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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88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5.27 06:32
조회
722
추천
17
글자
9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저런 무식한 크기는 뭐야?"

"역시 저주받은 여우인가."

하늘에 떠오른 단 하나의 아이스 스피어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다. 섬천은 그 사이에 공호를 돌아봤다. 분명 미쳐있다.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섬천은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저 아이스 스피어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공호의 고통을 대면하는 결정체다.

"삼켜야 해.."

공호가 두 손으로 목을 잡는다.

"삼킬 수 없어."

섬천이 보기에도 미쳤다. 장기간의 초월적인 고통에 또다시 미쳐버렸다.

"벌을... 받아야 해."

콰과과과.

아이스 스피어가 내려 꽂힌다. 섬천의 바람 가르기가 베었던, 수 천개의 아이스 스피어 중의 하나가 아니다. 단 하나의 아이스 스피어. 공호의 고통이 집약된 얼음의 창. 이 중에 저걸 어떻게 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모두 도망간다. 검을 거두고, 이정표가 없는 도망을 친다.

저 아이스 스피어는 크기조차 질적으로 달라서, 도망간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런 게 내려꽂힌다면, 형이라도 무사할 수 없어. 감이 그렇게 말해줬다.

자살하려 한다. 고통에 못 이겨, 그 괴물 같은 정신력의 공호가.

섬천은 공호를 향해 달렸다.

주위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내뱉는 숨이 허연 김이 되어 퍼진다. 흘렸던 땀과 피가 얼어붙고 눈썹에 진한 서리가 생긴다. 섬천은 손을 뻗는다. 손 끝이 쩌적 갈라지며 얼어붙는다. 섬천은 이를 악물고 공호의 두 어깨를 잡았다. 양 손이 거짓없이 얼어간다.

이제 껏 많은 사람과 레스토를 죽였다. 분명히 잘못이다. 뭐라고 하든, 잘못이다. 살인자와 살생자. 명확히 나쁜 놈이다. 하지만 공호가 죽으면..

"더 나쁜 놈이 된단 말입니다."

섬천이 공호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었다.

"형."

형이라 부른다. 섬천이. 매번 형님이라 부르던 섬천이 형이라 부른다. 섬천의 외침에 도망가던 기동대가 공호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지직.

시야가 고장난 텔레비전 처럼 지직 거린다. 그 짧은 순간 섬천은 기억 속의 한 장면을 본다.

배가 초강력 스템플러로 찝혀져 있는 한 아이. 그리고 타오르는 불기둥 속에서 그 아이를 내려다보는 군복 차림의 사내.

'군복, 스템... 플러, 형, 나...'

섬천의 시야가 다시 한 번 회색빛으로 물들며 지직거린다. 기억은 다시 머릿속 깊숙히 묻히고 섬천은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돌린다.

"저주받은 여우를 죽여라! 그러면 저 저주받은 창이 사라진다!"

"죽여라!"

멀리서 날아온 얼음의 화살이 섬천의 등에 박힌다.

고통스럽고,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순간 형제가 이런 일에 직면했다는 슬픔이 고통을 가린다. 아무리 천국 같은 곳에 왔어도, 아무리 그 추악한 달빛에서 해방됐어도. 끝까지 이런 위험을 겪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학교 가서 친구들과 떠들며 슬쩍 베이는 것만으로도 징징 짤 나이인데, 조금 아픈 것만으로도 핑계되며 보호받을 나이인데. 너무도 고통에 익숙해져 있어 흐를 눈물이 없다는 게 슬프다.

슬픔이란 해일과 같다. 급격하게 몰려오고, 급격하게 쓸어간다.

푹푹.

화살촉이 배를 뚫고 튀어나온다.

"미친! 젠장! 억울하잖습니까. 너무."

공호의 일그러진 모습에 섬처은 억장이 무너졌다. 가족을 찾는다며, 무리를 한다. 섬천과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는 대부분 달빛이 뜬지 하루 만에 미쳤다. 길어봐야 3일.

그래서 모른다. 칼이, 총이, 핵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런 곳 속에서 섬천은 1년씩이나 버텼다. 고통에 직면하고, 슬픔에 빠져봤다.

확실히 그것들은 섬천의 정신을 단단하게 단져줬다. 섬천의 말투도 변했으며, 섬천의 행동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지치게 했다.


섬천의 몸이 반쯤은 얼었다.

푹.

암기가 섬천을 관통하며 공호에게 부딪힌다. 공호의 막강한 피부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곧 밧줄 같은 얼음이 공호와 섬천을 묶는다. 공호와 섬천의 배가 맞부딪친다.

"스템플러..."

손으로 툭 건든 시계의 추가 일정한 움직임을 깨듯 섬천의 심장이 박동이 불균형해진다. 눈에는 파문이, 손에는 떨림이 함께한다.

옛 기억이 더욱 배위를 화끈하게 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 검을 들었다.

형은 항상 그랬다. 가족을 잃는 것 무진작 두려워하며, 모든 것을 자기 책임으로 몬다. 동생으로서 그게 문제다. 뭔가를 해주고 싶어도, 공호에게는 오히려 자신을 탄압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 가족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공호의 특성에 뭔가를 해주기가 참으로 어렵다.

특히 희생이라며 더욱더.


그래서 동생은 어렵다.


"그러니까.. 한 번만 넘어가잖겁니다. 예?"

스스로 배위를 가른다. 쓰라린을 통증을 넘은 뭔가가 확 하고 올라온다. 그냥 배가 후끈하고 뜨거웠다. 스스로 배를 가른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섬천의 손은 정확히 간이 있는 부분을 끊어 낸다.

섬천은 간절히 애원한다.

위로해야 할 건 자신이 건만, 섬천은 배를 갈라 간을 꺼내곤 공호를 위로했다. 어린 소년이, 이제 14살 밖에 안 된 소년이.

팍.

섬천은 쏟아져 나오는 장기를 잡아가며 공호의 입에 시뻘건 간을 수셔 넣었다. 섬천은 마지막 힘을 다해 공호의 코를 막았고 공호의 목울대가 불가항력으로 넘어간다.

섬천은 속 깊은 터져나오는 핏덩어리들을 쏫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섬천은 뒤엉킨 머리카락 틈 사이로 공호를 올려본다.


슈우웅.

얼음의 창이 태양을 완벽히 가림과 동시에 우뚝 멈춰 선다.

"얼음이 멈췄다! 공격이 효과가 있다!"

"저주받은 여우의 배를 갈라라!"


공호는 일어섰다. 그 하나의 행동만으로도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입을 묶었다. 소년의 허리에는 검은 꼬리 3개가 일어섰고, 그것은 곧 죽음을 야기하는 듯 했다. 공호는 눈을 뜨자마자 구토를 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속에 있는 모든 역겨움을 게워내었다. 그 지독한 고통은 멎었지만, 속이 뒤틀리는 이 역겨움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또.. 먹었다."

파앙.

얼음의 창이 깨지며 고리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푸른 색채의 고리.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얼음은 수천개의 조각으로 나뉘며 어려 방향으로 쏘아져 나간다. 퍼져나간 얼음조각들이 푸른 빛을 뿌리며 무작위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유성우가 내려 꽃히는 듯 수 천개의 푸른 빛이 하늘에서 일직선을 그린다. 그 중심에는 공호가 있었다.

"아."

기동대 전부가 즉사한다. 단지 한참이나 어린 소년의 분위기 하나 때문에 죽는 순간까지도 약쟁이 환자처럼 어떤 몽환을 격는 듯 표정이 묘하다. 그렇다고 황홀함과 거리가 가깝단 건 아니다. 또 마냥 공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떳을 때 잠깐 겪는 멍때림처럼 그다지 이렇다할 의미는 없었다.

두괴골이 뜯겨지고 온몸이 난자당하는 와중에도 비명하나 지르는 이가 없었다. 그들이 비명을 안 지를 정도로 훈련을 잘 받은 거라면, 방패라도 들어 막았을 텐데 그건 또 아니다.


분위기에 홀렸다고 해야하나.


퍼억, 마지막 병사가 파편이 부딪혀 얼굴에 구멍이 날 때까지도 공호는 구토를 하고 있었다. 지금 공호의 뇌는 한 관문의 사고처리에서 막힌다. '섬천이 스스로 배를 갈라 간을 꺼냈다, 먹었다, 동생을 먹었다.' 동생을 먹었다는 사고의 관문에서 막힌 뒤로는 더 진전이 없다. 그저 욕구에 반응했고,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고 간편한 행동을 한 번의 걸림도 없이 보여낸다.


공호는 끊임없이 구토를 했다.

'또 먹었다.'

섬천이 피를 물든 체로 서서히 얼어간다. A급 개척자라도 회복에 시간이 걸릴 듯 한 심각한 상태. 공호는 섬천의 몸에 깃든 음기를 흡수했다.

"아.."

한참을 토하니 보니, 이제 내장이 송두리 체 나올 것 같아 정신이 없었다. 차라리 내장을 꺼내 먹었던 모든 것을 몸밖으로 내쫒으면 좋겠지만, 이 망할 놈의 몸은 이미 간을 분해해 몸 곳곳에 퍼트렸단 것을 공호는 알고 있었다.

공호는 간을 흡수한 몸을 원망하며 억지로 머리를 굴린다.

가족을 찾는데, 가족이 다친다. 양쪽 모두 고통이다.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고, 움직이고, 더 빨리 움직여서! 가족을 찾고, 한 집에 모여 고통받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런 공호는 울상이 되어 섬천을 내려봤다.

정신적으로, 공호는 아직 미쳐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섬천은 스스로를 깨부수고 있는 공호를 매우 측은한 눈빛으로 쓸어준다.

내장을 드러낸 섬천이 웃음이 공호에겐 너무 잔인했다.


작가의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섬천의 저런 말투가 그냥 나올리가 없죠.


추천해주신 제목이 좋긴 한데, 세이비어는 제 수준에는 왠지 어려워 보여서.. 

1. 흑미호.

2.여우와 두루미.

둘 중 하나로 바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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