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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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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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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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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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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빠에야에 김치를 올려 드셔보세요.

DUMMY

“델 보스케 감독도 이제 은퇴할 때가 됐나 봐. 디에고 코스타, 페르난도 토레스 같은 선수를 두고 정한결이 선발이라니···, 저번에 슬로바키아에게 3대0으로 박살이 나면서도 느낀 게 없나.”

“정한결. 분명 좋은 선수지. 근데 너무 어리잖아. 어린 것에 비해 키는 장대 같이 커가지고···”

“그래도 나름 바르셀로나 주전 공격수인데 이런 경기에서 실험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어차피 유로 본선 티켓은 확정이잖아.”


스페인과 슬로바키아의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


관중석에 자리한 스페인 시민들은 최근 한창 치열한 논재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그것은 동양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스페인으로 갓 귀화한 정한결이라는 스트라이커에 대한 논쟁이었다.


“나는 저렇게 키 큰 공격수가 스페인에 있는 걸 본 적이 없어.”


후안 아무개씨가 말했을 때, 옆에 있던 산티아고 아무개씨는 대답했다.


“그렇지. 미드필더나 센터백, 혹은 골키퍼라면 몰라도. 스트라이커가 저렇게 큰 경우는 스페인 무적함대 역사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

“아무래도 맞지 않는단 말이지···, 저런 선수가 스페인식 축구에 섞여 있다는 건···”

“그런 것치곤 바르셀로나에서 꽤나 쏠쏠하게 활약하고 있지 않아? 이번에도 벌써 2경기 2골이나 넣었잖아.”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야.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후안, 그거 인종차별이야. 스페인에서도 너 같은 얼굴은 흔치 않다고.”

“아니 갑자기 얼굴 얘기를 왜 해! 그리고, 애초에 여긴 스페인이잖아. 스페인 출신이 경기를 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옆나라 프랑스 놈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이민자들 계속 받아주다가 어떻게 됐는지!”

“지네딘 지단이 생겼지.”

“티에리 앙리도.”

“파트리크 비에이라도 있지.”

“······, 그러네.”


이 문제는 단순한 스페인 축구 팬들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논쟁도 아니었다.


스페인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소년 때부터 국내에 입국한 유소년 스포츠 선수가 특별 자격으로 귀화 조건을 충족하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었고.


프랑스가 이민자 출신으로 화려한 스포츠 선수 라인업을 구사한 것과는 별개로, 사회적 측면에서 이민자들이 벌이는 문화 차이에 대한 갈등은 끝날 줄을 몰랐다.


비록 스페인은 아직 이민자들로 인한 문제가 만연한 것은 아니지만.


이민자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만큼, 정한결 같은 케이스가 큰 화젯거리가 된 것이다.


“빠에야에 김치를 올려 먹는다 생각해보세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스페인 내부에서 이민자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내건 작은 슬로건 중 하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생각보다 맛있을지도···?”

“김치도 배추로 만든 거 아니냐? 우리 집은 빠에야에 배추 넣어 먹는데, 양념한 배추라니. 괜찮겠는데?”


아직은 아리송한 논쟁 속에서 펼쳐진, 1호 한국 출신 귀화인 정한결의 데뷔전은 많은 주목 속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니에스타, 감각적인 패스로 정한결에게 패스합니다.”

“자 좋은 기회인데요!”

“슛~~!!! 아아! 때리지 않습니다! 다시 슛~~!!”

“아아!!! 이번에도 접습니다! 다시 한 번 찬스!!!”

“골키퍼까지 제칩니다!!!”


골문 앞에서 환상적인 페인트 모션으로 수비수 두 명과 골키퍼까지 제쳐낸 정한결은, 골대 안으로 공을 툭 밀어 넣으며 마무리.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에 모인 스페인 시민들은 정한결이 공을 잡을 때부터 참아왔던 환호성을 내질렀고.


정한결의 현란한 발놀림으로 쓰러진 수비수들의 수만큼, 그 함성소리는 배가 되었다.


실제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카메라는, 정한결의 슛 페인팅 모션으로 인해 세 번이나 포커싱을 놓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스페인 특유의 빠른 템포 티키타카도 놓치지 않고 따라갔던 베테랑 카메라 감독인 그였지만.


키가 2m가 넘는 선수 움직임 하나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다.


카메라도 속이고, 홈 관중도 속이고, 상대 선수들도 속이고, 심지어 중계 위원들까지 속였다.


골 장면 직후, 벤치에 있던 델 보스케 감독의 리액션까지 공개가 되었는데.


그는 마치 열정적인 오페라 하우스의 지휘자처럼, 손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며 골 직전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었다.


끝내 골이 터지자 노쇠한 델 보스케 감독은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를 보며 해설위원들은 말했다.


“델 보스케 감독이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날뛰는 모습입니다!”

“마치 싱싱한 오징어를 보는 것 같은 활력이었습니다!”



* * *



“와아아아아!!!”

“그거야!!! 역시 믿고 있었다고요!!!”


정한결의 골이 터지자 몬테로의 가족과 정한결의 가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정한결의 아버지와 몬테로의 아버지는 서로 맥주잔을 부딪치며 기쁨을 나누었고.


두 어머니는 서로 손을 짝짝 맞추며 기뻐했다.


두 딸들은 크게 기뻐하거나 놀라워하진 않았지만, 내심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몬테로는 의자에 가만히 앉은 채, 심각한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 속에는, 말로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며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감정은, 존경심이었다.


그 다음은 열등감.


마지막은 기대감이었다.


‘어떻게 저런 몸으로 저런 가벼운 동작을 할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는 왜 저렇게 할 수 없지’라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도 곧 대표팀에서 저런 선수와 함께 뛸 수 있겠지?’


몬테로는 후베닐 A 시절 이후, 자신의 포지션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바꾼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로 인해 지난 두 시즌 동안 하위권 클럽으로 임대를 다녀오는 동안, 쏠쏠한 활약으로 경험치를 먹었고.


스페인 축구 언론사 ‘Marca’ 선정, 21세 이하 공격형 미드필더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바르셀로나는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이니에스타의 후계자로 산티아고 몬테로를 낙점했고.


그는 이번 시즌 이니에스타의 백업 선수로 남으며,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몬테로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 모두에서, 정한결과 몬테로가 합을 맞추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 * *



후반 85분.


전반 초반 정한결의 득점과 후반 초반 정한결의 슛 페인팅 이후 키패스를 받은 페드로의 추가골로 인해, 2대0으로 밀려가던 슬로바키아.


끝내 슬로바키아의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원 수비를 지시했다.


유로 예선 2위에 올라와 있는 슬로바키아 입장에서는, 한 골만 더 내주면 조 3위에게 2위 자리를 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내 슬로바키아는 전방에 단 한 명의 공격수도 세워두지 않은 채.


5-5-0의 전술로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더 이상 득점을 노리기도 어렵고, 굳이 득점을 노릴 이유도 없었다.


이번 경기를 무실점에다 다득점 승리로 승점 3점을 거둔다면, 사실상 유로 본선 티켓이 확보되는 상황.


결국 델 보스케 감독은 두 명의 윙포워드들을 불러들였다.


대신 포메이션을 4-4-2로 수정하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는 크로스 능력이 좋은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


최전방에는 정한결의 짝으로 알바로 모라타를 투입했다.


그렇게 3분 정도가 지나고.


“좋아! 추가 실점만 하지 않으면 순위를 빼앗기지 않는다! 지금처럼 막기만 해! 방금 전처럼 멍청하게 속지 말고!!!”


슬로바키아의 골키퍼가 선수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선수들 또한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은 명백했다.


더 이상 저 키 큰 공격수의 발놀림에 속지 않고, 공은 보지 않은 채 움직임만 보았다.


공을 따라가지 않아도 움직임만 따라간다면, 드리블 정도는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 초반에는 패스를 막지 못해서 페드로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긴 했으나.


한 명은 몸만 보고, 한 명은 공만 본다면.


저 선수 한 명 정도는 간신히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크로스는 절대 내주면 안 돼!!!”


슬로바키아의 골키퍼가 소리쳤지만, 방금 막 교체로 출전하여 체력이 쌩쌩한 루카스 바스케스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결국 오른쪽 측면에서 루카스 바스케스의 여유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좋아, 마지막 훼이크를 해볼까?’


나는 공을 향해 뛰어오르기 직전,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 정도면···, 이 정도는 받아먹을 수 있겠지?’


타다닷-


탓-!


나는 높은 궤적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점프했다.


그러나 독기를 가득 품은 슬로바키아 선수들이, 내가 헤딩 슛을 하지 못하게 함께 뛰어 올랐다.


나의 헤딩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체격들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원활한 헤딩 슛을 노릴 수는 없을 정도의 체격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개를 꺾어 헤딩 슛을 시도한다면.


열에 일곱 정도는 실수할 것이고.


남은 셋 정도도 골키퍼에게 쉽게 막힐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뚝배기 원툴 스트라이커로 몇 년 살면, 이런 순간은 쉽게 포착되기 마련이다.


슈우욱-


공이 머리에 닿기 직전.


휙-


나는 헤딩을 하려는 척, 공을 피했다.


“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한 슬로바키아 수비수들이 당황한 소리를 내었고.


“어?”


그건 나의 등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모라타 또한 마찬가지였다.


델 보스케 감독이 이런 시간대에 모라타 같은 스트라이커를 나의 파트너로 투입한 이유는 뻔하다.


“수비 부담 없이 골이나 넣고 와.” 뭐 그런 뉘앙스였겠지.


이건 선물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스트라이커 자리에 굴러온 돌이 보내는 선물.


툭-


모라타는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반사적으로 공을 트래핑했다.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당장 자신을 막을 수비수는 없어 보였고.


슬로바키아의 골키퍼 또한 이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무게 중심이 반대 쪽으로 쏠려 있었다.


촤악-!


모라타는 당황스러움 때문에 공에 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잔디를 조금 파낼 정도였지만.


어떻게든 발에 맞은 공은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그리고 이는 스페인의 세 번째 골이 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세 번째 골에 스페인 시민들은 환호했고.


골득실 점수를 3점이나 내주며 조 3위로 내려앉은 슬로바키아의 감독은 아이스박스를 발로 걷어찼다.


“젠장!!!”


나에게 깜박 속은 수비수들은 서로를 탓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골키퍼는 우두커니 서서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참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어시스트 아닌 어시스트를 받은 모라타는.


벙~ 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그 순간에 나를 본 거야···?”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씨(Sí)”


스페인어로 ‘네’라는 뜻.


씨익 웃으며 말하기 좋은 어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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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10cm. +9 24.08.30 6,106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18 1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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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7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70 1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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