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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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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92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3.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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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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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9쪽

전환점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다 아는 사실이자만, 제로페티아 학생은 대부분 폰을 완전깔아 뭉개놓으려 한다. 이유랄 것도 없이 폰의 존재자체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폰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모두가 다 아는 절대적인 폰의 장점이 있었다.


풍의 마나에 대한 사기적인 재능.


그 부인할 수 없는 끔직하리만큼 충격적인 재능이 있기에 폰은 존재할 수 있었다. 가끔은 교수들도 끝을 보지 못한 폰의 재능인데, 학생들이 보기엔 오죽할까.

하지만 폰은 여태껏 그러한 재능이 있었음에도 단 한번도 대련에서 드러낸 적은 없었다. 대련은 귀족들에게 타격을 줘야하는 시간이었으니까. 그 보복이 두려워 대련만 나왔다 하면 폰은 기권했다.


그 상황은 공호로인해 변했다.


폰은 이번 한 번은 공호를 믿고 질러보기로 했다. 보복이든 뭐든, 어차피 진짜 죽이는 것도 아닌 환상결계 안에서의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대련은 갑작스럽게 전달된 교장의 명으로 조금 특이하게 변했기에 상황은 애매하게 돌아갔다. 집단 전투. 특수 마나를 다루는 100명의 학생들이 대련장 안에서 20명이 남을 때까지 대련을 하도록 규칙이 변하였다.

"모두 대기!"

교장의 갑작스러운 명령과 함께 오늘은 기권하지 않는 폰을 모두가 의심스런 눈으로 봤다. 이건 폰을 떨어뜨리기 위한 장치 같았다. 이런 대련이라면 폰을 혐오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무리하지 마라."

"아니요. 무리 좀 하겠습니다."

평소 무심하던 교수조차 폰에게 제안했으나, 폰은 정중히 거부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교장이 날 도왔어.'

걱정? 그딴거 필요없다. 50명이든, 99명이든 달려들어도 상관없었다. 폰은 오늘 숨겨뒀던 어금니를 들어냈고, 그만큼 날카로운 어금니를 가진 학생은 없었다.

"준비, 시작!"

쾅!

대련이 시작한 즉시 거대한 바람이 몰아쳤다. 결계 안쪽의 공기가 엄청난 압력과 함께 한 쪽으로 쏠렸다."으아악! 무슨 바람이!"

폰은 머리카락이 살짝 들썩거렸을 뿐, 바람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모든 학생들이 날아가지 않기위해 자세를 잡았다. 조금 실력있는 녀석들은 각자의 특수 마나를 발현하여 지지대를 만들어 버텼다. 어떤 놈은 수의 마나로 물 속에 들어가 버텼고, 토의 마나로 대련장의 흙과 돌로 지지대를 만들었다. 또한 양의 마나를 이용해 불꽃을 뿜어내며 버티는 놈들도 있었다.

"저 놈..."

교수는 자리에 털썩 앉은 체 그 광경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진즉이 괴물이고, 폭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어떤 폭탄인지는 몰랐던 거다. 지금 폰은 고작 학생따위가 아니였다.

'저 정도면... 제로페티아 준교수자격은 취득할 수 있겠군.'

폰은 그 난장판 속에서 앞을 노려보며 걸었다.

"야, 잡아!"

급격한 상황에 약한 학생들은 서로가 적인 것도 잊은 체 손을 잡았다. 그 놈들은 대부분 평소 폰을 괴롭히던 놈들이었다. 폰의 실력을 극도로 혐오하며 시기했던 녀석들. 놈들이 다시 단합을 시작하였다.

태연히 걷던 폰은 표정을 더욱 굳혔다.

"방(放)."

바람이 한 층더 강해진다. 군데군데 회오리가 생성되며 대련장 바닥이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폰은 풍의 마나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 풍의 마나를 다 쓰면 끝나고 보복을 하겠지. 할 수 있으면 해. 그때면 형이 올 거니까.'

겉모습은 이래도 폰은 전직 어릿광대였다. 사람보는 눈쯤이야 어렸을 때부터 촘촘했다.

여러군데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더 꽉잡아!"

"날아간다!"

손을 잡고 단합하던 녀석들은 견디지 못하고 흩어져 저 높이 날아갔다. 그런 어중간한 녀석들은 전부 날아가고 남은 건 진정 실력자들이었다.

'마지막이다.'

폰을 두 손을 모아 바닥에 내리쳤다. 폰의 모든 풍의 마나가 손을 통에 빠져나간다.

콰아앙!

강력한 바람이 한 번에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며 순식간에 수십명의 학생을 날려보냈다. 정신 없이 주변이 흐트려지고, 솟아오른 돌조각들이 모든 것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그 광경에 학생 전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람이 멎었다.

높이 날아갔던 학생들이 바닥으로 투덕투덕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결계안에서 죽었고, 그렇기에 결계 밖으로 쫒겨났다.

이제 대련장 안에 남은 인원은 폰을 제외하고 10명. 그들이 침을 삼키며 긴장할 때였다.

"이제 기권하겠습니다."

폰은 손을 들고 말하였다.

"... 그래라."

그리고 늘 하던대로 교수는 자유 대련시간을 주고 자리를 떳다.


#


"쪽팔려 미치겠네."

"이젠 놈도 마나가 다 빨렸겠지."

폰에게 밀려났던 놈들은 이를 갈고 다시 결계 안 쪽으로 돌아왔다. 그 수만 40 명 가까이 된다. 이 놈들이었지, 폰을 괴롭히는 데 압장 선 놈들은. 폰은 일어설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아, 자리에 누운체 색색 얉은 숨소리만 내었다.

폰은 마지막 발악으로 바람을 내뿜었다. 강한 바람이 주변을 휘감는다. 그러나 놈들은 손을 올려 풍압을 견디고 폰을 향해 전진했다.

"넌 진짜 뒤졌어."

놈들은 폰의 뒷목을 꽉 쥐었다. 결계에서 때려봤자,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니 결계 밖으로 끌고 갈 셈이었다. 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상태로 뒷목을 잡힌 체 다리를 바닥에 끌며 결계에 앞까지 끌려갔다. 폰은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눈을 감아버린다.

쇄애액!

"그렇지않아도 교장 때문에 기분 더러웠는데."

어디선가 들린 소리에 폰을 끌고가던 놈들은 고개를 휙 돌렸다. 쾅! 폭발음이 울리며 폰의 목을 잡던 녀석의 머리가 박살난다. 머리가 없는 놈의 몸은 무릎을 끓은 체 바닥에 몸뚱어리를 박았고, 그와 동시에 결계밖으로 쫒겨났다.

파앙!

곧이어 공기 터지는 소리가 나며 두어명이 튕겨나가며 죽었고, 바로 결계 밖으로 쫒겨났다.

"뭐, 뭐야."

'왔구나.'

한 순간 수십번의 바람소리가 들리며 주위에 있던 학생 모두가 목이 꺽이며 결계 밖으로 쫒겨난다. 당황한 녀석들이 다시 결계안 쪽으로 들어와도 결과는 같았다.

스윽, 공호는 단도를 꺼내자마자 뒤로 찔렀다.

다가오던 학생의 호위에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결계 밖으로 퇴출당한다. 마치 모든 전투적 흐름을 읽은 듯 귀신같은 움직임이었다.

공호는 뒤이어 발을 향해 음의 마나를 쏟아부었다. 쩌저적, 얼음이 다리를 통해 방출되며 결계 안에 있는 모든 학생과 호의들을 결계밖으로 밀어낸다.

이윽고 공호는 망설임없이 결계 밖으로 나가 바닥에 손을 짚었다. 쩌저저적, 바닥이 푸른빛으로 변하며 결계 주위에 있던 모든 학생과 호의들의 발이 얼어붙었다.

얼음에서 천천히 가시가 올라왔다. 뾰족한 가시는 그들의 몸을 찌를 듯 말듯 한 위치에서 멈춰섰다. 조금만 움직여도 찔리는 가시.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던 공호는 살벌했다.

"여긴 결계 밖이다. 죽고 싶은 놈은 또 지랄해겠다고 해봐."

참지 않았으면 그대로 전부 찔러버렸을 공호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 학교의 교장이란 레스토 덕분에 여러가지로 혼란스럽고, 적잖이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가족을 찾을 수 있다니...'

여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아, 안 할께."

어떤 놈은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했다. 한심한 놈. 맞아보지도 않은 놈이 때리기만 했으니까 저렇게 추해보이는 거다. 여전히 공호는 그런 놈들을 혐오할 정도로 싫어 했다.

놈들은 덜덜 떨었다. 추워서 떨었는지, 아니면 공포로 떨었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추워서 떠는 거라고 애써 믿고 있는 놈들이 불쌍해보이기 까지 했다.

마침 폰이 절뚝거리며 결계 밖으로 나온다.

"형."

공호는 놈들과 자신을 연거푸 돌아보는 폰을 봤다. 이 학교는 싫지 않았다. 그러나 저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귀족들이 싫었다. 공호는 폰에게 물었다.

"이 중에서 골라. 어떤 놈이였는지."

폰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힘겹게 약 5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짚어냈다. 공호는 그 50명과 놈들의 호위를 제외하고 모두 얼음을 흡수해 녹여주었다.

공호는 그뒤 폰의 기숙사로 걸어갔다. 폰이 따라 붙으며 물었다.

"형, 그러면 재네들은.."

"알아서 녹이라고 해라. 그 전에 움직이면 찔리는 거고 뭐."

"얼음은 언제쯤 녹는데?"

"자연상태로 녹이려면 한 달쯤 걸리겠지."

이야기를 엿듣던 놈들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괜히 움직인 팔 덕분에 가시만 찔렸을 뿐이었다. 이제 나오던 눈물까지 얼어붙는 것 같다. 그들이 서 있는 자세도 다양각색이여서, 한 발 만으로 서 있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

폰이 고개를 돌렸다. 녀석들은 주인 앞의 개처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간절히 애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약한 폰의 마음을 어떻게든 구슬려보려는 수작.

폰은 웬지 죄책감을 느낀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길을 찾았단 생각에 놈들이 더욱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폰은 그 눈빛을 견딜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놈들이 속으로 쾌소를 지었다.

폰이 공호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며 말하였다.

"형, 한 달은 너무 적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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