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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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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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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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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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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린은 머리를 휘둘러 공격한다. 나도 그렇다.

DUMMY

“네? 그게 갑자기 무슨···.”


후안 바레시 감독님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너무 대놓고 놀랐나? 싶을 정도로.


“가만 보면 참 이상하단 말이지···.”


감독님은 자리에 앉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


나는 그저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아하하하, 칭찬이죠?”

“너,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인 줄 알아?”


······.


“뭐야, 들킨 거냐?”


파툼이 내 어깨에 앉아 꼬리를 탁탁 치며 말했고.


나는 그저 입을 다문 채 땀만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다.


“와하하하! 농담이다. 농담! 이거 무서워서 농담도 못하겠나~”

“아핫핫! 역시 그렇죠? 감독님도 참~”

“네가 정말 미래에서 왔으면 여기서 개고생하며 축구나 하고 있겠니? 주식이라도 사서 돈벼락 맞으면서 재미나게 살았겠지. 안 그래?”

“뭐···, 그랬을까요? 하하하. 그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축구가 좋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 할 거예요.”

“쩝···,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니. 아무튼 오늘 널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자. 봐봐.”


감독님은 내 앞에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척 봐도 100장은 넘는 페이지의 서류였다.


“이건 뭔가요?”

“보면 알 거다.”


감독님이 건내준 서류 뭉치에 적힌 내용은, 내가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이후 기록했던 신체 검사 내역, 체력 테스트 결과 내역, 그 외 갖은 피지컬에 관련한 기록들이었다.


“네가 처음 이곳에 왔던 카데테 시절부터 모아둔 것이다. 서류를 떼고 보니 영 이상한 게 보여서 말이야. 너 웨이트 트레이닝을 여기 오자마자 시작했다며?”

“······, 네 그랬죠.”

“요한 자크베르가 말해주더구나. 네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벌크업과 밸런스 훈련을 강도 높게 병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신장을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고 말이야. 대다수의 장신 운동선수들에게 찾아오는 비극을 너는 마치 다 예상이라도 한 듯 피해갔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


나는 한동안 감독님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 놓인 서류 뭉치들은 내가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숨 가쁘게, 열심히 살아 왔는지를 증명하는 것인데.


마치 지금은 잘못을 한 어린아이처럼 변명도 하지 못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죠?’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이건 축구의 신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어. 네가 미래에서 왔든, 축구의 신이 널 도왔든. 너는 이 삶에 감사해야 한다.”


후안 바레시 감독님의 그 말은, 내가 앞으로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너에게도 말해야겠구나.”

“네? 또 무슨 일이죠?”

“후베닐 때 너 도와준 친구 있지? 조르디 베르누이.”

“네 알죠.”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원래 바르셀로나에 복귀하려 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측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모양이야. 베르누이 본인은 바르셀로나에 남아서 주전경쟁을 해보려 했던 것 같은데···, 에이전트가 어떻게 꼬셨는지 참···. 아무쪼록 너와 같이 뛰는 그림을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됐다.”


실제로 다음 날, 영국 다수의 축구 언론에서는 조르디 베르누이가 3천 5백만 유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베르누이와 뛰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 녀석···, 다음 시즌에는 무리뉴 감독한테 지도받겠네.’


그래도 좋은 녀석이니까. 어딜 가든 잘 적응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 * *



레알 베티스와의 경기 전날.


잠이 오지 않았던 나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프리카의 신성한 동물이라고 평가받는 기린은, 적을 만나 위협을 느끼면 자신의 긴 목을 휘둘러 머리로 상대를 공격합니다. 이는 적 뿐만 아니라 짝짓기 철의 암컷 기린이 수컷 기린을 향해 목을 휘두르기도 하는데요. 키가 매우 크고 그중에서도 목이 비정상적으로 긴 기린은 목에 타격을 입을 경우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문득 기린을 보다가, 나의 지금 모습이 기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가 크고.


주로 머리를 휘두르고.


노랗다.


‘그나저나 이런 동물도 있는데 왜 머리에 뿔 달린 말은 없는 걸까.’


그날은 그런 잡스런 생각이나 하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라커룸에 모인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제각각 축구화 끈을 동여매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감독님의 전술 지시를 듣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이니에스타 선배의 선발 복귀전이었고.


감독님은 왼쪽 메짤라에 이니에스타를, 오른쪽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몬테로를,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부스케츠를 배치했다.


“몬테로가 활동량이 많고 피지컬적으로 강인하니까, 오른쪽 측면에서 메시가 침투를 하면 빈 구역을 잘 커버해줘야 해. 그리고 알베스랑 같이 스위칭 하면서 컴팩트하게 크로스를 올려서 한결이 머리를 노리는 플레이를 해도 좋고.”


감독님은 아무래도 몬테로의 피지컬적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 그리고 준수한 킥 능력을 높게 산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진은 그동안 피지컬이 약점으로 지적되어왔고.


특히나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 가담 비율이 적은 리오넬 메시를 돕기 위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부재했기 때문에.


몬테로 같은 미드필더 하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이로 인해 기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자원이었던 비달은 현재 겨울 이적시장을 기회 삼아 이탈리아에 인테르로 이적하는 것이 임박한 상황이다.


“자 그럼 다들 준비됐으면 나가봐라! 그리고 우리가 이번 시즌 라리가의 우승자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걸 보여주고 와라!”

““넵!!!””


그렇게 선수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동안.


나는 가장 마지막에 일어나 선수들을 따라나섰다.


쿵-


“악!”


순간 정수리에 큰 통증이 느껴져서 보니 문 천장에 머리를 찧인 것이었다.


“여긴 왜 이렇게 천장이 낮아?” “네가 말도 안 되게 큰 거 아닐까.”


몬테로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리얼크크.”


파툼이 몬테로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 * *



“야, 저거 무리뉴 아니냐?”

“어? 진짜네? 저 양반이 여긴 어쩐 일이지?”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 모인 까딸루냐의 꾸레들이 관중석 한 구석에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한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전 첼시의 감독, 조제 무리뉴가 앉아 있었다.


“최근에 첼시에서 짤렸잖아. 이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경기나 보러 온 거겠지.”

“바르토메우 그 양반이 설마 무리뉴 FA라고 데려오려는 건 아니겠지? 마드리드 감독했던 새끼가 캄프 누에 발 들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안 벌어지려면 바레시 감독이 이번에 우승컵을 하나 정도는 따야 할 텐데.”

“야야, 걱정 마. 최근에 정한결 하는 거 보니까 다시 폼 오른 것 같더라. 이번 시즌 잘하면 득점왕도 노릴 수 있을걸?”


관중들이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떠는 동안.


조제 무리뉴 감독의 시선은 경기장 중앙에 유독 키가 큰 선수에게 가 있었다.


‘저 녀석이군···.’


메시와 알바, 알베스 같은 키 작은 선수들이 즐비한 바르셀로나에서.


유독 키가 큰 선수 한 명.


190cm에 육박하는 피케, 부스케츠, 몬테로와 비교해보아도 머리 한 두 개 정도는 더 큰 비상식적인 사이즈.


마치 이곳에 NBA인가 싶을 정도의 그 녀석은, 마치 환상의 동물처럼 보였다.


‘실제로 보니까 기린이 따로 없군.’


오늘 무리뉴 감독이 캄프 누를 찾은 이유도 다름 아닌 이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210cm짜리 스트라이커의 활약을 보기 위해서.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가라! 정한결!!! 오늘도 헤딩 골을 보여줘!!!”


바르셀로나의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 거세게 응원을 보냈고.


이에 맞서는 레알 베티스 팬들은 연신 바르셀로나의 두 에이스, 리오넬 메시와 정한결을 조롱하는 챈트를 불렀다.


““학교 갈 시간이 되었네~~~ 동양인 아빠가 아르헨티나 꼬마를 데리고 베티스 학교에 축구 수업을 들으러 가네~~~ 동양인 아빠는 수학을 못하는 아르헨티나 아들을 싫어한다네~~~””


수준 떨어지는 챈트 속에서도 무리뉴는 그저 정한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호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던 순간은,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탁월하게 점유하는 정한결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때였다.


축구 전술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들은 그저 정한결이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조금 전 리오넬 메시와 산티아고 몬테로, 두 선수와 삼각편대를 형성한 정한결의 움직임은 매우 노련한 플레이였다.


‘카림이 저런 플레이를 곧잘 했는데.’


무리뉴는 문득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던 시절, 연계 능력이 세계 최정상급이었던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를 떠올렸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정한결의 연계 센스는 그런 카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때였다.


““오오오오!!!””


관중들이 환호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정한결이 매우 높은 위치에 떠 있는 공을 유연하게 발로 트래핑을 해냈다.


‘저 높은 위치를 발로 받아낸다고? 저 키에 그런 유연성이 가능하기나 한 건가?’


생각해보니 그런 유연성과 키를 가진 사람이 한 명 있긴 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자신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신에게 충성심이 지극했던 선수.


정한결처럼 키가 크고 어렸을 적부터 태권도를 배워 매우 유연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스트라이커였다.


‘저 녀석이 한국에서 왔다고 했지? ···, 저 녀석도 태권도를 배웠으려나.’


무리뉴는 정한결의 플레이를 보면 볼수록 수많은 스트라이커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디디에 드록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디에고 밀리토, 카림 벤제마, 디에고 코스타··· 등등.


대부분 자신이 지도해본 적 있는 선수들이어서, 무리뉴 감독은 그런 생각도 했다.


마치 자신이 지금 저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매우 이상한 기분,


그 기분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한 가지 욕구로 이어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네이마르의 라보나 크로스를 정한결이 다이빙 헤딩으로 마무리하자 캄프 누에 모인 꾸레들이 자리에서 기립하여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에 무리뉴의 욕구는 분명해졌다.


‘저 녀석을, 갖고 싶다.’


정한결은 자신이 그동안 지도했던 모든 공격수들의 이상적 결정체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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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4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66 1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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