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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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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6.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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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황궁을 나선 지 머지않아 섬천을 만날 수 있었다. 실리아을 거쳐서 섬천이 있는 마을을 가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섬천은 실리아와 같이 있었다.

"여."

섬천은 손을 들어 올려 반겼다. 척 보기에도 섬천은 성장한 것 같았다. 공호는 가볍게 섬천의 머리를 헝클였다. 실리아가 밖에서 활동하기 위해 쳐 놓던 천막은 음침한 냉기가 돌았다. 이미호가 거주하는 천막이다 보니 당연하다만, 공호가 천막안으로 들어오자 신기하게도 냉기는 없어졌다.

아름다운 얼음조각이 고고히 흩날린다. 얼음조각이 사라지고 어느새 푸른색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앉아."

신기하게도 공호의 얼음이 차갑지 앉았기에 섬천은 마음 놓고 앉았다.

"형은?"

대답이 없었다. 서 있는게 편한가 싶다.

"황제가 움직일거야."

공호의 말에 섬천과 실리아 둘 다 화들짝 놀랐다. 공호는 실리아가 놀란 것은 이해되는 데, 섬천이가 놀란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

"드디어 말수가 조금 늘었습니다."

공호가 처음 흑미호가 됐을 때보다 훨씬 말수가 늘었다. 기쁘다면 기쁜일이다. 그동안 말수가 적었던 것은 아마 공호가 한동안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니라. 공호의 간략한 이야기를 들은 실리아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표정이 꽤 심각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황제는 조회 때 황후와 관련 된 무언가를 요구하겠지? 그러면 안 돼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존의 우리 계획보다 훨씬 골 때려진단 말이야..."

"그렇지."

"내가 볼 땐 그렇게 될 확률이 만땅이다. 만땅. 요즘 갑자기 혈세 뜯어간다며 백성들이 난리를 치더만, 아예 작전을 하고 무슨 짓을 저리를 작정이지. 황후 있을 때도 중증으로 집착했다던데, 황후와 관련해서 500년 동안이나 지켜낸 짓을 깨뜨린 거지. 우리 아버지가 드디어 벽에 똥칠할 나이가 왔긴 왔구만."

실리아는 황제고 아버지고 계급장 다 떼버리고 쉽게쉽게 패륜발언을 내던진다. 한참을 공호와 실리아가 말하던 중 섬천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어... 그렇다면 만약 황후에 정보가 있다면..."

"무엇이든 필요하지."

"그거... 아마도 저한테 있는 것 같습니다만."

순간 어이가 날아가 모두 침묵했다. 섬천이 잽싸게 검은 노트를 허리에서 꺼냈다.

"마지막 장에 황후와 관련된 것이 있습니다."

실리아의 눈이 거침없이 노트의 마지막 장을 흩는다.

"이거..."

실리아가 섬천의 곁에 있는 여우들에게 눈을 옮겼다. 그리고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폭, 섬천이 두 손가락이 실리아의 눈을 찌른다.

"아아아악! 뭔 짓거리야!"

"무슨 더러운 눈으로 내 여우들을 보는 겁니까."

"이 싸이코 새끼가!"

실리아와 섬천이 투닥거린다. 어느세 여우에게 정도 들었나 보다. 공호는 저 생각없는 싸움은 무시하고 노트를 향해 손을 뻗어 천천히 읽어내렸다.

'찾았다.'

황후를 찾을 유일한 단서가 손에 들어왔다. 섬천이를 가만 놔둔 것이 오히려 도움되었다. 그렇게 한 번 책을 둘러볼 때였다.

'음기?'

공호는 순간 천막 밖에서 음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도 막대한.

공호가 손을 뻗었다. 천막이 공호의 얼음으로 보호된다. 곧 막대한 충격으로 천막 안이 울린다. 공호는 급격히 뛰어올랐다. 가차 없이 천막이 찢어진다.

"역시. 흑미호를 미행하면 뭔가 나오긴 나오는군."

장발의 노인이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공중에 떠 있는 얼음위에 서 있다. 삼미호? 공호는 손에서 맺은 얼음을 날렸다.

콰앙!

노인이 양 손을 뻗어 만들어낸 얼음과 부딪히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장발 노인은 예상 밖 충격에 상당히 흔들렸다.

"오메, 벅찬 거. 이보게 빨리 나오게나! 혼자서 흑미호는 무리야. 아무리 흑미호라도 그렇지 무슨 음의 마나 유동이 저렇게 빨라."

그러자 아래쪽에서 대답이 나온다.

육감에 뭔가 감지되어 공호가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웬 민머리 노인이 검은 노트를 집고 있었다. 공호는 그에게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급격히 다가오는 음의 기운에 섬천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가자 공호는 노트를 깔끔히 포기하고 놈들의 음의 기운을 끊었다.

그 사이 민머리 노인은 장발 노인에게 까지 도달해 있었다..

섬천과 실리아가 반응하기 어려운 시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그를 제재할 수는 없었다. 공호는 수천 발의 아이스 스피어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전심전력을 다 한 삼미호 둘의 방어는 뚫을 수 없었다. 그들은 삼미호가 된 뒤로도 상당한 수준이 오른 상태였다. 그렇지 않으면 무지막지한 질량과 개척자 특유의 속도가 결합된 수 천발의 아이스 스피어를 막을 순 없었다.

그제서야 실리아의 이미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모여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뛰거라!"

어디선가 나타난 삼황자와 사황자가 노트를 잽사게 받아 뒤도 안돌아보고 쏘아져나갔다. 얼음위에 타서 쏘아져 나가는 그 둘의 속도는 무시할게 못 됐다. 순수 육체의 속도는 느렸지만, 이미호가 조종하는 허공빙결은 볼만할 정도로 빨랐다.

공호는 그들의 위에 얼음을 생성해 내려꽂으려 했지만, 삼미호 둘에 의해 제재당했다. 싸움의 격이 달라서 이미호들은 끼어들 수도 없었다.

흑미호가 백미호보다 일반적으로 2배 가량 강하다. 그것은 흑미호가 된 계기나, 되며 받은 고통에 따라 바뀌지만 보편적으로 2배다.

그렇기에 삼미호 노인들은 공호를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간단한 숫자놀음이다. 우리는 둘. 공호는 하나.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맞혀진다고 판단했다.

그들의 예상은 다른 방향으로 어느정도 맞았다. 공호는 삼미호가 된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한달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랬기에 먼 옛적부터 삼미호에 오른 그들에 비해서는 축적된 음의 마나의 양과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실력과 경험은 '민첩'스텟에 영향을 받아 마하 10의 속도를 넘나드는 공호의 얼음을 모두 막아낼 정도의 괴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공호는 개척자다. 흑미호의 음의마나와 개척자의 육체적 성장을 모두 지닌 여우요괴였다.

공호가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가 공간이 갈린다. 그가 날린 엄청난 얼음의 속도와 같은 육체의 속도에 놀란 삼미호들은 고함을 질렀다. 어찌 몸까지 같은 속력인줄 알았을까.

이윽고 공호는 삼미호들의 앞에 나타난다. S급 개척자의 경악할 몸의 내구도를 지닌 공호는 주먹에 음의 마나를 실어 내질렀다. 개척자이며 음의 마나 사용자인 공호만이 할 수 있는 이 방법. 음의 마나를 방출하는 것이 아닌, 주먹에 뭉쳐 물리적으로 터트리는 무식한 방법에 삼미호들은 정신이 달아날 뻔 했다.

콰앙!

까무러칠 육체의 속도에 더해지는 흑미호의 음의 마나. 태산위에 더 쌓아지는 태산. 아무리 베테랑에 달하는 응용능력과 임기응변능력을 지닌 그들이라도 이번엔 별 수 없었다. 공호는 발로 장발의 노인을 내려찍었다.

그는 천막 옆에 처박힌다. 이어서 민머리의 노인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장발의 노인이 맞을 동안 시간을 벌었기에 얼음으로 막아 내었다. 그러나 동시에 공호가 만들어낸 얼음에 등이 꿰뚫린다. 일순간에 상황을 처리한 공호가 황자들을 잡으려 할 때었다.

"갈!"

음의 마나가 섞인 장발 노인의 기합에 주변이 얼어붙는다. 공호가 눈을 돌리니, 장발 노인이 실리아와 섬천을 얼려 제압하고 있었다. 공호는 주먹을 떨었다.

실수다.

다급해서 천막 쪽으로 쳐버린 것이 잘못이다. 공호가 멈추자 그 모습을 본 장발 노인이 섬천을 의식했다.

"소중한가 보오."

공호는 살기를 뿌렸다.

"건들지 마."

마치 겨울철 굶주린 맹수와 같은 사나움같았다. 장발 노인은 인질을 건드는 드러낸 발톱으로 갈기갈기 찟어버리라는 환상이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삼미호가 된 이래 처음으로 추위라는 것을 느꼈다.

수염을 부르르 떤 장발 노인이 맞받아쳤다.

"움직이지 마시오."

팽팽한 긴장감에 섬천의 몸 구석구석 땀이 얼어 떨어졌다. 이럴 시간에 황자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여기서 황궁까지는 이미호의 속도로 10분 거리.

지금 순간도 시간이 흐른다.

공호는 수천 가지 방안을 머릿속에 떠올려 봤지만 섬천이 다치지 않는 방법은 없었다. 장발노인의 눈치를 받은 민머리의 노인이 황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이걸로 더욱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길어봤자 4분.

그렇게 대치하며 1분이 흘러갔다. 인질로 잡혀있는 섬천은 주머니 속에서 살짝 떨고 있는 알을 느꼈다. 섬천이 슬쩍 보니 알은 놀랍게도 주위의 음의 마나를 일반 마나로 변환하여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었다. 다른 이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였지만, 알의 주인인 섬천만은 이상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계속 시간이 흘러갔다.

긴장이 흐를 수록 주위엔 음의 마나가 짙게 퍼졌고 알은 더욱 부르르 떨렸다. 섬천은 노인의 눈치를 보며 알을 한 손으로 꽉 지어 떨림을 최대한 완화시켰다.

그리고 정확히 3분이 흐른 순간.

강렬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기점으로 섬천의 주머니에서 둥근 알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게 떨었다. 과한 알의 떨림에 결국은 옷이 견디지 못하고 뜯겨졌다.

파앗!


-신묘한 알이 깨어납니다.


알은 쩌적 깨지더니 환한 광채를 내뿜으며 안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너무 밝은 빛에 모두 질끈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공호는 일순간 장발노인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분노의 일격을 넣었다.

콰앙!

순식간에 장발 노인이 떨어져 나갔다. 총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숲에 처 박혔다. 황급히 공기를 빙결하여 충격을 완화하지 않았더라면 안몰이 함몰됬을 터이다.

"엠병."

장발 노인은 황궁의 반대방향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둔갑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숲에서 둔갑술을 이용해 도망친다면 답이 없다. 숲 전체를 날려버리지 않는 이상 죽일 방법이 없다.

공호는 땅을 짚었다. 눈에 보이는 숲이 차가운 얼음으로 뒤덮혀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한 짓은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걸 생각하고 방법을 바꿨다.

마을을 부술 때에나 사용하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을 숲에 무작위로 떨구었다. 이것으로 한동안 발을 잡아줄 지는 모르겠으나 안하는 것 만은 낫다.

환한 빛을 뿜었던 알에서 뭔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은빛 새.

"은치?"

섬천은 어린 은치처럼 생긴 새를 향해 다가갔다. 새는 쪼르륵 날아 섬천의 어깨 위에 앉았다. 아무리 봐도 은치의 작은 형태다. 조금 귀엽다는 점만 빼고. 섬천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은치."


-봉황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봉황의 이름은 '은치'. 주인과 더욱 관계가 두터워집니다.


정신이 없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설마 일황자가 삼황자와 사황자를 저렇게 써먹을 줄이야. 써먹은 건 아니지만, 저걸 이용하려던 거 자체가 놀라웠다.

공호는 황궁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


장대한 황궁의 앞이 보인다. 쌍둥이 황자들은 상상과 황제라는 자리에 흥분감이 고조되어 마약을 먹은 듯 시야가 몽롱했다. 이 노트를 황제에게 갖다 바치면 끝난다. 삼미호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 이 모든 다툼이 끝나고 만백성들이 섬기는 황좌에 앉게 된다. 절대자의 자리에 않고 절대 권력으로 뭐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권력욕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삼미호는 얼음으로 삼황자와 사황자를 이끌었다. 그 속도는 과히 삼미호라 할 수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런데 뒤에서 작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점은 점점 더 커지더니, 그것이 흑미호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제가 거하는 호전은 황궁 내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공호의 얼굴이 보이자 황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흑미호가 가까이 따라붙을 때쯤, 호전의 앞에 다다랐다.

"이제 제게 책을.."

"아니, 제게.."

황제의 자리가 가까이 오자 삼황자와 사황자를 서로에게 검은 책을 넘겨달라고 욕심부렸다. 노인은 차갑게 쏘아붙였다.

"시끄럽다."

삼황자가 사황자를 빙결되며 돌덩이처럼 넘어졌다. 손을 뻗어 욕심을 부리는 그 모습 그대로 얼어버려 노인은 더욱 표정이 차가워졌다. 공호가 덥치기 직전 민머리의 노인은 소리쳤다.

"나오시오! 황제!"

공호는 우뚝 멈춰섰다. 황제의 앞에서 무력행세를 해봤자, 눈에 가시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최후의 수단이 남아있다. 달그락 문이 열리는 소리를 내며 나온 황제는 민머리의 노인을 보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것이오."

"약속을 지키러 왔소."

"무슨.."

"황제를 바로잡아주겠다는 약속."

황제는 뭔가 떠올랐는지 잠시 고개를 푹 내렸다.

"황후에게 매달리는 내가 한심해 보이오?"

"그렇소."

민머리의 노인이 덧붙여 말했다.

"아직 당신이 갈 때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소. 그런데 황위를 계승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소. 황후의 시체를 보고 자결하려 하는 속셈 아니오?"

황제는 성을내며 외쳤다.

"그럼 어쩌란 말이오! 매일 밤 황후가 꿈에 나와 살려 달라고 빌고 있소. 이제 나도 쉬어야 할때가 되지 않았소?"

"여우를 책임지는 황제오. 그런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나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찌하란 말이오!"

황제가 격노했다.

무섭도록 시린 얼음이 공중에서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황제의 얼음은 플라즈마같기도 하였다. 형체가 수도없이 바뀌며 넘실거렸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정말로 황제는 황후덕에 완전히 맛이 갔다. 분노하여 얼굴이 붉게 오른 노인은 손에 든 검은 책을 황제를 향해 던졌다. 검은 책은 황제의 어깨를 맞고 허망하게 떨어져 내렸다. 책은 촤르륵 장수가 넘겨 마지막장이 펴진 채로 땅에 떨어졌다.

"어디 무슨 짓이든 해보시오! 어디까지 미쳐돌아가나 내 눈으로 확인해야 겠소."

황제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떨리는 손으로 검은 책을 읽어내려갔다.


-페하. 급격히 사라져 할 말은 없습니다... (이하 생략)


'훗날, 다시 한 번 흑미호가 나타나거든. 그 흑미호에게는 반드시 따라다닐 여우가 있을 겁니다. 그 여우를 드세요. 저를 대신해 복수하는 마음으로, 뼈까지 씹어넘겨주세요. 그 여우가 바로 저를 죽인 그니까.'

황제는 황후가 사용했던 문양이 선 하나 틀리지 않게 그려진 책의 하단을 몇번이고 쓰다듬었다. 책이 찟어지도록 쓰다듬는 그에게선 모종의 광기가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적을 죽여달라... 마지막 부탁이 그거요. 황후?"

폴시아를 공포에 떨게 하는 흑미호 연성법보다, 황제는 황후의 마지막 편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 순간 사라진 황후. 그리고 그 황후를 사라지게 만들리라 짐작한 유일한 존재.

'그'.

황제는 잃어버렸던 기억의 단편을 살펴 본다. 황후가 실종되며 어느순간 사라져 버려 이제는 완벽하기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대한 기억. 아주 단편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만이 황제의 뇌를 스쳐갔다.

황후가 실종 된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나설 수 없다. 하지만 그에겐 부하가 있었다. 흑미호가 데려온 여우들에게 황후는 복수를 하라 한다... 이로서 완벽해 졌다.


황후의 시체는 없다.


완전히 갈기갈기 찟겼을 테니까. 황제의 볼을 타고 투명한 구슬이 떨어진다. 황제에게 이제 이성이란 없었다. 황위를 물려주는 것도, 폴시아의 법을 지키는 생각도 없었다. 황제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고요히 서 있는 공호를 발견했다.

공호는 아까의 사투에서 상의가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상의 사이로 황제는 공호가 목에 걸고선 옷 속에 넣어 뒀던 실리아의 목걸이를 발견했다.

"흑미호!"

황제가 날아올라 공호에게 돌진했다.공호의 얼음이 처참히 깨부셔진다. 그 막강한 위력은 공호조차 몸을 비틀거렸다. 개척자의 육체가 얼어간다.

얼마나 시린 얼음이란 말인가. 공호는 단도를 꺼내었다. 단도를 꺼내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공호는 몸을 뉘어가며 황제의 얼음을 갈랐다.

쿠구구.

그리고 다시 공격을 찔러 넣으려 할 때었다. 저 뒤에서 섬천이 황궁에 도착했다. 동시에 섬천을 따르던 여우도 같이 왔다.


상황이 끝났다.


황제는 여우에게 돌진했고 공호는 황제를 붙잡지 못했다. 여우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 중 유독 덩치가 큰 여우가 황제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 낑낑 댔다.

황제의 눈은 붉게 물들었다.

"오냐. 죽여주마.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황후의 기일에 황후에게 널 제물로 받쳐주마. 그리고 황후의 말대로 씹어먹어주마."

광기에 물든 자의 기운이 차가운 냉기와 함께 황궁안을 진동했다. 공호가 잘 아는 분야의 표정이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버린 광기가 살을 찌른다. 황제가 음의 마나를 쓰자 지난번 공호가 봤던 보라색 상처가 목을 타고 턱까지 올라왔다.

"황위계승식은 무기한 연기한다."

황후의 기일마다 한 놈씩.

죽기 전까지 여우 여덟놈을 다 씹어먹으리라. 큰 소란에 잠시 들렀던 일황자와 이황자는 황제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했다. 허무함이 이토록 격렬하게 몰려온 적이 없었다.

콰앙.

황제가 발언하며 딴 짓을 하고 있을 때 공호는 주먹에 음의 마나를 밀어넣어 터쳤다. 기습공격에 황제가 조금은 밀려났다. 순간 보라빛 상처가 코까지 확 치밀어 오른 황제는 비명을 질렀다.

최악의 상황이 왔다.

공호는 황제에게 무수히 많은 얼음을 쏟아부었다. 보라빛 상처에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황제는 대부분을 막아내었다.

공호는 그 틈을 노려 움직였다. 여우를 챙기기에는 여유가 없다. 급히 섬천만 낚아채 달려나갔다.

그렇게 공호는 황궁을 빠져나왔다.


#


실리아와 관계가 애매해졌다.

황제의 예측불허 반응 덕분에 실리아가 이제껏 해 놓은 일은 되려 독이 되고 말했다. 공호가 사고친 덕에 황궁에 들어가지 못하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아니 그전에 지금 공호는 폴시아의 적.

실리아는 덩달아 폴시아의 적이 되버렸다. 그동아 쌓아왔던 선행도 당연히 증발했다. 50명의 이미호가 있다지만, 황위계승전이 무로 돌아갔는데 무슨 수용이 있겠는가.


허무했다.


너무도 허무하게 모든 것이 쫑나버렸다.

황제의 실력을 경험한 공호는 다시 덤벼 이기리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기더라도 황제의 광기를 돌리기는 더욱 어렵다. 광기는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죽이면 정말 모든 게 무로 돌아간다.

소식을 들은 실리아는 예상대로 침울해졌다.

공호와 섬천은 지명수배가 되어 어디로 가든 죽이거나 도망쳐야 할 처지에 처했다. 게다가 실리아는 덤이다. 실리아는 얼떨결에 공호와 같이 도망치게 됐다.

"아하하.."

실리아가 억지 웃음을 지었다.

공호가 황궁에서 도망쳐 나온지 4일이 지났다. 그동안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아니, 실리아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면 잘됐고 볼 수도 있었다. 애초에 죽기 싫어서 황제가 되려 했던 것이니까. 이대로 어딘가에 숨어서 편안하게 살면 그것도 나름 행복할지 모든다.

하지만 황제의 문턱까지 밟아본 실리아 이기에 허무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돌려주지."

공호는 목에서 실리아의 목걸이를 풀었다. 이제 필요 없는 물건이다. 실리아는 목걸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 목걸이. 어머니에게 이 목걸이를 받고부터 뭔가 잘못됬었어."

섬천이 물었다.

"어머니면 황후?"

"어. 본래 어머니의 것이라는데, 황제가 황족 중에게 가장 늦게 태어난 나에게 주셨어. 원래는 문양이 둥근 모양이었다는데, 반을 쪼개서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내가 줄을 만들어 목에 차고 다녔어. 그때부터 이 목걸이는 나의 상징이었지."

이제 뭐, 캐물으려 들지 않아도 술술 나온다. 다 끝난 상황이라 실리아의 입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잠깐만."

섬천이 목걸이를 자세히 들어다 보았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형님. 도박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


저주받은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동굴. 섬천과 공호, 그리고 실리아와 50명의 이미호가 동굴 앞에 나타났다. 공호는 안으로 들어가며 섬천이 겪었던 모든 함정을 꿰뚫어 가볍게 무력화시켰다. 그에 섬천은 힘없으면 서러워서 못살겠다고 투덜댔다.

섬천은 자신이 떨어졌던 구멍을 보고 치를 떨었다.

"아오, 젠장."

그냥 욕이 나왔다. 밑이 까마득했으니 말이다. 여기 아마 밑으로 수천미터는 떨어졌을 것이다.

"여기 밑입니다."

공호는 커다란 얼음을 만들었다. 100명이 들어가도 괜찮을 듯한 거대한 얼음이었다. 냉기는 많이 줄였다. 얼음위에 올라간 이들의 다리가 얼어붙으면 곤란할 것 아닌가. 모두 군말없이 얼음에 올랐다.

"살다살다 흑미호의 얼음을 탈 줄은 몰랐네."

이제는 될데로 되란 식으로 실리아는 흥청망청 삶을 즐기고 있다. 무려 30분을 공호의 얼음으로 내려왔다.

떨어지듯 내려갔기 때문에 이 구멍이 얼마나 깊었는지 예상하게 가능했다.

아른거리는 불꽃과 함께 나타난 신전을 보고 모두 감탄했다. 섬천은 거대한 흑미호상을 향해 다가갔다.

분명히 기억한다. 흑미호상의 코에는 뭔가 끼워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마치 빨간 로돌프 사슴코가 반으로 갈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관찰력이 좋은 섬천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으스스하군요."

"세상에, 이런곳이 있었을 줄이야.."

경악해하는 이미호들을 뒤로하고 공호는 목걸이를 들고 흑미호상을 향해 가다갔다. 흑미호상의 코에 둥글게 구멍이 뚫려있다.

그리고 이미 반쪽정도는 메꿰져있었다.

"세상에, 그건!"

실리아는 경악해하며 흑미호상의 코를 쓰다듬었다.

"정확히 맞아들어가... 남은 어머니의 펜던트야. 여긴 도대체 뭐지?"

"역시."

섬천은 자신의 판단에 만족했다. 실리아의 반쪽짜리 목걸이의 다른 조각. 즉, 황후의 목걸이.

"이게 왜 여기에."

수상스러웠다.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실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공호에게서 목걸이를 받았다. 섬천이 말했다.

"혹시 모르는 일에 준비합시다."

실리아는 둥근 구멍 나머지 반쪽을 향해 목걸이를 끼어넣었다.

쿠구구구.

흑미호상이 아래로 꺼진다. 순차적으로 흑미호상은 사라졌고 더 아래로 향하는 깊은 동굴이 나타났다. 모두들 침부터 삼켰다. 밑에서부터 뼈에 사무칠 듯한 음기가 올라와 살을 뚫어댔다. 이건 음의 마나라기 보단, 원한이 만들어낸 음기 같았다. 실리아는 본능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래에는 뭐가 있을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죽을 수도 있다. 따라 올 녀석만 따라 오도록."

실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이제와서 무슨 똥 같은 소리를..."

"벌써 10년입니다, 10년."

다른 황족들이 병사를 장기말처럼 써먹는 동안 실리아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갈아칠 병사가 없었으니까. 처음 시작해서 천천히 모은 병사가 50명. 대부분 실리아가 황궁에서 쫒겨났을 때 만난 이들이거나, 아니면 태어날때부터 붙어 있었던 병사였다. 이 중엔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이도 있었다. 황녀와 황자를 제외하고 병사들에게서 정을 주는 자는 없었다.

실리아는 힘이 없는 대신 병사들의 정을 주고 받았다. 하나하나 실리아가 직접 모은 병사들이고, 그 병사들은 어찌어찌 하다 무지막지하게 강해졌다. 실리아와 함께 모두 수십년 동안 생존해 온 녀석들이다. 오히려 한 배에서 태어나 혈육을 죽이려 드는 황자, 황녀들 보단 이 병사들이 실리아에겐 가족에 가까웠다.

"갑시다."

그렇게 모두 아래로 내려갔다.

삼미호 경지의 흑미호와 이미호 50명. 그리고 폴시아의 이황녀, 풍의 마나를 다루는 개척자. 또 그를 따르는 작은 은치. 현재 폴시아에서 이만한 정예집단은 없다.

어둠속으로 그들은 사라졌다.


육체적 고유 특성으로 어둠 속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공호가 앞장을 섰다. 그 사이 섬천은 은근슬쩍 인벤토리에서 촛불을 꺼내었다. 어둠 속이니 이번에도 여러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분명히 가진 게 없어 보이는데 어디서 자꾸 그런 것들이 나오는 거야, 동생?"

실리아가 물었다.

"징그러우니까 자꾸 동생, 동생 붙이지 마십시오."

그렇게 상당히 오래 걸었다. 지하에서 지하로 내려가니 습도와 온도는 더 올라가서 병사들은 음기를 풀어 버텼다.

섬천의 어깨에 앉아 있던 은치는 뭐가 좋은 지 꼬리를 흔들며 소리내어 노래를 불렀다. 섬천은 녀석이 마음에 들었는지 검지손라락으로 턱언저리를 쓰다듬었다. 모두 은빛 깃털이 출렁이는 은치는 좋은 음색을 가질꺼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건 크나큰 오산. 은치는 음치였다.

실리아는 귀를 틀어 막고 외쳤다.

"아오, 저 새끼 이름에서부터 알아봤어야 됬다. 은치 새끼 꽁무늬 그만 흔들고 입고 다물라고 해!"

"원래 새는 좀 쥐져기면서 자라야 되는 겁니다. 더럽고 불결하고 무식한 실리아 양."

섬천은 저리 뵈도 실리아 나이가 백단위로 논 다는 것을 전혀 모를 거다. 뭐, 정신연령에 따른 나이를 인간기준으로 보는 것은 아스페티아에선 심각한 레스토권 침해니까. 요괴 중에서도 여우요괴는 수명이 길기로 소문이 났다. 특히 폴시아에서 사는 여우요괴는 수명이 유독 더 길다. 하여튼 인간으로 치면 실리아는 일단 어여쁜 20대 인 건 맞다.

공호는 은치의 노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좀 많이 외적으로.

'이런 깊은 지하에 바람이 불 일은 없다.'

은치가 노래를 분 뒤로부터 이 통로에 적당한 바람이 불었다. 공호의 곧두선 육감이 단 번에 잡아내었다. 너무 자연스러워 대부분 의식하지 못했지만, 눈치를 보니 실리아와 섬천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공호는 은치를 바라봤다. 여전히 흥에겨운 은치는 더욱 크게 노래를 불렀다.


"문이다!"

통로를 따라 몇 시간을 더 내려가니 검은 문이 있었다. 뭐로 만들어 졌는지 몰라도 상당히 단단해 보였다. 문에는 기이한 문양의 부적이 수백 장 덕지덕지 붙여져 있고, 서늘한 느낌이 드는 쇠사슬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벽에는 백색의 책 한권이 같이 매달린 채 쇠사슬에 감겨 있었다.

"이 쇠사슬은 푸른 실 거미가 뿜는다는 거미줄이야.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300배는 강도가 높다는."

"미친, 부적을 봐. 하나하나가 기간트급 마나를 지니고 있어."

부적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실리아가 외쳤다.

"심지어 저 문은 통짜 하이탄으로 되어 있어! 미쳤군. 황제의 검을 만들 때나 쓴다는 금속인데!"

이미호들이 웅성거린다. 한눈에 보기에도 문너머는 위험해 보였다. 그 때 문을 살피던 실리아가 외쳤다.

"이 문양... 이 부적들의 반응. 이건 폴시아의 중심인 황궁 땅에서나 나오는 반응이야. 그렇다는 건 설마..."

"말도 안 돼.."

병사 하나가 이마를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이 위는 황궁이야. 우리는 황궁 깊은 지하에 와 있는 거야."

이 문 뒤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폴시아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미지의 상상이 이 문으로 하여금 공포를 맛보게 했다. 밑에서 부터 올라오는, 아니 어쩌면 나를 밑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진득한 기운이 꿈틀댄다.

전부 침묵을 지키던 중 공호는 악력으로 책의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깡.

그 소리에 동공까지 흔들리던 그들의 정신이 확 들었다. 사막에서 찬 물을 들이킨 것 만큼이나 맑은 느낌이었다.

"우오.."

저걸 손으로 끊다니. 공호를 보는 눈빛이 한층 더 존경스러워 진다.

"이 정도쯤이야.. 허엇!"

섬천도 육체능력을 믿고 끊어보려 애썼지만, 아직 무리.

깡!

검을 꺼내 수십번을 풍의 마나를 싣어 쳐서 간신히 하나를 끊었다. 그래도 저걸 끊었다고 폼을 잡았지만, 하나도 멋있지 않은거 어떡하나.

"흐하하핫! 동생, 폼 잡지마!"

실리아만 실컷 웃을 뿐이다.

"젠장, 시끄럽습니다! 불여우. 네가 한 번 끊어 보시던가."

"흐허헛! 컥컥."

숨넘어가 졸도할 뻔한 실리아를 주위의 이미호들이 등을 두드려서 구했다. 그에 섬천이 또다시 비웃기 시작했다.

'저 둘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움직일까.'

그들덕에 숨박혔던 분위기가 확 풀렸다. 마치 마중물로 더 많은 물을 퍼 올린 것 처럼 병사들은 이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 떠들었다. 조금이라도 입을 놀리지 않는다면 이 숨통을 쥐어오는 정적에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소란스럽거나 말거나 공호는 책의 뒷장을 펴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속된말로 공호는 역시 닥치고 마이웨이였다.

이번에도 황후의 말은 뒷장에 있었다. 피로 얼룩져 있는 혈서.


-약속을 어기셨군요. 나탈리 페하. 더 이상 약속을 어기지 말아 주소서.


단지 그 말뿐이다. 공호는 판단했다. 저 문 너머에 황후와 관련된 무언가가 또다시 있다. 뒤를 돌아봤다. 이제 돌아갈 길 따위는 없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뭐든 돌파해본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황후의 혈서를 본 병사들은 입을 다물었다. 더는 아무 말도 할 자신이 없었다. 고요한 정적이 그들을 깊은 심해도 끌어내리듯 피가 차가워진다. 섬천과 실리아도 순간 서로에게 겨누었던 검과 암기를 잠시 멈추는 듯 했지만, 섬천은 실리아가 멈춘 틈을 타 그냥 찔러버렸다.

피가 솟아져 나오는 실리아를 깔고 앉은 체 섬천은 날카로운 눈으로 공호와 눈을 마주친다. 병사들도 공호를 응시했다. 섬천이 물었다.

"갈겁니까?"

마법을 파괴하는 공호의 얼음이 문에 틀어박힌다.

실리아가 깔린 체로 말했다.

"저 안에 황제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 지도 모르는데?"

철컥.

부적들이 얼어붙으며 쇠사슬은 모두 끊긴다. 기간트급 마력을 지닌 수많은 부적도 외부의 충격에선 제 역활을 다하지 못하였다. 결계가 거칠게 반응했지만 공호는 무한정으로 박아넣었다. 마침내 뚫고 만다.

"갔다 온다."

공호는 아무 생각없이 다시 섬천이의 머리를 헝클인다. 그러곤 '나도' 라며 저쪽에서 달려드는 실리아의 발목을 가볍게 얼려 넘어뜨렸다. 섬천에게 뚫렸던 실리아의 상처에서 피가 솟구쳐오른다.


다른 이를 끌고 들어가 봤자 방해된다.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문이 열리며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크르르.

빛이란 없이 어둠던 안쪽에서 붉은 빛이 번뜩인다.


호랑이.

40m의 검은 호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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