

이어 다시 폭풍을 부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악했다. 육체능력이 그러한 수준인데 특수마나를 다루는 요괴? 욕나오는 조합이었다.

이어 다음 응시자를 부르는 음성이 울려퍼졌다.

"100번 제스."

"100번 제스?"

"없습니까? 100번? "

그렇게 소년은 사라졌다.


"용병이 일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지?"

공호의 말에 사내는 다른 말이 튀어나올 뻔 하였다. B급용병. 용병이란 직종은 막강하다. 고위용병의 과거를 뒤져보면 황실 수호대, 일국의 제일 실력가(第一 實力家)정도는 수두룩하다. C급용병은 평민들의 꿈. 더 이상 말할 것이 있으리랴. C급 용병이면, 제국 소속 학자로 들어가는 것 정도로 출세했다고 떠 받들어주는 사회다.

왜? 아스페티아는 용병중심 사회니까. 땅 덩어리가 넓은 아스페티아는 자유롭게 여행하며 의뢰를 받고 돈을 버는 용병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 있다.

만약 공호가 제국의 작은 영지에 간다면 영주는 전날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저 건물 보이나? 저기 경비원에게 주먹을 날려도 B급 용병패를 들이밀면 웃으며 안내해줄 거다."

비꼬는 말투.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겨운 느낌이다.

"그리고 이거."

그는 푸른색의 주머니를 건넸다.

"옷조각이 들어있는 주머니다. 상당히 소중한 옷인 것 같더군. 미안하게 됐다. 나는 소중한 건 건들지 않는 주의라서. 아니, 이제부터는 그냥 남을 건들지 않을 생각이다. 저 큰 건물에 가서 용병패를 내밀면 일거리를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럼 이만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지. 나중에 만나면 아는 체는 하라고. B급용병나리."

이런 부류의 남자에게 사과받을 줄은 몰랐다. 등을 돌려 갈 길을 걸어간다. 사심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공호는 그저 놀랐다.

"공호다."

"알고 있다고. 드콘, 레드필리아 폰 드콘이다."

그는 그림자처럼 넓은 인파 사이로 스며들었다. 스며드는 그의 등은 고귀함을 가진 자의 것이었다. 자연스레 풍겨지는 고고함.

잠깐, 레트필리아?

잽싸게 인파 사이를 흩어보았다. 하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레스토의 지배층 귀족은 성이 붙는다고 했다. 귀족의 성은 가문의 증표. 묠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집중해서 들었기에 알고 있다.


그는 귀족이었다.


그것도 심상치 않은. 의도치 않은 인연이 생겼다. 왜 하필 걸려도 저런 놈이 걸렸을까.

'이 세계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약간 맛이 간 것 같다.


용병이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어감이 조금 이상할 순 있으나 대략 이렇다. 지키거나, 빼앗거나.

공호는 용병패를 들이밀며 용병 의뢰소에 들어갔다. 어찌나 정보가 빠른지 그곳의 인간들이 이름까지 불러대며 안내를 했다.

"B급 난이도를 가진 의뢰는 3층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뢰의 난이도와 용병의 등급은 비례한다. 즉 B급은 공호에게 알맞은 의뢰라는 소리다. 공호는 위험지역을 웃도는 B급 의뢰에 마음이 없었다. 잠시 동안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E급, F급 의뢰를 할 예정이다.

고로 공호는 E, F급의 의뢰를 관리하는 1층에 머물렀다.

"흠.."

전단지 형태로 벽에 붙어져 있는 의뢰내용. 1층의 내용은 사소하며 공호에게 적합했다. 아쉽게도 아직 언어를 읽지 못하는지라 지나가는 용병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고양이를 찾아주세요, 할머니를 간병해주세요, 요리를 알려주세요, 달팽이를 찾아주세요, 장좀 같이 봐주세요...."

용병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황당하다 못해 재밌기까지 한 내용이 있었다. 돈만 있으면 무슨 의뢰든 맡길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이라고 의뢰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공호는 쭉 듣던 도중 이렇다할 의뢰를 찾았다.

"제로페티아 스쿨에서 호위해주세요. E급. 한 달 동안 제로페티아 스쿨에서 호위해주세요. 의뢰인은 미공개. 나이는 14세. 의뢰 성공보수는 2V, 의뢰기간동안 동거할 수 있음. 크로티아 광장의 시계탑, 매일 정오 볼 수 있음."

제로페티아 스쿨. 지구로 치자면, 인간의 학교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꽤나 유명하다 들었다. 의뢰인의 나이가 14세다. 쉽게 말을 틀 수도 있고, 제로페티아 스쿨을 통하여 많은 경험을 할 것이다.

보수도 나쁘지 않고, 한 달이다. 세상을 눈으로 흩기에는 적절한 시간. 이왕이면 문자도 깨우칠 생각이다. 음성언어를 낼 수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촤아악.

그가 의뢰 종이를 찢었다.

"이거, 가져가셔 야죠.".

그가 내민 의뢰 종이를 받았다. 의뢰지를 찢은 것은 의뢰를 맡았다는 증거. 의뢰지를 찢은 이상 이 의뢰는 전 적으로 공호에게 구속되었다. 아니면, 손해배상을 해 주고 다시 붙이던가.

공호는 움직였다.


이 세계의 시간 단위는 지구기준으로 하루에 72시간. 하나, 지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한다. 지구인들에게는 체감시간만 늘어날 뿐. 24시간이라는 수치는 동일했다.

창문 밖으로 목을 내밀었다.

저 멀리 하늘과 닿을 듯한 무지막지한 크기의 시계탑이 보였다. 도시에 들어설 때부터 이목을 끌었던지라 쉽게 의뢰인과 접촉이 가능해 보였다.

육감 스텟과 육체의 특수능력으로 인한 괴물같은 시력은, 멀리 떨어져 있는 시계탑에 올라선 비둘기의 깃털에 살랑이는 잔털 조차도 보였다.

9시. 12시까지 3시간이 남았다. 지구의 시간으로는 9시간.

살포시 자리 잡고 음의 마나를 회전시키는 공호였다.


#


분명 죽었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결국 궁지에 몰려 칼을 맞았었다. 눈물을 흘렸던 아들의 얼굴이 떠나지 않는다. 태어날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아 의사들을 난해하게 했던, 굉장히 특이한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자신을 위해 눈물까지 흘러줬다. 아버지로서 인정받아서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대학생 때 눈이 맞아 어린 나이에 낳은 첫 아이였다. 처음 태어났을 땐 무엇이든 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워낙 사이가 좋아, 둘째, 셋째. 그리고 다섯 째까지 맞이했다. 그 사이에 빛이 생겨 고생을 했지만, 이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그런 아이들을 두고 가려니 눈을 편히 감기도 어려웠다.

가슴이 멘다. 뇌가 쪼여온다.

살아남기 위해, 울어주는 아들에게 울지말라 꿀밤을 줘놓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나, 흘러가는 피는 멈추지 않았고, 아른거리는 눈은 점점 감겨갔다. 입에선 온 몸의 기운을 다 빼가겠단 듯 뜨거운 숨결을 내 뿜었었다. 그렇게 눈을 감았었다.


그런데 몸이 움직여졌다.


다음 눈을 떳을 땐, 붉은 달이 아닌 푸른 하늘과 자유로운 구름이 보였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새끼. 그리고 여보. 그들이 눈 앞에서 보이지 않았단 사실이 중요했다. 어디갔어? 어디있어?

푹.

배를 뚫고 무엇인가 나왔다. 뒤를 돌아봤다. 무수히 많은 인간이 위험한 무기를 들고 있다. 찾아야한다. 가족을 찾아야 한다. 가장이 무너져선 안된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살인을 저지른다 한들, 움직일 수 있는 이상 찾아야 했다.

"커헉!"

찌릿한 비명이 울렸다. 정신이 맑아졌다. 주위를 쭉 흡수하여 눈에 담았다. 많은 생명이 사그라져 있다. 붉은 액체가 그들과 어울려 있다.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것이 생물의 피인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어느샌가 손에 검이 들려있다. 검에 피가 찌들었다. 지독한 혈향이다.


-레벨이 6 상승하셨습니다.


뇌 속에서 괴상한 알림이 울린다. 괴리감에 토악질을 할 것 같다. 혼란스러운 상태에 누군가 다가왔다. 뺨에 특이한 문양이 있는 자들이다.

그들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경험자입니다. 동행하시겠습니까?"

그 손을 잡았다. 그들은 그들의 목표를, 나는 가족을 찾기를. 그런 의식이 맞닿았다. 목표를 위해 적응을 해갔다.

쿤과의 거래, 아스페티아, 개척자, 그리고 경험자.

믿지 못할 사실이 뇌 속에서 널브러진다. 개척자, 그들이 경험자라는 개척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수로 부풀려졌다. 하루만에 우리는 각자 목표로 뭉쳤다. 그리고 몇 칠이나 쉬지않고 뭉치고 뭉쳤다. 보이는 족족 받아들였다. 어림잡아 400만 명.


살기 위해 개때 처럼 뭉쳤다.


그런 단체를 위협하는 몬스터는 없었다. 희망의 끈이 지속적으로 다잡혔다. 그런 희망 속에서 가족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아직 가장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누구보다 치밀하게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단체의 간부가 되어 있었다. 법도 도덕도 정하지 않은 세계.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희생당하는 그런 당연한 세계. 강한 자가 높이 올라섰다.


-현재 육체 랭킹.

1위:무명(등록되지 않음) 23레벨 조합각성자. 신체등급:S

2위:무명(등록되지 않음) 20레벨 각성자. 신체등급:S

3위:무명(등록되지 않음) 19레벨 각성자. 신체등급:S

4위:론 에릭. 18레벨 각성자. 신체등급:S

5위:무명(등록되지 않음) 18레벨 각성자. 신체등급:S

....

8위:무명(등록되지 않음) 16레벨 각성 불가. 신체등급:A


-육체 등급:A 레벨:16 육채랭킹:8위


힘:45 민첩:65 순발력:25 체력:25 육감:15

마나친화도:5 마나 제어력:5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0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이 단체는 레스토를 이유 없이 학살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사냥한다. 그것을 정당화하려 든다. 당연한 듯이 계층을 만들어 밑을 탄압했다. 약자의 피를 쥐어짜 퐁듀처럼 빵에 찍어 먹는 개척자들.


나는 모르겠다.


언제부터 경험자들은 권력을 휘둘렀다. S급 신체를 가진 이들. 각성할 수 있는 그들. 그들은 괴물이다. 상대할 수 있는 개척자가 없었다. 설령 단체의 모두를 적으로 돌려도 살아남을 자들이다.


권력이 생기고, 욕심이 증식한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디가 잘못된 건지.

정말로 모른겠다.

그는 구름에 속삭였다.


나를 위해 울어줬던 아들, 공호가 너무도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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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리셋 +3 15.05.05 939 30 12쪽
31 리셋 +2 15.05.03 1,091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29 리셋 +8 15.04.29 1,140 31 17쪽
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27 리셋 +6 15.04.10 1,250 40 11쪽
26 리셋 +7 15.03.27 1,712 44 23쪽
25 리셋 +6 15.03.22 1,716 41 9쪽
24 섬천(剡天) +2 15.03.21 1,493 39 25쪽
23 섬천(剡天) +3 15.03.20 1,767 54 14쪽
22 섬천(剡天) +1 15.03.19 1,667 43 13쪽
21 섬천(剡天) +2 15.03.19 1,657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19 섬천(剡天) +2 15.03.17 1,563 50 23쪽
18 섬천(剡天) +3 15.03.17 1,854 52 11쪽
17 전환점 +4 15.03.14 1,696 60 13쪽
16 전환점 +3 15.03.14 1,654 50 9쪽
15 전환점 +2 15.03.14 1,635 51 10쪽
14 전환점 +2 15.03.14 1,622 47 15쪽
13 전환점 +2 15.03.14 1,562 51 14쪽
» 전환점 +4 15.03.14 1,774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8 56 16쪽
10 각오 +2 15.03.14 1,701 52 20쪽
9 각오 +3 15.03.14 2,246 71 8쪽
8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8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3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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