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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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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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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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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섬천(剡天)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의뢰소의 3층에서 B급 의뢰를 쭉 훑었다. 사냥을 위주로 한 의뢰를 찾고 있다. 슬슬 명성을 위한 업적을 올릴 때가 되었고 점점 육체 랭킹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었으니.

현재 45위. 가히 높고 높지만, 목표는 더 높았다. 아니, 당연히 높아야 했다. 뒤처지면 안된다. 능력을 갖추어 놓아야 안심이 된다. 지옥에서 갖고 올라온 버릇은 독했다.

대략 견적을 뽑아보던 도중, 마침 관리자가 새로 받아온 의뢰지를 나무 벽에 붙였다. 그는 공호에게 눈웃음을 한번 짓고는 폴짝대며 물었다.

"한동안 B급 용병 님들은 안 오셨는데, 무슨 큰 거라도 잡으려고요?"

공호는 잠시 옆을 돌아보곤 다시 의뢰지로 관심을 옮겼다.

"이거 만 한 의뢰 없을 걸요? 다른 건 다 새가슴들이 의뢰한 거라 의뢰금이 좀 짜요. 자이어트 터틀는 티에든 항구쪽에서 출현하고... 요즘 S급 용병이 이 주변에 떳 다던데... 잘 하면 볼 수도 있을 거에요."

공호가 의뢰지를 건너 받았다. 공호가 의뢰지에 손을 대는 순간, 그녀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공호는 의심쩍은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왔다.

"아, 아뇨. 이렇게 생기신 분도 B급 용병 일 때도 있나 하고...."

공호는 신경을 껏다.


-자이언트 터틀의 꼬리. B급

자이언트 터틀의 꼬리 10개를 구해오시오. 개수당 의뢰금 추가지급.

의뢰인: 미공개 의뢰금:30R 꼬리 한 개당 1R 추가.

물건은 의뢰소에 전달하여 수거가 가능. 대금도 의뢰소에서 내줌.


수상쩍기는 하지만 신용이 없다면, 이렇게 큰 돈이 오가는 의뢰는 할 수 없다. 일단 신용적인 면에서는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이언트 터틀이라...'

폰에게 얼핏 들었다. 요즘 해상무역의 골칫거리라며 들썩인다. 등껍질은 고사하고 속살에도 칼을 박아넣기 어렵다는 거대한 거북형 몬스터. B급 의뢰다웠다.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을 다듬기만 하면 최고의 무기나 방어구가 된다. 이 세계에는 우주적 기본적인 법칙이 지구의 우주와 다르다. 일정한 조건에 따라 영구기관이 가능할 지경이다. 열역학? 그런거 씹어먹는다. 다이아몬드를 넘는 강도를 가진 것들이 수두룩하다. 아니, 넘쳐난다.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도 그것 중의 하나다. 욕심이 생겼다. 약한 쇠로 이루어진 단도를 바꿀 때가 되었다.

의뢰 성공 보수만 30R. 1R이면 1V의 100배에 해당한다. 서민들의 주점에 가서 1R의 동전을 튕겨주면, 주점 주인의 머리가 급격히 무거워진다. 머리는 땅에, 손은 위로 향하는 수가 있다. R 단위의 돈이라면 집을 사고 팔고 할 때 쓰는 돈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란 소리다.

'자, 핑계는 집어치고.'

공호에게는 마지막으로, 이 의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끌렸다.


왠지 모르게 끌렸다. 거대행성의 중력처럼 무식한 힘으로 끌어들였다. 단순히 감각에 의존했다 비판할지 모르지만, 감을 믿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감은 좋은 편에 속했으니.

촤아악, 의뢰지를 찢었다.


-육체등급:S 레벨:29 랭킹:45위

이름:무명(등록가능) 칭호:11세대의 선구자,그외..


힘:160 민첩:270 순발력:75 체력:60 육감:45

마나 친화도:240 마나 제어력:195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100


공호는 민첩40, 힘30, 순발력10, 체력10, 육감10 스텟포인트를 투자했다. 이로써 공호의 민첩은 310이다.


마하 5의 속도.


충분히 엽기적이다. 지구의 치타도 이제 속도로서 비교 대상에 들지 않았다. 괜히 쿤이 미쳤다는 게 아니라니까.

마나 친화도와 마나 제어력이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삼미호의 벽에 부딪혔지만 찔끔찔끔 늘어가고는 있다. 마나를 험하게 다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폰에게 호되게 배웠다. 특수마나의 기본원리를 조금 깨우쳤달까. 그간 죽음을 너무 가까이했다. 심각할 정도로. 죽으면 신체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유명(有名)으로 가족이 찾아오도록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육체랭킹에는 내가 나오지 않는다. 육체랭킹은 자신과, 5위 까지의 육체랭킹만을 표해준다. 육체랭킹 5위 안에 드는 것도 가족들에게 안심을 심어줄 터. 현제 육체 랭킹은 45위다. 5위까지 달릴려면 한동안 눈도 못 부칠 예정이다.

이참에 이름도 등록시키기로 했다.

"이름등록, 공호."


-'공호'가 맞습니까?


"맞다."


-등록되었습니다.'


파앙!

공호가 발을 딛고 있던 자리에 막대한 후폭풍이 휘몰아쳤다.


#


소년이 떠나간 용병의뢰소에 마나 수신기의 통화음이 뚜르르 울렸다. 용병의뢰소의 관리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기다렸다. 그러던중 덜컥 하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마나 수신음을 받았다.


-됐나?


전파에는 약 1초의 딜레이가 있었다. 아스페티아의 막강한 빛의 속도로도 1초나 걸리는 거리. 아직 측정에 성공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아스페티아의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킬로미터가 아님은 확실했다.


"네, 넵! 각하. 됐습니다. 방금 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걸로 될까요? 그냥 확 독을 써서 죽여 놓는게.."


-말도 안돼는 소리. 그 놈들은 부활한다고. 네가 수면제로 재워 놓았으니, 이제 내가 알아서 할 꺼니까 신경끄고. 게다가 놈은 극히정보에 의하면 S급 개척자야.


"죄송합니다만, S급 개척자가 무엇인지... 개척자는 B급 까지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있어.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것이다. 교황이 직접 받은 신탁에 의하면 S급은 100 놈밖에 없다. 그 만큼 확실히 잡아 둬야 하는 놈이란 것만 알아둬. 크로티아 용병시험소에서 그 놈이 처음 발견 되었을 때 인간의 제국 황제가 얼마나 뒤집어 졌는지 넌 모를 거다.


사내는 황권농락죄로 능지처참당할 말을 아무렇지도 뱉어내었다. 하나, 관리자는 그 말에 대한 어떠한 토도 달지 않았다. 상대는 황제의 면전에다 그런 말을 해도 상관없는 등급의 용병이었으니.


-젠장. 하필 제로페티아에 들어가서 '그 분'과 찰싹 붙어 있었으니... 한달이나 늦어줬군. 어쨋든 확실히 티에르로 갔지?


"제로페티아의 '그 분'은 또 누구신지..."


-궁금해? 그런데 어떻하냐. 그거 알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텐데. 아스페티아 전부를 뒤져도 이거 아닌 레스토 10명도 안 되는 건데.. 어때? 구미가 당기나?


"아닙니다! 그리고 티에르 방향으로 확실히 갔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네가 쓴 특수 수면제라면.. 적어도 2, 3일 후에야 효과가 나오겠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3일 동안 푹 자는 거니까, 걱정은 말고. 여기가 조금 무리긴 하지만, 무리하면 2일이면 티에든에 도착할 것 같다. 아, 젠장. 인간의 제국 자식들. 이 중요할 때 또 이상한 걸 동시에 의뢰하고 말이야... 무슨 이상한 도끼를 찾아 오라나? 격지부인가 뭐시긴가. 귀찮아 죽겠다. 진짜. 이거 끝나고 맥주나 한 잔 하자. 내가 아주 특별히 쏜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S급 용병, 닐이시여."


#


공호는 예상대로 1시간이 채 안 되어 6500KM가 넘는 거리를 주파했다.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다면 공기와의 마찰열정도. 작정하고 달린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순계산으로도 마하 5가 넘는 속도다. 마찰열이 극심할 수밖에.

신기한 것은 이제껏 이런 속도로 달려도 소닉붐과 그에 따른 충격파가 없었다는 것이다. 마하 5면 상당한 충격파가 발생할 터, 그러나 지형을 어지럽힐 충격파는 전혀 없었다. 공호는 다른 차원이니 그럴 수 있다고 가설을 세우고 가벼이 넘겼다.

폰에게 받은 불의 기숙사 학생의 옷을 입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불의 기숙사의 놈들은 불을 항상 뿜어대니, 놈들의 옷은 단열에 탁월했다. 어머니가 주신 옷을 입었더라면 그 속에 있는 중요 물건까지 전부 타버렸을 것이다. 으으, 상상만 해도 미친 짓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육체가 웬만한 불에는 그을리지도 않는다 하나,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연기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달릴 때는 엄청난 속도에 연기가 불편치 않지만, 온몸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왠지 눈에 거슬렸다. 이건 정말 방법이 없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연기의 탁한 냄새를 맡으며 주위를 둘렀다.

바다의 짠내를 날개 밑에 깔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녀석들이 보였다. 갈매기. 이곳에도 있었다. 아스페티아에서 갈매기라니. 하긴, 인간도 있는 데 갈매기라도 없겠나.

공호는 슬슬 주변을 살폈다.

항구도시인 만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끼룩끼룩, 기분 좋게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곧 기분좋지 않게도 울음소리는 곧 비명으로 바꼈다.

콰아아! 바다에서 거대한 뭔가 솟구쳤다. 놈은 바다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부유하던 갈매기를 입에 덕고 턱을 탁 닫아버렸다. 갈메기는 형체도 없이 먹이가 된 신세다. 그리고 드러나는 놈의 몸통.

'진짜군.'

소문대로 엄청났다. 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거대한 거북이가 보였다. 당장에라도 도시가 공격받을 그런 위치다. 더 위험한 것은 그 놈들의 개체 수가 엄청나다.

"자이언트 터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생김새다. 그 무섭던 이미호의 3배는 되는 덩치. 험악하게 구겨 들어간 주름. 무엇이든 뚝뚝 끊는다는 턱. 결정적으로 B급의뢰의 몬스터.

녀석이 갈매기를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곤 꿀꺽 삼켜 트름을 해 보였다. 거북이의 동심에 삼단 브레이크를 걸어 버리는 놈의 험악한 외형. 아마 다른 생물들은 놈을 보고 벌벌 떨 것이다. 그리고 공호는..

'그 놈 참... 포인트 많이 주게 생겼군.'

그랬다. 이 놈의 검은 대가리는 애초에 동심이고 뭐고 지옥에서 버리고 온지 오래다. 그럴 나이도 아니고. 공호는 얄짧없이 움직였다.

스팟, 고속으로 움직인 공호가 거북이의 등껍질 위에 나타났다.

"일단 한 놈."

오른손에 자연스레 단도가 나타난다. 단도가 짧게 빛을 토해낼 때, 이미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에 닿았다. 틱, 손이 저릿하다.

깡!

흰 금속 조각이 튕겨 나오며 공호의 볼을 길게 긋고 간다. 그 뒤로 빙그그 돌며 멀리 날아가는 부러진 단도의 파편. 등껍질은 미약하게 선이 그어졌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파괴된 곳은 없었다.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녀석의 등껍질로 단도를 마련하고 싶은 욕심이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칭, 살벌한 소리와 함께 손톱이 길어졌다.

그 순간 자이언트 터틀의 커다란 입이 다가왔다. 공호는 가볍게 피한 후 등껍질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티디디딕!

갈랐다. 얕지만 확실하게 가르고 있다. 다이아몬드 경도 이상의 물질에 확실한 상처를 주고 있다. 이 무슨 놀라운 일인가. 무지막지한 손톱이다.

'손톤만 아니였으면..'

손톱은 활용가치가 떨어진다. 손가락에 힘을 싣기는 한계가 있다. 너무도 아쉬웠다. 잘라서 무기로 만들고 싶다만, 자르는 것이 문제다. 공호는 적당히 아쉬움을 추스렸다.

손톱도 손톱이지만, 스스로의 힘에 놀랐다. 이 정도 힘이라면 주먹의 위력도 궁금했다. 고대로부터 많이 쓰이던 육체의 고유 무기 중 하나.

공호는 자이언트 터틀의 막강한 등껍질에 다시 앉았다. 놈은 계속된 공격에 적잖이 화가 올라있다. 등껍질 위에서 진상을 부려대니, 짜증낼 만도 하다. 그렇다고 몸을 뒤집어서 공호를 쫒을 수도 없고.

공호는 주먹을 쥐었다. 뼈가 부러지는 작은 고통, 엄청난 회복력이 있는 이상 충분히 감수할만 했다

빡, 드드득.

망설임 없는 주먹에 위력에 등껍질에 깊숙한 금을 만들어 놓았다. 주먹과 부딪히는 순간, 이미 손톱으로 타격을 입었던 놈의 등껍질이 쩌저적 갈라졌다. 마치 박터지는 소리처럼 명쾌한 갈라짐 소리였다. 주먹의 위력치곤 놀라운 성과. 다만, 왼쪽 주먹 뼈도 놈의 등껍질과 같은 현상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마나를 억지로 돌리는 고통에 비하면 소소한 고통이다.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두득두득.

아니, 신경을 쓰기도 전에 회복되고 있다. 이런 부상도 아마 5분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이제는 놀라기도 질린 이 무식한 회복력.

이제 무리하게 등껍질을 공격하지 않는다. 할 시험은 다 했으니. 고놈 참, 쓸만한 등껍질을 가졌다. 자리에서 사라진 공호가 자이언트 터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아무런 간격도 없이 주먹이 내질러졌다.

빡, 운동량은 질량*속도. 공호는 주로 민첩스텟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힘이라는 막연한 개념 보다는, 물리량에 영향을 주는 속도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확했다. 내질러진 주먹에 녀석이 움찔했다. 단지 그 뿐이었다. 놈이 그에대한 그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소년의 주먹은 섬광과 같이 빨랐으니.

끄워!

자이언트 터틀은 밀려오는 고통에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지팡 고개를 돌리며 비명을 질렀다. 쩌저적. 불행하게도 정신을 찾을 때 즈음, 이미 머리 대부분이 얼어버렸다.


-레벨이 1 상승하셨습니다.


-분석되지 않은 생명체를 사냥했습니다. 인벤토리에 넣는다면 자동으로 생명체의 특징이 분석됩니다.


"인벤토리."

공호는 재빨리 인벤토리에 자이언트 터틀을 넣었다.

속전속결.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공호는 음의 마나를 이용해 통째로 얼려버리는 사냥을 하였다. 각성은 S급 신체만의 것. 즉, 특수마나도 경험자들만이 누릴 기회가 있는 힘이다. 소년은 같은 레벨대의 개척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사냥속도를 보였다. 요즘 들어 잘 들리지 않았던 레벨의 상승 알림이 귀에서 맴돌았다. 사냥에 무섭도록 수직 상승적인 추진력이 붙었다. 정신도 진지했지만, 마치 게임의 보상심리 처럼 사냥자체의 활동에 흥미도 있었다.


죽인만큼 올라선다.


이건 게임이다. 조금 잔인한 게임. 게임에서 아무렇지 않게 몬스터를 죽이고 레벨을 올리는 것 처럼, 여기도 다를 게 없다. 대상이 현실로 바꼈을 뿐이다. 중독성이 생긴달까. 레벨을 올리는 게 목표인 만큼,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릴때마다 공호도 동조할 만큼 미약한 희열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살생을 할 유흥적 이유가 주어진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흥이 올랐다.


얼리고, 회수하고. 음의 마나를 내뱉고, 안으로 들이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마나가 모두 닳는 일은 없었다. 조절해가며 아주 조금 무리를 하자, 얼어버린 거북이들에게서 음의 마나를 회수하는 속도는 급격히 절감했다.

레스토들이 없는 곳.

바다 한복판에는 자이언트 터틀이 넘쳐났다. 다만 바다를 얼려 길을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음의 마나를 흡수하는 동안에는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진다. 바다 한복판에서 자이언트 터틀의 표적이 되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고로 적당히 사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배를 훔칠까.

아니다. 무리한 생각은 그만두었다. 괜히 용병으로서 도둑질하다 걸리면 피곤해질 수도 있다.


-레벨이 1 상승하셨습니다.


단기간에 6이 넘는 레벨이 상승하였다.

무지막지한 레벨의 상승속도. 마나는 어떤 개척자보다 많이 끌어모았지만, 그동안 실력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공호는 레벨을 올리지 않았던 것이지, 한 달 동안 강해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나. 충분히 강함의 조건 중 하나다.

한 달 동안의 기다림이 한번에 폭발한 것이다. 현재 몇 안 되는 공호를 설레게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였으니.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하던 사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공호는 사냥에 심취해있던 것이다.

'스텟이...'


-육체등급:S 레벨:35 랭킹:45위

이름:무명(등록가능) 칭호:11세대의 선구자,그외..


힘:190 민첩:310 순발력:75 체력:70 육감:55

특수 마나 친화도:240 특수 마나 제어력:195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0


6 레벨이 오르며 상승한 스텟은 120 스텟.

이제와는 달리 투여해야 한다.

순발력과 육감이 점점 부족해갔다. 순발력이 상승하면 동체 시력이 상승하고 육감은 또 다른 눈이다. 압도적인 민첩스텟에 의해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것을 잡아낼 육감과 동체시력의 한계를 느꼈다.

자칫 아무 생각 없이 스텟을 투여했다가는 봉변을 당할 뻔하였다.

"순발력60, 육감60 투여."

육감과 순발력이 배로 증가하자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뜬 기분이다.

눈을 감았다.

주위의 냄새, 반사되는 빛, 대류, 미생물이 내뱉은 숨결. 머릿속에 주입되어 어지러울 일 없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일종의 욕구처럼 지니고 있던 느낌이다. 혼란스럽지가 않었다. 스텟포인트를 쓸만하게 투여했다.


해가 져간다.


어이없도록 오늘 하루도 횅 지나가 버렸다. 공호는 뻑뻑한 눈을 깜박였다. 오늘 하루동안 가족에게 무슨일이 생겼을까. 대략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이미 인벤토리에는 70마리가 넘는 자이언트 터틀이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무슨 짓을 하기에도 차고 넘쳤다. 몬스터 시체 처리소같은 곧에서도 매물하겠지만, 대장간이나, 마법사에게 재료로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 이 자이언트 터틀이다. 공호는 그 세가지 방법중에 대장간을 택했다. 등껍질로 만든 단도를 얻기 위해서는 대장간에 넘기는 것이 더욱 순차적이었다.

공호는 근처에 대장간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이 근처에서 대장간이 어디 있습니까?"

"대장간? 어느 대장간을 가려고?"

"큰 곳이면 좋겠습니다."

"티에든 마을에는 가장 큰 대장간이 2곳이 있어. 헬든 대장간,그란딜 대장간. 헬든은 요즘 하락세를 타고 있고 그란딜이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지. 그란딜이 좋을 거야."

공호의 물음에 한 인간은 간단히 그란딜 대장간의 위치를 알려줬다.

팟, 대장간에 도착한 공호는 자이언트 터틀 한 마리를 꺼내었다.

쿵.

어깨에 그것을 매고 대장간에 다가가자 몇 명의 레스토가 인사를 해왔다.

"어서 오십시오."

역동적인 근육을 소유한 레스토들이 크게 인사하며 반겼다. 시선은 모두 자이언트 터틀에 집중되어 있었다. 없어서 못 구할 정도의 물건을 대장간에 가져왔다.

그럼 그 뒤 이야기야 뻔했다.

그들의 눈이 누런 무언가로 물들었다. 당연한 현상이면서도 공호는 그런 낌새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이언트 터틀을 팔 수 있습니까?"

"얼마든지요. 애들아, 안으로 모셔라!"

기다렸던 대답에 각종 레스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공호는 자이언트 터틀을 내려놓고 대장간 내부의 대접 의자에 앉았다. 왜소한 덩치에 콧수염을 기른 난쟁이 레스토가 공호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확인해봤습니다. 성체더군요. 대략 재봐서 5R 정도. 어떠십니까?"

공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공호의 표정을 보며 한 번 씩 웃어줬다. 공호는 승낙을 내리지 않고 얌전히 놈의 눈을 직시했다.


시세는 모른다.


그렇지만 저 놈이 가격 후리기를 하려는 것만은 알았다. 지옥에서는 이걸 막연히 '감'이라 하고 넘겼다. 그게 여기서는 좀 더 정확해졌다. 육각으로 전해지는 놈의 심장박동이 그러했고, 놈의 맥박또한 그러했다. 급격히 올린 육감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 놈의 생체 활동정도는 잡아내었다.

공호는 허리에 매단 B급 용병패를 툭 건들며 말하였다.

"의뢰를 하고 있어서 꼬리 부분은 잘려져 있습니다."

공호는 낚시줄이 달린 말을 툭 던졌다.

"상관없습니다. 5R, 거래하죠."

팔이 4개 달린 그가 품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1R의 동전 5개였다. 드드드륵, 나무로 이뤄진 탁자를 타고 동전 5개가 밀어졌다. 실제로 처음 벌어보는 돈이다. 차가운 황금의 감촉이 살을 타고 전해졌다.

"거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심장박동이 더욱 빨라짐이 느껴졌다. 무엇이 그렇게 흥분시켰을까. 공호는 미끼의 결정타를 날렸다.

"자이언트 터틀이 더 있는데, 그걸로 무기제작이 가능 합니까."

그의 팔자주름이 미약하게 짙어졌다. 어리버리를 하나 잡았단 생각에 표정관리가 풀어질 뻔 했다.

'그란딜 대장간을 도약할 봉을 잡았다.'

B급 실력자 정도가 사냥 가능한 놈을 가져와서 5R을 받는다고 한다. 순례대로 라면, 7R 정도는 받아야 정상이다. 후에 가공을 해서 2차적인 수익을 포함하면 벌써 5R의 이득을 낸 것이다.


이 바닥이 본래 그렇다.


이런 놈들을 사냥 하는 용병들은 눈탱이를 맞든, 뒷통수를 얻어 터지든 실질적으로 아프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갔다. 모르니까. 자유로운 그들이 이 넓은 아스페티아의 몬스터 시세를 하나하나 꿰고 있을 수는 없다. 지역에서 노는 용병이 그 지역의 몬스터를 잘 아는 것이면 모를까, 보통은 그러했다.

'이 녀석만 있으면 헬든 대장간의 기세를 한층 더 꺾을 수 있다.'

큰 물건을 가공하거나, 받아들였단 건 대장간의 명성을 올린 다는 것. 그것은 동시에 상대 대장간보다 더 우위를 점한다는 뜻이 된다. 그란딜의 경우 헨든 대장간을 어떻게든 해 보려고 안달한지 벌써 10년이다. 게다가 요즘 어떠한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자이언트 터틀을 10마리 넘게 구했다고 다시 기세를 피려 한다.

확실히 밟아줄 방법이 생겼다.

"얼마든지 가능하죠. 대략 몇 마리나.."

"70마리는 있습니다."

"치, 칠십!"

이번에는 감히 놀람을 참을 수 없었다. 70마리라는 거대한 분량이 쟁여져 있다니. 보통 B급 용병도 이렇게 한 몬스터를 매니악하게 사냥하진 않을 텐데.

그게 어찌됬든 그의 머릿속엔 상상의 나라가 펼쳐졌다. 대장간의 장대한 도약을 그리며 속으로 헤픈 웃음을 흘렸다. 걸림돌이 있다면, 70마리를 한 번에 감당할 만한 지갑 사정이 안 되지만... 아니, 문제랄 것도 없다. 저 쪽에서 보급식으로 자이언트 터틀을 넘기기로 계약 하다면, 충분히 시간이 만들어 질 테고 그동안 가공해서 팔아치워 돈을 번다면 충분히 소화 가능했다.

그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계약서를 작성하려 했다. 그의 심장이 폭발적으로 뛰었다. 무언가 잡은 그런 눈빛이었다.


공호는 최종적으로 확신했다.


"됐다."

"예?"

공호는 5R을 살짝 튕겼다. 쇅, 하는 소리와 함께 동전은 그의 옷을 뚫고 벽에 박혔다. 그는 황당하고 동시에 얼빠진 표정으로 공호 쪽을 노려봤다.

공호는 자이언트 터틀을 들었다. 모든 레스토들이 어쩔줄 몰라 입을 닫았다. 공호는 자리에서 귀신같이 사라졌다.

"아, 아..아!"

공호의 움직임에 늦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레스토의 얼굴을 강타했다. 레스토는 반사적으로 공중에 헛손질했으나 잡히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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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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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1,045 28 12쪽
32 리셋 +3 15.05.05 939 30 12쪽
31 리셋 +2 15.05.03 1,091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29 리셋 +8 15.04.29 1,140 31 17쪽
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27 리셋 +6 15.04.10 1,250 40 11쪽
26 리셋 +7 15.03.27 1,712 44 23쪽
25 리셋 +6 15.03.22 1,716 41 9쪽
24 섬천(剡天) +2 15.03.21 1,493 39 25쪽
23 섬천(剡天) +3 15.03.20 1,767 54 14쪽
22 섬천(剡天) +1 15.03.19 1,667 43 13쪽
21 섬천(剡天) +2 15.03.19 1,657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 섬천(剡天) +2 15.03.17 1,564 50 23쪽
18 섬천(剡天) +3 15.03.17 1,854 52 11쪽
17 전환점 +4 15.03.14 1,696 60 13쪽
16 전환점 +3 15.03.14 1,654 50 9쪽
15 전환점 +2 15.03.14 1,635 51 10쪽
14 전환점 +2 15.03.14 1,622 47 15쪽
13 전환점 +2 15.03.14 1,562 51 14쪽
12 전환점 +4 15.03.14 1,774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8 56 16쪽
10 각오 +2 15.03.14 1,701 52 20쪽
9 각오 +3 15.03.14 2,246 71 8쪽
8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8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3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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