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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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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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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5.03.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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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0쪽

전환점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폰의 방에서 상당히 긴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3번 돌고 계단을 내려가면, 제로페티아의 품격있는 정원이 나온다. 과거, 요정이 관리한 정원을 가져왔다는 전설이 있다. 그만큼 황송하게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귀족, 천민 가리지 않고 모든 학생들이 공감하는 요소였다.

정원의 깊숙한 곳엔 테트급 마나 크리스털이 자리 잡은 결계가 있었다. 이번시간은 대련. 결계 안에서 펼쳐지는 실전 전투 연습이다.

"결계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거짓이라서 죽어도 죽지 않아. 형이 팔을 들어 올려도 실제로는 멍하니 서 있는 거야. 또 결계 안에 형이 있는 동안에는 고통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느껴. 갖고 있던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지."

"그래."

"무려 테트급 마나 크리스털이야. 미개척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좋은 마나 크리스털이지. 마나 크리스털은 교장선생님 것, 결계는 칠익학 작품이야."

폰은 약속을 지키려 최대한 많은 것을 설명했다. 묠드가 세상에 대해 중요한 것만 간략하게 알려줬다면, 폰은 이 세상 인간의 눈으로 보고 들은 것을 설명한다. 대중적인 폰의 설명이 더 와 닿을 때도 있었다.

하물며 천재의 설명이다. 듣는 공호도 둔한 머리는 아니였고.

굉장히 머릿속에 잘 들어왔다.

"참고로 현재 마나 크리스털의 등급은 네트, 메간트, 기간트, 테트의 순서야. 미개척 지역에는 테트급을 넘어서는 크리스털이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일종의 전설이야. 이는 마나의 수치에도 자주 나오니 기억해두는 것이 좋아."

"이번 교장이 학교에 많은 이바지 한건가?"

"아니, 이번 교장이 아니라 현 교장이 최초의 교장이야. 특수한 요괴여서 칠익학과 친하고 굉장히 오래 살았다고 해. 공식적으로 950 살이 넘었다고 알려져 있어. 보통 요괴의 지금 세곱절 가까이 산 거지. 일반마나를 다루시는 데, 마법이 주요 능력이래."

설명을 들으며 걷자 결계의 앞에 도달했다.

퉁.

손을 뻗어 결계를 관통했다. 투명한 공간이 물결처럼 퍼지며 일렁였다.

"가자."

이리저리 결계 안 쪽으로 모여드는 학생들이 보였다. 결계 안으로 몸을 내던지는 학생들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이 몰려 들어가자 마치 물방울처럼 찰랑이는 결계.

폰은 결계를 앞에두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 여기가 진짜야. 대련이 끝나고 교수님은 자율대련 연습을 줘. 그땐은 용병과 같이 연습할 수 있고.. 약간 자유로워서.."

우물쭈물 대는 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단번에 감이 왔다.

"그때 동안 호위해야 한단 거지?"

"응. 역시 시원해서 좋아."

그렇게 결계에 몸을 통과하기 직전, 저 뒤편에서 타오르는 제로페티아 문양의 팬던트를 매단 학생이 다가왔다. 폰은 갑자기 굳은 듯 자리에 멈춰섰다.

"하, 학생회야. 세상에, 학생회장까지 오고 있어."

공호는 그 놈들이 뭐 때문에 오는 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있을 일이었다. 폰이 말하길, 학생회장 이란 작자는 대공의 아들래미 라고 한다. 적어도 학생회에 있는 15명의 학생은 못해도 백작가 귀족 자제들 이라 한다.

집단의 선두에 선 녀석은 은빛코트를 입고 안경을 낀 전형적인 '원칙주의 자' 얼굴 상이었다. 아마 딱 봐도 그가 회장이겠지. 공호는 폰과 공호 앞에 서더니 슬쩍 인사를 건넸다.

"바람 기숙사 소속 13번. 폰. 당신의 용병이 교내 법칙을 4가지나 어겼습니다. 교내기물파손죄, 교내폭력죄, 교내살인미수죄, 교내문란죄. 3가지 법칙을 어긴 외부인에겐 학생회의 회의없이 바로 교무원의 처벌이 부가됩니다."

얼씨구, 별 짓을 다 한다. 학교에 별걸 다만들어 놓네. 자기들이 명문이라서 그렇다는 데 할 말은 없었다. 이 학교에 있는 귀족 자제들이 뭉친다면, 나라하나 쯤은 담배대 갈듯 갈아치울 수 있으니. 여긴 제국아니던가. 공호는 그들의 말에 응했다.

"그런데 교칙에 정당방위는 없나?"

"자세한 건, 직접 가서 물으시지요. 학교장님께서 직접 부르셨습니다."

그래도 회장이라고 말을 골라서 할 줄은 안다. 안에 담긴 뜻이 회피형이라서 문제지. 공호는 폰을 돌아보며 금방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그들을 따라갔다.

"형?"

폰의 얼굴이 다시 시커멓게 물들었다.


따각따깍, 흩트러짐 없이 대열에 맞춰 걷는 학생회 에게서 공호는 병적인 뭔가를 느꼈다.

'저 놈 성격이 약간 섬천이과야.'

학생회생하는 짓이 둘째 동생과 은근 닮은 구석이 있었다. 물론 둘째 동생이 결백증에 원칙을 중요시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였다.

제국의 대공가 자제라면 그에 맞은 교육을 배웠을 거다. 자작가 자제만 되더라도 남아라면 예닐곱 살 때부터 열 이상의 일류 가정교사가 붙는다. 수레바퀴같이 억지로 굴러가는 삶을 사는 그들에게 인성같은 건 없었다. 있는 건 기계적으로 짜 맞춰진 일과 뿐.

그러니 저 놈은 오죽하겠나도 싶었다.

공호는 학교 정원 위에서 둥둥 떠있는 공중 시계를 봤다. 폰이 수업시작한지 대략 8분 쯤이였나. 어쩌면 이미 폰은 대련을 끝내고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지도 몰랐다.

'건드려라.'

건들려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폰은 글자를 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만약 내 일에 차질이 생기면 건든 놈 모두 물어뜯어버릴 거니까.'

물과 불로 나뉜 극단적 사고였다.

몇 보를 더 가자, 그재야 놈들이 우뚝 멈춰서며 알렸다.

"여깁니다."


교장실은 문앞부터 비범했다.

단지 문일 뿐인데도 자연 압박감이 흘러나왔다. 다채로운 빛갈의 문자들이 문 주변을 떠다니며 잔잔히 빛났다. 투웅, 공호가 교장실 문에 손을 얹자 문자들은 공호의 몸을 스켄하듯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점점 몸이 찌뿌둥해짐을 느낀 공호는 손을 휘저었다.

"아니다."

안쪽에서 울린 목소리에 문자들은 화득짝 놀란 듯 공중으로 흩어졌다. 공중으로 흩어진 문자들은 재조합되며 신비한 문양을 만들어 냈고, 그 기하학적 문양이 완성되자 철컥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반갑다, 애야."

안 쪽에는 뜨개질을 하고 있는 웬 노파가 있었다. 희고 검고를 반복하는 긴 머리에, 주름진 얼굴. 친근하고 선한 눈빛을 가진 할머니였다. 사실 굉장히 무게잡고 수염이나 다듬는 할아버지나 아니면 완전 젊은 모습의 요괴를 생각했었는데, 이건 좀 예외였다.

"무슨 일입니까."

시간이 없다. 공호는 바로 본론으로 갔다. 노파는 주름진 미소를 짓고, 마치 남이 아닌 것마냥 말을 걸었다.

"얘야, 어째서 그런 거니."

그녀는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단 듯 포근하게 말을 던졌다. 그 말은 겨울철 따뜻한 이불속처럼 포근했다. 단순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녀의 손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가 왜그리 익숙한지 모르겠다.


"정당방위였습니다."

"그래, 그래. 정당방위지. 아스페티아란 곳은 생각보다 아주 위험한 곳이란다. 조심하지 않으면 네 정체가 금방 들켜버린단다."

"뭐를..."

쉬릭, 공호가 단도를 꺼내들고 경계했다. 공호는 단도의 옆면을 내려 보았다. 어느샌가 볼의 문양이 붉게 올라와 있었다.

'언제부터? 설마, 아까 교장실 문 앞에서 문자가 몸을 흩을 때...'

"걱정마라. 내가 너를 해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친애하는 벗의 동반자를 왜 건들겠니."

그녀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적의가 있진 않았다. 그래도 공호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네가 왜 그 '아이'와 엮었는지..."

공호는 야수처럼 주위를 흩었다. 막상 위험에 처하니 방안에 떠 다니는 문자들이 날카로워보였다. 심지어 그녀가 쥐고 있는 뜨개질 대바늘까지 위협적이었다. 젠장. 생각이 짧았다. 애초에 이런 곳은 들어오는 게 아니였는데. 뭐 때문에 그리 방심한지는 모르겠다. 마치 향수에 이끌려오듯 아무 생각없이 왔으니까.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그녀가 끓은 차 냄새가 방안에 은은히 퍼졌다. 그녀는 싱긋 웃었다.

"개척자인 것만 조용히 해 주면 되겠니? 이제 가봐도 된단다. 비밀은 꼭 지킬테니."

그녀에겐 상당히 고차원적인 느낌이 풍겼다. 마치 현자나, 득도한 승과 같은 속세의 더러운 것과는 다른 청아한 것이 눈빛을 통해 다가왔다. 그렇게 단정지를 순 없었지만, 감각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대체 나에게 왜?"

"그리고 얘야, 원래대로 한달간은 여기 있는 게 안전할 듯 싶구나. 지금 밖은 너에게 상당히 위험할 거야. 이것만은 확실하단다. 나는 네 적이 아니란다."

뭔가 드는 괴리감에 공호는 완전히 경계를 풀어버렸다. 이제와서 경계를 더 선다 한들, 그녀는 여전히 같을 것 같았다. 정말 적이 아니게 보였다.

'애초에 죽일 거였으면, 이 자리에서 처리했겠지.'

공호는 그녀를 스리슬쩍 믿었다.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믿아야만 한다는, 그러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혼란스런 공호에게 그녀는 결정타를 날렸다.

"여기서 한 달만 꾹 참고 기다리면 가족중 한 명을 만날 수도 있을 거란다."

공호는 크게 놀랐다. 그 짧은 순간 찌릿찌릿한 전류가 몸을 스쳐간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순간 사고가 마미돼는 느낌이었다.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고, 공호는 뜸을 들이다 터트리듯 물었다.

"그게 무슨!"

"미안하다. 약속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란다. 자, 다음에 보자."

"자, 잠깐."

방안에 떠다니던 문자들이 전부 공호에게 따닥따닥 달라붙었다. 쭈우욱, 문자 덩어리들은 공호의 몸을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밀어냈다. 문자들은 손과 발을 제압하고 강하게 조였다. 그 덕에 공호는 팔다리로 저항하나 할 수 없었다. 분노로 극도로 흥분한 공호의 눈이 붉게 충혈됬다.

"젠장!"

공호는 단도를 입에 물고 벽에 박았다. 촤자자작! 벽이 갈렸으나 문자들의 힘은 막강했다. 마침내 단도가 깡 부러지고 나서야 공호는 튕겨져 나갔다. 부러진 단도 파편이 천장을 맞고 떙그랑 떨어졌다.

몸은 문 밖까지 밀려났고 동시에 달려들기도 전에 문은 닫쳤다. 공호는 바로 들려들어 문들 마구 두드렸다.

"나와. 어서 나와!"

그러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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