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26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5.13 00:09
조회
766
추천
20
글자
12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섬천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웬 인간이 갑자기 나타났고 놀랄틈도 없이 충격파가 터지며 섬천은 기절했다. 모든 기억은 그것 뿐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공호형이 등에 업고 괴물같은 속도로 어디론가 도망가고 있었다. 그 속도를 보니 기절은 뭐 때문에 한 지 알것만 같다.

공호가 급하게 올린 속도덕에 터진 막강한 충격파가 섬천을 덮쳤던 것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얼음으로 보호해줄 시간도 없이 도망갔을까. 그리고 애초에 왜 도망갔을까?


공호는 섬천을 낚아채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한 청년이 나타남과 동시에 머릿속에 직접 은치의 긴박한 절규가 들려왔다. 꼭 이어폰을 낀 것 마냥 공호에게만 들렸다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대로 주인을 모시고 왔던 방향으로 뛰어! 이미 문은 열려 있어!"

어떤 일인지 궁금할 새도 없다.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그 본능이 뼛속 깊숙이 자극했다. 그 청년은 아무런 기운도 뿜지 않았지만 공호의 본능만을 자극했다.

은치가 울부짖는다.

"아직도 반지에 집착하는가. 어린 최강."

"오랜만이야. 글쎄? 검은 여우가 흘린 음기를 따라 왔더니... 이런 선물이 있네? 세상의 틈이 열렸다 길레 누가 열었나 했더니..."

은치와 그가 대화한다. 시간을 끌기 위한 은치의 대화지만 은치의 말은 어설프지 않고, 하나하나 웅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반지를 줘. 내가 하면 되잖아. 나도 엄연한 영웅의 제자였어."

"본래대로 라면 네 것이겠지. 하지만 네 과욕을 잊을 수 없진 않는가?"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 은치의 꼬리에서 작은 바람을 흘러나온다. 그 바람은 섬천을 향해 다가갔다.

용병왕이 히죽 웃었다.

"저거구나."

그가 사라진다.

"어딜!"

도망치는 공호와 섬천의 바로 뒤에서 그와 은치가 나타난다. 적어도 2000km 이상의 거리였건만, 찰나의 순간 만에 이동한다. 대충계산으로도 마하 5800이 넘는다.


콰앙!

은치의 발톱과 어느새 뽑힌 그의 검이 부딪치며 막대한 충격파가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공호가 그 힘에 못 이겨 섬천과 함께 바닥에 심하게 구른다. 그 와중 공호는 섬천이 다치지 않도록 얼음으로 감싼다.

"미개척 지역에서 몬스터가 쏟아지는 꼴을 봐야 집착을 버리겠나."

"반지만 얻으면 그깟 몬스터, 얼마든지 날려버릴게."

은치가 혀를 찬다.

"설령 반지를 얻었다 해도, 본래 반지의 주인이 아닌 이상 미개척 지역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 깨 부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이 시대의 용병왕이야. 최강이라고."

그 아니, 용병왕이자 최강이 말했다. 은치가 깃털 하나를 날리며 대응했다.

"그래 봤자 레스토 중에서 강한 것 뿐."

섬천의 검지에 바람이 인다. 바람은 곧 화려한 장식의 반지로 굳는다. 공호는 날아간 장소에서 고개를 들자, 이야기 대로 밖과 연결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큰 구멍이 보였다.

그 구멍을 향해 다가갔다.


파앙!

그러나 급히 움직인 그의 손속을 은치가 막아내려 한 힘의 여파에 휩쓸린다. 먼지같이 쉽게 날아가려는 몸뚱어리. 공호는 통로에 갈퀴처럼 생긴 얼음을 생성시켰다. 구름의 아래로 시원히 뚫린 통로에 갈퀴가 걸린다.

파앙! 파앙!

그 후로 미친듯이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은치가 더욱 빨리 그를 막아서며 주변이 격동한다. 태풍앞에 꽃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비의 마음이 절로 공호의 마음속에 그려진다.

"역시 늙은 페닭은 질겨."

"네놈은 봉황과 닭도 구별 못 하느냐!"

공호는 공중에 멈춰있는 그에게 아이스 스피어를 때려 박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바람이라도 되듯 얼음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은치가 말한다.

"여기는 주인이 만들어준 세상의 틈. 아직 주인을 뛰어 넘지 못하는 네가 그 '특수한 힘'을 다루지 못하지."

천진난만한 얼굴 그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반지가 있어도 한 번에 깨닫는 건 아니잖아? 이 공간만 벗어나 봐. 그때부터 저 반지는 내 거야"

마침 공호와 섬천이 통로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은치가 깃털을 곤두세우며 웃었다.

그 순간 구름이 꿈틀거리며 구멍을 막는다. 구름이 틈을 모두 뒤덮는 순간 거대한 빛의 기둥이 이 세상을 뚫었고, 그것은 공간과 공간의 끝까지 이어졌다. 세상과 세상은 단절되고, 이 공간은 다시 독립된다.

그리고 은치는 제 할일은 다 했단 듯 청년을 비웃는다.

"미안한지만, 다음 통로는 1년 후에 열리네만. 내가 죽어도 말이지."

그의 얼굴에 분노에 잠시 인다.

"바같 시간으로는 꽤 긴 시간이네."

은치가 눈을 빛냈다.

"그래, 반지를 구하기에는 아주, 긴 시간이지."

극도로 분노한 최강이 움직인다. 그러나 은치의 발톱에 막힌다. 은치가 눈을 빛냈다.

"느긋이 즐기자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


정성스우리 만큼 겹겹이 쌓여 있는 구름속에 푸른 빛과 함께 이질적인 통로가 나타난다.

휙.

하늘에 난데없이 나타난 푸른 통로에서 공호와 섬천이 쓰레기 버리듯 뿌려진다. 공중에서 정확히 세 바퀴를 돈 공호의 몸이 변한다.

우두득.

언제나 섬뜩한 근육과 뼈가 뒤틀리는 소리. 무표정한 공호 대신 섬천이 입술을 깨문다. 이럴때는 섬천조차 저 무서운 정신력을 지닌 공호가 무섭다.

공호는 섬천을 등에 태우고 조심히 지상을 향해 활강한다.

"묠드의 집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형님."

"어."

확실히 묠드의 숲이 있는 장소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 이곳은 세상의 틈이니까.

은치의 마지막 전언을 떠올린다.

'통로 넘어는 네가 왔던 곳이 아니라네. 통로 넘어는 네가 가야만 하는 세상. 여우의 제국, 폴시아.'

이런 경로로 폴시아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또 다른 세상의 틈. 여기서 묠드가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여우의 황제를 만난다. 그만이 본래 세상과의 통로를 알고 있다.

그때였다.

마나 페인에서 강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공호는 섬천 앞에서 처음으로 인상을 찌뿌렸다. 흑미호 특유의 '특징' 시작된다. 그 '특징'은 흑미호가 된 계기의 고통을 그대로 하루 동안 느끼게 하는 것. 그 말은 즉, 마나 페인을 뚫렸을 때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

45일 마다 발현되는 지옥.

그 지옥이 지금 발현됐다.

무려 하루. 하루 동안이나 고통을 느껴야 한다. 기절은 허락지 않는다. 아직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되기 전이다. 고통이 시작되면 이성을 잃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하루."

"응?"

"하루만 여기서 기다려."

공호는 섬천을 수풀투성이의 지면에 내려놓고는, 휙 하고 공중으로 사라졌다. 요즘 들어 공호의 행동 양식이 모두 저런 식이니 섬천은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제멋데론에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니.주변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꽉 차있다.

섬천은 한숨을 쉬었다. 근래에 보는 것들이 묠드의 숲과 은치의 구름. 그리고 또 지금 숲이다. 그러다 문득 섬천은 손에 있는 반지를 내려보았다.

분명 한 줄기의 바람을 느끼고 생겨난 반지. 지금에서야 제대로 된 신경을 쓸 수 있었다. 눈이 높은 섬천에게도 썩 마음에 드는 화려한 반지는 주위를 둘러싼 바람 같은 신비한 문양이 중심에 있는 투명하며 둥근 보석을 돋보였다.

산듯한 모양의 반지. 섬천은 반지를 만져보기도 하고 햇빛에 비춰 보기도 했다. 그럴 수록 반지는 묘한 매력을 톡톡 터트렸다. 그리고 나온 섬천의 결론은 간단했다.

"이 반지, 나중에 월묘에게 선물해야겠습니다."

섬천은 반지를 한참이나 보고 있다가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마나를 끌어 올린다. 조금의 마나를 반지에 몰아 넣었다.

싸아아아.

"어?"

그러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을 낀 반지의 손에서 산듯한 바람이 흐른다.

우웅.

섬천이 반응을 표하기 전에 반지가 반응한다. 반지에서 나온 산듯한 마나가 섬천의 몸을 역으로 침투한다. 상쾌하게 스며들어가 그닥 고통 따위 없었다. 기운이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자리 잡는다. 기운은 제멋대로 아랫배에서 조금씩 압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본래 있던 일반 마나까지 삼켜버린다. 삼켜버린 일반 마나는 상쾌한 마나로 전환한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상쾌해 몸이 바람처럼 느껴졌다. 마치 세상을 다시 태어나는 듯한 청량한 기분이 찌릿하게 몸을 갉아먹었다.


-조합 각성에 성공하셨습니다. 일반 각성과는 달리 조합 각성의 고유한 특징은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일반 각성과 달리, 조건이 충족된다면 조합 각성은 모든 개척자가 가능합니다.


-물질을 통한 조합 각성에 최초로 성공하셨습니다. 칭호:운명의 매개체를 수여합니다.


-모든 스텟이 30 상승하셨습니다.


"조합 각성...입니까?"

언젠가 공호형에게 들어본 적 있다. 음의 마나를 소유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들을 때, 조합각성이란 말을 썻었다. 섬천은 아랫배의 상쾌한 마나를 움직여 보았다.


본래의 마나가 그대로 뒤바뀌었기 때문에 마나의 양은 충분했다. 그 마나를 손에 집중했다. 상쾌한 느낌도 한 곳에 몰리니 꽤나 매섭다. 손이 진동한다. 섬천은 적당한 때에 손에 힘을 뺏다.

파아아아앙!

강렬한 바람에 50M는 족히 돼 보이는 나무 두 그루가 송그리 뽑혀 날아간다.


-육체의 고유적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첫 번째 고유적 특징은 풍의 마나 입니다.


'뭐야?'

풍의 마나. 들어는 보았다. 그렇단 말은 지금 아랫배에 있는 마나는 풍의 마나란 이야기. 섬천의 마나를 전부 풍의 마나로 환산해도 저런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뿌리까지 뽑혀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나를 모은 손은 오른손에는 반지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녀석이?'

우웅.

반지가 청아한 울음소리로 반응한다. 섬천은 반대로 풍의 마나를 왼손에 모았다. 아까처럼 적당히 한계에 몰렸을 때 왼손에 힘을 뺏다.

파앙.

나무는 흔들리지도 않고, 나뭇잎만이 바람에 쉽슬려 날아간다. 아까 날려버린 나무보다 4배는 작으면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

나에게 뭐 준 거냐, 은치야?

그 순간, 섬천은 언젠가 그틴의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세상에 가장 효율적인 무기는 뭘까. 마나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무기 아닐까. 들어봐. 백팔 천기라는 신물들은 말이야, 일반 레스토의 마나만으로도 B급 용병의 효율을 내게 해 준다는 전설이 있어. 흥미롭지 않아? 그런데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갖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그런 걸 갖고 있으면 하루도 못 버티고 죽을거야. 왜냐고? 당연하잖아. 다른 레스토가 그걸 가만 놔두고 있겠어? 죽이고 빼앗아 버리지.'

섬천의 머리가 급속도로 싸악 식었다. 잘하면 각혈을 할 기세다.


"그런, 미친. 아까 그 반지 달라고 하던 미친 차칭 용병왕이 달라고 하던 반지가...."

망했다. 강해지는 것은 좋은데, 입에 강력한 칼을 물고 넘어지는 꼴이다. 놀란 섬천은 반지를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지만.


-인벤토리에 출입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다채로운 격식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보니, 손에서 빠지지도 않는다. 섬천은 반지를 노려봤다. 반지 중심의 보석이 반짝 하고 빛난다. 섬천은 괜히 들지 않아야 할 죄책감이 든다.

"이게 뭔 헛짓 입니까..."

이윽고 섬천은 반지를 낀 오른손을 올려 이마부터 쭉 비벼내렷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월묘 15.07.25 487 7 11쪽
62 월묘 15.07.25 435 7 12쪽
61 월묘 15.07.23 510 9 11쪽
60 여우제국 폴시아. 15.07.22 457 8 10쪽
59 여우제국 폴시아. 15.07.21 423 7 19쪽
58 여우제국 폴시아. 15.07.20 834 60 14쪽
5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379 8 13쪽
5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417 8 15쪽
5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6.28 402 10 21쪽
5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6.28 458 10 15쪽
5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4 9 18쪽
52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87 10 30쪽
51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0 10 15쪽
50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500 10 20쪽
49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487 15 16쪽
48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9 551 14 17쪽
4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7 605 17 13쪽
4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6 517 12 12쪽
45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1 642 17 16쪽
4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0 1,123 45 14쪽
43 여우제국 폴시아. +4 15.05.29 597 20 20쪽
42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7 722 17 9쪽
41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25 744 19 13쪽
40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2 875 22 12쪽
39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14 840 25 8쪽
»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3 767 20 12쪽
37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1 954 28 18쪽
36 여우제국 폴시아. +5 15.05.07 1,060 23 8쪽
3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06 850 23 10쪽
34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956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