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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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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52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3.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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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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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8쪽

각오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자네 그거 아나?

여우란 말이야, 어떤 종족보다 지혜로울 때가 있네. 보통 생각하는 지능이 높은 것과는 다르지. 이거, 꽤 복잡해지겠는데. 반만년 전의 이야기부터 꺼내야 하니 말일세.

5000년 전. 그때 처음으로 개척자가 이 세계에 나타났었네. 누구의 소행인지, 누구의 짓인지도 몰라. 그때의 개척자들은 대화 자체를 잘 하지 않았거든. 확실한 것은 개척자가 출몰할 때마다 인간과 요괴들에게 피바람이 몰아쳤지. 10번의 피바람이 말일세.

10번에 걸쳐 수많은 개척자가 아스페티아에, 그것도 레스토의 주거지에 소환됐다는 거지.

총 10번의 전쟁.

전쟁의 여파만으로 번영하던 인간도 요괴도 모두 쇠퇴했네. 실상 우리에게는 개척자가 아니라 침략자지. 특이하게도 개척자는 한차례도 다르지 않게 아스페티아인을 지배하려 들었네. 500년 전에 마지막 전쟁이 끝마쳤네. 지옥이었지.

난세에 영웅이 난다던가. 그 지옥에서 나타난 이들이 있었지.


꼬리를 흔드니 땅이 무뎌지고 하늘은 침수하며

손을 저으니 황제의 머리가 무거워 땅을 마주하니 움제가 어찌 감히 거친 팔뚝을 보이느냐


깃털이 땅에 떨어지면 요정이 받아들고 천황이 시기하노니

부리의 노래에 요괴가 춤을 추고 세상이 개안하더라


육미호(六尾狐)와 칠익학(七翼鶴)에 대한 노래야.

전설적인 이야기지. 개척자가 발생시킨 모든 전쟁을 이 두 요괴가 종결했어. 이 둘의 힘은 정확히 대등했다고 하네. 중요한 이게 아냐.

육미호의 존재지. 여우가 음의 마나를 일정이상 머금는다면 꼬리가 하나 더 생기지 않나? 육미호는 말 그대로 꼬리가 6개인 여우요괴야. 여우 요괴들의 영원한 우상이지.

뭐, 그 위로 구미호(九尾狐)라느니 천호(天狐)라는 지어내기 좋아하는 여우요괴의 헛소리도 있지만 무시하는 것이 편하네.

막강한 능력을 지닌 여우요괴에는 따르는 여우 요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없네. 다시 말하면 있었는데 사라졌네. 육미호도 함께 말이야.

응? 본론만 말하라고? 허허, 참. 알았네.

폭주 여우 때문에 여우 요괴에 대해 조사하던 도중 신기한 것을 알아냈네.

육미호를 따르던 여우 요괴들을 발견했던 거지. 그들은 일반적인 요괴가 갈 수 없는 특별한 곳에 자리를 잡았네. 여우 요괴만이 출입 가능한 공간에 이였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우연히 죽어가는 여우 요괴를 만난적 있었네. 모종의 방법으로 그가 실토하게 했지.

자, 이제 자네가 뭘 해야 할지 맞춰보는 건 어떤가? 맞아. 자네가 할 일은 육미호를 따르던 여우요괴들의 공간에 들어가는 거야.

여우의 마을, 폴시아에 말이야. 그곳에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어떠한 생물이든 찾을 수 있는 보물이 있다 들었네. 그곳에 가는 방법은...


#


묠드의 작은 서사시가 끝을 맺었다. 일단 이야기에 관한 몇 가지의 질문이 있었다. 공호는 때를 기다린 후 넌지시 물었다.

"이곳에서 요괴란 건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정확히는 몬스터가 아닌 동물이 마나를 머금어 후천적으로 탄생한 것이지. 반대로 식물이나 자연 그 자체에서 마나에 뜻을 품고 탄생한 것을 반 요정이라 한다네."

일단, 그 침팬치 놈의 진술과 어느정도 일치했다.

"반 요정이 있다면 요정도 있겠군요."

"행운의 존재일세. 알려진 것은 그뿐이네. 다만 요정을 본다면 100년 동안 제국이 부강한다고 할 정도의 보기 힘든 행운의 존재지. 나머지는 그 누구도 몰라."

"육미호와 여우 구슬 주인의 이미지가 상당히 겹쳐지는 군요."

일종의 감이었다.

"흠..의심은 해봤어. 하지만 그가 육미호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네. 차갑기는 했지만 전설적인 여우 요괴라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고. 결정적으로 육미호의 얼굴을 본 적 있네. 역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흔적을 남기네. 생물의 머릿속에라도 말이지. 언젠가는 알아지겠지. 기구한 운명이구만, 자네도. 개척자가 여우 요괴가 되다니 말이야."

여우 요괴. 각성으로 인하여 종족 자체가 변해버렸다. 기구한 운명이란 소리가 예지적으로 다가왔다.

"단 하나 확실 한 것은 여우 구슬은 굉장한 물건일 것이네. 종족을 바꾸는 것은 권능에 가깝거든. 아마도 자네는 이미호에서 그칠 여우요괴가 아닐세."

"할 질문이 산더미 같군요."

묠드의 입에서 어린아이처럼 많은 말이 나왔다. 묠드의 표정에서 말상대인 공호를 쉽게 놓칠 수 없는 외로운 노인의 심리가 뭍어나왔다. 공호는 그 심리에 만족해 했다. 물어볼 것은 많았으니까. 최소 귀찮아 하는 것 보단 낫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가는가?"

"조언하나... 해주시겠습니까?"

따스한 차를 머금은 묠드는 공호에게 손짓을 했다. 공호는 묠드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거울이 보였다. 거울 속 얼굴의 문양도 보였다. 구름을 껴안아 꼬리를 감추는 여우가 보였다.

묠드의 손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황금빛 가루가 묻어져 반짝거렸다. 묠드의 손이 뺨을 매만졌다. 황금빛가루가 뺨에 묻어나며 조금씩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뺨 속에 여우가 스며들었다. 분명히 그렇게 보였다.

묠드는 머금고 있던 차를 목 아래로 넘기고는 어딘가로 손짓했다.

"마스크 더스트야. 예로부터 개척자가 쓰는 문양을 하루 동안 숨겨주는 가루다. 본래는 평범한 조미료지. 개척자가 쓴 뒤로는 마약과 같은 금기시 되는 가루라네. 덕분에 가격도 엄청나네. 다행히 이 숲에는 인간이나 이종족이 올 일이 없지. 이전까지 폭주 여우 요괴가 숲 주위 초원에 떡하니 자리 잡았는데 올 수가 있나. 게다가 자네니까 저 초원을 건넌다고 하는 거지 남들은 학을 뗄 걸세. 자네도 고생 좀 할 게야.

이 숲에 널린 것도 마스크 더스트야. 11번째 개척자들도 앞으로 엄청나게 찾아댈 가루지. 저기, 창고에 3포대씩이나 널렸으니 1포대만 남겨놓고 가져가. 적당히 쓰면 100년 단위로 쓸 양이니. 개척자들은 개인의 초월적인 공간을 달고 다닌다지?"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S급이라는 괴물과 안면을 튼 것이 훨씬 더 이득이었을 걸세."

묠드가 가볍게 웃어 보였다. 공호는 그에 적당한 제스처를 표했다.

"그리고 조언 말인가? 흠, 그래. 개척자들의 출현을 말하는 예언이 세계에 공포되었을걸세. 인간을 조심하게나. 특히 강한 인간을. 고양이를 조심하게나. 폴시아에는 꼬리가 3개가 되었을 때 가게나. 훨씬 더 빠르게 자네가 찾는 이들을 찾을 걸세. 삼미호(三尾狐)가 되기 전에는 인간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보게나. 이 세계를 가장 빨리 알 걸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망 사항이 있네. 늙었더니 외롭구먼. 자주는 아니어도 어쩌다 한번은 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걸세."

써먹을 곳이 많은 묠드를 그냥 죽였다면 손해보는 장사였다. 공호는 그 판단을 믿었기를 안심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니면 된거지. 지금만 아니면.

"이만 저는 가보겠습니다."

"행운의 신 샨디아와 여행의 신 헤스레이의 가호를 빌어 그대가 밟는 곳에는 행운이 깃들기를."

차갑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묠드의 축복이었다. 그가 공호의 입술에 연속해서 미소를 걸었다. 소년에게는 너무도 긴 세월만의 대화였고 눈 맞춤이였다.

대화가 궁했던 때, 얼마나 바랬던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몇 번을 감정에 흔들렸다.

'뭐지?'

공호는 순간 들었던 애매한 느낌에 혀를 살짝 씹었다. 감정을 조절 못했던 것이 한심하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 심한 애증. 마음을 다시 꽉 다잡았다. 바람이 등뒤를 떠밀었다.

숲을 넘으면,인간의 제국 대도시가 나온다.

팟, 공호가 걷던 자리에 나뭇잎이 먼지와 함께 비산했다. 저 멀리 나타난 공호의 허리춤에서 백색의 꼬리 2개가 솟구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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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리셋 +2 15.05.03 1,091 32 11쪽
30 리셋 +4 15.05.03 1,071 4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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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리셋 +4 15.04.12 1,397 5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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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환점 +4 15.03.14 1,773 54 12쪽
11 전환점 +4 15.03.14 1,887 56 16쪽
10 각오 +2 15.03.14 1,700 52 20쪽
» 각오 +3 15.03.14 2,246 71 8쪽
8 각오 +1 15.03.14 1,788 59 22쪽
7 각오 +3 15.03.14 1,918 55 17쪽
6 각오 +3 15.03.14 2,203 79 9쪽
5 각오 +3 15.03.14 2,055 62 15쪽
4 각오 +6 15.03.14 2,142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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