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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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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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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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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폰 판타아 드 베니아스 후작. 요즘 그를 모르는 레스토가 어디 있을까. 제국의 준남작으로 14세의 나이로 성인이 되지 않은 체 예비 귀족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인물. 그리고 1년 만에 압도적인 성장은 제국의 후작이란 신분으로 단 한 번에 대변한다.

이것만 해도 이례적으로 없던 일인데, 그가 수많은 레스토의 구설수에 오른 이유는 실상 따로 있다.

그는 이 혼란스러운 현세에서 레스토로써 어느 개척자를 찾고 있었다. 목적은 그 누구도 알지 못 했지만, 휴전상태에서 개척자를 찾는다는 것은 사형감. 그것도 제국의 후작이란 신분으로는 더욱더 아니 될 일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각국의 황제들은 마치 범 새끼 못 건들듯 그를 함부로 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호했다. 그 사실은 본인도 눈치챈 듯 그는 상황에 알맞게 대처해가며 어떤 개척자를 찾았다.

싸아아.

막 겨울이 지난 따스한 초봄 바람에 들판은 푸른 물결이 쓸었다.

사각사각 풀을 갉아먹은 아기토끼가 갑자기 스쳐오는 미풍에 앙증맞은 귀를 쫑긋 세우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한 줄기의 바람으로 나타난 폰은 아기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폰은 배 위에 아기토끼를 올려놓고는 드넓은 들판에 뉘었다.

미약한 풀 내음이 바람을 타고 한 번 쓸어간다.

"에휴. 공호형. 어디 간 거야."

학교를 졸업하고 그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드러냈다. 그것은 재능일까 아니면 신의 축복일까. 상식이란 게 통하지 않은 폰의 재능은 3년 안에 많은 걸 이뤄냈다.

'육체능력은 B급 용병, 음의 마나는 B급을 넘는 정도였지. 그때의 공호형.'

폰은 육체능력에 한해서는 정말 약했다. 인간이니까. 그러나 특수마나만은 초극의 경지에 올랐고, 초극의 경지에서도 상당히 올라서 있다.

S급 용병이 세상에 1000명이 넘지 않고, 그에 달한 실력을 지닌 이도 일만을 넘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데 S급 특수용병의 실력을 넘기다니.

특수마나를 다루는 용병 중에 S급은 정말 희귀하다. 세상 레스토를 전부 뒤져도 500명을 못 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제국소속은 더욱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황제들은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은 그들의 머릿수에 매번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약간 더 놀랍다면 폰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간이 S급 특수용병급 실력을 지닌 이는 역사적으로도 정말로 드물었다.

한 세기에 한두 명 정도밖에 없는 게 실정이다. 보통 특수마나는 이종족이 타고나니까.

폰의 나이는 올해로 열다섯. 막 성인자격을 얻은 나이고, 이론적으로 이 나이에 S급은 절대 불가하다.

일반용병인 '닐'은 40세의 나이에 초극의 경지에 들었고, 그것조차 한 세대에 몇 있기 어려운 천재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러니 15세의 나이로, 그것도 일반마나보다 경지를 이루기 어렵다는 특수마나를 갖고 초극.

이 괴물은 그걸 해냈다. 1년 만에. 노력과 능력이 비대칭을 이룬 폰.

보통 바다라는 '힘'을 노력이라는 양동이로 퍼낸다면, 이 놈은 '바다'라는 목표를 하늘이라는 재능으로 덮어버렸다.

난데없는 괴물.

들판에 들어누운 이 귀여운 녀석이 그런 놈이다.

우우웅.

한참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폰은 주머니에서 느껴오는 진동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마나 수정구가 울렸다.

마나 수신기에서 신호가 온 것이다.

폰은 일반마나를 다루는 레스토가 아니었기에 마나 수정구 없이는 수신기의 마나 전파를 잡아낼 수가 없었다.

폰은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얼굴로 암호를 외어 수정구를 활성화 시켰다.


-아, 아. 거기, 폰 판티아 드 베니아스 후작 각하 되시겠습니까?


"맞아."


-찾았습니다.


"응?"


-찾았습니다. 100명이 있다던 S급 개척자의 명단이 99명으로 작성되었고, 그 이유가 각하가 말씀하신 공호라는 개척자의 실종이라고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폰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놀란 아기토끼가 베어먹던 풀까지 버리고 폰의 배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다.

"그리고?"


-공호라는 이름의 개척자 오빠를 찾고 있는 C급 개척자 한 명을 찾았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공호가 S급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흑발에 극적인 외모를 지녔다고..


폰은 멍하니 있다가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떠올랐다. 너무 흥분했는지 옛날 말투, 존댓말이 나와버렸다.

"빨리 알려줘요!"


정적이 흘렀다.


-네?


폰은 얼굴을 긁적였다.

"아.. 뭐! 신경 쓸 거 없잖아! 알려주기나 해!"

풀을 싹싹 갉던 아기토끼가 놀란 듯 귀를 쫑긋 올려세웠다.

풀잎이 살랑이는,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


티에든 항구, 그 분주한 바다를 일직선으로 건너면 나오는 또 다른 항구도시 헤이콘.

그러나 지금은 개척자의 주둔 구역에 들어가는 위험지역이 되어버려 레스토들 사이에서는 위험한 땅이다.

헤이콘에는 특이하고 거대한 막사가 하나 있었다.

개척자들은 그 막사를 '아름다운 토끼의 막사'라며 감사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 쪽으로는 '건방진 토끼의 막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누나. 엄마는? 우리 엄마 어디 갔어?"

비쩍 마른 아이의 말에 한 맹인 소녀는 무릎을 꿇고, 손으로 더듬어 아이를 찾아 안았다. 아이의 검은 손을 잡고는 연신 말했다.

"괜찮아. 꼭 찾아줄게."

그 소녀의 곁으로 여러 아이가 몰려들었다. 못해도 스물이 넘는 아이 수.

그런 막사가 쭉 널렸다.

폭삭 삭은 노인이 거주하는 막사가 있었고, 어린 아이들이 거주하는 막사가 있었다.

모두 소녀가 보호하는 이들.

소녀는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동에 긍정적이고 활기찼다. 소녀의 활기참에 아이들은 쉽게 생기를 잃게 하지 않았다.

모두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 아이들. 어린 개척자. '축복의 라인'에서 밀린 자들.

지구의 시간으로 3년이 지난 지금. 개척자들 사이에서는 육체등급을 넘어서 모두 공감하는 한 가지 사례가 있다.

개척자 최악의 문제. 육체의 변화가 멎는 것이다.

지옥의 시간, 지구에서 죽은 시점의 육체 나이로 되살아난 개척자 중에는 당연히 어린 아이들도 있고 늙은 사람들도 있었다.

문제는 그거다. 문자 그대로 '죽었을 때의 육체나이'로 되살아난다. 늙든, 어리든 말이다.

딱 만족할 만큼 젊은 층에게는 축복이였으며 아이나 늙은이에게는 저주였다.

18세 이상에서, 35세 이하까지. 개척자들은 그 나이를 '축복의 라인'에 든 나이라 칭했다.

이 막사는 그런 곳이다.

전투가 어려운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보호하는 그런 막사.

대부분의 어린아이는 육체등급도 최하위인 D급. 정말 살아남기 어려웠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리 작은 몬스터라도 무서워 도망만 쳤고, 그러다가 레스토라도 만난다면 대번 사형당했다.

C급 개척자인 이 맹인 소녀는 그런 아이들을 모아 보호했다. 레스토로 부터, 몬스터로 부터, 다른 개척자들로 부터.

주위의 몇 개척자들은 소녀를 존경했다. 그러나 오만에 찌든 정신 나간 몇 B급 개척자는 자신을 선택받은 자라 칭하며 하찮은 D급 개척자를 위해 일하는 그 소녀를 비난했다.

세상이 변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육체등급에 따라 개척자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갈렸다.

S급은 신격화되며, A급은 정신적 지주, B급은 귀족취급을 받았다.

B급만 해도 전체 개척자의 2%밖에 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C급 까지만 해도 대우가 괜찮다. 전체의 15%정도로 희귀한 편이니.

그러나 문제는 그 이하다. D급은 사람 취급받기도 어려웠다.

신의 장난인가.

D급은 정신력이 낮았던 아이들이나, 쇠약해진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녀는 그런 현실에 분노했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어린 아이들이나 늙은 노인을 하나 둘씩 구하기 시작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실패라고 꾸짖어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이는 족족 막사에서 도움을 베풀었다.

도중에 눈이 멀었고, C급 개척자의 재생능력으로는 재생하는 것이 불가능 해 절망도 했다.

오직, 한 번 죽어서 재생하는 방법밖에는.

그러나 소녀는 땅을 짚고 일어섰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들과 노인들을 이끌었다.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절망적인 세상에도 선한 이는 있었다. 현실에 맞부딪혀가며 포기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몇 C급 개척자는 소녀를 돕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소수의 B급 개척자도 소녀의 일을 도왔다.

소녀는 평등을 주장했고, 몇 B급 개척자들도 소녀를 도왔다.

그리하여 낳은 결과는 굉장했다. 적어도 이 헤이콘안에서는 D급 개척자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전의 이야기였다.

개척자와 레스토간의 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삭막해졌고, 희망을 잃어버렸다.

전시상황의 여파로 육체등급의 따른 계급차이가 엄격하게 변했다.

그러던 도중 헤이콘 안에서 한 D급 개척자가 B급 개척자에게 대든 사건이 터졌고, 소녀의 막사는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묘해진 B급 개척자들은 모두 소녀에게서 손을 놓고, 오직 한 B급 개척자 만이 소녀를 끝까지 도왔다.

"어때요잉?"

괴상한 말투의 소년이 맹인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제 식량도 다 떨어져 간다. D급 개척자는 회복능력도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이들은 드러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두 먹여 살리려니 소녀로서는 역부족.

곧 있으면 다른 B급 개척자들의 압박에 이 막사도 뜯어내야 할 판이다. 전쟁을 일으킨 현 개척자들의 정부라고 할 수 있는 어스 글로리(Earth Glory). 통칭 EG.

그 단체의 고위 공무원인 B급 개척자가 이 막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항구도시인 만큼 활용할 때는 많은데, 그때마다 이 거대한 규모의 막사가 거슬리는 것이다.

"망했어. 어떡하지?"

소녀의 말에 소년은 일본식 암기, 쿠나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유연히 만난 소꿉친구인 이 소년.

소녀는 이 소년을 우연히 만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죽마고우인 이 녀석.

"식량도 이제 다 떨어져 가. EG에서는 지원해줄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은근히 철폐하길 바라는 것 같아."

반 묶어진 뒷머리의 소년은 생긋 웃었다.

그러고는 공중에 원통형 형태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일단 이거 쓰면 됩니다잉."

수많은 식량이 쏟아져 나온다.

"그세 또 사냥을 한 거야?"

매번 부족한 걸 모두 채워주는 이 소년이 소녀는 너무 고마웠다.

소녀의 막사를 위해 일부러 위험천만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휩쓸고 식량을 벌어오는 소년.

그러나 그런 소년이 있음에도 세상이란 만만치 않았다.

소녀는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이 현실을 바꿔달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 막사의 기원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만큼은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빌었다.

언제나 약한 자를 돕고, 부당한 일을 저지르지 않기로 기도했다.

몬스터를 죽일 때조차 눈물을 흘리면서 죽이는 소녀.

월묘는 그런 소녀였다.


작가의말

내일은 쉬고 내일 모레 2연참 합니다.
확실히, 요즘은 레이드물이나 정말 놀라운 필력 아니면 조회수가 훅훅 떨어지는 경향이 있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노블레스를 노리고 올린 글이긴 한데, 현실의 막막함을 깨우친 후로부터는 그냥 재미있어서 씁니다.
매번 횡설수설하는 느낌도 있지만 여기까지 따라와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슬럼프도 오고 이것저것 사회적 문제 때문에 요즘 글이 드물었던 건 맞습니다.
아직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저에게 자그마한 조언은 많은 칭찬보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염치없이 바라는 것이지만, 따끔한 충고나 지적이 있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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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여우제국 폴시아. 15.07.22 457 8 10쪽
59 여우제국 폴시아. 15.07.21 423 7 19쪽
58 여우제국 폴시아. 15.07.20 834 60 14쪽
5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379 8 13쪽
5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418 8 15쪽
5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6.28 403 10 21쪽
5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6.28 459 10 15쪽
5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5 9 18쪽
52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87 10 30쪽
51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0 10 15쪽
50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500 10 20쪽
49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487 15 16쪽
48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9 551 14 17쪽
4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7 606 17 13쪽
4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6 518 12 12쪽
45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1 643 17 16쪽
4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0 1,123 45 14쪽
43 여우제국 폴시아. +4 15.05.29 598 20 20쪽
42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7 723 17 9쪽
41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25 745 19 13쪽
40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2 876 22 12쪽
39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14 840 25 8쪽
38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3 767 20 12쪽
37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1 954 28 18쪽
36 여우제국 폴시아. +5 15.05.07 1,060 23 8쪽
3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06 850 23 10쪽
34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956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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