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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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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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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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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각오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지구의 바오바브나무도 부족한 크기였다. 나무에서는 자연적인 위압감이 흘렀다. 앞에 거대한 나무가 아니라, 숲 전체와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 하나에서 백을 보여주는 위압감. 왠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식물로서가 아닌 지성체로서.

"어떤가?"

묠드는 나무의 노출된 뿌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어느샌가 말투도 바뀌어 있었다. 목 주위에 단도가 어슬렁 했던 것은 까먹은 것인지, 너무도 들떠 보였다.

"생각 하는 것 같군요."

공호는 경어를 써서 서먹한 거리감을 떨어뜨려 놓았다. 그에게 지금 활은 없었다. 또한 거래를 한 상태이며 적의를 보이는 즉시 죽일 준비도 되어 있었다.

묠드의 말에 의하면 그의 나이는 적어도 반 천년. 그런 이에게 반말을 찍찍 써 대면 손해만 볼 뿐이다. 그러니 적의가 없는 이상 경어를 쓰는 게 이득이었다.

"맞네. 실제로 생각을 하는 나무야. 내가 태어난 나무이기도 해. 즉 육친이지"

나무를 밑동이부터 다시 한번 스쳐올려보았다. 고개를 올렸지만 끝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성한 나뭇잎이 공명하듯 파르르 떠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을 굴리면 굴릴 수록 신기했다.

숲을 좋아하지만, 이런 묘한 마력을 지닌 나무는 처음이다.

줄기는 위용을 과시하며 하늘을 뚫고 뿌리는 땅을 장악하겠단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넓게 퍼졌다. 잎은 숲에서 홀로 남다르게 태양빛을 받아 찬란함을 뿜어냈고, 마지막으로 숲의 정기를 모조리 가져가겠단 듯 주위 식물이 그 나무를 향해 휘어져 있다.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다.

"못 믿겠지만, 이 나무는 현제 큰 부상을 입고 잠을 자고 있다네. 육체가 같으니 나는 알 수 있어. 자네가 해줄 일은 이 나무를 얼려버리는 일이야. 이 나무가 얼면, 숲이 붕괴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있지."

"방법이 있는가요?"

"바로 시키는 대로 하게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묠드의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묠드가 처음으로 지시한 일은 아랫배에 있는 기운을 찾는 것이다. 아랫배에는 극한의 한기가 느껴지는 기운이 자리 잡은 것으로 기억했다. 우선 놈을 찾아내야 한다.

여우구슬이 몸에 흡수된 이후 그 기운을 다시 느낀 적은 없었다. 성급히 느낄 필요도 없어 보였고.

의식을 주어 강제로 음의 기운을 느끼려고 하니, 팟 하는 감각과 함께 시린 극한의 냉기가 감각에 잡혔다. 생각보다 쉬웠다. 생각하니, 되는 수준. 심장에 손을 얹고 박동을 느끼는 수준이었다.

"찾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네. 아무리 개척자라도 3일은 걸릴게야. 희미한 것도 아니고 감각적도 아니야. 분명히 몸에 확실한 느낌이 와야 해. 잘 찾아보게나."


그런가?


몸에 시리운 극한의 냉기가 느껴졌긴 했지만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녀석을 억지로 자극했다. 강한 자극에 녀석은 처음에는 태풍같이 선환하기 시작했다. 원통형의 길을 따라 회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제자리에서 강하게 기운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자리에서 강하게 돌던 냉기는 주위의 뭔가를 빨아들여 양을 늘리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냉기에 의해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실로 좋은 느낌이다. 조금 더 느껴보기 위해 아랫배에 약간의 더 강한 자극을 주었다.


멍청한 짓이었다.


컥, 녀석은 제자리에서 선환 하는 것 뿐이었지만, 내장이 갈리는 고통이 시작됐다.

콰드드득.

감각을 찾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입을 벌리려 했지만 극심한 고통과 입을 열면 안된다는 직감이 몸을 강타했다.

매섭고 차가운 기운은 제자리를 회전하며 몸 전체를 얼려버리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멈추려고 큰 자극을 주었지만, 더 큰 화의 시작이었다.

회전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강한 자극은 나선을 그리며 선환을 빠르게 가속했다. 미칠 것 같았다. 배를 가르고 얼음 조각을 박아 넣어도 이보다는 덜 할 것이다.


오늘은 왜 지랄맞은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 나는지. 아스페티아 첫 날인데 말이다.


애초에 이건 기운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섰다. 기운이 충만하다 넘쳐 고통받는 거다. 심장박동 좀 느낄려다가 심장마비오는 거와 비슷한 상황.

묠드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고통을 받게 생겼다. 공호는 묠드에 대해 의심이 확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당할 줄은... 만약, 다시 살아난다면 척추를 접어주마..'

이왕 이렇게 된 거, 거친 냉기의 회오리를 자극에 신경 쓰지 않고 손을 향해 밀어 넣었다. 원통형의 길을 만들어준 막들과 같은 것이 가로막았다. 짜릿한 고통이 다가오는 막. 고통의 막을 뚫기 위해 사정없이 마나를 밀어 붙었다.

푸흡.

목구멍에서 차가운 피가 솟구쳐 올랐다.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그것은, 붉은 얼음조각이 되어 땅으로 떨구어졌다. 밀어 넣은 기운을 뒤로 당겼다가는 어떤 대참사가 발생할지 몰랐다.

계속 기운을 손에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막이 뚫렸다. 당연한 듯 두 번째 막이 손까지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제 되돌리지도 못한다. 고통이고 뭐고, 더욱 무식하게 밀어붙였다. 살아야 했으니까. 모든 사고는 오직 놈을 손에 밀어 넣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당장 그만두게!"

묠드는 공호의 이상 현상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마나를 느끼랬더니, 벌써 억지로 팔에 집어넣고 있다. 얌전히 마나를 흘려서 팔에 집중시키면 될 것을, 마나페인(mana pain)을 뚫어서 손까지 이동시키려 한다.

마나페인.

인체에 있는 신비의 막. 응집된 마나만이 뚫을 수 있다는 일명 악마의 막이다. 알려진 것도 별로 없다. 마나페인을 뚫으려는 미친 레스토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는 것은, 단지 150개를 넘나드는 개수라는 것. 그리고 뚫으려면 쇼크사를 할 수 있는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옛 인간 중에서 1개의 마나페인을 뚫는 것으로 성인식을 증명하는 부족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 멸족됬다고 들었다. 높은 확률의 쇼크사로 부족 원이 한번에 후두둑 떨어져 나간 것이다. 마나페인을 전부 뚫은 이는 역사상 한 명의 레스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어떤 신화적 존재 일지라도, 그 어떤 전설적 인물도. 마나페인을 10개 이상 뚫었을 정신력을 가진이는 없었다. 아무런 자료도 없는 마나페인.

마나페인을 뚫어 성인식을 하는 인간부족의 멸족 이후로는 마나 페인을 뚫으려는 미친 레스토는 나오지 않았다. 묠드는 측은지심으로 공호를 바라봤다. 다만, 묠드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공호는 이미 마나 페인을 뚫었었다.


여우 구슬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40개가 넘는 마나페인을 뚫어야 한다. 게다가 정신을 잃는 다면, 폭주여우처럼 미쳐버린다. 공호는 이미 그 미친 고통을 40번이나 이겨낸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른다.'

묠드는 혹여나 죽거나 미쳐버릴 공호를 경계했다. 소년이 마나페인을 이겨내리라는 생각은 없었으니까.


극한의 고통 덕에 배가 뚫려도 모를 것 같다. 무엇인가 터졌다. 어쩔 수 없지. 경솔하게 행동한 자체가 자신 잘못이었다.

파바바박!

연속으로 무엇인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억지로 밀어붙인 탓일까. 냉기는 어깨까지 도달했다. 정신을 당장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이 다시 한 번 밀려왔다.

콰앙!

이미 던져진 주사위. 갈때까지 가봐야 했다. 최대한의 힘으로 냉기의 기운을 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쾅!

무지막지한 소리가 났다. 손 끝까지 냉기가 도달했다. 언제 생긴 지 모를 길을 따라 냉기가 아랫배로 돌아가려 했다. 더 이상 냉기를 잡을 의지조차 너덜너덜해졌다. 냉기는 조용히 아랫배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모든 고통이 제자리에 자리잡았다.

혼미했던 의식이 초점을 맞추며 돌아온다.

"이봐! 괜찮나?"

묠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통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습니다."

"에라이, 미친 인간아. 구슬이 소멸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무슨 짓을 한 거야."

공호가 잠시 동안 있던 일을 설명하자 묠드는 점차 넋이 나갔다.

"내 반 천 년 살며 본 인간은 많지 않네만, 자네 같이 완벽하게 미친 짓을 하는 인간은 들어본 적이 없네. 아니, 인간이 맞는 건가?"

"개척자입니다."

당연한 대답에 해머로 한 대 맞은 듯한 묠드의 표정이 압권이다.

"허, 허허. 맞아. 그랬지. 개척자는 무섭구먼. 뭐 달라진 것은 없나?"


-육체 등급:S 레벨:23 육체 랭킹:1위

이름:무명(등록가능) 칭호:11세대의 선구자


힘:110 민첩:200 순발력:75 체력:70 육감:55

특수마나 친화도:105 특수마나 제어력:85

부여 가능 스탯포인트:170


혹시나 정보를 봤더니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수마나 친화도라는 것과 특수마나 제어력이 순식간에 늘어있다.

눈을 감고 아랫배의 마나를 확인했다.

이제는 매우 쉽고 빠르게 느껴졌다. 게다가 시리도록 차가운 느낌이 사라졌다. 더욱 집중했다. 원형의 길 말고 다른 길이 생겨났다.

아랫배부터 손끝까지 이상한 길이 뚫어져 있었다. 아주 작은 구멍으로 뚫어져 있지만, 손 끝까지 분명히 이어져 있다.

'설마'

아랫배의 냉기를 움직여 보았다. 여전히 회오리를 쳤지만, 고통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가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조심히 작은 길에 냉기를 넣어보았다. 구멍에 차가운 기운이 통과했다. 그대로 쭉 구멍을 통과하여 손바닥까지 옮겼다. 손바닥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뭔가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손바닥에 한계까지 모인 기운을 방출시켰다. 막대한 기운에 순간 손을 공중에 저었다.

쩌저저억.


빙룡이었다.


한 마리의 빙룡이 손을 휘두른 경로를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날지 못한 빙룡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미쳤군."

조각나며 튀어 오른 얼음조각이 공중에 만개했다. 비현실적 광경에 미세한 쾌감이 느껴졌다. 육체를 벗어난 이형의 힘.


-육체의 고유적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세 번째 특징은 음의 마나입니다.


손에 차츰 기운을 끊고 주위를 수습하기 위해 일단 묠드를 바라봤다. 얼굴이 새빨개진 묠드에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됐다. 이내, 침묵을 선택했다.

"큿."

묠드의 얼굴이 장미빛 보다 붉어졌다.

"크하하하!"

미친 듯이 웃었다. 묠드는 정말 광기에 물든 인간의 그것처럼 웃어대었다. 좋지 않은 기억에 잠깐이지만 공호의 손이 들썩거렸다. 고개를 들었다.

"빨리 다음으로 가죠."

"알겠네. 자네의 얼음은 대단했다네. 대기에 음의 마나를 퍼트려 얼려버릴 줄은 몰랐네. 좀 쉬는 것이 어떤가? 고통이 엄청났을 텐데.."

"지금 가죠."

묠드는 후련히 웃으며 한편으로는 쓰디쓴 눈빛을 만들었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란 소리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묠드는 떨떠름한 질문을 하였다.

"혹시 자네 등급이 어떻게 되나? 개척자의 육체에는 등급이 나뉘는데 그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들었네."

"정말 개척자에 대한 많은 것을 아시는군요."

"혹시 황제의 등급이라는 B급의 육체 아닌가?"

"황제의 등급?"

"아닌가 보군. 하긴, 그 등급이 아무 데서나 나오겠나. 개척자들의 지능은 아주 낮아서 딱딱한 언어만 구사할 수 있었지. 놈들은 육체의 등급이라며 그것을 척도로 삼아 다른 개척자의 강함을 분별했다. 그것이 육체등급이라고 전해지네."

궁금했다.

10번을 아스페티아에 전쟁을 일으킨 개척자들이 그토록 지능이 낮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때, 머릿속에 스쳐들어 잊혔던 쿤의 말이 떠올랐다.

'네놈들은 참으로 대단하군. S급 신체를 유지할 정신력의 생물체가 100명이나 존재하다니. 게다가 다른 놈들도 평균적으로 엄청나군. D급 이하의 육체는 아예 없잖아? 처음이다. 이런 행성.'

왜 이리 멍청했을까.

쿤의 입으로도 이미 이런 짓을 한 것이 한번이 아니란 사실을 내뱉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원흉, 쿤의 말을 흘려들은 자신이 한심했다.

"궁금하군요. 개척자의 옛 평균적인 등급은 어떤가요."

묠드는 긴 회상에 잠기듯 말을 이었다.

"괴물이었지. 가장 낮은 등급은 F등급이었네. 그마저도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전투능력이 떨어지는 레스토는 가볍게 학살할 수 있을 정도였지. F, E, D, C, B의 순서였다네. 한 단계 상승할수록 차이는 극심했지. 단 5명만 있었던 B급의 등급의 개척자들은 천재지변 급으로 치부했네."

묠드는 치를 떨며 말을 맺었다. 하나,공호는 더욱 가관이었다. 표정이 시커멓게 죽을 정도다. 수많은 생각이 머리에서 스쳐 갔다. 지구의 인간이 무엇인가.욕심의 종족 아니던가. B급 개척자는 인간에게 널리고 널릴 것이다. 종족 간의 큰 전쟁이 눈앞에 선했다.

전쟁따위가 문제는 아니였다. 정말 문제는 그 전쟁에 혹여나 말려든 가족의 모습이었다. 공호는 결심했다. 목표는 가족을 찾고 행복하게 사는 것. 다른 것에는 관심 없다.

묠드도 알아야 될 일이다.

"....저는 S급 개척자입니다."

"S급? 그런 등급도 있었나?"

공호의 입에서 간략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번 개척자는 B급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며, D급 이하로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B급 위로 A급과 S급이 있다는 이야기. 그런 절망만을 몰고 묠드에게 쏟아붙는다. 죽음 앞에서도 점잖던 묠드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일순간의 일이었다.

"그 말..진실인가?"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하는 심상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다. 공호는 묠드를 적당히 안심시켰다.

"지능이 있는 종족입니다. 전쟁의 위험을 아는 종족이죠.

"그렇다면 좋겠건만. 자네는? 100명밖에 없는 존재 이지 않은가? 그럼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진데."

"아까 보여준 실력이 전부입니다."

"그럴 리가!"

"진실입니다."

설마하는 섬뜩함이 뇌리를 스쳤다. 묠드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이번 개척자가 온 지 얼마나 됐지?"

"하루 정도.."

"니미럴! 하루만에 그 정도의 실력이란 말인가? 망했군. B급의 개척자가 3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도 자네처럼 성장하지는 못할걸세."

그들의 역사를 알진 못한다. 그렇기에 그 전의 개척자가 어땟는지도 모르겠고.


여튼 여긴 너무 복잡했다.


'10살때 였지. 붉은 달이 뜬 것이. 지구의 역사도 잘 모르는 판이군.'

대략 접해본 것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과 이탈리아, 미국정도. 고대 로마와 비잔티움의 중세 로마에 대해서도 약간 관심이 있었지만, 자세히 파고들지는 못해서 라틴어를 구사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학교와 기계어가 그립다.'

어렸을 때는 뭐가 그리 좋다고 숲에 머리를 담궜는지, 학교도 가기 싫어했다.

"그런 자네가 또 여우 구슬을 흡수해? 게다가 잠시의 시간 동안에 이미호(二尾狐)가 되어버렸고? 왜? 미개척지역으로 사냥 간다고 하지?"

흥분한 묠드의 초록 얼굴이 홍당무처럼 되어 버렸다.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니 얼마나 감정이 격양되었을지 보였다.

공호는 적당한 시간 차를 두고 묠드의 말 중에 있는 의문을 물었다.

"이미호? 꼬리 2개의 여우 요괴를 말하는 겁니까?"

"그러네. 널리 알려지지는 않지만 여우들은 자신들의 꼬리의 숫자에 따라 힘이 보인다고 하지. 자네도 조금 전의 일로 인해 꼬리를 하나 더 달지 않았는가."

무의식에 가까운 속도로 허리를 바라봤다. 두렵게도 정말 2개의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여우가 이미호가 된다면 그때부터 정체를 숨길 수 있다고 들었네. 느껴지는 것이 있나?"

공호는 정체를 숨긴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지가 손톱에 머무르는 순간, 험악하게 긴 손톱이 살속으로 들어갔다. 기이한 일이었다.

"이거, 굉장한데요."

이번에는 꼬리에 의지가 머무르자 꼬리가 허리 속으로 감촉같이 사라졌다. 정체를 숨긴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눈에 띄는 특성을 지우는 것이었다.

"자, 내 부탁은 저 나무를 얼려달라는 것이었네. 가능하겠나?"

본격적으로 본론이 나왔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자네가 다루는 기운은 음의 마나라고 하네. 아랫배의 냉기를 말하는 것이라네."

힘을 다시 한 번 시험할 겸 도전의 욕심이 들었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는 앞에 서는 것만으로 기가 질리는 기분이다. 그 정도로 기가 센 나무다. 다만, 공호는 그런 것에 휘둘릴 줏대없는 놈은 아니었다.

나무에 손을 얹었다. 묠드가 음의 마나라고 말하는 냉기를 다시 불려 들었다.


점점 이 냉기에 적응해 나갔다.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다. 공호는 작지 않은 기대를 했다. 만약 이 능력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얽히고 비틀어지는 음의 마나가 아랫배에서 다시 한 번 폭풍을 일으켰다. 몸에 한이 서리지도, 고통이 있지도 않았다. 공호는 차가우면서 자신에게 만큼은 매섭지 않은 음의 마나를 마나페인을 통해 손으로 이동시켰다. 어째서인지 손까지 마나를 연결하는 구멍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이런 느낌이던가.'

익숙한 느낌을 찾아가며 마나를 길이 뚫린 오른손에 모았다. 금세 한계까지 모인 마나가 감각을 알려줬다. 익숙한 감각에 이끌려 손의 마나를 폭사시켰다.

쩌저저저억.

나무가 얼어갔다. 급속도로 얼어가는 나무에 묠드의 표정도 같이 긴장으로 얼었다. 손에서 감당하지 못할 기운들, 음의 마나가 빠져나갔다.

콰아아아.

무섭도록 빠르게 방출되는 음의 마나에 머리가 핑 돌았다. 공호는 후유증으로 치부하고 끝까지 음의 마나를 쏟아 부었다. 세상이 지속적으로 울렁거렸다. 바람에 가라앉는 나뭇잎조차 울렁이게 보였다.

감일 뿐이지만 나무가 반항을 해왔다. 나무에서 음의 마나을 밀어내었다. 덕분에 몸에 역행하려는 음의 마나 덕분에 마나 주입을 멈출 수 없다.

공호의 얼굴에 고통으로 가득 차올랐다.

'어?'

오공(五孔)에서 시린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대로 눈이 감기며 정신이 끊기려 했다. 미칠 정도로 괴로웠지만 버틸 수 있었다. 아니, 버텨야만 했다.

"마나를 적당히 부어야지, 오공에서 피가 뿜어져도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계속 붓다니!"

묠드는 기겁하며 공호를 말렸다. 그러나 공호는 묠드의 괴성을 들을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공호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폭풍 같은 음의 마나를 빠르게 돌렸다. 경험상으로 음의 마나라는 것을 더욱 빠르게 돌릴수록 효과가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이를 갈며 음의 마나에게 더욱 커다란 자극을 줬다.

비교할 수 없이 음의 마나가 짙어졌다.


터무니없었다.


그렇게 음기(陰氣)를 쏟아부었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의 무식한 크기가 적나라하게 온몸으로 체감됐다. 여전히 몸을 쥐어짜는 고통이 육체를 진동시켰다. 마치 숨을 억지로 참은 상태에서 살아 고통만 느끼는 느낌이다.

뭔가가 부족했다. 갈구하게 됐다. 음기에 허기가 졌다. 모든 힘과 의지를 끌어 음의 마나의 위력을 증폭시켰다.

콰콰과과과!

태풍의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다. 그 재(災)를 죽을 힘을 다해 오른손에 밀어 넣었다. 공호는 최후의 발악과 함께 음의 마나를 나무에 주입했다.

쩌억.

나무가 완벽하게 얼었다. 그 장대한 얼음 덩어리에 공호는 희미한 의식으로 헛웃음을 지어 보았다. 얼어 반짝이는 나무.


고통스럽게 아름다웠다.


그 장경을 즐길 세도 없이 수억 톤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눈도 뜨지 못한 기이한 압력. 심장을 손으로 잡아 조인달까. 그러한 압박감이 전신에 쿵 내려앉았다.

'이건 내 꺼다. 내 힘이다. 죽 쒀 개 줄순 없지.'

끝가지 정신줄을 잡고 늘어졌다. 아랫배에 미약한 음의 마나를 느꼈다. 녀석을 다시 강제로 돌렸다. 살이 파여도 돌렸다. 얼음이 뼈에 박혀도 돌렸다.

계속, 미친듯이 돌렸다.

주위에서 마나가 흡수된다. 마나는 원통형의 길을 따라 돌고 난 후 음의 마나로 바뀐다. 증가한 마나를 아랫배에 꼭꼭 채워뒀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빠르게 음의 마나는 돌았다. 마침내 몸집을 불린 음의 마나가 주먹만 할 때.

고통이 서서히 몸을 빠져나갔다.

몸을 짓누르는 고통이 사라질 때쯤 되자 음의 마나 흡수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무의 얼음을 녹이며 음의 기운을 끌어들여 음의 마나로 바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음의 마나를 적당히 달랬다. 마나를 갈구하던 녀석이 의지에 가라앉았다. 공호는 이미 고통이 없어지고 정신은 돌아왔다. 이전보다 음의 마나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양이 늘자 음의 마나가 다시 한 번 원통형의 길을 따라 돌기를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돌자 음의 마나가 압축되기 시작했다. 양이 늘어 사과만 한 크기에서 땅콩만 한 크기로, 다시 좁쌀만한 크기로. 부피는 줄어들고 질은 상승했다.

원통형의 역할이 뚜렷하게 자리잡혔다. 아랫배의 공간이 음의 마나에 의해 가득 차버려 더 이상 마나를 모으지 못하는 일이 방지가 된다. 언제까지 마나가 압축할지는 모르나,현제로서는 강한 효율이다.

이런 힘이라니. 황금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개척자들이 무엇을 하는 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제일 잘 나간단 것.


"수고했네."

할 말이 무진작 많았지만 묠드가 공호를 끝까지 지켜보고 나온 말은 그 뿐이었다.

거래의 조건을 들어줬다. 아슬아슬 하게 걸치기도, 묠드를 죽일 뻔 하기도 했지만, 돌아가도 한양만 가면된 됐다. 이제 받을 때다.

공호는 아스페티아를 떠올렸다.

"여긴 도대체가 뭐하는 곳 입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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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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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1,044 28 12쪽
32 리셋 +3 15.05.05 938 30 12쪽
31 리셋 +2 15.05.03 1,090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29 리셋 +8 15.04.29 1,139 31 17쪽
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27 리셋 +6 15.04.10 1,250 40 11쪽
26 리셋 +7 15.03.27 1,711 44 23쪽
25 리셋 +6 15.03.22 1,715 41 9쪽
24 섬천(剡天) +2 15.03.21 1,492 39 25쪽
23 섬천(剡天) +3 15.03.20 1,766 54 14쪽
22 섬천(剡天) +1 15.03.19 1,666 43 13쪽
21 섬천(剡天) +2 15.03.19 1,656 46 14쪽
20 섬천(剡天) +5 15.03.17 1,596 49 14쪽
19 섬천(剡天) +2 15.03.17 1,563 50 23쪽
18 섬천(剡天) +3 15.03.17 1,853 52 11쪽
17 전환점 +4 15.03.14 1,696 60 13쪽
16 전환점 +3 15.03.14 1,653 50 9쪽
15 전환점 +2 15.03.14 1,634 51 10쪽
14 전환점 +2 15.03.14 1,622 47 15쪽
13 전환점 +2 15.03.14 1,562 51 14쪽
12 전환점 +4 15.03.14 1,773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7 56 16쪽
10 각오 +2 15.03.14 1,700 52 20쪽
9 각오 +3 15.03.14 2,245 71 8쪽
»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7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2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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