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2,945
추천수 :
5,605
글자수 :
245,956

작성
24.08.09 19:20
조회
11,742
추천
157
글자
18쪽

작아도 너무 작다.

DUMMY

“저 난쟁이는 뭐야? 알레빈에서 후베닐도 안 거치고 콜업을 한 거야?”


바르셀로나 성인 팀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구단 관계자 중 한 명이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님이 유의 깊게 보라고 했던 유스 선수 있잖아··· 한국에서 온 ‘한결’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감독님도 직접 본 뒤로 적잖이 놀라신 것 같네. 키가 저렇게 작을 줄은 몰랐대.”

“작아도 너무 작잖아. 그때는 다른 놈들도 풋내기들이니까 그리 안 작아 보였는데, 저거야 뭔··· ‘리오’가 14살 때를 보는 것 같네. 아니 그 ‘리오’도 14살 땐 저렇게 작지 않았을걸?”


그들이 말하는 ‘리오’는 현재 축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성, 아르헨티나 국적의 리오넬 메시를 말하는 것이다.


비록 170cm 초반의 작은 키지만 특유의 민첩한 드리블과 천부적인 골 감각으로 바르셀로나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선···


“크악!”


그때 한 선수가 비명을 지르며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선수들은 쓰러진 선수 옆에 모여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부상을 걱정하는 눈빛이라거나, 훈련장에서 신입의 기강을 잡기 위한 기세가 아니었다.


‘이렇게 작아서야···’


그건 동정의 눈빛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 * *



10년 뒤



쾅-!


쾅-!


쾅-!!!


“으악!!!”


오늘도 무릎을 부여잡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잠결에 벽을 향해 무릎을 찍는 버릇.


아마, 스무 살부터였을 거다.


다른 놈들 얘기를 들어보니, 성장기 때에는 무릎에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보통 꿈에서는 높은 건물이나 절벽에서 떨어진다고 했지.


잠에서 깨어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히 무릎이 아프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어느새 키가 자라 있는 거다.


나는 그런 통증이 없었다.


정확히는, 필요로 할 때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벽을 향해 무릎을 찍었다.


아파라.


아파라.


나도 아프라고.


‘이제는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는 방문 너머에 있는 부모님도, 누나도, 나를 걱정하며 묻지 않는다.


“한결아 무슨 소리니?” 하고 말이다.


‘한결아 무슨 소리니···’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괜히 방문 너머에서 어둑어둑한 내 앞으로 번져오는 것 같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키가 그리 작은 분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비록 170cm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남성 평균키에 가까웠고.


어머니는 여성치고는 꽤나 큰 편인 164cm 정도.

누나도 그런 어머니를 닮아 키가 160cm를 넘었다.


나는 160cm도 넘지 못했다.


157.57cm


징병제인 국가에서도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시선을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커튼 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드는 빛은 벽에 걸린 포스터를 비추고 있다.


반쯤 찢긴.

그래서 하반신이 보이지 않는 포스터를 말이다.


바르셀로나 U-15, 카데테 A에 있을 때 유소년 국왕컵을 우승하고 해당 대회에서 MVP에 선정되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때 우리 팀의 코치였던 후안 바레시 감독은 나에게 말했다.


“한결, 너는 분명 제2의 메시, 아니 어쩌면 메시보다 더 크게 자랄 놈이야.”


뭐가 더 크게 자란다는 걸까.


그날 이후로 나의 키는 자라지 않았다. 조금도.


···160만 넘자.


모든 다짐, 희망, 각오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자라지 않는 키를 더 자라게 할 수는 없는 거다.


끼익-


방문을 열고 나왔다.


집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사 박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가족들은 외출을 한 건지 집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나는 괜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무기력하게 잠에 빠져 있는 며칠 동안 가족들은 내 짐을 포함하여 이 집의 살림살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잠결에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아니 이제 이런 건 필요 없잖아! 가뜩이나 집도 좁은 곳으로 가는데 왜 이런 쓰레기들을 가져가야 해!”

“너는···! 누나가 된 애가 왜 동생 마음도 몰라주고 그러니!”

“한결이를 위한 게 뭔데! 이런 트로피, 메달 같은 거 계속 보고 있으면 애 마음이 어떨 것 같아!? 엄마야말로 한결이 생각한다면 이런 건 미리 치웠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애가 이거 볼 때마다 마음이 어떻겠냐고!”


‘······’


결국 그 싸움은 엄마가 이겼나 보다.


내 지난 성과들은 찌그러진 박스 안에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어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걸까···’


우리 집은 유복하진 않았지만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지혜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화목했다.


아버지는 나의 바르셀로나 입단이 확정되자 한국에서의 생활을 처분하고, 온 가족을 이끌고 스페인 까딸루냐로 떠났다.


한국에서는 비뇨기과 의사였지만, 까딸루냐에서는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의 벌이도 나쁘진 않았지만.


나의 스페인 생활이 실패로 돌아가고 온 가족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아버지는 스페인에서 진 빚들을 갚기 위해 페이 닥터 일을 구하러 다녔지만 잘 구해지지 않았다.


누나는 대학으로의 진학을 앞두고 귀국해야 했으며.


어머니는 실의에 빠진 나를 달래느라···


“하하··· 하···”


털썩-


나는 군데군데 구멍이 난 소파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신이 있다면 걍 뒈져버리라지···”


때마침 해는 저물고 있었고.


환하던 거실은 나의 실패한 역사처럼 빠르게 어두워졌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자 세상은 멈춰버린 것 같았다.


차라리 멈추기를 바랐고,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고 나 같은 건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무렵.


“자, 이쯤 하면 됐다.”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나는 소파에 반쯤 기절해 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거기가 아니고 여기다 바보야.”


누군가 내 바로 옆에서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게 뭐야.


“원···, 원숭이?”


느닷없이 원숭이 한 마리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아니 근데···, 미친 사람이 자기가 미쳤다는 걸 알 수 있나?’


그저 멍······하니 원숭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원숭이는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파툼, 네 좌절감을 먹고 태어났어.”


그것이 파툼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라고···,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지만.


나는 이미 이 삶을 포기했다.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고 나 없이 각자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길 바랐지만.


아무래도 이 따듯한 가족들은 이런 나라도 챙기기 위해 돌아올 것이었고.


우리의 불행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먼저 사라져야지.


꿈꾸고 싶었으나 영영 꾸지 못했던 꿈.


나는 가능한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릴 것이었다.


그리고 무릎부터 떨어져야지···


그런데 이게 뭐야.


웬 원숭이 새끼가 우리 집에, 그것도 말하는 원숭이가 왜 내 앞에 있는 거야.


“어이··· 궁상은 그쯤 떨지? 사람이, 아니 원숭이가 자기소개를 하면 대답을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야?”

“뭔 원숭이 새끼가 인지고 상정을 들먹여. 너는 그냥 심신미약 상태의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잖아.”

“염병을 하네.”


원숭이는 소파에서 폴짝 뛰어오르더니 내 뺨을 갈겼다.


‘아파······?’


아팠다. 그것도 존나게.


“이래도 심신미약이니 허상이니 지랄할래? 말 길게 하기 싫은데, 슬슬 상황 파악 좀 하지?”

“너··· 너! 때렸겠다! 나라고 못 때릴 줄 알아?”


나는 원숭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뚝-


“으악!!”


나는 원숭이를 향해 손도 뻗지 못하고, 뒷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엎어졌다.


“78시간 전, 마지막으로 조기축구를 하다가 햄스트링 파열을 당했지?”

“그걸 네가 어떻게···”

“다 보고 있었으니까.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거든. 좌절감이 극에 달하려면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는데, 그게 결정타를 찍었다랄까.”


원숭이는 손을 툭툭 털더니 내 앞에 다가와 말했다.


“자, 이제 본론을 말할게. 나랑 거래를 하자.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줄 거야. 그리고 너는 그에 맞는 성취감을 얻으면 돼. 어때?”

“소원···?”

“그래, 내가 네 소원을 들어줄 거야. 하지만 장담은 못해. ‘원숭이’란 그런 존재거든.”

“내 소원이 뭔 줄 알고.”

“알지. 그거잖아. 키 크는 거···, 그게 네 좌절, 아니 네 소원 아니야?”


이쯤 되니 이 원숭이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건 아이큐가 돌고래보다 낮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니 돌고래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키 작은 난쟁이였지 멍청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래, 그러면 네가 내 키를 자라게 할 수 있다는 거지? 그게 거래라는 거고?”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만.”

“안 할 이유가 있어? 당장 하자!”


픽-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극심한 졸음에 철푸덕하고 쓰러졌다.


얼굴 옆에는 이사 박스가 놓여 있었다.


내 메달들, 트로피들이 담긴···


아.


이 상태로 쓰러지면 안 되는데.


가족들이 보면···



* * *



긴 꿈을 꿨다.


나는 하늘에서, 절벽에서, 건물에서, 비행기에서, 우주에서.


몇 번이고 떨어졌고.


그때마다 무릎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깨어났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 아래에서.


까딸루냐의 반짝이는 햇살, 태양 아래.


15살,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던.


그날의 첫 아침에서.



* * *



여기서 나의 인생이 새로 시작되고, 고대하던 것을 이루어냈다면 나의 삶은 영화가 되었겠지.


“X같은 원숭이 새끼야. 너 다 알면서 그런 거지? 나를 골탕 먹이려고··· 나를 무슨 놀잇감처럼 써먹으려고!!!”


15살.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158cm에서 멈췄던 키는 한 달 만에 160을 넘겼고.


16살이 되던 해에는 165cm를 넘겼다.


후안 바레시 감독은 매일이고 나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고.


나에 대한 소문은 바르셀로나의 성인 팀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에게까지 전해졌다.


17살, 과르디올라가 나의 훈련을 보러 왔을 때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찾았다. 내 스트라이커.”


그렇게 나는 바르셀로나 성인 팀에 콜업 되어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18살, 나는 183cm라는 신장을 가지고 13/14 시즌 라리가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38경기 20골 12도움.


라리가 우승, 국왕컵 우승, 챔피언스리그 4강.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와 함께 전 세계 최강의 쓰리톱으로 군림했던 기억들.


아마도 내 두 번째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이었겠지.


- 알렉스 퍼거슨 “차기 발롱도르 위너는 정한결이 될 것. 그의 SNS를 팔로우하기 위해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 요한 크루이프 “그는 토탈사커와 티키타카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바르셀로나 DNA를 가진 선수 중 한 명이다.”


- 조제 무리뉴 “정한결이 즐라탄보다 낫다.”


19살, 나의 키는 190cm를 넘었고.


20살, 끝내 200cm를 넘었다.


- 이 거인의 의미 없는 성장은 어디까지인가.


- 정한결, 또 근육 부상. 4주~6주 재활 예상.


- 멈추지 않는 성장, 오히려 멈춰버린 커리어.


- 바르셀로나, 상호 합의 하에 정한결과 결별. FA로 풀린 정한결의 차기 행선지는?


- 토트넘 핫스퍼의 새로운 스트라이커 정한결, 피터 크라우치의 장신 공격수 계보 이어가나.


“그만···, 그만······”


23살.


나는 끝내 218cm라는 말도 안 되는 신장으로 길고 긴 성장기를 끝냈다.


몸의 밸런스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느낌.’


어떤 큰 기계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걸까.


유럽 하부리그를 전전하는 긴 방황 후 한국으로 귀국한 나는,


K2 리그에 입단한 끝에 스스로 깨우쳤다.


이 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래도 키가 작았을 때보단···, 기회가 더 많으니···’


더 이상 가족들은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었다.


비록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기도 어려워졌다며 슬퍼하시지만.


모든 가족이 인생에 대한 실의에 빠져 지내던 때보다는 이게 훨씬 더 나은 결말이라고.


그날부터 나는 본격적인 헤딩 훈련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내 고집을 피우며, 나는 발밑으로 승부하는 공격수가 될 거라고. 이게 내가 제일 잘하는 거라고 했지만.


결국 이것만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무기라면, 그걸 벼리지 않을 이유 따윈 없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는 K리그 최고의 타겟터가 되었다.


스물 일곱. 다시 한 번 유럽으로 진출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그러니까 2부 리그에 있는 상남자들의 클럽. 스토크 시티로.


- 제2의 피터 크라우치 정한결, 스토크 시티 전격 이적.


첫 시즌, 나는 스토크 시티의 주전 공격수가 되어 구단 선정 MVP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팀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게 패배하며 승격이 좌절 되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동료들과 함께 다음 시즌의 성공을 기약했고···


“경기 끝납니다!!! 대한민국의 등대! 정한결 선수가 승격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왓포드를 상대로 후반 90분 천금과 같은 코너킥 기회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스토크 시티를 프리미어리그로 이끕니다!!!”


우리는 꿈을 이루었다.


그날이 바르셀로나에서 리그 우승을 결정 지었던 날보다 더 기뻤던 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자네는 좋은 선수니까. 더 좋은 팀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구단은 나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승격을 확정 지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해주겠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나보다. 썩을 놈들···


이후 나는 사우스 햄튼으로 이적했다. 연봉은 2부 리그에 있던 시절보다 소폭 인상 되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고, 나만 모르고 있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나는 노화하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에이징 커브’라는 것이 나에게도 오고 있었음을 말이다.


이제는 헤딩으로만 승부해도 최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나의 늦은 오만이, 역시나 실패로 돌아왔다.


사우스 햄튼에서 나는 10경기도 출장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부상도 없었는데 말이지.


사우스 햄튼은 나 없이 리그 최종전에서 스토크 시티를 잡아내며 잔류에 성공했다.


내가 없는 스토크 시티는 그런 사우스 햄튼에 밀려 승격 시즌에 강등을 당했고.


나는 잔류 기념 뒤풀이 파티에서 술을 진탕 마셨다.


그렇게 취한 채로 비 내리는 햄프셔 거리 골목에 기대어 있을 때.


쪼르르···


“X발 뭐야!!??”


어떤 새끼가 내 다리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


그는 풀린 눈을 치켜뜨며 나를 보았고.


“뭐야···, 전봇대가 아니었잖아···?”


개불 같은 거시기를 탈탈 털고 길을 떠났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다리로 무릎을 꿇은 채, 한동안 부르지 않았던 그 이름을 다시 불렀다.


“파툼···”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소원이라는 거···, 다시 빌 수도 있는 거야?”


내가 울먹이는 소리로 묻자 파툼은 대답했다.


“조건은 방금 충족됐어. 오줌 맞은 게 어지간히도 절망적이었나 봐?”

“너는 참···, 변함이 없구나. 그래서 마음에 들어. 한때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했지만 말이야···.”

“너는 참 많이 변했네. 한결. 수염도 많이 자랐고.”


나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말했다.


“다음 소원은···, 다시 시작하게 해줘. 이제는 후회하지 않게 해줘···.”


나의 말을 들은 파툼은 한동안 말없이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나를 바라보는 눈빛 같다기보단···


어딘가 암울한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았다.


“역시···, 안 되는 거지? 그런 건···.”


나는 이내 모두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땅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그때였다.


“다시 돌아갈 순 있어. 하지만 단 한 번 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 말 그대로야.”

“다시 돌아갈 ‘순’ 있다니, 뭔가 이상한데.”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나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느새 내린 비로 나의 하반신에는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마침 오줌이 마려웠고···


에라 모르겠다. 이미 어떤 새끼가 오줌 갈긴 바지인데. 뭐 어때.


나는 그대로 바지에 오줌을 갈겨버렸다. 어차피 다시 돌아갈 거라면 빨래도 샤워도 안 해도 되잖아.


“돌아갈게. 내가 가장 찬란했던 그때로.”


순간 영국 햄프셔주 이름 모를 골목에 번개가 쳤다.


쾅-!!!


섬광과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어났다.


까딸루냐의 태양 아래에서.


“14년 만인가···”


그날부터 나의 세 번째 15살이 시작되었다.


다른 건 필요 없다.


이제는 후회하지 않는다.


작가의말

작품으로 다시 뵙게 된 독자님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새로 뵙게 될 독자님들에게도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예정 공지입니다.(9월 13일 금요일 중으로 변동 예정.) 24.09.11 130 0 -
공지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24.08.27 216 0 -
공지 업로드 시간은 매일 밤 10시 20분(22:20)입니다. 24.08.18 5,300 0 -
43 더 높이. NEW +7 10시간 전 1,193 65 14쪽
42 벤치 클리어링. +5 24.09.17 2,314 91 14쪽
41 돌다리도 흠씬 두들겨보고 건너자. +10 24.09.16 2,818 96 14쪽
40 파툼. +15 24.09.15 3,316 90 14쪽
39 더블을 위하여. +8 24.09.14 3,695 120 14쪽
38 퍼펙트 포트트릭. +6 24.09.13 3,913 125 12쪽
37 프리미어리그 구단주들 지갑 열리는 소리. +13 24.09.12 4,446 143 12쪽
36 낯선 바르셀로나에서 익숙한 스토크 시티 냄새가 난다. +15 24.09.11 4,663 138 13쪽
35 영국으로. +8 24.09.10 4,959 132 12쪽
34 세트피스 코치들의 악몽. +6 24.09.09 5,002 141 13쪽
33 처맞기 전까지는. +6 24.09.08 5,149 131 12쪽
32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9 24.09.07 5,200 120 13쪽
31 비상(飛上). +11 24.09.06 5,469 140 12쪽
30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7 24.09.05 5,447 145 12쪽
29 한 뚝배기 하실래예. +4 24.09.04 5,559 128 13쪽
28 기린은 머리를 휘둘러 공격한다. 나도 그렇다. +5 24.09.03 5,693 129 12쪽
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41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21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5,993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06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18 135 13쪽
22 엘 클라시코 (4). +5 24.08.28 6,062 134 12쪽
21 엘 클라시코 (3). +8 24.08.27 5,984 136 13쪽
20 엘 클라시코 (2). +3 24.08.26 6,089 126 13쪽
19 엘 클라시코 (1). +5 24.08.25 6,353 126 12쪽
18 선택과 집중. +6 24.08.24 6,452 130 12쪽
17 기대치와 함께 커지는 불안감. +2 24.08.23 6,619 123 13쪽
16 빠에야에 김치를 올려 드셔보세요. +7 24.08.22 6,677 144 12쪽
15 무적함대의 마지막 퍼즐은 수입산입니다. +4 24.08.21 6,845 126 12쪽
14 무적함대. +5 24.08.20 6,997 141 11쪽
13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미래. +5 24.08.19 7,200 137 12쪽
12 티키타카의 중심에서 딸깍! 을 외치다. +7 24.08.18 7,199 142 13쪽
11 캄프 누의 등대. +5 24.08.17 7,211 138 12쪽
10 15/16 시즌 프리메라리가 개막. +6 24.08.16 7,294 124 12쪽
9 바르셀로나 역대 최장신 스트라이커. +8 24.08.15 7,374 151 12쪽
8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11 24.08.14 7,342 158 12쪽
7 라 마시아의 비밀 병기. +9 24.08.13 7,466 145 13쪽
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7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70 120 13쪽
4 후베닐의 개들. +8 24.08.10 8,419 122 12쪽
3 미래가 바뀌었다. +5 24.08.09 9,080 148 15쪽
2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9 24.08.09 9,677 151 12쪽
» 작아도 너무 작다. +18 24.08.09 11,743 157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