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816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7.19 22:47
조회
379
추천
8
글자
13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실리아와 50명의 이미호들이 떠나고 텅빈 제단.

여전히 수십 개의 촛불이 환하게 제단을 넌지시 밝혔다. 녹슨 쇳내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어둡고도 신비로운 제단.

제단의 중간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 그들이 다가갔다.그들은 계단을 타고 흑연호의 제단까지 내려갔다. 곧 그들은 흑연호가 녹아내린 봉인된 장소까지 내려온 그들.

"완벽한 계산이었습니다."

복면을 걷어내며 오황자의 뒤에 누군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놀랍게도 그는 대공의 직속수하 중에서도 오른팔이라 할 만한 이었다.

"대공께서는 이 일이 빨리 추진되시길 바라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셨지만, 대공이 살아계신다면 아직 효력이 떨어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오황자에게 주먹만 한 검은 펜던트를 내놓았다.

오황자가 펜던트의 보석을 제치자, 그 속에는 한 방울 남짓한 액체가 담겨 있는 아주 작은 유리병이 들어 있었다.

"흑연호의 피와 오황자님의 피가 섞여 마법 가공된 액체. 그리고 대공님의 하늘이 내린 능력. 복종이 가미된 액체. 피가 한 방울이라도 남아있으면 재생하는 흑연호의 특성을 이용하면... 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찔해 지는군요."

"흑연호는 되살아나고 나는 흑연호와 동체(同體)가 된다. 나의 피 덕분에 본래의 40%의 힘밖에 지니지 못하겠지만. 긴말은 필요 없다. 어서 답답한 황제를 죽여버리고 이 나라를 가질 것이다."

오황자는 흑연호가 소멸하며 유일하게 남긴 흑연호의 뇌조각을 집어 거리낌 없이 삼켰다. 이제 이 액체만 마신다면, 오황자는 흑연호의 육체를 갖게 된다.

오래전부터 준비하던 일이, 실리아와 공호의 만남을 유연히 목격한 후로부터 계획을 변경해 이렇게 금방 야망을 이룰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황자들과 황녀들을 자신도 모르게 이용했으며, 두루미 제국에 은밀히 건너가 마법공방을 거쳐 흑연호를 조종할 액체를 가공했다. 일황녀 몰래 대공과도 손을 잡았고, 실리아를 제외한 모든 황자,황녀들에게 첩자를 심었다.

제국민 사태도 계산에 들어갔으며, 공호의 일직선적인 추진력도 어느 정도 계산에 넣은 오황자. 그는 액체가 든 유리를 통째로 입안에 털었다.

그의 야망을 타고 작은 유리가 그의 입에 떨어져 갔다. 입에 들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

쏴아아악.

한 줄기 날카로운 바람이 유리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뒤이어 따라온 바람은 황자의 두 팔을 베었고, 뒤에 있던 10명의 무리는 전부 쓰러졌다.

"머리는 너만 있습니까?"

어두운 공간에서 섬천이 튀어나왔다. 섬천은 오황자에게 검을 들어 올려 다가갔다.

"미, 미친. 네가 왜 여기에!"

오황자가 괴성을 지르며 눈을 부라렸다.

"시끄럽고. 빨리 끝냅시다."

오황자는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향해 나아갔다.

쏴아악.

오황자의 아킬레스건이 끊긴다. 겁에 질린 오황자는 유리병을 입에 털어넣기 위해 기었다. 바람이 분다. 마치 유리병이 섬천의 손으로 스스로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어, 어째서! 어떻게, 계획이 어떻게 드러난 거야!"

섬천은 한숨을 쉬고 오황자를 향해 다가갔다.

"아, 설명하기 귀찮은데 말입니다.."

"내 계획은 완벽했다고!"

"완벽? 그거와는 거리가 많이 멀었습니다만?"

은치가 두 날개로 얼굴을 비볐다. 섬천이 왼손에 들고 있는 촛불의 춤에 따라, 그 날개가 연홍 빛으로 흔들거렸다.

"그럴리가.."

"아, 괜히 입아프게. 왜 그렇게 설명을 원하는 겁니까? 처음여기에 왔을 때, 촛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촛농은 반쯤 녹아 있더군요. 촛불의 크기로 봐서는 1시간 정도는 걸려 타올랐을 겁니다. 그러나 촛불만 보고는 뭔가를 의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워낙 여기는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니까 말이니까."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두 번째로 말입니다. 흑미호의 책이 놓인 탁자에는 먼지가 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먼지 한 톨 없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 자리에 한 몇백 년은 있었을 책이? 그리고 흑미호상의 코 부분마저 먼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 지금 내가 올 거란 걸 예측했다고 하진 않겠지?"

"물론입니다. 아, 제가 원래는 이렇게 친절하지 않은데 특별히 설명해드리죠. 보통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깊은 지하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왠만하면 액체가 기체상태로 변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습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최소 몇백 년 동안 제가 들어왔던 문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제가 문을 열었을 때, 파앗 하고 습도가 느껴지거나 뭔가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같지 않았습니까. 제가 처음 떨어졌던 곳이야 지상하고 연결되어 있겠지만, 만약 문이 몇백 년 동안 닫혀있었더라면 그 안쪽은 분명히 다른 상황이었을 것이고..."

"그, 그것도 마법으로 어떻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맙시다. 이미 문을 열었다면 마법을 걸어서 습도를 높였겠죠. 저 같은 놈을 속이려면 말입니다. 한 가지 더 맞물려 생각해 보면, 당신은 황궁에 잘 있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유독 비밀이 많다고 말입니다. 실리아야 이런 짓을 벌이려면 더욱 꼼꼼하게 벌였을 것이고, 걔는 이런 쪽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런 황궁 밖을 나온다는 이는 당신밖에 없지 않습니까. 물론 처음에는 황궁 쪽 인물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지만, 마지막쯤 와서 공호형에게 상황 듣고 흑연호가 죽은 다음에야 당신이란 걸 확정 지었죠."

"그럼..."

"모든 추측에는 감이란 게 가미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주 아주 중요하더랍니다. 그래서 감을 믿고 기다렸더니 직접 찾아오다니. 친절도 하셔라."

섬뜩하다. 어느 정도 머리를 굴린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추측이었지만, 이 아이는 섬뜩하게끔 날카롭다. 게다가 짐승 같은 감까지 믿는 아이다. 게다가 한 번에 이 정도의 집단을 베어버리는 능력까지. 인간이란 종족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녀석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내 수하들이 그렇게 약해 보이더냐."

그는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그와 동시에 쓰러졌던 10명의 집단이 전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 전부 이미호다. 추리력은 좋으나 준비성이 없구나."

섬천은 뚱한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아, 그러십니까?"

쿵.

섬천이 제자리에서 발로 땅을 강하게 찼다. 공호와 흑연호의 싸움으로 약해진 지면이 무너지면서 봉인의 문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드러나는 봉인의 문밖.

섬천이 한국말로 물었다.

"연장 챙겼습니까?"

얼음으로 만들어진 빠루와 야구빠따를 들고 있는 50명의 이미호들.

"챙겼슴돠!"

게다가 괴상한 사투리의 한국말로 대답까지.

섬천이 피식 웃었다. 장난으로 가르치긴 했는데, 지나치게 완벽한 발음에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원래있던 세계에서 축복의 주문이라니, 찰떡같이 믿고 외운 것이다. 야구 방망이나 노루발장도리도 다 섬천의 구상에서 나온 것들.

"공호형은 다 완벽한데 이런 쪽에서는 가끔 아쉽단 말입니다. 뭐, 이런게 메꿔주는 게 동생이기도 합니다."

콰앙!

이미호들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시끄러운 가운데 섬천은 느긋이 오황자에게 다가갔다.

"나, 나를 죽이면 곧 대공이 온다. 이 정도 장소는 메어버릴 군대를 이끌고..."

섬천은 잘린 그의 팔을 슬쩍 인벤토리에 넣었다.

살아있는 생물 자체는 불가하지만, 이렇게 잘린 상태라면 얼마든지 괜찮다. 인벤토리에 들어간 이 팔은 시간이 정지한 듯 잘린 그대로 보존된다.

"누가 죽인 답니까. 지금쯤 어떻게든 황궁이 정리가 됐겠죠. 황제의 성격이야 뭔가 밥부터 차렸을 것 같은데.. 아, 배고프다. 자, 밥 먹으러 갑시다."

섬천이 차갑게 웃으며 앞으로 걸었다.

"젠장!"

그렇게 그는 황궁까지 섬천에게 질질 끌려가야 했다.


"젠장! 오황자."

"아직 소식 모를 텐데 무슨 엉뚱한 짓을 저지를지 몰라."

어렸을 때부터 오황자의 행동과 야망을 지켜 본 황자와 황녀들.

"그 축축하고 축 늘어진 기분 나쁜.."

그 와중에서도 실리아가 약한 저속하지만 오황자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얘는 뭐, 어떤 상황이든 유연히 받아들이니. 수백 년을 불렀던 호칭을 한 번에 철패해 버리고 벌써 가볍게 부른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까 울던 그 처녀는 어디 갔단 말인가. 당황한 황자들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긴, 저러니까 세력도 없이 살아남았지.

그럴 때쯤 상은 차려졌다.

"섬천이는?"

질문했던 공호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저 멀리, 섬천이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놈이 끌고 오고 있는 게.. 뭔가 걸렸다. 곧 섬천이 황궁안에 들어섰다. 녀석은 소개하지 않아도 당당히 자신을 소개했다.

"공호형의 동생, 섬천입니다."

조금 문제, 아니 많이 문제라면 오황자를 등에 들쳐매고 있다는 걸까.

오황자는 식탁 앞에 모인 황제와 황후, 그리고 황자들과 황녀들을 보고 몸을 떨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동생?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지 내가 머리 아플 지경인데?"

실리아도 두 팔이 잘려져 있는 오황자를 대뜸 들쳐메고 나타나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 오황자 말입니까? 흑연호를 다시 소환해려 해 지배하려 해서 일단 이렇게 잡아왔습니다."

흑연호란 말에 공호형제를 제외하고 전부 얼굴이 새파래졌지만, 섬천은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서 말했다.

"배가 고픈데. 슬슬 들어도 됩니까?"

말하기 전에 이미 섬천의 머리에 앉아있던 은치는 이미 고기 한 점을 부리에 물고 있었지만 말이다.

모두 생각했다.

이 형제는 정말 무섭다고.

섬천이 팔딱일 것 같이 오황자의 두 팔을 꺼내 들었을 때는 모두 대경실색했다. 팔이 없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오황자도 황후의 일급 치료능력과 섬천이 지니고 있던 묠드의 특별 포션덕분에 금세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발악하기에 황제가 직접 설뜩하고 손을 묶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런데 대공이 무슨짓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섬천이 고기를 뜯던 도중 단도직입적으로 황제에게 물었다. 대공이야기에 실리아는 쓸데없이 웃는다. 섬천은 그런 실리아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노려본다. 실리아가 물었다.

"왜?"

"일황녀 배신하고 오황자와 내통하면서 역모를 꾀하고 있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문제는 병사통수권은 일단 황제에게 있지만, 관리와 보고는 대공이 하고 있잖습니까."

지금은 정치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 암묵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지라 황제는 적잖이 고민했다.

"처벌할 필요 없어."

보이지 않을 속도로 제주를 넘은 공호의 모습이 변한다.

황후가 얼굴을 찡그렸다. 흑미호가 둔갑술을 할 때의 고통은 정말 지독하다. 그런데 저것을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라니. 과연 흑미호를 죽일만한 재목이다.

우드득.

공호의 얼굴이 완벽한 대공의 얼굴로 변했다. 기억해둬야 할 것은 흑미호가 변할 수 있는 대상은 '죽인 것' 뿐이다.

푸웃.

실리아가 먹던 음료를 뿜었다.

"너, 너, 설마!"

공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몰라 대공 쪽으로 나를 버리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 하더군. 실리아. 재미있는 대화였어."

실리아는 갑자가 추위를 느꼈다. 소름이 끼친다.

그럼 이제까지 실리아가 이야기를 나눴던 이는..

"나다."

둔갑술도 둔갑술이지만 공호의 연기가 소름 끼쳤다. 그 짧은 시간에 대공의 습관까지 파악하고 완벽하게 구현하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거야 원, 분명 심각한 문제지만 지금 와서 어떻게 처리해서 벌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황제는 식은땀을 흘리며 괜히 호탕한 웃음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대공이 살아있었더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대공 휘하의 대군과 황족과의 대결구도로 변질 수도 있었다. 황제 입장에서 그건 문제가 아니지만, 제국민의 분위기가 폭발할 지경이라 그쪽을 조금이라도 대공이 이용하려 들었다면 이쪽은 그냥 대포 앞에서 엉덩이 내밀기밖에 되지 않는다.

황위 다툼에서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었어.

공호는 조금 안심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

"이제 이야기해야지 않겠나. 황후가 왜 흑미호가 됐는지 말이네."

민머리 노인.. 아니, 전 황자의 질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월묘 15.07.25 488 7 11쪽
62 월묘 15.07.25 435 7 12쪽
61 월묘 15.07.23 511 9 11쪽
60 여우제국 폴시아. 15.07.22 457 8 10쪽
59 여우제국 폴시아. 15.07.21 423 7 19쪽
58 여우제국 폴시아. 15.07.20 835 60 14쪽
»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380 8 13쪽
5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418 8 15쪽
5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6.28 403 10 21쪽
5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6.28 459 10 15쪽
5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5 9 18쪽
52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87 10 30쪽
51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0 10 15쪽
50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500 10 20쪽
49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487 15 16쪽
48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9 551 14 17쪽
4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7 606 17 13쪽
4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6 518 12 12쪽
45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1 643 17 16쪽
4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0 1,124 45 14쪽
43 여우제국 폴시아. +4 15.05.29 598 20 20쪽
42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7 723 17 9쪽
41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25 745 19 13쪽
40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2 876 22 12쪽
39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14 840 25 8쪽
38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3 767 20 12쪽
37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1 954 28 18쪽
36 여우제국 폴시아. +5 15.05.07 1,060 23 8쪽
3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06 850 23 10쪽
34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956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