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53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6.06 00:03
조회
517
추천
12
글자
12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저녁엔 실리아와 공호는 밀실에서 의논했다.

말 수가 적은 공호지만, 머리가 좋은 실리아는 공호가 뜻하는 바를 대부분 알아들었다. 공호가 둥근 두루마기를 굴렸다. 천천히 굴러가며 긴 두루마기가 쭉 펴진다.

각 황자들이 거하는 건물의 단면도. 공호가 육감을 살려 직접 그린 것이다.

"좋아."

오황자를 제외한 모든 황자의 집에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갔다. 이게 일이 너무 쉬어 의심될 정도였다. 공호가 들린 곳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공호의 육감은 주위 건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

"정문에 보병 300명. 그리고 내부에 500명."

공호는 모든 황자들에게 받은 병사를 한 곳으로 몰았다. 총 1500이 좀 넘는 병사들. 급격히 늘어난 병사에 실리아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공호가 골라온 병사들은 황녀나 황자의 수호대가 아닌, 단지 그냥 휘하에 있는 병사다. 충성심이 깊게 있을 리가 없는 존재들이다.

병사들은 현재 공호가 갖고 노는 '장난감'으로 치부되어 있다. 실리아의 병사처럼 보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실리아가 보일 병사는 50명이어야 한다.


황궁에 흑미호가 취미로 병사를 모은다는 소문이 퍼졌다. 더 붙여 멍청해 보이는 외모 까지도. 황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은 몰랐지만, 힘을 제외하곤 그냥 멍청이라는 모습으로 공호는 점점 각인되어 갔다.

"네가 황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집회에 참가하는 방법과 쳐들어가는 방법. 그리고 상소를 올리는 식으로 만날 수 있지. 쳐들어가는 방법은 황제를 자극하니 불가능. 너는 흑미호야. 사실적으로 황제가 도움을 주기에는 어려운 위치에 있지. 황제는 황궁안에 피바람을 신경 쓰지 않아. 황궁넘어 백성들의 낙원에 신경을 써. 황제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해.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백성의 인심을 얻고, 너와 내가 황제를 만나는 거야."

"다른 황자들과 황녀는 몰라. 왜냐고? 그들은 황궁안이 특권을 받은 자의 것인줄 알거든. 황궁 밖으로 나가길 꺼려해. 나가는 순간, 빈틈을 보인다고 믿는 거야. 멍청한 생각이지. 오히려 약했던 나는 강제로 황궁 밖으로 쫓겨나서 많을 걸 봤어. 백성의 삶을. 황제가 만든 백성의 삶을.

황궁처럼 호화롭지도, 사치스럽지도, 피가 튀기지도 않는 낙원. 스스로 선택받은 자인 줄 아는 그들은 몰라."

"자금을 확보할 방법은?"

황자들에게서 뜯어낸 것들이 있지만, 턱도 없이 부족하다. 자금을 확보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공호는 실리아의 고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꽃에 앉은 날카로운 침을 가진 벌은 건들고 싶지 않다. 그녀만의 특성이다. 쉽지만, 건들기는 꺼려진다.

실리아는 생각보다 머리가 복잡했다.

'만에 하나란 것이 있다. 저 쪽에 일황자의 머리는 나로서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니 무슨짓을 벌일지 모른다.'

함부로 자금을 황궁 밖에서 모으려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저쪽에서 서로 경계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리아의 목 자체는 그렇게 따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흑미호와 잠시 떨어져 있기만 해도 위험해 질수 있는 판에 황궁밖에 나가면 얼마나 많은 추종세력들이 대놓고 목을 노릴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연 생존능력이 넘볼 수 없게 좋다는 실리아라도 쪽수에는 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황궁 안에서 자금 확보하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리아가 고민할 때 공호는 갑자기 일어섰다.

"쓸데없는 걸로 고민하는 군."

"뭐? 어쩌려고?"

"가장 쉬운 방법을 왜 놔두고 있는 거야."

실리아는 공호의 두뇌를 알았다. 어느 방면에서는 자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일취적이고 효육적인 머리를 지닌 걸 안다. 이제껏 실리아의 판단미스를 즉각 짚고 예측할 수 없게 판을 만드는 공호의 능력. 끌고 가고 싶지만 절대 끌려가지 않는 저 녀석의 머리가 황궁 짬밥 20년이 넘은 실리아조차 짜증날 지경이었다.

"자금은 황자들 금고에서 내가 직접 털어오면 되지."

이윽고 실리아는 얼굴을 비볐다.


#


쾅!

이황자가 크게 내려친 탁자가 흔들렸다. 일황자는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돌려가며 입술을 살짝 씹었다.

"이런젠장! 감히 내 금고에 손을 대? 그 실리아 그 연놈들 죽여버리겠어."

하룻밤 사이다. 황궁에서 가장 제력가라는 이황자의 제 14-5번 금고가 아주 깔끔하게 털렸다. 마법이 종족 특징인 두루미 제국에서 직접 초빙한 메간트급 마법사의 보석함 10상자 짜리 결계에 이따시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14구역으로 나누어, 그것도 다시 5구역으로 나눈 이황자의 수많은 금고중 하나였을 뿐이지만 그 한곳에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보물이 쉬고 계셨다.

"뭐야 이게!"

위협받은 북어마냥 독가시 같이 더러운 신경을 잔득 돋구세운 이황자 옆으로 일황자가 꼴좋단 표정으로 깍지를 끼었다.

'이 놈도 돈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단 말이야. 이번일 끝나면 등뒤에 칼 박아넣을 사이에게 시킨다고 잘도 정도를 흘리니...'

일황자는 차분히 또박또박 짚으며 말을 시작했다. 누가봐도 전형적인 '내 일 아니니까 편하게 말할게' 방식이 일품이었다.

"워워. 진정해. 말했잖아. 힘이 있는 놈은 쓰고 싶어한다고. 여기서 돈 많은 네 자금을 털어갈 것 정도는 미리 말해줬잖아. 흥분할 건 없지. 중요한 건 그게 아냐. 하룻밤 사이에 분명 금고의 내용물을 다 털어갔다고?"

"지금 나를 희롱하는 건가!"

이황자 머리위로 화산 폭발하는 게 보인 일황자는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만큼 비웃음을 흘려주며 머리로는 재빨리 상황을 재조합했다.

'진짜 이상하다. 실리아가 황제 마음을 직접적으로 잡으려는 건 알지만... 그래. 그래서 자금을 모으려는 것 까지는 예상했고 더 나아가 흑미호가 이황자의 금고를 털 거란 것 까진 예상범위에 있다.'

아주 이상적인 움직임이다. 이대로라면 흑미호 쯤이야 금방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런데 뭐? 하룻밤사이에 이황자의 금고 하나를 통채로, 깔끔하게 다 털어?'

지가 흑미호면 흑미호지, 무슨 기간트급 마법사인가. 그 많은 보물들을 고난도 수식의 마법식으로 공간전이시켜 어디론가 보내버린 거 아니면 답 안나온다. 힘이 세서 그 많은걸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기엔 뚫은 구멍도 크지 않다.

'뭐지? 대체 무슨 수를 쓴거지?'

상대방을 다 알고 있다 파악했을 때 절대 나오면 안되는 상황이 이거다. 완벽히 예측 밖의 능력. 예측 밖의 상황이면 다시 머리를 돌려 상황파악으로 커버가 가능한데 예측 밖의 능력, 그것도 전혀 생각못할 정도의 예측 밖의 능력은 나오면 안된다.

일단 저 능력만으로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괜찮아. 저 능력을 포함시켜도 손 몇번 부러지는 거지 척추는 안전하니까. 살짝 방향을 틀 필요는 있겠어. 결과는 같다.'

"그렇게 성 낼 필요는 없어."

일황자는 요즘 이황자를 보면 이런 살짝 덜떨어진 놈도 돈 많으니 참 건들기 어렵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새참 물질만능의 위력을 다시 느꼈다.

"뭐?"

"녀석이 모든 물건을 싹다 가져 갔다고 했지?"

"그런데."

"14-5번 금고랬나? 다행히 내가 예상한 곳을 털어가서 다행이군. 뭐, 거기가 가장 외부에 노출되기 쉬우니.. 거기에 예전에 내가 비공식 적으로 흘러넣은 보석함이 포함되어 있을 거야. 거기에 특이한 마나수신기가 있지. 일반적으로 그쪽의 위치좌표나 음성내용을 이쪽으로 전송할거야. 뛰어난 메간트급 마법사가 없어서 위치좌표는 일단 보류해두고. 음성내용은 쓸만할 테지. "

"...."

이황자는 어 이자식? 그러며 일황자의 멱살을 잡으려며 하다 포기했다.

'진짜 이 놈의 잔머리는...'

어설프게 대하다간 목나간다. 이황자는 주위를 돌아보고 물었다.

"쌍둥이는?"

일황자는 황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출장. 흑미호 대비해서 굉장한 폭탄 터트리러 가셨지. 그 폭탄이 어떻게 터질진 조금 무섭긴 하지만 말이야."


#


"당했다."

콰득, 공호는 투명한 수정구하나를 주먹으로 꽉 쥐어 깨뜨렸다. 공호의 옆엔 수많은 보물들이 쌓여 있었고 그 가운데 실리아는 미간을 짚고 앉아 있었다.

"설마 여기에 일황자의 수정구가 있을 줄이야. 제대로 당했어. 정확히 예측당했지."

공호도 썩 좋은 표정은 아니였다. 글쎄, 나쁜 표정도 아니였는데 사실 무표정이여서 보기 나름이었다. 실리아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일단 약속대로 보물은 4:5:1 로 나누지."

실리아는 떫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4는 백성들에게 쓸 재화였고 5는 공호 몫, 1은 내 몫이였다.

'은근 날강도란 말이야?'

대뜸 재화의 절반을 떼가겠다고 공호가 말할떼 실리아는 현기증을 느꼈었다. 크게 불만도 없었다. 백성에게 쓸 걸 제외하고 그 정도만 받는 게 어딘가. 공호 아니였으면 얻지도 못할 제화였다. 그러나 아까워 입맛이 다셔지는 것만은 말을 수 없었다.

이황자도 진짜 무섭다. 수많은 금고중에 하나를 털었을 뿐인데 이런 억소리나는 재화가 나오다니.

'지금은 그걸 생각할 게 아냐.'

공호는 보물을 옮기자 마자 무언가 찾더니 하나의 보물 상자에서 수정구를 귀신같이 찾아내었다. 실리아는 그게 마나수신기임을 눈치채고 상당히 머리가 아픈 상태였다.

이게 여기 있단 말은 이쪽이 이황자의 금고를 털 거란 걸 예측당한 상태. 그걸 예측당했다는 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단 걸 들켰단 거고 황궁밖으로 진출해서 백성들에게 인심을 얻는 다는 것까지, 그래서 황제의 눈에 들겠다는 계획까지 전부 털린거나 마찬가지다.

실리아가 공호에게 말했다.

"이제 어쩔거야?"

"최대한 빨리 추수리고 황궁을 뜬다."


#


-이제 어쩔거야?


-최대한 빨리 추수리고 황궁을 뜬다.


마나 수신기에서 전해지는 공호와 실리아의 목소리가 밀실안을 울렸다.

"으하핫! 들었지?"

일황자가 이황자를 보며 물었다. 이황자는 대답도 없이 기분나쁘게 끌끌끌 웃었다. 이제껏 호탕하게 웃던걸 즐기던 저 양반이 갑자기 왜 그러나 일황자는 살짝 한쪽눈을 좁혔다. 잔잔한 빛의 발광스톤 몇 개만으로 빛을 낸 방안에서 음침한 이황자의 웃음소리가 울리니 마왕성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솔찍히 웃기잖아. 마나수신기가 한개만 있는 줄만 알고 부순 꼴 하고는."

"그건 나도 아니라고 할 수 없겠군."

일황자도 덩달아 실실 웃었다. 방심하라고 마나수신기 하나를 본 모양 그대로 놓고 나머지는 동전모양으로 위장해서 심어뒀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하나만 부수고 나머지는 생각도 못하는 꼴이라니.

이황자는 유리잔에 살짝 와인을 따랐다. 붉게 반짝이며 유리잔을 채우는 신비로운 와인을 보고 이황자가 물었다.

"흐흐. 웬일이야. 와인에 입도 잘 안돼더니."

"이런 기쁠 땐은 조금 마셔야지."

붉은 와인이 용암처럼 빛을 내며 일황자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크, 어쨋든 끝났군."

"그러게 말이야. 이제 놈들이 조급히 움직이면 함정에 걸려들 수 밖에 없지. 이제 거사만 치르면 되는 건가?"

이황자의 말에 이황자가 비릿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놈과 실리아가 황궁을 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시작되는 거야."

그리고 그 순간 여기있는 모든 인물은 갈라져 흑미호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이황자와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오늘까지만이다. 이제 다시 서로 칼을 갈 시기다.

"그나저나 저 놈, 처음부터 느끼는 거지만 흑미호 치고는 정말 목소리가 멍청해 보인만 말이야."

"그 말엔 나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


보물이 쌓여진 금고를 실리아와 공호가 걸어나왔다. 창고 밖으로 나오자 밝게 빛나는 달이 반겨줬다.

우둑. 우두두둑.

뚱뚱했던 공호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본래의 슬림했던 체형으로 뼈가 맞춰지고 살이 빠지며 돌아왔다. 두툼하게 변했던 성대도 본래 공호의 성대모양을 찾아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월묘 15.07.25 487 7 11쪽
62 월묘 15.07.25 435 7 12쪽
61 월묘 15.07.23 510 9 11쪽
60 여우제국 폴시아. 15.07.22 457 8 10쪽
59 여우제국 폴시아. 15.07.21 423 7 19쪽
58 여우제국 폴시아. 15.07.20 834 60 14쪽
5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379 8 13쪽
56 여우제국 폴시아. +1 15.07.19 418 8 15쪽
5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6.28 402 10 21쪽
5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6.28 458 10 15쪽
53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4 9 18쪽
52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87 10 30쪽
51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390 10 15쪽
50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500 10 20쪽
49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28 487 15 16쪽
48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9 551 14 17쪽
47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7 605 17 13쪽
» 여우제국 폴시아. +1 15.06.06 518 12 12쪽
45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1 643 17 16쪽
44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30 1,123 45 14쪽
43 여우제국 폴시아. +4 15.05.29 597 20 20쪽
42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7 722 17 9쪽
41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25 744 19 13쪽
40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22 875 22 12쪽
39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14 840 25 8쪽
38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3 767 20 12쪽
37 여우제국 폴시아. +2 15.05.11 954 28 18쪽
36 여우제국 폴시아. +5 15.05.07 1,060 23 8쪽
35 여우제국 폴시아. +3 15.05.06 850 23 10쪽
34 여우제국 폴시아. +1 15.05.06 956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