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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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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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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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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뚝배기는 알고 있다.

DUMMY

“네?”

“한결이 아니니?”


순대국밥에 새우젓과 쌈장, 그리고 고추로 간을 맞추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김여사 할머니가 나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저를···, 아세요?”

“그럼! 알고말고~ 못 본 사이에 키가 엄청 컸구나?”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마지막으로 왔을 때가 중학생 때니까···, 지금보다 50cm는 더 작았을 텐데···.”

“우리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을 그렇게 먹는 녀석은 내 가게 인생 40년 동안 너밖에 없었다.”


나는 이 집에 오면 늘 쌈장부터 달라고 한다.


이 집 특제 쌈장과 잘게 썬 청양고추, 그리고 새우젓의 조화가 죽여주기 때문이다.


이건 누가 알려줘서 터득한 레시피가 아니다.


그저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나만의 레시피가 완성 되었던 것이다.


‘하긴···, 얼굴로 알아보실 리는 없지.’


“그때는 운동 마치고 유니폼 입고 오던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요즘도 축구 하니?”

“네! 그럼요! 하하···, 지금은 스페인에서 뛰고 있어요.”

“그러면 월드컵도 나가고?”

“아마도···, 뽑힌다면 나가겠죠?”


이때 쯤부터 슬슬 위험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른 축구선수처럼 대한민국을 위해서 뛰는 선수가 아니라. 스페인을 위해 뛰는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차라리 물어보지 않기를 바랐지만.


김여사 할머니는 예상도 하지 못한 것을 물어보셨다.


“내가 라리가는 안 보고 프리미어리그는 좀 보는데, 맨체스터는 생각 없는겨?”

“맨체스터요···? 무슨 맨체스터를 말씀하시는지···.”

“맨체스터 하면 유나이티드지! 어디 또 맨체스터가 있다고!”

“아······.”


그제야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칸막이 주방 너머 벽에 걸려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우승 세레모니 사진이었다.


컬러도 아니고 흑백으로 되어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저건 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 당시 사진이었을 것이다.


150cm의 중학생 아이 시선 높이로는 볼 수 없는 것.


그곳에는 순대국밥 경력 40년에 버금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경력의 김여사 할머니가 있었다.


“먼저 간 영감이 바비 찰튼 경을 참 존경했어. 나도 그이 때문에 신문 기사며 비디오 테이프며 돌려가면서 경기를 보던 게 여기까지 왔구만···, 그래도 요즘은 좋은 세상이야. TV만 틀어도 알록달록한 색으로 선수들 얼굴에 난 주름까지 볼 수 있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학생은 어느 팀에서 뛰는겨?”


‘X됐다.’


여기서 내가 바르셀로나 선수라는 걸 말했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이미 내 앞에 놓인 순대국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고.


“아하하···,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팀이어서요···? 그냥 가족들이랑 스페인에 있어서 아마추어 비스무리 한 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하하하···.”

“에잉··· 그런겨? 키가 훤칠하니 우리 맨체스터에 잘 어울릴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국밥 식어서 어쩌나? 뚝배기 새로 데워줄까?”

“앗, 괜찮습니다! 그냥 먹을게요!”


그렇게 나는 반쯤 식은 순대국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먹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순대국밥이 뜨겁지 않아서 빠르게 먹을 수 있으니.


그리고···, 이렇게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순대국밥은 맛있었다.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 * *



“순대국밥은 맛있었니?”

“네, 뭐.”

“여긴 오랜만이지?”


수원시 매탄구에 위치한 우리 가족의 집.


아버지의 병원 사업이 잘 되고 난 후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매입한 집이다.


최근까지는 다른 집에 세를 주고 놔둔 채 있었지만.


두 달 전 세입자가 방을 뺀 이후,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동안 공실이 되어 있었다.


텅 빈 거실. 간단한 청소가 끝난 후에 남은 집먼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부유했고.


이곳은 내가 처음 회귀를 시작한 장소였다.


여기서 파툼을 처음 만나기도···


“이야~~!!! 여기 개추억이네 큭큭···, 여기서 네가 막 나보고 원숭이 새끼가 어쩌고 저쩌고 환각이 뭐? 크학학학!!!”


“하······.”


원숭이 새끼가 추억에 좀 젖으려니까 또 이렇게 분위기를 깨고 있다.


어쩜 이 원숭이란 놈은 천성이 산만하고 열받을 만한 일만 골라서 하는 거지?


내 눈에만 보이는 파툼은 막 신이 나서 빈 거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과거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들을 재연하는 등. 무척이나 신난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우웅-


우웅-


“한결아, 전화 온다.”


어머니의 말에 나는 바지춤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을 꺼내보았고.


핸드폰에 찍힌 번호는 국제전화, 바르셀로나 사무팀에서 보낸 연락이었다.


“네, 정한결입니다.”

“한결 선수, 내일 귀국하시죠?”

“네. 오늘 저녁 비행기 타고 갑니다. 내일 도착이요.”

“오시면 자세히 설명 드릴 건데, 아무래도 다음 주 중으로 프랑스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네? 갑자기 프랑스요? 무슨 일이 있나요?”

“지금 발롱도르 시상식 주관 부서에서 공문이 왔는데, 이번 2015 발롱도르 30인 중에 정한결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요?”


“······, 예예. 예 알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자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니?”


그러나 나는 넋이 나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내가 발롱도르 30인 안에 들었다고···?’


상상만 하던, 꿈만 꾸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꿈 같은 상황이었다.



* * *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내내 잠이 오지 않았다.


때문에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피곤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스페인 기준 저녁에 도착하여 긴 숙면을 취한 덕분에 시차 적응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12월 28일. 토요일.


나는 프랑스로 떠났다.


매스컴에는 발롱도르 후보 30인이 공개되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를 모두 우승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을 예상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제법 이른 시각에 시상식장에 도착했는데, 그곳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장 이른 시각에 도착한 듯 웃는 얼굴로 다른 선수들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나는 바르셀로나 선수라서인지, 나에게만은 좀 차가운 모습이었다.


‘호동생 아니라고 차별하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르셀로나 동료인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이니에스타, 마스체라노 등등.


선배들의 등장에 나는 안도하며 형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무대 위 전광판에는 발롱도르 순위 30위부터 내역이 공개되었다.


30위부터 20위까지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어? 이러면 탑 10도 기대해봐도 되나?’


생각할 무렵.


“19위는 바르셀로나의 정한결 선수입니다~!”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대 위 사회자는 나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웃는 얼굴로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치는 것밖에 없었다.


(···)


시간이 지나고.


대망의 발롱도르 수상의 영예는 예상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져가게 되었다.


이로써 리오넬 메시의 4연속 발롱도르 수상을 끊어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웃었고.


메시 선배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화딱지가 나고 있을지 나로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메시 선배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조금 더 큰 꿈을 꾸고 싶었다.


이제는 발롱도르 30인 안에 들어가는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닌.


내가 저 발롱도르를 받아보고 싶다고.


키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나처럼 키가 큰 축구선수도 얼마든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 물론 2020년대까지 발롱도르는 한 두 번 빼고 다 저 형들이 독점하는 시대긴 한데···, 2024년 쯤에는 혹시 모르려나. 메시형 월드컵 우승하는 시즌에는 절대 불가능하겠고···.’



* * *



다시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기에 일정은 촉박했다.


며칠 동안 휴가를 다녀오고 시상식도 참석하느라 개인 훈련을 안 했더니 몸이 말이 아니었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파트너가 안다.


“한결, 휴가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왔나봐?”


내 운동 보조를 해주던 몬테로가 말했다.


“너는 어디 안 갔다 왔냐?”

“오키나와에 맛있는 거 많더라. 그 뭐냐···, 우메보시? 우리 아버지가 그게 참 맛있다고 하던데.”

“···, 혹시 너희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언제냐?”

“어! 뭐야!? 어떻게 알았어? 은영이가 말해줬나? 우리 부모님 이번에 결혼기념일이기도 했어서 일본 여행 다녀왔거든.”

“야.”

“응?”

“너희 아버지한테 우메보시=결혼기념일 이거 잘 외워두라고 해라. 우리 아빠는 이거 까먹어서 새벽 내내 집 못 들어왔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런데 내가 지금 남의 가족 걱정 할 땐가.’


나는 다시금 덤벨을 들어 올리며 잡생각을 떨쳤다.


그렇게 개인 훈련을 마치고.


어느덧 12월 30일.


2015년의 마지막 날로부터 하루 전, 동시에 레알 베티스 원정으로부터 하루 전.


후안 바레시 감독님은 선수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문득 클럽 월드컵 이후 다시 주전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화이트 보드에 당당히 적힌 나의 이름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안도하기는 이르다.


다시 나는 바르셀로나의 주전 스트라이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상대는 지난 시즌 라리가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리그 4위, 끝내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레알 베티스.


심지어 이번 시즌부터는 ‘그래도 아직은 호아킨’의 주인공인 ‘호아킨 산체스’가 레알 베티스에 복귀하며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앞선 리그 3위를 질주 중이다.


우리와의 승점 차이도 단 5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자칫 방심했다간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자 그럼 다들 컨디션 관리 잘하고, 내일 볼 수 있도록 하자!”

““넵!!””

“아 그리고, 한결이는 나 좀 보자.”


후안 바레시 감독님은 선수단 미팅을 마침과 동시에 나를 불렀다.


“한결, 기다려줄까?”

“아니, 괜찮아. 먼저 가 있어. 나는 택시 타고 가면 돼.”

“뭐 그러든지.”


몬테로는 손에 차키를 들고 빙빙 돌리다가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이후 나는 바레시 감독님을 따라 감독실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감독님은 말했다.


“한결아. 너 미래에서 오기라도 한 거냐?”


작가의말

시판 쌈장이 아닌 가게 고유의 수제 쌈장을 쓰는 가게에서는 순대국밥에 쌈장을 넣어 먹는 것도 맛있습니다.


살면서 먹어본 가장 맛있는 순대국밥집은 경기도 안산시에 있었습니다.


4년 전 즈음 폐업했습니다.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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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42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21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5,996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08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20 1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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