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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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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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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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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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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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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8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교롭게도 그날은 황후가 실종된 날, 황후의 기일이었다.

"달이 뜨는 즉시 식을 행할 것이다."

구름이 달을 먹고 토하길 반복한다. 이제는 다 끝나버린, 허무함에 기운빠져버린 황자들은 멍하는 달을 올려본다. 이황자는 자신의 모든 것인 돈을 잃었고, 일황자는 그 야비규환을 본 뒤로 의욕을 빼앗겼다. 쌍둥이 황자들은 검은 책이라는 희망을 잃고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오황자는 언제나 그렇듯 황궁에 없었고, 그나마 세력이 남아 있는 일황녀는 평화주의자다. 그들의 그림자도 달과 구름을 따라 진함과 연함을 반복한다.

와아아아!

"흑미호를 몰아내라!"

"미친 정치를 한 황제는 책임져라!"

황궁의 담을 넘어선 수 백만의 제국민의 원성이 넘어오고 있었다. 이것은 축제였으나 비극이었다. 귀를 찔러오는 함성에 정신이 없었다.

여덟 여우는 쇠사슬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낑낑대기만 했고. 여우의 목을 치려는 망나니가 덩실거리며 벌써 춤을 추고 있다.

"황후. 복수하겠소. 반드시, 끝까지,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드리외다."

몇번을 외치지만,


황제는 미쳤다.


그러나 신하들은 그게 너무 안쓰럽게 보였다. 그토록 평화롭던 황제가 저렇게 고통받아야 할 이유가 뭔가. 황자들 조차 황제의 고통이 아버지의 고통으로 보일 정도다. 그의 눈빛은 너무도 깊게 슬퍼 있어서 끝도없이 무언가를 애원하는 것 같았다.

애절하다.

비워도 비워도 밑바닥이 없는 애절함이 황궁을 진동시킨다. 일황녀가 쥔 찻잔 속이 달빛을 갈무리한다. 거쌔지는 백성들의 함성과 한없이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애절함. 황궁은 고요과 침묵, 그리고 변화를 동시에 가진다. 어느새 돌아온 장발 노인과 민머리노인조차 눈빛이 흔들렸다. 황제의 비틀어진 현실에 대한 동정이었다.


그 속에 황제는 모든 비통함과 애정어림, 간절함을 짊어 지고 황좌에 앉아 있었다. 않아서 다리를 뻣으면 양끝이 닿는 이 의자와 머리에 눌러 쓴 차가운 돌덩어리를 박은 쇳덩어리를 위해, 황제 또한 혈육을 밟아 올라서왔다. 그러던 도중 황후를 만나 평생을 약속하고 백성의 평화를 약속하였다. 황후를 보며 황제가 되었고, 황후를 보며 모든 걸 이겨냈다. 황제에게 의자와 관은 황후를 바라본 부산물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그래. 이거여야 했어. 이런 식의 이야기였어야만 했어. 어느 나라의 제국처럼 난 여러 첩을 들이지도 않았고, 노란 돌덩어리에 욕심을 내지도 않았어. 그냥, 평범한 황제보단 조금 더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야. 의자에 앉고 머리에 관을 쓰는 것 보다, 손잡고 평범하게 돌길을 건너면서 사는 걸 좋아했을 뿐이야.


그러던 어느날. 마치 동화에서 나오던 것 처럼 '그러던 어느날'. 황후는 감촉같이 사라졌고 황후에 대한 기억 일부분이 삭제되어 버렸다. 만약 나쁜 용이 납치했다면 검을 들고 달려들면 되었고, 마왕이 납치했다면 용사를 보내 얻어내었을 거다. 그러나 황후는 아무 이유가 없이 사라졌다. 한 마디로 그냥.

왜 끝은 동화가 아닌 거야?


황좌에 앉은 황제의 창백한 얼굴을 달빛이 간지럽힌다. 구름이 걷히며 점차 들어난 황제의 얼굴은 보라빛 상처가 반 이상은 좀먹어 있었다.

잠시 눈을 감은 황제의 깃가에 과거 황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릴 수 있을 것이옴니다. 황자 저하.'

'이건 황궁 내 최고 치료사도 어찌 못하는 독이오. 촌에 있는 작은 약방 처자가 어찌 이 독을...'

'할 수 있습니다.'

'흠... 죽든 살든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텐데 거 이름이나 들어봅시다.'

'...라 하옵니다. 저하의 독, 소저는 몰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황후의 이름에 대한 기억은 이상한 잡음과 함께 들리지 않았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황제는 괴성을 지르며 마구잡이로 얼음을 뿜었다.

'허허, 거 참. 알았소. 내 살려주면 소원하나 들어주리다.'

'오, 재미있습니다. 그럼 살려드리오면 앞으로 경어를 쓰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아니, 저하가 경어를 쓰고 소저가 편히 말하겠사옴니다.'

'허헛! 대단한 처자일세. 좋소. 어차피 죽을 몸, 마지막엔 참 재미있는 처자를 만나는 구려.'

날뛰는 황제를 본 두 삼미호 노인은 진정 시키기 위해 몸을 몇 번이고 날렸다. 그 광경에 황궁을 둘러싸고 있던 백성들은 더욱 날뛰었다.

'살았소. 내가 살았소!'

'무리하지마. 앞으로 일년에 한 번 나와 치료를 해야되니까. 일년에 한 번 하지 않으면, 음의 마나를 쓰는 즉시 독이 올라오거든. 안 그래, 동생?'

'알았사옴니... 거, 조금만 낮쳐주면 안되오?'

'끝에 요자만 붙이면 된 걸로 쳐 줄게.'

'알았어... 요. 크아아! 제기랄.'

삼미호들과 수십번을 부딪힌 뒤에야 황제는 진정하고 황좌에 앉았다.

"황후. 내 이제 곧 갈아버려도 쉬원찮을 황후의 원수를 보내오리다."

화르륵.

황제의 손에서 불꽃이 인다.

검은 책이 천천히, 아주 느리게 타올랐다. 불꽃을 음미하듯 황제는 손끝에서 재로 변해가는 노트를 바라봤다. 사미호는 음을 역행하는 경지. 음의 마나를 양의 마나로 발현할 수 있는 경지. 황제의 불꽃이 손 끝에서 아지랑이가 피었다. 흔들리는 붉은 꽃이 공중에서 넘실거린다. 꽃은 산소를 삼키며 몸을 불려 나가기 위해 애쓴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아지랑이.

그런 황제를 본 황궁 안 사람들은 눈물을 흘려주고, 볼 수 없는 황궁 밖 백성들은 여전히 원망이 담긴 비명을 질렀다.


그때 어디선가. 어디에서 시작된 목소리가 애절함과 고요함의 사이를 노래했다. 맑은 여아의 목소리가 백성들의 원성 속에서 비집고 나와 확실하게 들려온다. 폴시아의 전통적인 연가가 흘러나온다.

아이의 작은 노래가 느리고 명확하게 황제에게까지 스며든다. 갑작스런 아이의 행동에 몇몇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노래의 근원지는 일황자의 손을 잡고 있는 여아였다.

처음에는 일황자도 놀라 딸의 입을 막으려 하였다. 그러나 황제의 눈치를 보며 당황해하는 황자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어쩌다 서로 죽여야 해야 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황궁, 아니 백성이 있기 전. 황제라는 자리를 메꾸는 단 하나의 자리와 힘이 생겼을 때부터. 황위계승전은 역사가 말해주는, 언제부터라고 할 수도 없는 치열한 것이었으니까.

과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황위를 노리고 견제해야 할까. 당연하게, 너무나 당연히 이성적으로는. 이득을 추구 한다면야.

일황자는 근래에 너무도 참혹한 것을 봤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성을 넘어 옳은 선택을 하게 해주는 무엇이 필요했던 지옥.

그 뒤로 누군가와 부딪치기도 싫고,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황제가 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죽음의 길로 몰리는 황궁. 그것은 '산다는 것'과의 거리는 멀었다. 일황자는 아이의 손을 맞잡았다. 만약 황제가 된다면 이 아이도 그 싸움에 끼어 들 수 밖에 없겠지.

'오늘을 살고 내일을 버린길을 간다면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을 버리고 내일을 노린다면 난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싸아아.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일황자의 꼬리가 하나 더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순간만큼은 황위계승도, 그 무엇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무념수상.

그저 어머니를 잃은 아들로서 있었다. 일황자는 딸의 노래에 동참했다. 다른 황자들이 더욱 당황했다. 특히 이황자는 텅빈 눈 사이로 그 여아를 담아 넣었다.

그러나 노래는 번저간다.

일황자와 그 딸의 노래가 고요하던 일황녀에게로.

황제는 황후와의 약속을 지켰다. 언제나 백성들은 행복해하고, 그 누구하나 쉽게 굶어 죽는 일이 없었다. 황후의 기일조차 황제는 백성을 위한 축제로 만들어버려 이맘 때 쯤 황궁 밖은 떠들썩했다. 매일 축제가 벌여지고 먹고, 마시고, 즐긴다.

형제가 서로를 돕고, 남매가 서로를 인정하며, 가족의 얼굴에 대놓고 사랑을 줄 수 있다.


"황궁은 만행을 사죄하라!"

펑!

극도로 흥분한 몇명의 백성은 폭발물을 황궁의 벽에 던졌다. 그럴 때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황궁의 벽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옆에서는 정작 백성을 위해서는 무엇하지 않았던 간신들이 황제를 흔든다.

"폐하! 저 간악한 무리를!"

그러나 황제는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제껏 황궁 안은 고독히 피바람이 불었다. 애정도 자비도 우애도 없다. 지금와서야 단지 쌓였던 애절의 노래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황자들과 황녀는 갈팡지망하다가 결국 어리숙한 삼황자와 사황자가 노래에 동참했다. 이기적인 이황자도 형제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황궁안 모두가 애절을 노래한다. 마지막에는 오직 황제만 남았다.


그렇게 달은 황궁으로 다가왔다.


#


붓으로는 그릴 수 없는 위엄있는 왕(王)자가 호랑이의 머리 위에 멋들이게 자리 잡았다. 발톱은 잘 닦은 유리잔처럼 투명해서 그 차가운 예기에 소름이 끼친다.


-경고! 흑연호(撚黑虎)가 세상에 드러납니다.


-두번째 봉인이 풀리는 시간까지 30분남았습니다.


-흑연호의 능력은 90%가량 봉인되어 있습니다. 30분이 지날 때마다 봉인이 10%씩 해제됩니다.


공호의 눈에 몬스터의 등급이 떠오른다.

D-86

미쳤다. 공호는 E-98 등급의 황악조 한 마리를 힘겹게 이겼다. 내장을 찢겨가면서 이겨내었던 게 황악조다. 덩어리 등급의 하나 차이는 미친듯한 차이를 지닌다. 지렁이와 뱀이 다르고 뱀과 용이 다르듯 D와 E는 압도적인 차이다.

말장난을 섞자면, E는 쉬움(Easy)이고 D는 위험(Danger)이다.

게다가 뒤에 붙은 작은 등급조차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하나 올라도 체감이 확 되는 것이 뒷등급이다. 저 녀석은 E에서도 98이란다.

다 떠나서, 저 괴랄한 능력이 겨우 전체의 일할. 봉인이 전부 풀린다면 정말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놈은 거대한 앞발을 들어 탕을 쾅 찍는다. 그 공포스런 광경에 놀랄틈도 없이 녀석은 입을 벌려 포효했다. 놈의 속에서 나온 거대한 에너지가 소리형태로 공간을 쥐어 짠다. 단순히 소리만으로도 밖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이 귓가에 피를 흘리며 밀려난다.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이미호들의 얼음에 쩌적 금이 간다.가까이 있던 공호는 살결이 전부 곤두서며 신경이 필요이상으로 예민해졌다.

공호는 꼬리를 들어낸다.


-저주를 드러냅니다. 육체능력이 10% 상승합니다.


휘익.

공호가 서 있던 자리에 한 줄기 바람이 몰아쳤을 땐 이미 공호는 흑연호의 미간에 단도를 내리긋고 있었다. 공호는 섬천의 바람가르기를 보고 또 뭔가를 '적응'했다. 은치의 가르침과 섬천의 풍의 마나가 만나서 생기는 기교가 바람가르기다. 공호는 그것을 몇 번 보고 적응했다.

단도에 음의 마나를 담는다. 같은 크기의 텅스텐보다 단단한 단도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연성이 좋아 단도가 부셔지진 않았다.

쉬익.

얼음을 조금 더 날카롭고 자유롭게. 세상이 빠르게 접힌다. 손도에 의한 눈의 착각. 현재 공호의 전속력은 마하 15를 넘는다. 막강한 가속도에 사방에서 쇼크 웨이브가 터졌다.

음의 마나를 지속적으로 몸에 둘러 마찰열 따위는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속도에서 옷이 거쎄게 나풀거릴 뿐 타들어가진 않았다.

공호는 단도의 가득찬 음의 마나를 섬천처럼 날리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간 표적을 베기도 전에 주위 공간이 순식간에 얼어버릴 테니까. 단순히 음의 마나 덩어리를 날려 표적을 맞추는 방법은 공호도 불가능하다. 표적까지 가는 동안 공기와 접촉하는 압축된 음의 마나 덩어리를 보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상대방과 접촉해 있으면 다르다.

단도가 흑미호의 살을 슬쩍 파고드는 순간 날카로운 얼음이 터져나온다.

싸아아.

흑연호의 머리에 일직선으로 스크레치가 생긴다. 피부가 얼마나 질긴지, 공호의 진심이 담긴 공격이 살을 조금 긁는 것으로 끝난다.

놈은 울부짖으며 앞발로 공격했다. 그 속도는 잔상조차 무너뜨릴 정도로 정신없었다.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에 공호는 고스란히 공격을 허용했다.

콰앙!

흑미호의 발이란 거대한 질량덩어리와 무지막지한 속도가 만나자 어마무시한 파괴력이 터진다. 공기가 버틸 수 없는 가속도에 부딪히기도 전 충격파만으로 공호의 머리카락이 격하게 흔든다. 공호는 푸른 실 거미의 쇠사슬이 있는 장소로 날아가 부딪쳤건만, 쇠사슬은 모두 끊어지고 벽을 뚫고 1m 이상 처박혔다.

싸아아아.

공호가 박혀있는 벽이 얼어간다. 공호가 단도를 돌리며 공중에 나타난다. 이번에는 흑연호의 배를 찔렀다. 역시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공호는 놈의 발이 다가오기 전에 몸을 옆으로 뺐다. 놈의 속도에 빠라올 재간이 없어 반은 예측된 행동이었다. 공호는 눈깜박일 틈도 없이 전력을 다해 발에 단도로 찔렀다.

단도를 기점으로 수백 메간트의 음의 마나가 퍼져 나오며 모든 걸 얼렸다. 아무런 제어도 안하고 음의 마나를 쏟아부었기에 심하게 뿌연 증기가 올라왔다.


병사들 중 누군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아..."

그들의 싸움이 보이지 않았다. 눈에 과부화라도 생긴 듯 그들의 움직임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상황은 그랬다.

흑미호가 울부짓은 덕에 고막이 터져나가며 피가 흘렸다. 그래서 피를 닦으려 손을 움찔거린 그 짧은 순간, 한 쪽 벽에 있던 사슬들이 끊어지며 벽에 큰 구멍이 남과 동시에 벽이 얼었다. 그리고 뒤늣게 여러 곧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또 그걸 의식하기도 전에 공호는 흑미호의 발에 단도를 내리찍었고, 심한 증기가 폭발하듯 올라왔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

그 실리아조차 공호의 전력을, 그리고 그런 공호를 가지고 노는 흑미호를 보고 장난기 있는 웃음을 싹 지웠다.

"저런 건 황제도 이길 수 없어..."

황제의 음의 마나라면 저 상태의 놈을 열릴 수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놈의 움직임이라면 대기를 얼리기도 전에 황제는 몸이 터졌을 것이다. 황제는 공호처럼 단단한 육체를 지니고 있진 않으니까.

실리아는 잠시 옆을 돌아 섬천을 응시했다. 녀석도 이 싸움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테다. 그럼에도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눈치였다.


확 터져나온 공호의 음의 마나에 놈은 수염과 털이 얼었을 뿐, 움직임에 지장은 없었다.

귀신처럼 움직이며 찔러대는 공호와 거의 타격이 없는 흑연호. 공호는 그 공격을 예측해가며 적응하는 듯 했지만, 너무 심한 움직임과 하나 둘씩 얻어맞는 공호의 체력만 지쳐갔다.

쩌저저적.

공호는 빈틈을 봐 바닥을 얼렸다. 빠르게 움직인 놈이 미끄러진다. 공호는 얼음 길 위에서 더욱 빨리 달렸다. 여우요괴의 특성이다.

빙결된 바닥에서 얼음 가시가 돋아난다. 그러나 놈의 가죽을 반도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깨진다. 몇 번을 머리를 얻어터지니 정신이 뱅뱅 돌았다.

앞으로 5분.

저 무식한 놈의 힘이 2배로 뻥튀기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전신이 피투성이로 편한 공호는 검은 자킷을 벗어던졌다. 꽤나 좋은 소재로 방어에 좋다지만, 지금은 걸거치지만 한다.

놈의 눈을 노리기 위해서 가진 재주를 모두 부려봤지만 통하는 건 없었다. 애초에 놈은 눈에 의존해서 공격하는 난이도가 아니다. 놈의 등 뒤에 있을 때도 놈은 육감으로 공격해 온다.

이쯤되니 단도가 부실하다.

공호의 움직임에 단도가 견디질 못한다. 이럴다엔 단도가 주는 공격보다 얼음에 의한 데미지가 효과적이었다.

공호는 놈의 몸속에서 얼음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그건 귀신같이 알고 놈이 움직였다. 놈이 작정하고 움직이면 도저히 얼음의 생성속도가 놈의 움직임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좌표연산을 하는 데에도 심각한 변수가 생기며 시간이 지연되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콰앙.

아이스 스피어가 놈의 머리에 틀어박히지만, 놈은 입을 벌려 오직 공호를 물어뜯으려는 집념으로 달려왔다.

싸움의 여파가 굉장하기 때문에 다른 일행은 이미 자리를 피했다.

천재지변.

공호의 손 끝에서 피어난 얼음이 공간을 뒤덮고, 흑연호의 울음소리가 공간을 뒤흔든다. 다이어몬드라 하더라도 간단히 바스라지는 저 둘의 싸움을 뭐라고 하면 좋겠는가.

공호는 이 최악의 타이밍을 저주했다.

흑미호가 2배로 강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정도 남았다.

그 안에 밤이 되어 달이 뜨면 공호에게도 승산이 있다. 흑미호는 달 아래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으니. 그걸 이용한다면 저 흑연호에게 어떻게든 한 방을 먹여볼 수만 있을 것 같았다. 그걸 계산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건만, 아직까지 달은 뜨지 않았다. 과연 3분이란 시간안에 달이뜰지 궁금할 수준이다.

점점 체력은 빠져가고 몸은 한계에 달해 갔다.

쿵!

마침내 흑연호의 발에 공호가 제대로 밟혔다.

으드드득.

얼굴만 제외하고 몸이 짓이겨진다. 지독한 고통에 공호는 숨을 들이킨다.

"쓰읍..."

끊임없이 회복하는 S급 개척자의 회복력도 한계가 있다. 여기서 끝난다면 밖에 있는 섬천이가 죽는다. 흑연호의 입이 목을 뜯어내려 다가오고 있을 때.

고통보다는 살고 싶다는 본능일까.

무의식적으로 두 번째 비밀의 마나 페인을 건드렸다.

파앗.


공호는 다시 한 번 백색의 공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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