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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23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3.14 00:23
조회
2,202
추천
79
글자
9쪽

각오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마치 이 느낌은 붉은 달빛의 홀림과 같았다.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위함 느낌이 있다기 보다,'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라는 것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다가왔다.

역설적이게도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저 구슬의 유혹이 나쁘다곤 단정짓지는 못 했다. 단순히 말하자면 애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감정은 아니였다. 난감토록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는 구슬이었다. 하늘에 달빛이 있다면, 땅에는 그 빛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의 미광이었다.

만질까, 말까. 악귀 같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는 공호의 고민하는 모습은 뒤집어진 거북이 같았다. 아둥바둥. 이쪽에서는 나름 중요한 문제다.

'꽤 골치 아픈데?'

붉은 달빛에 미쳐가는 인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에 준하는 유혹이다. 경험자이기에 버틸 수 있는 유혹이어서, 일반인은 벌써 구슬을 품에 안았을지도 몰랐다. 톡톡. 돌멩이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인벤토리"

공호는 다람쥐 몬스터를 꺼내었다. 몬스터를 푸른 구슬에 내던졌다. 우웅. 울리기만 할 뿐. 아무런 이상 증조도 보이지 않았다. 공호는 그제야 경계심을 조금 낮추고 손끝을 세웠다.

조심조심, 숨조차 멈추고 손끝을 구슬에 밀었다.

톡.

손과 구슬이 맞닿는 순간.

"젠장."

콰드드드득!

순간적으로 눈도 못 뜰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보다 빨리 느낀 것은 고통이다. 구슬은 난데없이 액체와 기체의 중간형태를 뛴 모습으로 녹아내렸다. 이후 쏜살같이 손끝에 흡수되었다. 말이 좋아 흡수다. 실은 뚫고 들어갔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꽈드드득.

손가락의 뼈란 뼈는 전부 탈골되며 울리는 골음이 섬뜩했다. 진짜는 다음부터였다. 핏줄을 타고 구슬은 심장까지 도달했다. 배가 뚫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내장을 파헤치고 독사를 풀어놓은 기분이다.


이건 미쳤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에 공호조차 순간 판단력이 흐려졌다. 맹세코 난생처음 겪는 고통이다. 아까 전 여우에게 어깨가 뚫렸을 때와는 비교 못할 통증이었다. 마치 책의 면으로 등을 맞는 것과 책 모서리로 정수리를 찍히는 정도의 차이? 여간 더럽게 아프단 소리다. 그토록 강한 고통이 배를 찌르니 공호는 혼비백산하여 정신을 놔 버릴 뻔 했다.

'여기 온 지 하루만에 이게 뭔 경험이야.'

그의 뇌리에 아픈 추억이 비집고 들어왔다.


12살때,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에 의해 잡힌 적이 있었다. 2일의 시간. 죽지는 않았지만, 죽을 만큼 괴로웠다. 육체의 재생으로 지금은 있지만, 발가락이 모두 잘렸었다. 잘리기 전에 통증 증폭제 주사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상태에서 하루에 300번이 넘는 칼침을 맡아야 했다. 광기에 물든 인간도 생각을 한다. 아니, 오히려 어느 부분에서 정상인을 뛰어넘는 생각을 한다. 하루에 300번이 넘게 칼을 수셔 넣었어도 죽지 않는 곳만 골라서 찔렀다.

죽을 수도 없었다.

과다 출혈이 일지 않도록 찌르는 그의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현대의 의료기술로 몸을 고쳐가며 고문을 하였다. 인간의 몸으로 쇼크사하지 않고 견뎌냈다.

분명 그것은 인생 최고의 고통 중 하나 였는데... 이건 그때의 고통을 넘어섰다.


배속의 고통이 뇌 언저리까지 와 의식을 놓칠 것만 같았다.

드드드득!

구슬은 심장에서 반으로 나뉘었다. 반으로 나뉜 구슬은 아랫배와 심장에 자리 잡았다. 끝없는 고통 속에 심장을 자극하던 고통이 가라앉았다. 대신 다른 고통이 시작됐다.

드득.

한기가 느껴졌다. 어느새 아랫배에 자리 잡은 구슬이 극한의 냉기로 변하였다.

싸아아아.

피가 얼어간다. 입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피가 얼어붙었다. 몸이 떨렸다. 슬쩍 공포감까지 찾아왔다. 내장을 손으로 꼬아버리는 고통.

쉴 새 없이 피가 솟구쳤다. 무섭게도 밖으로 배출된 피는 모두 얼어붙었다. 쩌저적, 아랫배에서 난동을 한다. 구슬의 기운은 흔적도 찾을 수 없고, 한기를 뿜어대는 얼음조각이 아랫배에 자리 잡았다.

불안정해 보이는 냉기는 심장박동과 동일하게 욱신대며 고통을 선사했다.

그렇게 점점 고통이 가라앉나 싶었다.

커헉.

차가운 냉기는 아랫배의 돌덩이에 자리를 잡나 싶더니, 갑자기 배꼽 근처를 쾅쾅 찔러대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막혔는지 그것을 억압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부딪혀왔다.

쾅!

냉기의 행동에 몸이 들썩거린다. 무언가와의 싸움이었다면 괴롭히는 누군가를 제거했겠지만, 이 현상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집요하고 차가운 그것은 대장에 있는 무엇을 뚫고 다시 그 윗부분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반복, 아랫배에 가까이 있는 무언가를 두드려 뚫어갔다.

섬뜩한 공포감을 느꼈다.

몸에서 올라오는 기운에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쾅!

또 하나의 무언가가 차가운 냉기에 의해 뚫렸다.

냉기가 뚫고 지나간 자리가 느껴졌다. 배꼽, 명치, 가슴, 등, 허리를 거쳐 다시 배꼽까지 이어지는 원형의 길이였다.

원형의 길이 생긴 뒤로 냉기가 무언가를 뚫지는 않았다. 얌전히 원형의 길을 맴돌고, 맴돌고 또 맴돌았다. 신기한 것은 냉기가 원형의 길을 돌 때마다 점차 고통이 가라앉았다.

몸 깊숙히 퍼져있는 한기도 점차 수그러졌다. 이제 입을 열 수 있을 정도로 고통이 가라앉았을 때였다.

"어?"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아주 미약하지만 냉기가 원통형의 길을 한 바퀴 완주할 때마다 압축된다는 것이다. 돌고 돌아 점차 압축되더니, 주먹만한 것이 좁쌀만 하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기운이 줄었다고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눈덩이를 압축하면 더 단단해지듯, 냉기의 질이 상승하는 기분이다.

이번에야말로 고통이 사라지나 싶었다. 가만히 원통의 길을 얌전히 돌며 크기를 줄여나가던 냉기가 갑자기 길을 탈선해버렸다.

꼬리뼈였다. 꼬리뼈 부근에서 송곳으로 찔러대는 고통이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처음의 1할도 못 미치는 고통이었다. 그저 꼬리뼈 부근을 송곳으로 후벼파는 정도의 고통이다.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고통었다.

꼬리뼈에 계속적인 충격이 이어지더니 어느 순간 뭔가 뻥 뚫린 고통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볼 수는 없는 신세였지만, 뭔가가 생긴 느낌이다. 탈선했던 냉기가 다시 아랫배에 자리 잡았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한 녀석이다. 먼지만하게 작아진 냉기는 원형의 길을 도는 것도 그만두었다.

알지 못하는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모든 고통이 전반적으로 완화되었을 쯤 공호는 다른 고통으로 치를 떨었다.

공호는 구슬이 위험한 장난감이 였음을 깨달았다. 환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앞으로... 구슬은 안 만진다."

그리고 공호의 그 결심은 약 석달 후 쯤에 깨진다.

'뭐지?'

공호는 허리에서 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설마하는 표정으로 즉시 고개를 돌렸다.

"...."

황당해서 얼어버리고 말았다. 슥, 백색의 풍성한 털의 꼬리가 살랑이고 있다.

어째서?

할 말을 잃었다. 매번 이랬다. 알 수 없는 일들과 위험한 일이 주위에서 넘쳐났다.

그래도 꼬리는...

됐다. 말을 말자.


-조합 각성에 성공하셨습니다. 일반 각성과 달리 조합 각성의 고유한 특징은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최초의 각성을 조합 각성으로 성공하셨습니다. '칭호:운명의 조율자'를 수여하였습니다.


-각성자의 탄생으로 인하여 랭킹 시스템이 시작됩니다.


-모든 스텟이 30 상승하셨습니다.


"인벤토리."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옷을 더럽히기 싫어서 요괴와의 전투에서도 입지 않았다. 현재 지니고 있는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으니.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꼬리뿐만 아니라 손톱과 머리카락이 심하게 많이 자랐다.

공호는 대수롭지 않게 단도로 머리카락을 쳐내었다.

슥.

섬뜩한 소리가 나며 가볍게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잘리..."

스스슥.

더 섬득한 소리가 들리며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났다.

"젠장."

이번에는 손톱을 쳐내었다. 틱. 어떻게 된 손톱인지 단도가 들지 않았다. 아니, 흠칫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튕겨낸 느낌이 들었다.


-육체의 고유적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첫 번째 고유적 특징은 세포 초활성화 입니다.


머리와 손톱이 길면 전투에 방해가 된다. 다행히 단도로 못 잡을 정도로 손톱이 긴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였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주변이 낯처럼 환하게 보였다.


-육체의 고유적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두 번째 고유적 특징은 초시각입니다.


"이건 편하겠어."

지평선 너머까지 탁 트였다. 달빛이 있음에서 주변이 밝게 보여서 묻혀버렸다. 어둠을 보고 싶다 원했다 . 순간 마음을 읽은 것일까, 다시 주위는 밤이 되고 휘영청한한 광채의 달은 적나란하게 보였다. 갈 길이 멀다.

단검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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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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