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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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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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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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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DUMMY

쿵-!


“으악!”


느닷없이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나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나는 분명···’


아.


맞다. 나 다시 살아났지.


정신이 번쩍 든 머리를 쓸어 넘기고 인중을 매만졌다.


‘수염도 없군···, 하긴. 이때는 아직 털도 나기 전이지.’


“14년만인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숙소.


주로 타국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왔거나 부모가 함께 이주하지 않은 유소년 선수들이 이곳에 머무른다.


예정대로라면, 나의 부모님과 누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누나는 까딸루냐 인근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부모님은 한국의 병원을 임대로 넘기고 스페인에서의 의료 기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구단과 협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략 2개월 쯤 뒤 가을이 시작되면 부모님과 누나는 이곳, 바르셀로나에 오게 된다.


‘좋아. 이제 다시 시작해보는 거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는 결정을 끝냈다.


이번 삶은 두 번째 삶처럼,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후회만 하며 지내지 않겠다고.


나는 지금으로부터 8년 뒤 신장의 성장이 끝난다.


158cm로 시작한 15살의 내 키는 23살이 되면 218cm를 기록하게 되고.


급격한 성장을 예견하지 못한 나는 제대로 뛰어다니지 못하는···


말 그대로 전봇대와 같은 선수로 전락하고 만다.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



* * *



“좋아.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다들 딴 길로 새지 말고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숙소로 가는 녀석들은 괜히 무단 외출하다가 걸리지 말고. 알겠나!?”

““넵!!!””


바르셀로나 카데테 A 선수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후안 바레시 감독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세르히오랑 두다, 너희 둘은 끝나고 사무실로 좀 와라.”


바레시 감독의 이야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선수들은 들뜬 분위기에서 급격히 냉랭한 분위기가 된다.


아마 저 두 선수는, 내일이면 볼 수 없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이란 그런 거다.


한 달 동안에도 다섯 명이 넘는 선수들이 방출되고, 다섯 명이 넘는 선수들이 새로 들어온다.


무한한 경쟁 시스템. 그것이 라 마시아이고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의 철학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놈들만 살아남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1회차 때나 2회차 때나 적어도 성인 팀 데뷔까지는 하고 방출을 당했다.


아니, 마냥 운만 좋았던 건 아니지.


적어도 유소년 무대에서 나를 이길 만한 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오늘 첫 훈련만으로 이곳에 모인 녀석들은 모두 직감했을 것이다.


‘얘는 B팀까지는 가겠다···’라고.


“한결! 너 스페인어 할 줄 알아?”


스페인어 할 줄 안다는 말을 스페인어로 하는 놈이 어디 있나···


어디 있긴 여기 있다.


내 영혼의 단짝, X알 친구.


알베스 베베로. 일명 뻬뻬로라고 부르는 놈이다.

특정 제품을 말하는 건 아니고 스페인식으로 베베로의 발음이 뻬뻬로일 뿐이다.

빼빼 말라서 빼빼로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당연히 할 줄 알지. 뻬뻬로, 그게 네 이름이지?”

“이야~ 아시아에서 온 것 같은데 스페인어도 할 줄 아네? 만나서 반갑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너도 기숙사 살지?”

“응, 난 704호.”

“난 604호야. 잠시만···, 그럼 오늘 아침에 쿵 소리 낸 게 너였어?”

“그게 들렸나?”

“그거 때문에 깼어. 큭큭···, 앞으로는 층간 소음 안 나게 잘 부탁한다고.”


베베로 이 녀석은 나와 함께 바르셀로나 성인 팀에 데뷔까지 하게 되는 몇 안 되는 녀석 중 한 명이다.


비록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차지는 못해 데뷔 시즌 이후 곧장 지로나로 완전 이적 조항이 포함 된 임대로 나가게 되고.


끝내 지로나에서 완전 영입을 하며 바르셀로나와는 영원히 이별한 녀석이었지만.


2회차 인생 때 이 녀석과 함께 다시 만난 그 날을 잊지 못한다.


“한결···, 그동안 몰라보게 컸네. 손을 뻗어야 머리가 닿을 정도잖아?”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녀석이 나보다 20cm는 더 크다.


“한결, 넌 이제 뭐 할 거야? 훈련도 끝났는데 내 방에서 젠가나 하는 거 어때? 다른 놈들이랑 과자 내기 하고 있거든.”


젠가, 좋지.


2회차 때나 1회차 때나, 베베로는 매번 신입이 올 때마다 자기 방에서 같이 젠가를 했다.


하지만 이번 생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이제는 마지막 기회가 될 세 번째 삶을, 또 다시 무너뜨릴 수는 없는 거다.


“나는 잠시 해야 할 게 있어서. 젠가는 나중에 하자.”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언제든 하고 싶으면 604호로 오라고!”


베베로와의 재회를 마치고 나는 곧장 웨이트 훈련장으로 향했다.


1회차 때는 웨이트를 하면 키가 안 큰다고 해서.

2회차 때는 어차피 키가 클 건데 나중에 해도 늦지 않겠나 해서, 웨이트를 하지 않았다.


코어 힘과 바디 밸런스는 이미 이 나이 때 키에 맞게 완성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었고.


그걸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삶은 다르다.


나는 8년 만에 신장이 60cm나 크는 비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218cm에 맞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후욱···, 훅···”


웨이트 훈련장에서 158cm짜리 동양인 난쟁이가 열심히 쇠질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도 다른 이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후베닐 선수도 아니고 카데테 놈이 혼자 무게를 깔짝거리고 있으니.


“어이. 거긴 내 자리야. 비켜.”


레그 익스텐션을 하고 있는 내게, 어떤 녀석이 발로 동작을 막아서며 말했다.


산티아고 몬테로.


후베닐 A의 주전 스트라이커이자 스페인이 주목하는 유망주.


모 축구 게임에서는 ‘본좌’ 중 한 명으로 불리는, 18세 나이에 이미 피지컬적으로 완성 된 몸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비록 1년 뒤 내가 후베닐에 승격함과 동시에 바르셀로나 B로 승격을 하며 만날 수 없는 운명이었지만.


여기서 만날 줄이야.


“아하하, 자리가 없는 줄 알았는데요.”

“맞아. 자리는 없지. 여기는 너 같은 꼬맹이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몬테로의 말에 주변에 있던 후베닐 동료들이 깔깔 웃었다.


“야야, 카데테 후배 겁주지 마라. 우리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잖아~”

“키 보니까 딱 메시 삘인데? 몬테로! 지금부터 잘 보이는 건 어때?”


주변의 비아냥에 아랑곳 않고 몬테로는 나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자리를 빼앗았다.


“어어! 으악!!”


나는 몬테로의 완력에 저항하지 못한 채 기구에서 쫓겨났고,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아 무게를 들어보았다.


“20kg? 무슨 재활훈련이라도 하나? 이 정도 무게 가지고 무슨 운동을···”


그는 무게추를 20kg에서 65kg로 바꾼 다음 힘을 주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분했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반항을 할 수 없었다.


“어이 꼬맹이. 울지 마라. 큭큭···, 아니면 형들이랑 같이 덤벨이라도 들래?”


하여간 후베닐 놈들이 카데테 애들 괴롭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사실 후베닐 놈들이 저러는 건 빠른 시일 내에 카데테 후배들한테 후베닐 주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여기서 비아냥 거리는 놈들 중 몇몇은 1년 뒤 나에게 포지션 경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놈들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그런 놈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다.


“저건··· 하늘 같은 선배가 말하는 데 듣지도 않고.”


나는 묵묵히 다른 기구로 걸어가 웨이트에 전념했다.


‘단백질은 지금부터 천천히 섭취해둬야지···, 내일부턴 주 3회 정도씩 요가 훈련도 병행해야겠어. 무게 중심을 잡는 데에는 요가가 최고니까. 짐볼을 활용해서 할 수도 있겠지. 지금 당장은 벌크업에 집중하자. 당장 다음 달만 해도 키가 자라 있을 테니까.’


그렇게 2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1회차 때도 2회차 때도 그렇듯 카데테 A에 빠르게 적응했고.


시간이 남을 때에는 베베로와 함께 젠가를 하고 지내며 친분을 쌓았다. 아무래도 홀로 타국에서 지내는 일은 정신 연령이 50이 넘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까딸루냐에 서서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아들~~!!!”


가족이 왔다.

그리고 나는 숙소를 떠났다.



* * *



[2010년 라 마시아 최고 유망주 순위]

[1위, 하비에르 곤살로(스페인, 바르셀로나 B)]

[2위. 산티아고 몬테로(스페인, 후베닐 A)]

[3위, 정한결(대한민국, 카데테 A)]


2010년 12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겨울.


바르셀로나 지역 신문에서는 라 마시아의 유망주 순위를 발표하는 기사를 발표했다.


1위부터 5위까지 스페인과 브라질 국적의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 속에서, 나는 3위에 랭크 되었다.


1회차 때는 8위, 2회차 때는 5위였는데. 순위권에 들어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야 이번에는 꽤 올랐는데? 네 성취감이 조금 오른 게 느껴져.”


내가 기사를 확인하자 어느새 파툼이 모습을 드러낸 채 옆에 다가와 말했다.


“파툼.”

“응?”

“이번에는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내가 말하자 파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리를 팔랑거렸다.


“뭐, 결국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어?”

“하긴···, 네 말이 맞아 파툼.”

“그래도 지금까진 아주 잘 하고 있어. 근육도 제법 올라온 것 같네. 키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야 드워프! 엄마가 밥 먹으래!”


오랜만에 파툼과 진중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누나가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말했다.


“또 그놈의 상상 친구랑 대화하고 있는 거임? 진짜 애는 애다···, 궁상 떨지 말고 나와서 밥이나 처먹어.”


나는 나에게 툴툴대며 신경질을 내는 누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작 열 아홉인 누나를 바라보는 건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누나가 아니라 동생, 혹은 조카를 바라보는 기분.


물론 누나는 서른 먹어서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지냈지만, 그래서 조카도 본 적 없지만 말이다.


“아이 씨···, 엄마! 얘 요즘 이상해! 자꾸 나를 인자하게 바라본다고!”


누나가 말은 저렇게 하지만, 늘 나를 누구보다 걱정해주고 있었다는 걸 잘 안다.


‘누나, 이번 생에는 꼭 행복하게 해줄게. 엄마도, 아빠도···’


“킁킁, 야. 오늘 저녁 반찬 제육볶음인 것 같은데? 맛있겠다.”


파툼이 침을 줄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이 원숭이 녀석은 음식을 먹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내가 먹는 밥을 부러워하는 걸까.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중요한 건 내가 세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은 스페인 국왕컵 결승.


레알 마드리드 U-15 팀과 경기가 있을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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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40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19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5,991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05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17 1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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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4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65 1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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