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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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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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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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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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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DUMMY

스페인의 따사로운 햇살이 훈련장의 젖은 잔디 위로 내려앉는 오후.


나는 바르셀로나 선배들과 함께 훈련장에 입성했다.


여태껏 리그 경기를 뛴다거나, 바르셀로나에서 훈련을 받는 것쯤은 지난 회차에서도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나름 프로 짬밥이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겉으로만 20살일 뿐이지, 나의 내공은 어느 노장 선수들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20대 중반이 많은 선수들 사이 막내 노릇을 하는 것도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좀 다르다.


“한결이, 훈련장은 처음이지?”

“네···, 하하하···, 좀 떨리네요.”

“걱정할 거 없어. 너 오기 전부터 귀화 소식 들었을 때, 싫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 없다.”

“그때만 해도 한결이가 이렇게 크진 않았는데, 다들 보면 깜짝 놀라겠네.”

“이미 몇 명은 봤지? 코케랑 후안 프란, 지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 때 봤을 거야.”


생각해보니 그렇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 중에도 스페인 대표팀 선수가 있겠구나.


사실 여태껏 스페인 대표팀을 생각하면, 바르셀로나 절반, 레알 마드리드 절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거 때문에 파벌 문제도 조금 심각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훈련장 건물에 들어오자.


어디서 많이 본 영감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까딸루냐의 소년들이 왔구만.”


델 보스케.


2008년부터 벌써 7년 째 스페인 무적함대를 이끌고 있는 명장.


2연속 유로 우승, 월드컵 1회 우승, 메이저 대회 3연패에 빛나는 스페인의 전설이었다.


“그리고 이쪽은···, 한결. 한결 맞지? 내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구나.”


인자한 성품과 온화한 목소리를 가진 델 보스케 감독님은, 나의 손을 잡아주며 말씀하셨다.


“정확히 발음해주셨습니다. 맞아요. 제가 한결이에요.”

“자네가 귀화하기 전부터, 자네에게 관심이 많았어. 그래서 귀화가 확정되었다고 했을 때 무척이나 기뻤단다.”

“그게 사실인가요?”

“그럼, 난 거짓말은 하지 않아. 아무튼, 우리 스페인 대표팀에 온 걸 환영하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거든 이 팀에 있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구하도록 해. 나에게 찾아와도 좋고 말이야.”

“하하하,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이네요.”


델 보스케 감독님과 첫 대면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수많은 스페인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짐을 풀고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라커룸에 내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시선은 내게로 쏟아졌고.


당연히 반가운 환영의 인사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들은 단순한 신입의 등장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뭐야, 실제로 보니까 진짜 말도 안 되게 크잖아? 피케보다 큰 것 같은데?”

“맘마미아······”

“축구장에 농구 선수를 데려오면 어떡하냐.”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때 누군하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나에게 다가왔다.


깔끔한 수염과 남성미 가득한 외모를 가진.


키는 좀 작아서 180cm를 조금 넘길 것 같은.


손에 오돌토돌한 군살이 많이 박힌, 레알 마드리드의 수호신 ‘이케르 카시야스’였다.


그는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네가 이번에 새로 온 한결이지? 잘 부탁한다. 내가 이 팀, 이 나라의 주장이다.”


그가 나와 눈을 맞추기 위해 나를 올려다볼 때.


나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의 눈빛이 몹시나 매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키가 작은데, 작은 것 같지 않은 느낌.


카시야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그의 키를 무색하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오른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한결이라고 합니다.”


라커룸에 모인 다른 선수들은 말없이 우리의 악수를 지켜보았다.


다들 티는 내고 있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신입과 주장.


장신과 단신.


스트라이커와 골키퍼.


그리고, 귀화와 토종.


모든 면에서 카시야스와 나는 반대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른발잡이인 나와 다르게 그는 왼발잡이라고 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 왼손을 쓰는 나하고는 또 다르게, 그는 밥을 먹을 땐 오른손을 썼다.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기류와 신경전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 * *



흔히들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 전술은 스페인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고들 생각하겠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때는 8대8 미니게임이 펼쳐지던 때.


나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 주로 포진 된 레드 팀에 배정 되었다.


루카스 바스케스, 세르히오 라모스, 코케, 후안 프란 등등.


그 외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비드 실바나 아스필리쿠에타가 나와 같은 팀이었다.


델 보스케 감독님의 의도였을까?


우리를 상대하는 블루 팀은 대부분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축구와 우리의 축구는 개성적으로 완전히 달랐다.


블루 팀이 바르셀로나에서의 그것처럼 짧은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 플레이만을 고집한다면.


레드 팀은 이따금 직선적인 돌파와 롱볼 빌드업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었다.


“신입! 머리 딱 대!”


오른쪽 측면을 오버래핑하며 빠르게 뛰어나가던 루카스 바스케스가 소리쳤다.


곧바로 바스케스는 날카로운 궤적의 크로스를 올렸고.


이는 정확히 내 머리로 날아왔다.


뚝-!


나는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고개를 돌리며 헤딩슛을 넣었고.


블루 팀의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는 힘껏 몸을 날려보았지만, 이미 공은 골대 안에 들어간 후였다.


“크리스티아노!”


나에게 어시스트를 한 바스케스는 느닷없이 “크리스티아노!”하고 외쳤다.


아마도, 나의 플레이가 자신의 팀 동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시켰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나는 멋쩍게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감사 표현을 했다.


그렇게 스페인 대표팀에서의 첫 훈련이 끝났다.



* *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 회의실.


이곳에는 감독인 델 보스케를 포함하여 전력 분석관, 수석 코치, 전술 코치, 훈련 코치 등등.


코칭 스태프 전체가 소집 된 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본격적인 회의에 안건은 곧 있을 슬로바키아와의 2016 유로 예선 경기.


지난 예선 6차전 동안 단 1패만을 기록하며 C조 1위의 성적으로 유로 직행 티켓을 거머쥐기 직전인 스페인이었지만.


그 1패.

그 1패가 3대0으로 패배한 슬로바키아와의 1차전이었다는 건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5개의 승리가 모두 1점차 진땀승이었다는 것도.


“디에고 코스타, 페르난도 토레스 같은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력 문제를 비판하는 여론이 상당히 많습니다.”

“각종 언론들에서도 무의미한 점유율과 기회 창출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요.”

“결국 기회가 아무리 많아도 득점력이 빈곤하니, 예선에서 승점을 쌓는다 하더라도 본선에서 토너먼트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코칭 스태프들의 안건을 듣고 있던 델 보스케 감독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볼펜을 튕기며 자신의 인중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나지막이 말했다.


“다들 오늘 정한결 선수는 어떻게 봤는가?”


그러자 코칭 스태프들이 하나 둘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아무래도 귀화를 한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대표팀 소집도 처음이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더군요.”

“공을 다루는 능력도 좋고 연계 능력도 좋았지만, 신장이 너무 언밸런스해서 저희 전술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칭 스태프들의 전체적인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유망한 공격수일지는 몰라도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


“아무래도 스페인의 축구와 저희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선수인지라···,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코칭 스태프들의 의견을 차분히 모두 들은 델 보스케 감독은, 긴 침묵 끝에 말을 꺼냈다.


“자네들도 알겠다만, 그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영광스러운 순간들에는 늘 좋은 스트라이커가 있었지. 안 그래?”


델 보스케 감독의 말에, 코칭 스태프들의 머릿속에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2008 유로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리버풀 시절의 페르난도 토레스.


그리고 2010 월드컵 우승과 2012 유로 우승에 큰 도움이 되었던 바르셀로나 시절의 다비드 비야까지.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코칭 스태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난도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참 좋은 것들을 많이 발전시켜왔지. 그동안 스페인 공격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직선적인 침투, 감각적인 마무리. 그리고 빠른 스피드와 강한 몸싸움 능력까지. 그리고 다비드는 완전 스페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때로는 팀에 꼭 필요한 득점을 해주기도 했지. 괜히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의 파트너로 선택 된 게 아니야.”


코칭 스태프들은 전적으로 델 보스케 감독의 말을 긍정했다.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그가 왜 스페인 역대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 그가 말했다.


“나는 정한결, 그 선수가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네. 그래서 이번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 그를 선발로 출장 시킬 거야.”



* * *



슬로바키아와의 경기 전 날.


우리는 대회의실에 모여 내일 경기에 나설 선발 라인업 발표를 듣고 있었다.


골키퍼 자리에 이케르 카시야스부터, 수비에는 세르히오 라모스와 제라르 피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미드필더 3인방은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로 묶인 바르셀로나 3인방이 차지하게 되었다.


4-3-2-1 포메이션의 2선 자리는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 중인 페드로, 다비드 실바가 포진했고.


마지막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최전방은 정한결이 맡는다.”


델 보스케 감독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뷔다.’


‘내가 무적함대의 스트라이커로 뛴다.’


쿵-


쿵-


문득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1회차 때도, 2회차 때도, 겪어본 적 없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기분이었다.


“무적함대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한다. 한결.”


옆자리에 앉은 부스케츠 선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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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41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21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5,992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05 1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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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11 24.08.14 7,341 158 12쪽
7 라 마시아의 비밀 병기. +9 24.08.13 7,465 145 13쪽
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4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66 1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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