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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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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5.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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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젠장."

정신을 차렸다. 섬천은 급격히 몰린 숨을 한 번에 내뱉었다. 주위엔 여전히 산더미 같은 과일들이 쌓여있었다.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지? 섬천의 머리는 '똑똑한 사람'이 생각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기이한 영역까지 들수셨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략 300 가지의 유력한 가설이 세워졌지만, 그 중에서 냉정하게 한 번 더 추려낸다면 3가지 정도의 생각이 남았다. 그나마 남은 3가지도 현실성이 높진 않았다.

뭐 하잔 겁니까. 대체가.

되는 데로 입에 넣고 공복을 달랬다. 그 와중에도 과즙하나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결백증이 무서울 정도다.

95번째 반복된 대결과 95번의 고통. 깔끔하게 완패다. 당연히 오기가 차올랐다. 지독한 독기가 의지를 찔렀다.

섬천은 검을 집고 달려들었다.


일보(一步).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란 비단 공기가 격하게 움직이는 것만을 지칭 하는 것은 아닐터. 아주 작은 대류의 미동도 바람이고 깃털이 쏘아져 나올 당시의 대기의 충격이 만들어 낸 것도 바람이다. 그 속엔 반드시 규칙이 있고 운동이 있고 랜덤이 될 수 없는 법칙이 존재한다. 이 세계의 존재가, 지구에서의 물리학이란 학문이 그걸 증명한다.

그런데 섬천은 감각에 약간의 계산을 넣어 그 법칙을 스쳐지나가듯 맛본다.


그의 머리로만 할 수 있는 천재적 발상을 섞어 넣어 감각을 법칙으로, 랜덤을 규칙성으로 배역한다. 그순간 그는 분명 바람을 느꼈고 수십의 깃털이 섬천을 가르지 못하고 지나쳤다. 아찔한 느낌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진동한다. 단 두 개의 깃털만이 섬천에게 박혔다.


대기의 미동을 계산이나 직접적인 감각으로 가져올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을 신께서는 오직 '풍의 마나'를 다루는 자들에게만 허락했다.

신께서 음의 마나를 허락한 자만이 제대로 음기를 느끼고 계산하여 얼음을 다루는 것처럼, 풍의 마나를 지닌 자만이 바람을 제대로 느끼고 다룰 줄 안다. 그런데 이 소년은 규칙을 배열하는 재능, 소위 천재들만의 재능으로 바람을 느꼈다. 다루거나 하진 못했지만, 분명히 그는 바람이 알려주는 감각을 형상화하여 수치화했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풀어버렸다.

공호도, 그 어떤 다른 천재들도 하지 못할 '규격 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허락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선 것은 더 이상 재능이 아니라 저주였다. 즉, 규격 외란 저주였고 신들의 허락을 어긴 거였다. 어떻게 보면 오만하리라 말할 수도 있는 저주. 그래서 이제껏 아스페티아에서 '저주'라는 재능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지고 있던 레스토는 그 '저주'를 펼칠 능력이 없었다.

음기를 느끼는 데 규격 외의 천재성을 가진 이에게는 음의 마나가 없었고, 바람을 느끼는 데 규격 외의 천재성을 지닌 이에게는 풍의 마나가 없었다. 한명도.

옛 이야기여서 구질구질하지만, 애초에 규격 외라는 존재도 역사상 1명 밖에 없었고 그도 '풍의 마나'가 '자기 것'은 아니였으니... 아이러니 하다.


섬천은 이 '규격 외'를 47번째 대결에서 얻었다. 섬천은 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첫발에 바람을 느끼면, 두 번째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보(二步). 바람의 길에 선다.


섬천은 자연스럽게 발을 내민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치고는 너무나 쉽게 깃털을 피한다. 완벽해 보이지만 결국 규격 외의 재능을 지닌 자들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다. 바람을 느껴 틈을 찾아내 피한다. 레스토들은 이것을 바람의 길에 선다라 표현한다.

85번째 대결에서 얻은 성과.


이제부터가 모르겠다. 섬천은 저주받은 존재였고 풍의 마나따위는 있지 않았다. 애초에 개척자니까 필연적인걸까. 그래서 당연히 규격 외의 존재들이 맞부딪히는 한계에서 막힌다.

어떻게 하면 저 깃털 세례를 뚫을 수 있을까. 섬천의 뇌는 규격 외에서 다시 한 번 규격 외로 가기위해 굴렀고 92번째에서 감이 잡히긴 했다. 길에 섰으면, 해야 하는 건 하나 아닙니까? 당연히 길을 걷는 겁니다. 이렇게 92번 째부터 섬천의 움직임이 이제까지와는 달라졌고, 은치는 극도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섬천이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여 발을 뗀 찰나.

파바바박!

뭐지? 이번 건 특별히 더 쎈데. 은치 저 새끼... 섬천은 다음 대결을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은치는 쓰러진 섬천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꾹, 마지막까지 검을 잡은 섬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쉐엑.

한 마리의 황악조가 묠드의 집에 차갑게 내려앉는다 곧 기형적으로 뼈와 살이 뒤틀려지며 다른 생물로 변한다.

"왔는가."

묠드는 여유롭게 말하면서 더운 침을 삼켰다.

식은땀이 또로록 뒷목을 타고 굴러떨어진다. 공호의 영원할 듯할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주먹을 말아쥐고 허벅지를 툭툭 쳐봤지만 기분은 변하지 않았다.

숲의 영역이 점점 늘어나며 힘을 계속 되찾아 간다.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육체적으로는 A급 용병을, 마법으로는 기간트급에 발을 디뎠다.

바로 이게 문제다. 엄청난 성장을 이뤘음에도 성장속도에서 공호에게 밀렸다. 이쪽은 힘을 되찾는거고, 저쪽은 만드는 건데 말이다. 짐작이나마 어려운게 공호의 모습이다. 마치 한 생물 같다기보단, 빈틈이 없는 차가운 얼음으로 세워진 벽 같다.

"어디 갔습니까."

묠드는 전신의 피가 싸아 주저앉는 느낌을 받았다.

무지막지한 공호의 육감은 섬천이 이 숲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다. 섬천이가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다고 말하면 당장에라도 목이 날아갈 분위기다.

공호가 묠드를 살려 두는 것은 인연이란 것 때문이 아니다. 섬천이를 보호하는 수단. 그것 덕분에 묠드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공호가 묠드를 사냥하지 않았단게 더 어울린다. 공호에게 묠드도 세포 포인트일 뿐이니까.

"자네가 여우구슬을 접하고 음의 마나를 얻었지 않나? 섬천이는 다른 유물을 접하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네."

적당히 줄여서 말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간단하다.

"어느 방향."

묠드는 손을 올려 섬천이 올라간 하늘을 짚었다. 그 하늘에는 섬천이 사라진 직후 하늘에 괴상한 결계가 발현됐다. 기간트급 마법사인 묠드조차 자신이 없는 엄청난 결계.

공호는 하늘을 올려봤다.

삼미호가 된 뒤부터 마법이나 결계가 자연스레 보였다.

소리 없이 대기를 얼렸다. 느껴지는 것은 얼음에서 새 나오는 막대한 스산한 기운뿐. 손에 생성된 얼음은 창의 형태를 이룬다.

묠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다.."

얼음이 너무나 투명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묠드는 저 얼음을 슬쩍 만지기라도 한다면, 전신의 열을 다 빼앗기고 순식간에 죽어간다는 것을 확신했다. 저 얼음은 공호가 음기를 듬북 담아 만들어 냈으니까.

공호는 그런 얼음을 자연스럽게 손에 쥐었다. 묠드는 공호가 손을 움직이리라 느꼈을 때, 하늘의 결계가 무너짐을 보았다.

마법에 대항하는 얼음. 음의 마나를 다루는 이들의 요원한 경지.

아이스 매직(ice magic).


공호가 떠오른다. 발밑에 깔린 투명한 얼음이 공호을 하늘로 보낸다. 구름에 9할 쯤 다가갔을까. 공호는 얼음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막대한 힘의 반작용으로 얼음이 부서진다.

"적어도 5km가 남았을 텐데!"

5KM가 넘는 높이를 단순히 다리의 힘만으로 도약한 공호.

공호는 경악하는 묠드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세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밖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유일한 입구가 사라집니다. 밖으로의 통로를 찾기 위해서는 세상의 틈에 거주하는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달라진 다라. 위험할 수도 있고 도움될 수도 있다. 이쪽 시간이 더 빠르다면 이득일 것이고, 바깥 시간이 더 빠르다면 손해다. 일단 경솔한 행동에 공호는 스스로를 탓했다.

들어왔던 장소가 완전히 폐쇄되 버렸다. 일단, 섬천이를 먼저 찾는다.

콰과과과.

공호가 움직였다. 순간 소닉붐과 충격파가 주위를 휩슬었다. 마하 13을 넘는 속도. 풀어 말해, 1초에 4.7KM 이상으로 움직이는 속도다.

현실성이 없어서 와닿지 않는가?

만약, 이곳이 지구였다면 공호는 2초가 안 되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속도를 보유한 것이다.

공호는 꼬리를 들어낸다. 저주받은 흑미호의 검은 꼬리 3개가 늘어진다. 흑미호의 특성 상 저주를 들어내면 육체적 능력이 10% 상승한다.

이로써 10%의 속도가 증가한다.

막강한 육감과 순발력은 압도적인 속도 속에서 주위 상황을 모두 눈에 담았다. 산이 막는다면 산을 뛰어넘고, 바다가 막는다면 바다를 얼려버릴 능력.

특수 각성한 S급 개척자의 육체능력이다.


한 시간을 뛰었다.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좋은 것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빠른 속도에 의한 대기의 유동에 갈라진 구름.

만약 섬천이 뛰어다니며 생긴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공호는 구름이 갈라진 흔적을 자세히 살폈다. 구름이 휘어진 방향과 흩트려진 정도를 측정한다. 그 다음 마하 1의 속도로 움직이며 구름이 갈라지는 정도를 파악했다. 그 정도를 수치상으로 끌어와 공호는 한 방향을 짚어낸다.

파앙.

공호는 정확히 섬천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6000번째 도전.

섬천은 기묘한 요령이 생겼다. 은치의 깃털은 은치의 의지대로 생성되며, 사라진다. 위험한 순간에 패배를 시인하며 손을 들면, 은치의 무지막지한 깃털이 가루처럼 사라진다.

체감시간으로 적어도 한 달은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섬천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받았다. 이젠 기절하지 않도록 은치가 깃털을 자제했다. 그랬기에 섬천은 신물나게 은치에게 도전했다. 잠? 하루 평균 3시간은 취했을련지 모르겠다.


섬천이 성장하여 은치에게 한 번 닿을 때마다 은치는 힘을 점차 드러내기 시작했다. 깃털을 헤쳐가며 은치에게 닿은 횟수는 3번. 간단히 말하면 지금은 3단계 정도의 난이도다. 이제는 깃털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은치도 인식하지 못할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빙빙 돌며 뿌려대는 막대한 깃털은 정말로 아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디든 답은 있을 것이다. 섬천은 그 답이란 것을 찾기 위해 별 짓을 다해봤다. 문득 떠오른 생각과 함께 섬천은 혹시나 하며 '질문'을 했다.

"하늘의 황제 중 황제."


-하늘의 황제 중 황제. 현재 미개척 지역을 제외하고 이 호칭을 가진 생물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물, 봉황. 하늘의 제왕이라 칭송받는 황악조가 삼천만 년 묵으면, 몬스터로 분류되지 않고 성스러운 생물이 되어 현자의 길을 걷습니다. 현자의 길을 걷는 몬스터를 영물이라 합니다. 봉황은 불사조의 아래 단계의 영물로서 옛 SS급 용병 2명이 봉황을 해치려다 되려 화를 입은 설화가 있습니다.


정말로 답이 없다. SS급 2명이 덤벼들다 실패해? 그 괴물들이?

절망했다.

사냥이라도 해서 육체적인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언젠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녀석을 이기기 전까진 이 곳에서 나갈 방법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냥을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 그러며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저런 생물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일까.

모른다.

다만, 포기를 입에 담기엔 너무 억울하다. 꿈은 크고 그것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네가 하늘의 황제냐. 그럼 나도 나중에는 황제다.'

단순한 그런 심상이었다.


탁, 섬천이 착검할 때였다.

드르륵. 쾅.

하늘에서 뭔가가 굉장한 속도로 쏘아져 내려온다.


공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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