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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822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5.06 00:05
조회
850
추천
23
글자
10쪽

여우제국 폴시아.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섬천에게 일말의 신호조차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쉭, 섬천의 눈에 공호가 잡히지 않았다. 은치도 같았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섬천의 몸이 은치로 부터 쭉 멀어졌다. 순식간에 공호가 섬천을 멀리 옮겨놓은 것이다.

"기다려."

공호가 섬천의 주위를 얼렸다. 섬천이 전력을 다해 두드려도 부수지 못할 단단함의 얼음. 요새 같은 얼음 방어막이 생성됐다.

세심한 배려일까. 숨을 트기 위한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냉기도 최대한 줄여 그리 춥지도 않았고. 위협하기 위한 얼음이 아니였다. 공호가 뒤를 돌아볼 때었다.

섬천은 가로막힌 얼음을 마구 두드렸다.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잡아도 언젠가 제가 잡습니다."

섬천은 비명을 질렀다. 상당히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 말들은 공호에 귀에 분명히 쏙쏙 들어갔다. 하지만 공호는 간단히 무시했다.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놈이지 않은가.

섬천이 등을 휙 돌렸다.

"저 놈 잡으려고 약 한달을 죽어라 덤볐습니다."

공호가 눈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섬천도 또르륵 눈을 돌렸다. 공중에서 눈이 마주친다.

똑똑.

공호는 다가와 덤덤히 섬천이 들어있는 얼음을 발로 두드렸다. 얼음이 투명해진다. 은치의 상태가 보인다. 은치는 공호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은치는 섬천에게 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깃털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깃털의 속도가 섬천때의 석배에 이른다.

섬천은 그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젠장."

공호는 섬천의 주위에 한 층 더 얼음의 장벽을 세워놓고는 앞으로 걸었다. 섬천이 걷는 공호에게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그래도 죽이진 마십시오! 물어볼 게 있으니 말입니다."

공호의 양 손에 단도가 나타난다. 막대한 한기가 단도에서 흘러나온다.


일단 놈을 알아보기 위해 가볍게 저었다. 생김새를 보니 황악조와 같아 보였다. 그러나 척 보기에도 황악조를 참새로 보일 만큼의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고귀하다 해야 하나. 마치 황제의 자태 같았다.

극심한 마찰력도 공호의 한기를 이기지 못했을까. 휘두른 단도는 달아오르기는커녕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까아아!

역시나. 가볍게 단도를 피한다. 놈이 셀 수 없이 많은 깃털을 쏘아 보냈다. 깃털은 어느새 빙결된 얼음의 벽에 전부 가로막힌다. 막강한 파괴력에 얼음에 긴 금이 그어졌다.

쩌적.

약해진 얼음이 수 천 개의 얼음조각으로 갈라진다. 날카롭게 벼르어진 얼음조각들. 개 중에는 놈의 깃털을 얼린 것도 있었다. 공호가 손을 뻗었다. 음의 마나를 더욱 확실하게 밀어 넣기 위해서. 공격, 그대로 돌려줬다. 놈이 맞대응으로 입에서 바람을 뿜었다. 강아지풀 흔들리듯 가볍게 공호의 얼음이 흩어진다.

틱.

얼마나 피부가 강한지 우연히 맞은 얼음조각도 조금도 박혀들지 않았다. 놈이 움직였다.

팍!

왼팔이 날아간다. 그러나 뒤에 나타난 놈도 날개에 단도가 박혀있다. 공호가 공중제비를 3바퀴 돌았다.

콰득.

잘려나간 왼팔이 어느새 메꾸어져 있다. 둔갑술을 이용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둔갑술을 이용하면 이런 식의 회복도 가능했다. 둔갑술로 이런 짓을 하려면 그 전에 조금 특수한 '조건'이 있어야되겠지만, 공호는 그 조건을 훌륭히 만족했다. 몸이 변할 때 왼팔을 잘릴 때를 상회하는 고통이 뒤따랐지만 공호는 덤덤했다.

아쉽게도 공호의 왼팔에 대한 대가는 정말 쌌다. 놈의 날개에서 단도가 문제없이 빠져나온다. 시험하는 걸까.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앗.

공호는 넣어뒀던 검은 꼬리를 다시 꺼낸다. 신체 능력이 10% 상승한다. 놈과 비등한 속도로 움직였다. 일순간 수십 차례의 공방이 펼쳐진다.

공호가 완벽하게 밀리는 추세였다. 그리하여도 공호는 침착하고, 무덤덤하며, 차갑기만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은치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호의 단도를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무언가에 가로막혔는지 단도에 당한다.

'설마...'

똑똑한 섬천이 공호의 전투를 보며 감탄한다. 그렇게 몇 번을 더 공호가 단도를 휘젓는다. 마지막으로 놈의 부리를 피하며 단도를 뒤로 빼내는 순간.

까각, 시간이 멈춰버린 듯 놈의 몸이 공중에서 뚝 하고 멈춰버렸다.

까아아아!

놈이 울부짖는다. 녀석은 봉인되었다. '투명한 얼음'에 갇힌 것이다.


이때까지 공호는 단순히 단도를 휘두른 게 아니었다. 음의 마나를 머금은 단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얼음이 생성됐다. 단도가 휘둘러 질수록 얼음은 늘어나고 놈이 움직일 공간은 차단했다.

놀라운 판단능력. 공호는 나비처럼 가볍게 뛰었다. 올라갈 때완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느린 속도로, 마치 새의 깃털처럼 공중에서 내려앉는다.


공호는 투명한 얼음 위에 안착한다. 녀석과 눈과 눈이 마주친다. 섬천과 마주칠 때완 달리 강렬하고도 무서운 눈이었다. 둘 다. 공호는 딱 잘라 묻는다.

"나갈 방법."

끼아아악!

얼음 속에서 가시가 생성된다. 당연하게 놈의 날개를 관통한다.

"나갈 방법."

콰득, 다른 쪽 날개가 꿰뚫린다. 놈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다.

"나갈 방.."

그때였다. 막대한 기운이 구름을 떨게 한다. 한낮 인간 같은 생물은 가벼이 죽일 수 있는 기운.

쩌적.

공호의 투명한 얼음에 금이 간다. 마치 알을 깨는 듯한 모습이지만, 세상을 진동하는 기형적인 뭔가가 존재했다. 기어코 은치는 공호의 얼음을 완전히 부숴버린다. 공호는 더욱 강하게 대기를 얼려 막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양동이로 바다를 퍼 옮기는 기분이다. 강렬한 은빛 광채를 은은히 퍼트리며 은치가 부리를 움직였다.

고귀함. 아마 귀족이란 것은 이 생물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에 빗대면 모든 것이 천해 보였다.


그가 입을 열어 말을 하였다. 발성기관의 소리가 아니라, 주위의 마나가 변조되어 만들어지는 목소리였다. 귀족같은 그의 우뚝선 자태는 그의 말을 끝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공호조차 반항할 수 없는 압박감이었다.

"어리석..."

"말할 수 있었습니까!"

그러나 그 고귀한 말을 섬천은 너무도 쉽게 끊었다. 마치 그 만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섬천의 난데없는 개입에 순간 은치의 말이 없어졌다. 은치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조차 잊어먹어 순간 멍하니 고개를 뺏다. 공호는 그 와중에도 상시를 대기하여 오른손에 강력한 음의 마나를 집중시켰다.

"흠흠, 죽음을 거슬..."

"머리가 새니까 말하는 것도 까먹었습니까. 지금 사람 차별하는 겁니까. 왜 진작 말을 안 한 겁니까."

은치는 고개를 휙휙 졌고는 날개를 한 번 강하게 저었다.

파아아앙!

섬천이 바람에 이끌려 제자리인 얼음에 다시 들어갔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공호조차 반응하지 못했다.

그전에 공호는 이상함을 느꼈다. 섬천이 어떻게 얼음을 뚫고 이곳까지 온거지? 현재의 섬천이 무슨짓을 해도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도 잠시, 이제껏 손에 몰아넣고 있었던 음의 마나를 방출한다.

파앙!

폭사되듯 공호의 왼손에서 얼음이 방출된다.

음의 마나를 다루는 데 있어서 허공에 얼음을 생성하는 것보다, 매개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하다. 신체의 일부나, 아니면 쥐고있는 무기같은 것들 말이다. 매개체를 쓰지 않는 것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쓰는 것만큼이나 효율을 떨어뜨린다. 그야말로 천지차이.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을 가볍게 뛰어넘는 내구도의 단단한 얼음이 생성된다.

물리학자들이 본다면 눈을 뒤집어 깔 현상. 본래 얼음이란 것이 물리적으로 다이아몬드 이상의 단단함을 지니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이언트 터틀 자체가 이미 다이아몬드를 뛰어넘은 강도.

이것은 확실히 이 차원이 지구의 우주와는 다른 우주적 법칙을 지닌다는 것을 증명한다.

은치는 다시 포박되었다.

파각.

하지만 가볍게 깨버린다.

"소용없다. 아직 옛 힘을 반도 찾지 못한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성 싶으냐."

승산이 없었다.

"게다가 놈, 겪지 말아야 하는 것을 겪어 얻지 말아야 할 힘을 얻었구나. 그렇게 네놈이 혹시나 했으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늘여놓는 놈에게 공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출구."

"정령 네 뜻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하나, 나는 내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 쇠퇴한 주인의 힘을 보니, 안쓰러워 날개가 문드러질 지경이다. 주인과 나에게 시간을 다오. 주인을 강하게 만들지 못하면 내 역할을 마칠 수가 없어."

그러며 날개로 섬천이가 있는 방향을 가리킨다. 난데없이 섬천이를 강하게 만든다니.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믿을 수 없다."

그러며 공호는 다시 단도의 예기를 뿌렸다. 전심전력을 다 한 공호의 공격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은치의 살껍질 하나 파고들지 못했다.

고결한 은빛 눈물의 은치의 눈에서 구슬프게 떨어진다.

"이제 그분을 믿어 볼 수밖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라. 그 무서운 선택을. 아프지 않더냐? 그건 너무 비극적이야."

공호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

"생각할 가치가 없어."

틱틱.

재차 몇 번을 단도를 휘둘러 은치의 몸을 난도질하려 했지만, 티끌도 먹히지 않았다.

"슬프구나. 어쩔 수 없지. 주인에 관해서도 거부할 생각인가? 그럼 곁에서 지켜보는 건 어떠냐. 주인의 성장을 말이야. 위험할 것 같으면 나서면 되는 것 아닌가."

공호는 거두절미하고 다시 말했다.

"섬천이를.."

"돌아갈 방법은 나만 알고 있다. 기억해라. 검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 나의 주인에게 물어보게나."

마침 그때었다.

쾅쾅!

어떻게 부순 것인지 섬천이 자신의 힘으로 얼음을 부수고 나왔다. 이것으로 두 번째다. 공호의 얼음에서 탈출한 횟수가. 순간 검을 휘두르는 섬천의 모습은 바람과 같이 자연스러워, 검이 얼음을 스며들어간 듯 했다.

현재 섬천의 능력으로는 절대 부수지 못할거라 판단했던 그 얼음을 가볍게 검으로 베었다.

섬천이 익살스럽게 웃었다.

"전 저 놈에게 볼 일이 많습니다. 형님."


작가의말

연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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