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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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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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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3.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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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전환점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폰의 소문은 전교에 퍼졌다.


1학년들의 특수 마나 대련에서 홀로 90명을 아웃시킨 괴물이라는 소문에, 평소 관심이 없었던 3, 4 학년 선배들까지 폰을 보고 갈 정도였다. 그러다 폰의 귀여운 외모에 찰싹 달라붙은 여선배도 있을 정도였다.

'평화롭다.'

폰은 처음으로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느꼈다. 선배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더 이상 크게 괴롭히는 녀석들도 없었다. 공호가 있는데 괴롭힐 간 큰 녀석도 없었고. 특히나 저번에 공호에게 제대로 혼 쭐이 난 그 녀석들은 지금 몸살이 나서 앓아 누웠다.

한편 교무실에서는 폰의 월반이야기가 나돌았다. 실력 학년제를 갖춘 제로페티아였기에, 학년은 나이에 상관 없었다. 폰이 대련에서 보여준 응용능력은 졸업생도 쉽게 따라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것도 제작년 풍의 마나 수석졸업생을 기준으로 말이다.

"그 아이의 재능이 참..."

"그 아이가 제국에서 강제 계약을 맺고 온 것도 이유가 있었어요. 제국이 학교에 욕심을 보이고 가져갈 정도면 태생부터 엄청난 아이였다는 뜻이 되겠죠."

"제로페티아 사상 최대의 천재예요. 바로 졸업시켜 제국에게 넘겨주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란 말이에요. 만약 제국에서 이번 사태의 냄새를 맡으면 그 아이는 바로 빼갈거예요. 그 아이는 생탈(生脫)의 경지에 이를 자질이, 차후 SS급의 자질이 보이는 아이예요. 그 정도면... 인간의 제국 사상 최대의 실력자가 탄생한다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방법을 찾아 봅시다. 제국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재능을 뭉개버릴 수는 없죠. 그 아이가 직접 계약을 한 이상 막을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키워봅시다. 더욱 교육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그것으로 폰의 졸업시험은 정확히 공호의 의뢰가 끝나는 날인 한 달 뒤로 잡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덧붙여 나온 결과가 이거다.

'하루 안에 너무 많이 변했어.'

폰은 공호에게 고마움을 담아 최대한 노력해서 아스페티아의 문자를 알려 주었다. 그렇게 폰과 공호가 방안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면, 그 둘을 훔쳐보는 이들이 있었다. 학교의 여학생들.

공호는 또 나름대로 학교 내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얼굴로. 사기적인 용모를 보기 위해 공호를 찾아 다니던 여학우만 여럿이다.

참 신기한게 공호는 생길대로 생겼는데 매력이 하나도 없단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처음 볼 때는 놀란다. 저런 안면을 지닌 소년도 있구나 하고. 그러나 돌아서면 바로 까먹는다. 딱히 기억에 남을 매력이 없다. 비단, 잘 생겼단게 매력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공호는 아닌가 싶었다.

이쯤되니 마치 매력이란 것을 일부러 숨길 수 있는 요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공호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 번 보고 머리에 남는 게 없으니, 다른 이들에게 감상을 그저 그렇다고 전한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다면 폰의 귀여운 외모가 훨씬 머리에 더 잘 남았다.


공호는 필사적으로 문자를 배웠다.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는 편이기에 적어도 한 번 본 것은 까먹지 않았다. 공호에게 문제는 문자를 배우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이 아니라, 교장의 한 마디였다.

'여기서 한 달만 꾹 참고 기다리면 가족중 한 명을 만날 수도 있을 거란다.'

아직도 그 목소리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한 달있으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라. 한 달 뒤에 그에대한 확답을 반드시 듣고 싶었다.

일단 공호는 지금 해야할 일을 했다. 폰이 수업을 듣는 시간이면, 폰의 언어사전을 통채로 달달달 외웠다. 짬을 내며 외운지 2일 쯤 지나니, 20cm 두께의 언어사전 한 권을 땔 수 있었다. 아스페티아 시간으로 2일이면, 공호가 체감하는 시간은 6일이었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알아 둬야지.'

공호는 폰에게 부탁에 다른 언어사전을 10권 정도 쌓아 놓았다. 이거 하나하나 두께와 넓이가 장난 아니여서 이런거 5권에만 깔려도 폰 같은 몸집은 찍 소리도 못하고 죽을 듯 싶었다.

제국에서 입학할때 선물로 준거라나 뭐라나. 일단 죽어라 그것들 마저도 다 외웠다. 스리즈 별 사전이었기에, 10권 속에서 겹치는 단어는 별로 없었다.

공호는 미친 듯이 외워서 결국 9일 쯤 지나자 언어사전 10권 전부 떼었다. 폰은 그런 공호를 보고 질렸다며 다른 의미로 무서워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독한 짓을 할 수 있나 싶었다. 그것 뿐이면 다행일 뿐이랴, 또 10일은 아스페티아 역사 사전을 통채로 떼겠다고 하길레 폰이 어떻게든 말렸다. 대신 아스페티아의 몬스터 사전을 있는대로 외우는 것으로 10일을 때웠다. 그 다음엔 차라리 현대를 알 거면 소설책을 읽으란 폰의 소리에, 공호는 폰의 졸업 5일을 나두고 소설책 100권을 통채로 외웠다.

"으아아! 형! 진정해!"

급기야 이렇게 비명을 질러야 그 괴물같은 짓을 잠시 쉬는 공호였다.


그렇게 공호는 아스페티아의 웬만한 언어학자보다 더 많은 단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도 그 정도 수준으로 많이 머리속에 넣어 두었다.

그 뿐만이랴?

공부하는 동안 동시에 꾸준히 음의 마나도 모았다. 몸을 쓰는 일이 아니였기에, 공호는 충분히 음의 마나를 모을 수 있었다. 사실 음의 마나를 모으는 데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공호의 이상하리만큼 강한 집념이 사전을 외우며 음의 마나를 모으는 것을 해냈다. 이런 능력이 있으니 경험자다.

이런일도 있었는데, 몬스터를 연구하는 한 교수가 공호를 훔쳐보며 흐믓 했을 정도였다. 그 선생 능력이 B급 실력자라는데, 결국 공호에게 걸려 살해당할 뻔했다. 이번에도 말리느냐 폰의 허리가 1cm는 더 굽혀졌다. 그런 일상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한달이 지났다.


#


폰이 졸업시험을 치뤘다.


역대급 점수가 나와 학교가 다시 한바탕 뒤집어졌다. 아니, 언론사에 보도되어 널리 퍼질 정도로 파급력이 큰 일이었다. 폰은 그 덕에 엄청난 월반으로 정신이 없었다. 가장 낮은 학년에서 단 번에 졸업생이 나온 것은, 제로페티아 스쿨로만 보자면 개교이래 최초의 일이었다. 이제껏 보여왔던 폰의 재능이 빙산의 일각이란 사실이 그들을 강타했다.

폰은 순식간에 학교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단 한 사람이 나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니.'

사실 아직까지도 믿을 수 없어, 이게 맨정신인지 모르겠다. 공호라는 한 소년이 자신의 인생에 그러한 영행을 미친 사실이 경이로웠다. 노예신분의 어릿광대에서, 귀족들의 집단 따돌림. 이 둘의 상황에서 단 몇번의 손을 뻗어 나를 바꿨다. 겨우 2V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혹은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폰에게 그건 천사의 깃털같은 구원이었다. B급 용병이 천한 천민에게 손을 내밀었고, 다시말해 똥통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짓을 공호는 하였다.

폰은 진심으로 고민했다.

'후에 내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꽤나 깊은 고민이었다.


폰이 졸업 절차를 밟는 동안, 공호는 교장실을 찾아갔다.

"한달을 기다렸다."

"왔구나."

공호는 두 손으로 교장의 책상을 쾅 내려쳤다. 부웅 높이 솟아오른 종이문서들을 공중의 마법 문자들이 황급히 다시 정리했다.

"가족을 만날 수 있단 말이 무슨 소리였어."

노인은 주름을 접으며 포근히 웃고는 공호의 볼을 쓰다듬었다. 공호는 머리를 흔들어 손을 뿌리쳤다.

"자, 이제 학교를 나가도 됀단다. 그리고 하고 싶을 대로 하면 되면 만날 수 있을 거란다. 아이야."

공호는 화를 내려다, 손해란 것을 자각하고 진정했다.

"이것만 알아둬. 만약 내가 시간을 버린 것이였다면, 나는 언젠가 다시 찾아올거다."

그녀는 미소로 답했고 공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친다면 이 마음이 또 흐트려질 것 같았다. 그녀는 너무나 친숙했고, 그건 공호에게 아주 낮선 감정중 하나였다.

"아, 맞네. 그걸 까먹었구나."

그녀는 교장실을 나서려는 공호를 불러세웠다.

"네가 보호했던 그 아이는 믿어도 되는 아이란다.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거야."

공호는 알았다는 대답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펴고 교장실을 나갔다. 그녀는 공호의 뒷모습을 보며 호호호 웃었다.


아침부터 제로페티아에는 폰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형!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보라니까. 응? 왜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건데?"

폰이 눈물을 빼며 바짓가랑이를 잡을 줄은 몰랐다. 녀석, 이제 엄연한 예비 남작. 반 귀족이다. 이곳의 성인은 15세와 같다. 나이 탓에 예비가 붙었지만 15세가 되는 날, 남작이 된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고위귀족이 될지도 모르는 녀석이다.

"안 돼."

"그러면 형도 입학하던가! 아, 이럴게 아니라 형 입학추천서 써줄까? 나는 될걸?"

공호는 아무말도 없이 폰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눈을 감으며 어깨를 움치리는 폰. 아직, 정신교육이 덜됐다. 아, 그 덕에 아직도 귀엽긴 하지만.

"내가 사람을 찾는다는 거 기억나?"

"응, 그때 안 알려줬잖아."

"너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분명. 그럼 거래하자."

"할래!"

"비밀은?"

"당연 완벽히 엄수하지. 그럼 증거로 나부터 말할게."

폰이 주머니를 주섬거리며 뒤져 꺼낸 것은 특이한 용병패였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노예의 신분이였어. 아버지는 없었고 어머니만 계셨지. 아버지는 엄청난 재능이 있었던 사람이었대. 그런데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계셔. 노예를 벗어나겠다고 아버지가 꼭 C급 용병이 돼서 돌아온다고 했거든. 그런데 아버지의 생사도 알 수 없었어. 아버지의 행방을 꼭 밝혀내고 싶어. 자, 뻔하디뻔한 이야기는 끝났고 형은?"

공호는 아둥바둥 과한 제스쳐의 폰을 보고 알게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믿고 말한다?"

"당연하다니까!"

폰과의 일이 추억처럼 지나갔다. 실용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제법 쓸만한 녀석이다. 교장의 말이 공호를 전기처럼 찌릿하게 스치고간다.

공호는 입을 떼었다.

"내가 찾는 사람은 개척자야."

"뭐?"

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스페티아에서 개척자를 찾는다는 것은, 지구의 살인죄에 맞먹는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것은 이 세상에서는 봐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전체에 대한 반역이며, 수십 제국의 황제들에게 동시에 반기를 드는 것과 같다.

수많은 의문으로 입이 폭발하기 직전.

뎅 뎅 뎅, 축복의 종이 울렸다.


시간이 되었다.


공호의 볼에 무언가 나타난다. 마치 장난을 치듯, 약속한 것 마냥 소름돋게 스르륵 올라온다. 문양, 극도록 증오하라고 배웠던 개척자의 증표가 조용히 공호의 볼에 타들어가며 드러난다.

"...."

왜, 라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뒤죽박죽. 이제껏 어떠한 문제에 닥쳤어도 이토록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폰의 동공이 거침없이 흔들렸다. 그만큼 공호가 소중했던 것이다. 얼굴 따위 보지 못한 무능한 노예 아버지보다 나았다.

혼란스러워하는 폰을 두고 등을 돌렸다. 폰은 언젠가는 도움이 될 지도 몰랐다. 시간을 쏟아부은 만큼, 적으로 만들기엔 아까운 아이였다. 적으로 만들었으면, 공호는 그 즉시 새싹부터 꺽으려 했겠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이것만은 확실해. 난 전쟁에는 관심이 없어."

폰의 재능이면, 엄청난 인물이 될 터. 우연으로 쌓아가는 친분도 나쁘진 않았다. 그 또한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공호는 이 상황을 그저 받아들였다.

공호는 제로페티아를 벗어나는 포탈에 섰다. 마스크 더스트를 볼에 뿌렸다. 화끈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렇게 텔레포트가 준비되고 있었다.

폰은 의외로 쉽게 생각을 떨쳐버리고 다가왔다. 공호는 슬쩍 놀란 눈을 해 보였다.

"나중에 또 놀러와."

앞 뒤 자르고 단지 그 말 뿐이었다.

공호의 마지막으로,눈 앞이 흐려졌다. 폰 덕분에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이제 험난한 의뢰를 하며 입지를 다질 때였다.

빛의 입자들이 산만하게 흐트려지던 시야가 거품이 걷히며 돌아온다. 제로페티아의 땅에 내려 앉은 공호. 그리고 그제야 공호는 떠올랐다.

"보수를 깜박했군."

언젠가 폰을 볼 일이 생겼다. 폰은 우연찮게 나에게 빛을 졌다. 또 언젠가는 우연찮게 갚아야 할 빛. 의미가 복잡한 미소를 걸치고 공호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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