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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57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6.28 15:46
조회
402
추천
10
글자
21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싸아아.

비는 끝없이 내려오고, 공간은 얼음의 단도로 가득 메인다. 놈의 육체가 욱신 거림과 함께 성장한다. 발톱은 날카롭게 변하고, 머리의 무늬는 강렬하게 변했다.

하아.

하얀 피부 속에 자리잡은 소년의 생그러운 입술에서 입김이 퍼져나온다. 차가운 비가 뺨을 때린다. 소년은 아슬한 경계 속에 정신을 억지로 잡아 넣은 체로 앞으로 걸었다.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


그 순간 세상은 느려진다.


비도, 바람도, 심장박동도. 느림 속에 움직인다. 그 순간 소년은 수 많은 생각을 했지만, 소년의 뱜을 때리던 빗줄기는 여전히 부서지지도 않은 채로 아주 미약히 움직였다. 퍼져나가던 소년의 입김은 거의 멈춰버려 솜사탕을 퍼트려 놓은 듯 했다.

비틀거리며 다시 한 발자국.

파앗.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간다. 비는 빨리지며 무산히 공간을 때린다.

소년은 이중적인 세계를 갖게 되었다. 원래의 세계속에 느림의 세계가 있다. 초월한 인지능력이 빠름과 느림을 오갈 수 있게 만들었다.

느림속의 세계에서 소년은 손을 말고 떨어지던 빗물을 쓸어본다. 손에 모인 빗물이 느린 속도로 충렁였다. 손을 떼니 공중에서 물덩어리가 울렁거렸다. 이 모든 것이 소년은 보였다.

손을 드는 동안 공기분자와 부딪히며 마찰열에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세세하게 보였고, 손에서 나온 음의 마나가 그 마찰열을 차갑게 식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느려진 세계속에 공호는 모든 것을 정상처럼 느꼈다. 내가 빨라진 것이 아니고, 이 세계만 느려진 것 처럼.

쏘아진 총알이 날아가는 동안 조각칼로 깍아서 문양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날아가는 화살옆에서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달아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스텟, 순발력의 힘.

본래부터 높던 순발력이 괴랄히 올라간 민첩과 만나며 만들어낸 괴이한 경험이다. '민첩'이 올가가면 속도가 올라가고, 순발력이 올라가면 짧은 시간속에 여러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다.

경천동지.

세상이 느려지고 샘솟아나오는 힘은 뭐든지 짓이겨 뭉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몰려오는 마나 페인의 고통. 하지만 왜인지 고통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니까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건 나중에.

일단을 놈을 친다.

바닥에 이상한 음의 마나가 깃든 후로부터 미묘하게 놈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반대로 공호는 미세하게 빨라졌다. 공호는 실리아 쪽을 향하여 잠시 고개를 돌린다.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인식하고 싶었다. 그러자 세상이 다시 빨라졌다

세상을 느리게 인식하고 싶었다. 그러자 세상이 다시 느려졌다.


놀라운 건 어느 한 쪽을 선택해도 이질감이 없었고, 양 쪽을 동시에 느꼈다. 느림속에 빠름. 빠름 속에 느림.

느린 세상속에서 빗방울 하나가 천천히 얼어갔다. 공호는 흑연호를 응시하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핏.

얼어버린 빗방울이 놈의 옆구리에 파고든다. 다음, 또 하나의 얼음 단도가 한기를 뿌리며 흑연호에게 쏘아져나갔다.

비가 제공하는 막대한 수분에 얼음을 만드는 것이 훨씬 빨라졌다. 본래라면 음의 마나를 내보내 얼릴대상과의 길을 튼 다음에 목표물을 얼렸다. 그런 방식으로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빙결하거나 허공을 빙결했다.

공호는 엄지로 근처의 빗방울 하나를 튕긴다. 빗방울이 급속도로 얼어가며 녀석의 배를 꽤뚫는다.

차갑게 숨을 내쉬었다. 공호의 숨결은 반짝이며 흑연호의 다리를 열렸다. 마치 푸른 빛의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옮겨 땅에 자리잡은 것 같은 현상이었다.

이제 움직이고 싶었다.

녀석도 공호를 의식했는지 달려든다. 세상이 느려져도 역시 놈만은 변치 않았다. 떨어지던 빗방울이 정지한 세계에서 공호와 흑미호는 달려들었다.

녀석이 양발을 교차하며 공호를 갈라갔다. 공호는 피하지 않고 힘과 몸의 엄청난 내구력으로 양발을 받아내었다.

쿵!

원형으로 퍼지는 강렬한 충격파에 닿은 빗방울이 증발한다. 공호는 그대로 뛰어들어 음의 마나를 박아넣은 주먹으로 녀석의 이마에 뻗었다. 흑연호의 턱이 바닥을 부시며 박혔다. 허나 공호도 곧 다가오는 흑연호의 꼬리에 직격당해 피를 토한다.

이렇게 까지 억지로 강해진 공호의 내부를 뒤흔들만큼이나 놈은 강했다. 꼬리를 맞고 날아가는 공호의 위로 흑연호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나타났다. 공호는 근육의 뒤틀림을 무시한체 전력을 다해 무릎으로 녀석의 턱을 올려 친다. 놈은 천장에 부딪힌다.

쿠웅.


그 순간 지상 위 황궁은 거대한 지진이 났다.

"지진이다! 여우의 신께서 황제에게 노하셔 황궁을 뒤흔든다!"

"저 놈들의 말을 들을 필요없다! 어서 식을 거행하라!


흑연호는 천장을 발판삼아 박차고 뛰어내려 공호를 덥쳤다. 공호는 그대로 땅에 깔리며 운석이 떨어진 듯 땅이 과하게 파였다. 그 충격으로 이곳저곳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넝마가 된 공호는 지겹도록 죽지 않는 녀석의 배을 걷어차올렸다. 동시에 놈의 발이 공호를 치고 지나났다. 피가 터져 나왔다.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시켜 방어자세를 잡은 두 팔을 공격한 놈의 발. 아팟다. 그러나 물러나지 않았다. 얼어버린 빗줄기가 반짝이며 공호의 등에 모여들었다.

차르르륵.

그 얼어버린 빗줄기들이 몸을 지탱해줬다. 힘과 방어력이 상승한 덕에 날아가 처박히거나 몸이 다짐육이 되지는 않았다. 공호는 이제껏 몸만 쓰며 오른손에 모여둔 음의 마나를 터트린다. 단번에 가능한 한 모든 음의 마나를 여기에 끌어 모았다. 공호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죽인다.


놈의 양 옆에서 얼음의 해일이 몰려온다. 얼음이 이룬 해일은 사이클론을 먹은 듯이 거칠게 돌았다. 섞이고 갈리고 분해된다. 뭐 하나 가릴 거 없이 살벌하게 놈의 몸이 난도질 당한다.

싸아아아.

놈의 내장이 튀어나와 바닥을 쓸었다. 인정할 만큼 독한 놈이다. 놈은 꼬리로 배를 둘러 내장의 돌출을 막았다. 이미 동공이 흰자위로 변해버린 놈은 이성을 잃었다. 처음부터 이성이란게 있었던긴 한 걸까. 공호는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바닥을 억지로 일어났다.

크아아아!

놈이 마지막 각오로 덤벼오듯 살벌하게 몸을 찢으러 다가온다. 주위에 모든 것들이 금이 갔고, 섬천이와 이미호들은 얼음으로 된 방어벽에서 몸을 웅크린다.

마지막이다.

우웅.

공호는 몸 안의 모든 음의 마나를 끌어모아 주먹에 모았다. 강화된 육체조차 음의 마나를 견디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려온다. 힘줄이 터져 나온 피는 급속도로 얼어붙어 붉은 얼음가루가 공호의 팔 밑으로 솔솔 떨어졌다.

0.000...1%는, 그러니까 아주 티끌만큼은 황후의 몫. 그리고 나머지는 존나 그냥 내 몫이다.

아, 욕나오네.

파앙!

영혼조차 깨부숴 버릴 듯, 달려나가 주먹을 놈의 면상에 질렀다.

우드득.

놈의 두괴골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흑연호는 고무줄처럼 튕겨나가 벽에 부딪혔다. 그 거대한 녀석의 몸뚱어리가 모두 벽에 틀어박혔다.


끝났다.


"아..."

힘이 전부 빠져버렸다. 숨쉬기도 힘들어서, 자칫 숨을 멎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공호는 바닥에 늘어졌다.

"크륵. 크르르르..."

지독한 놈. 아직도 숨이 붙어있다. 두괴골이 반은 함몰되어 뇌조각이 질퍽하게 바닥에 널려있는데도 움직인다. 투두둑, 놈이 벽에서 빠져나오며 쇳가루가 바닥을 구른다.

흑연호가 거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공호도 단도로 땅을 짚어가며 일어섰다. 일어섰긴 했지만 근육이 말을 안들어 이리저리 비틀린다. 일시적으로 뚫은 마나 페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온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육체적인 힘은 남지 않았다. 음의 마나도 바닥이고, 음의 마나를 흡수해서 채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놈이 다가오다 한 번 넘어졌다. 그러나 곧 일어서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공호는 이를 갈고 무서운 눈으로 놈을 노려보며 몇번이고 일어서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몸은 목석처럼 차가웠고 딱딱했다.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이 느껴졌다. 이 차가운 공간에서. 절대로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원래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닥치시고 부축하십시오. 불여우."

섬천이 공호를 일으켜 세웠다. 실리아는 바닥에 붙었던 부적을 향해 다가갔다.

"자, 마지막 기회야. 많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게 있겠지."

차아아악.

실리아는 부적을 떼 버린다. 부적은 역활을 다 하지 못했다는 둥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바닥의 음기가 뱀처럼 꾸물대며 사라진다.

"이미호 51명분의 음의 마나. 간에 기별이나 갈려나?"

실리아는 공호의 등에 부적을 붙였다.

"기별 가."

무뚝뚝하던 공호의 소년스러운 대답에 실리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공호의 볼을 잡고 양손으로 눌렀다. 공호는 심하게 인상을 찡그렀지만 방항할만한 힘이 없었다.

"아유, 그냥 가만히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 얼굴로 애교 좀 부려 봐. 나 같은 누나들 환장할 걸? 누나 해봐, 누나. 데헤헷!"

공호는 저 미친녀석을 어서 빨리 쥐어 패지 않고 뭐하나 하고 섬천을 바라 봤다. 명백한 사심이었다. 그러나 섬천은 실실 웃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딜. 그 부적 만들어 주는 조건이 이였다고. 누나라고 해 보라니까? 응? 누나. 누우우나."

"...너 진짜 죽인다."

그러던 사이 이미호 51명분의 마나가 집적접으로 몸을 침투한다. 이질적인 다른 이의 마나였지만, 곧 공호에게 흡수되고 만다. 마나 페인을 뚫은 이 몸은 그런 괴물이었으니까.

섬천은 공호를 부축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채워진 마나는 거대 아이스 스피어를 딱 하나 만들 수 있는 정도. 그것도 질은 보장 못한다.

더 문제는 이것을 움직여 놈에게 박아넣을 정도의 속도를 낼 수는 없다. 박아넣어서 죽이는 게 아니라 짓뭉개 죽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게 성공할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혀버린다면 이제 모든 건 허울로 돌아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호는 최악에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공호은 늘 그랬듯이 최선을 노린다.

공중에 살인적인 음기를 머금은 아이스 스피어가 나타난다. 그 순간에도 흑연호는 맹수의 눈을 한 체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마침내 놈이 가까이 왔을 때 공호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 넣었다.

"...

부족하다. 아주 조금의 속도가 부족하다. 놈은 아이스 스피어를 피하려 한다. 그리고 이 속도라면 놈은 피한다. 비극이다. 맞는다면 죽는 녀석에게 비극이겠지만, 지금은 나에게 비극이다. 서로 너무나 느렸지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

공호는 절망했다.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결국은 '실패자'했고, 괜한 호기 때문에 이 일이 벌여지고 가족이 다시 한 번 죽는다고 생각하니... 아니, 생각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진짜 미친놈 하나 만들어 지는 거다.

그러던 그때였다.

"얼려!"

오십의 병사들이 대병을 맞춰 땅을 짚었다. 그러자 대량의 음의 마나가 땅을 얼리며 걸어오던 흑미호의 발까지 얼렸다. 쿵, 잠시 넘어진 흑미호가 다시 일어났다.

"다시 얼려!"

조금 다가가던 녀석이 또 다시 쿵 넘어졌다. 병사들은 끈질기게 음의 마나를 쏟아부었다.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했다. 공호는 죽을 힘을 다해 음의 마나를 계속 쥐어짰다.

그런 공호의 뒤로 섬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도 완벽하고, 연산됐고... 자, 새로운 기술 한 번 갑니다."

섬천은 검을 땅에 박았다.

"방(紡)!"

섬천의 바람이 아이스 스피어에게 폭풍같이 다가갔다. 모든 풍의 마나가 오른손의 반지를 거쳐 수백 배 부풀려져 발현된다.

쏴아아아!

그 힘은 아이스 스피어를 밀어붙이기 충분했고, 공호의 아이스 스피어는 한기를 흘리고 푸른 빛이 튕겨 나오며 막대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크르릉!

놈이 당황하며 우렁찬 괴성을 터트렸다. 섬천은 검을 늘어트리고 얼음을 뒤따라 달려나갔다.

푹.

얼음의 창이 놈의 입속에, 섬천의 검이 놈의 돌출된 뇌에 틀어박힌다. 녀석의 비명이 공간을 찢는다. 모두 그걸 신경쓸 겨를 도 없이 각자의 전력을 퍼부었다. 그러곤 모두 간절히 녀석의 비극을 빌었다. 제발, 죽어라.

쩌적.

놈이 얼기 시작했다.


-세상의 균형을 깨뜨릴 만한 업적! 흑연호를 100 레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냥했습니다.


-'칭호:흑연호의 천적'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흑연호 슬레이어'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30 상승하셨습니다.


꾸물꾸물.

흑연호의 육체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공호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녹아내린 흑연호의 몸에서 책 한 권과 쇠사슬에 묶인 푸른수정 한 구가 떨어졌다.

공호는 온몸의 뼈가 울리는 걸 느꼈다. 이젠 정말로 힘이 전부 빠졌다. 볼이 바닥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싸아아.

느렸던 세상의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레벨이 상승하며 상처는 회복되고 음의 마나는 다시 가득 차올랐으나, 체력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하나 할 일이 남았다. 공호는 힘들게 일어섰다.

공호는 검은 바탕의 흰색 국화가 그려져 있는 책을 펼쳤다. 당연히 바로 맨 뒷장으로 넘겼다.

파앗!

급격히 발광하는 책 속에서 공호는 황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봉인의 문.

흑연호를 막 봉인한 듯한 황후가 보인다. 비참이 풀어해쳐 진 황후의 주변에는 수백 명의 두루미 요괴가 나뒹군다. 수산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막 난 물고기처럼 뜨끈한 피로 엉켜 심장이 멈춰버린지는 오래다.

"하아. 하아."

황후의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흉부가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눈에 서도 피가 날 수 있나. 투명한 색의 피가 줄기져 흘러내린다. 황후는 미친듯이 웃었다가 지치면 고개를 푹 젖히고 투명한 피와 함께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3개의 검은 꼬리가 힘없이 늘어진다.

황후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마지막 일을 하기 위해 품 속에서 괴상한 물약을 꺼내었다. 울렁이는 눈빛으로 물약을 몇 번 바라보던 황후는 속에서 검은 피를 내뿜었다.

무슨 연유일까. 망설임은 모두 사라지고 물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우웅

신기하게도 황후의 몸에 흰 빛이 감돌며 마구 돌았다.

황후의 몸은 뜯어 고쳐지듯 상처가 모두 회복되갔다. 만약 흑미호가 아닌 여우요괴가 이 물약을 먹었다간, 먼저 몰려오는 부작용에 회복없이 즉시 즉사했을 터이다.

"만수무강하소서..."

황후는 모든 상처가 치료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물약들을 먹었다. 기억동결의 물약, 그리고 황후가 특수 계발한 상태유지 물약. 이걸로 황후는 빛에 의해 영원히 치료되고, 이로인해 황후의 육체를 먹는 자는 부작용 없이 모든 병이 든 다 낳게 되리라. 황후의 육신자체가 최고의 회복약으로 변해버린 셈이다.

황후는 공중제비 3바퀴를 돌았다. 황후의 몸이 변하며 12개체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변화하던 황후의 몸이 푸른 빛 수정에 빨려 들어갔다.

파앗.

작은 여우 12마리가 푸른 빛 수정에서 무리지어 튀어나왔다.


#


이제 정상적으로 시야가 되돌아 왔다. 황후의 혈서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탈리 페하....(생략)


만약 흑연호를 물리치고 이 책을 얻는다면 부탁하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나탈리 폐하의 묘에서 수정을 부셔주세요.

반드시 나탈리 페하의 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폴시아를 떠도는 흑미호의 망령이 되어, 폴시아에 절망을 내릴 것입니다. 전대 흑미호들의 그랬던 것 처럼.

부탁드립니다.

부디 흑연호를 죽인 용감한 전사께 부탁합니다.


황후의 식이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았을까. 비밀의 마나페인 제2문이 닫치기 까지 3분 정도 남았다. 수정을 들었다. 그리고 책도 들었다.

왜 이럴까.

이때만큼은 이성적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판단이 정확히 맞물릴 때다.

공호는 다급해진 표정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섬천.."

말이 끊겼다.

실리아가 울고 있었다. 그 미끈대던 실리아가 울고 있었다. 공호조차 이용하려던 천하의 그 여장부인 녀석이 팔목으로 눈을 가린 체 애써 비틀어지는 입술을 진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 경험, 공호 혼자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가족에 우는 실리아가 공호는 다르게 느껴졌다. 연민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안일한 생각을 했다는 자신에 순간 혐오감이 든다. 그러나 그 혐오감 마저 붙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이었다.

공호는 다시 한 번 입을 떼려 했다.

"가 봐야 될 것 같..."

그 순간 실리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섬천이 공호의 등을 밀쳤다.

"시간 없습니다. 형님."

파앙!

공호는 달렸다.

먹는다?

가족이 가족을 먹는다?

그런 비극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절때, 있어서는 안 된다. 몸이 한계상황이란 것도 잊었다. 그저 뛰었다. 막강한 공호의 속도에서 발생한 푸른 빛 충격파에 이미호들이 반 쯤 날아간다. 그들마저 황후의 '진실'을 본 것 같다. 그들은 벽에 처박히면서도 응원했다.

"더 빨리 달려!"

"느려! 더 빨리!"

"정신 나간 황제의 머리털 좀 뽑고 오라고!"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래야 해서 몸이 움직인다. 공호는 순식간에 동굴을 벗어난다.


동굴밖에 나오니 붉은 석양이 진다. 그림자는 길어지고, 다시 달이 뜨면 짧아진다. 그림자가 짧아지기 시작할 때는 늦었다.

공호는 손을 휘두른다. 손을 따라 보드 모양으로 대기가 얼어붙는다. 공호는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전속력을 내었다.

쫘아악!

공중을 가르며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가는 공호. 미친듯한 속도감에 어지간해서는 공호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막강한 충격이 소년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와아, 폴시아에 유성은 오랜만이네."

"그렇구먼. 어서 하던 축제 준비 하자고. 시위대가 돌아오면 성대하게 즐길 거니까. 폴시아의 백성이라면 폴시아에서는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

"황궁은 더욱 행복하겠지."

"예끼, 이 사람아. 당연한 말을. 우리보다는 훨씬 더 편하게 살 걸."

"그렇겠지."

푸른 음의 마나가 공호를 따라 그려진다. 멀리서 보면 혜성보다 화려한 공호의 모습. 멀리서 공호를 본 여우요괴들이 혜성과 착각할 정도였다.

대기가 찢어진다.

빠르게, 빠르게, 더욱 빠르게. 죽도록 염원했다.

"이야, 빠르네."

"유성이니까!"

해가 져간다.

이대로 달이 떠오르면 모든 게 정말로 끝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는 절망에서 절망으로 끝나게 된다. 또 하나의 해피 엔딩은 영영 파 뭇 치게 된다. 그림자는 짧아지고, 폴시아는 또 다시 가던 길을 밟게 된다.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을 찾는데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

안 돼.

더 빨리.


-육체등급:S 레벨:90 육체랭킹:?위

이름:공호 칭호:11세대의 선구자,그외...


힘:590*2 민첩:950*2 순발력:295 체력:230 육감:285

마나 친화도:610*2 마나 제어력:565*2

부여가능 스탯포인트:600


"민첩 200 스텟포인트 부여!"


-순수 스텟으로 민첩이 1000을 돌파합니다.


-'칭호:바람을 밟는 자'을 획득합니다.


이것으로 순수 민첩은 1150. 그리고 부풀려지면 2300. 또 새로 받은 칭호의 효과까지. 엄청난 속도에 어지간해선 끄떡없는 공호의 눈살이 일그러진다. 제어 따윈 놓쳐버린 지 오래.

그저 한 방향으로 한 없이 빨라져만 갔다.

절망적인 희망을 품고서. 평화로운 고통을 품고서. 또 그저 쏘아져 나갔다.


그렇게 미친듯이 빨라져서.

눈은 충혈되고.

머리에 피가 쏠려 어지럽고.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뜻 뛰던 그 순간.


소년은 황궁에 도착했다.


"....식을 거행하라."

황궁 안이 애절의 노래로 가득 차고. 모두가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얼음보다 차가운 한 소년이 황궁안에 도착했다.

망나니는 달빛이 깃든 검을 들고, 여우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며 검은 눈물을 흘리며, 황궁안에 절제 받지 못한 제국민이 들이 닥치고 있었다.

그 순간 저주받은 여우 소년은 푸른 빛을 뿌리며 내려와,

"흑미호?"

황제의 앞에 서서.

"저기 저주받은 여우가 왔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수정구를 손에 쥐고,

"죽여!"

부서뜨렸다.


황제는 노해서 저주받은 여우소년을 죽이려 들었고.

저주받은 여우소년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여우들을 바라보던 그때.

여우들이 빛으로 변하고.


빛은 모여 황후가 되었다.


작가의말

어라? 실수로 7연참 해버렸네요. 어때요. 혹시 이런 실수, 싫어하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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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월묘 15.07.25 487 7 11쪽
62 월묘 15.07.25 435 7 12쪽
61 월묘 15.07.23 510 9 11쪽
60 여우제국 폴시아. 15.07.22 457 8 10쪽
59 여우제국 폴시아. 15.07.21 423 7 19쪽
58 여우제국 폴시아. 15.07.20 834 60 14쪽
5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379 8 13쪽
5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418 8 15쪽
» 여우제국 폴시아. +3 15.06.28 403 10 21쪽
5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6.28 458 10 15쪽
5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4 9 18쪽
52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87 10 30쪽
51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0 10 15쪽
50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500 10 20쪽
49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487 15 16쪽
48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9 551 14 17쪽
4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7 605 17 13쪽
4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6 518 12 12쪽
45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1 643 17 16쪽
4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0 1,123 45 14쪽
43 여우제국 폴시아. +4 15.05.29 597 20 20쪽
42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7 722 17 9쪽
41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25 745 19 13쪽
40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2 875 22 12쪽
39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14 840 25 8쪽
38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3 767 20 12쪽
37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1 954 28 18쪽
36 여우제국 폴시아. +5 15.05.07 1,060 23 8쪽
3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06 850 23 10쪽
34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956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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