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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830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5.07 00:10
조회
1,060
추천
23
글자
8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3초 동안 단도질을 멈추고 생각했다. 이윽고 뭔가 선택했는지 인벤토리를 연다.

섬천을 위한 침대와 음식.

"시간."

바닥에 앉은 공호가 짧게 말했다.

"한 달. 한 달 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네."

너무 긴 시간이다. 공호는 섬천이을 돌아봤다.

"저는 반드시 여기서 오기로라도 이겨내야겠습니다. 말리지 마십시오"

여전히 푸르디 푸른 끝을 알 수 없는 하늘. 유유히 나풀거리는 발밑의 구름이 고요함을 야기한다. 잠시 조용히 본 것만으로도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불행하게도 그 모든 것들이 공호에 있어선 필요없는 것 이였지만.

공호는 아랫배의 담겨있는 음의 마나를 움직여 마나 페인을 거치며 원통형의 길을 돌려봤다. 아주 미미하게 마나가 늘어난다.

공호는 아무말 없이 얌전히 앉아 아랫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마나를 끌어왔다. 살결이 마나에 부르르 떤다. 밖같 세계와는 비교도 안 될 마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이 장소에 마나를 우겨넣은 듯 상당히 마나 농도가 진했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고마울 따름이다.

'한 달.'

여기에 투자하는 것도 손해는 아니였다.

공호는 음의 마나를 폭발적으로 늘려갔다. 물론 언제든 은치의 공격을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서.


공호가 아무말 없이 음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10분. 공호에게 무언의 허락을 받은 은치는 섬천을 얌전히 관찰했다. 무슨 생각에 빠진건지 혼자 검을 몇번 왔다갔다 휘두른다. 그냥 보기에는 검술훈련이었지만, 은치는 주인의 성격상 무슨 짓을 하는 지 알 것만 갔았다.

'옷에 난 잔털정리 하는 군.'


섬천은 싸움으로 옷의 뜯어진 부분을 검으로 가다듬고, 삐져나온 실밥들을 검으로 하나하나 쳐낸다. 항상 그랬다. 섬천은 몸의 옷깃의 각도가 크게 비틀리거나 실밥하나 있는 걸 싫어하는 심한 강박증이 있었고, 더러운건 참지 못하는 결벽증이 있었다.

섬천의 저 심리는 말그대로 증상, 병이란 소리다.

은치는 그게 반가웠다. 진짜 오랜만에 주인을 본다는 반가움이 덥쳐왔다.


"이제 무례함을 거두고 정식으로 주인께 인사드리지요. 역시 필연입니다. 주인님은 죽음을 뛰어넘기 전에도 '은치'라는 같은 이름을 부여 했으니까요."

섬천은 실밥정리를 마치고 은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 아는 점을 짚자면, 저 괴물같이 강한 새가 갑자기 스스로를 낮추고 있는 점. 마치 하인과 주인의 관계처럼 말이다.


소년의 사고방식은 조금 특별했다. 뭔가 뒤틀려 진듯 하면서 항상 답에 가까운 결과만을 내 놓는다. 소년의 머리만큼은 그 누구보다 '특이하고' 비상했다.

섬천은 은치가 수련시켜주웠던 행동, 그리고 방금전의 말을 조합해본다.

'어떻게 된진 몰라도 일단 내가 주인이란 겁니까... 그래서 말을 안했던 겁니까.'

벌써 계산과 상황 파악을 끝낸 섬천이 검을 역수를 쥐었다. 검끝이 반짝이는 곳은 심장. 섬천은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넣었다. 일순간 일어난 돌발상황이다.

공호는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진짜 찌른다.'


무슨 괴랄한 생각을 한 건진 몰라도 저 녀석은 '진짜로' 심장을 찌르려 하고 있다. 공호는 전력을 다해 섬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공호가 도착하기도 전에 하얀 기운을 뿌리며 은치의 날개가 섬천의 검을 막았다. 공호는 안심하며 다시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예상대로였다.


"진짜입니까..."

섬천은 검을 막은 은치의 날개를 보면서 짜릿한 미소를 짓는다. 은치는 얌전히 날개를 거두고 한숨을 쉰다.

"그렇게까지 확인을 하는 건 정말 옛하고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은치는 섬천의 뒤틀렸지만 효과적인 사고방법에 감탄을 표한다. 주인이라고 말을 했는데도, 확실히 믿기 위해 검으로 심장을 찔러 그 관계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해 본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단지 가정만으로, 자신의 머리를 믿고 그렇게 까지 행동할 수 있는 섬천의 사고 방식이 놀랍다.

이것으로 섬천은 이후로부터 있을 은치의 행동에 대한 공호의 불신까지 떨쳐내었다. 훈련도중 공호가 벌떡벌떡 일어나 방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긴 말 필요없이 이 행동하나에 은치에 관계된 모든 충심을 뽑아낸 섬천이다.

"자, 그럼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은치는 날개를 살짝 펄럭였다. 강력한 바람에 섬천은 본능적으로 발밑 구름에 검을 내리 꽂았다. 그러나 구름은 발만을 지탱해 줄 뿐, 검에 박히거나 하지 않았다. 섬천은 10km 쯤 쭉밀려나 공호가 만들었던 얼음에 처박혔다.

섬천은 멍멍한 머리를 두 손으로 짚으며 일어섰다. 섬천의 뒤에는 은치가 날개를 접으며 나타났다.

"자 이 정도입니다. 주인. 지금 주인은 내가 아무런 힘없이 펄럭인 날갯바람에 이런 꼴이지요. 주인은 이런 저를 갖고 놀 정도로 훨씬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것만 아시면 됩니다. 주인은 힘을 되찾아야 하고, 저는 그것을 도와야 합니다. 주인이 누구였는지, 주인이 뭘해야 하는 지는 모르셔도 됩니다. 지금은 올라서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내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못하는 겁니까?"

"네, 옛날에 주인님에 맹약했으니까요."

섬천은 흥미가 동한 눈빛으로 은치를 올려봤다.

"그런 거 말고 있을 거 아닙니까. 나를 수련 시킬 비장의 카드 같은 거말입니다."

역시, 변함없이 나를 꿰뚫는 주인이다. 은치는 목을 가다듭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의 끝엔 '쿤'이 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일이 끝나고 이야기 해 드리지요."

섬천은 옷에 묻은 얼음가루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오, 역시 비장의 카드."

손으로 한뼘 두뼘. 섬천은 검의 날카로운 부분을 손으로 짚어가며 끝을 향해갔다. 은치의 털들이 서로 부딪치며 부르르 떨었다.

섬천이 검을 구름에 찔러넣었다. 구름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간다. 곧 다른 구름이 자리를 메꾼다.

"언젠가 한 번뿐인 기회가 올 겁니다. 그때, 그때 후회하지 않도록 주인님은 지금 움직이시겠죠."

섬천은 깊게, 생각에 빠져든다.

"10번. 제가 날린 깃털을 10번만 피하면 이미 강해져 있을 겁니다."

휘이잉.

섬천이 구름에 박혔던 검을 뽑았다. 순간 바람이 검을 뒤따른다. 급격한 상승기류에 섬천의 검은 머리칼이 나른하게 춤춘다. 세심하게 나와 있는 날카로운 섬천의 속눈썹까지 바람이 상냥히 만져준다.

"바로 가겠습니다."


#


온갖 황금으로 주렁주렁 치장된 제단 위에 황금 가면을 쓴 기묘한 여우신상이 있었다. 여우신상에 절을하던 꼬리달린 노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눈물을 흘렀다.

"오오, 아니되옵니다. 어찌 그런 재악을 다시 폴시아에 보낸단 말입니까."

여우신상이 부르르 떨렸다. 노인은 다시 절을 했다.

"그것만은 아니되옵니다. 그것만은..."

진정되지 않아 온몸을 간질에 걸린듯 떨던 노인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문을 통해 나가려던 노인은 한 황포를 입고 수염을 드리운 노인과 마주쳤다.

"황제폐하!"

황제라 불린 노인은 차분히 물었다.

"어떠한 결과가 나왔느냐."

"그, 그게.."

"어떠한 결과냐 묻지 않았더냐."

노인이 뜸을 들여 황제는 초초함을 들이키며 다시 물었다. 노인은 황제에 대한 예의도 상실할 정도로 겁에 질렸는지, 감히 황제의 옷자락을 잡고 외쳤다.

"옵니다."

"뭐가 말이냐."

"그가 옵니다."

"대체 뭐가 온단 말이더냐!"

"수백년전 퇴치했던 저주받은 여우. 흑미호가 폴시아에 옵니다. 인간과 함께."


폴시아력 625년.


흑미호의 출현을 알리는 신탁이 내려졌다.


작가의말

언젠가는 사람이 늘기를 빌어봅니다. 솔직히 저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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