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니환입니다.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2,797
추천수 :
5,601
글자수 :
245,956

작성
24.08.14 22:20
조회
7,340
추천
158
글자
12쪽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DUMMY

“아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다. 스페인 국적을 받을 생각이 있는지, 그걸 물어보려 하는 거야.”


사실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2회차 때는 19살 무렵에 귀화 제의를 받았다.


만으로 성인이 되었으니, 스페인 축구 연맹 측에서는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는 대신 나를 직접 찾아와 말했다.


“아직 성인 대표팀에 발탁이 된 적이 없더군.”


그리고 말했다.


“다행이야.” 라고.


이유는 단순했다.


FIFA 규정상 어떤 선수가 한 국가의 성인 대표팀으로 공식 경기를 뛰게 되면.


그 선수는 다른 국가로 귀화를 할 수 없다.


그리고 한 선수가 출생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귀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에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2회차 때의 나는 거주 기간이 아직 5년이 되지 않았고.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대표로 경기를 나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귀화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2016년 올림픽 대표팀 발탁 실패. 소속팀 부진 이슈 및 과도한 신장 성장이 이유.


2018년 월드컵 대표팀 발탁 실패. 과도한 신장 성장으로 인한 커리어 반등 불능 이유.


그 후로 K2 리그를 거치며 폼이 정상화 되었어도 월드컵은커녕 올림픽 와일드 카드로도 뽑히지 않았고.


나는 30살이 되면 꼼짝없이 군대에 가야 했다.


그때 후회했다.


어차피 국대 발탁도 안 될 거라면.


군대라도 가지 않게 귀화할 걸···, 하고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귀화 제의에 응하고 싶지만.


‘이번엔 다르잖아.’


‘이번엔 잘할 수 있잖아.’


언젠가 나의 키가 218cm가 된 이후에도 경쟁에서 살아남고. 꾸준한 폼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그때에도 대표팀이 나를 뽑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역대 최장신 스트라이커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수라며 칭송받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꿈과도 같았던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을 누빌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감성에만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멍청이는 아니다.


2회차 인생 막바지 무렵.


내 능력이 가장 꽃을 피우는 방식 중 하나는 경기 막판, 조커로 투입 되어 세트피스 한 방으로 경기의 승패를 바꿔놓는 것이었다.


아직은, 내가 선발로 출장하여 경기 내내 경기를 장악하고, 팀을 안정적이게 승리로 이끄는 모습은 쉬이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안다.


나 하나 있다고 대한민국이 월드컵 8강에 가거나 올림픽을 우승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안다.


2024년 유로에서, 스페인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것.


그리고 그 이전까지에서도, 스페인에 확실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없어서 좋은 미드필더진을 두고도 우승 경쟁에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다는 것.


가끔은 상상하곤 했다.


내가 스페인의 귀화 제의를 받아서, 조커의 역할로 저 무대에 함께 했더라면.


나는 내 커리어에 몇 줄을 추가할 수 있었을까.


“한결아···, 그래. 아무래도 고민이 많이 되겠지. 그래도 생각이 정해지면 말해주렴. 아직 할 얘기가 많이 있단다. 그래도 네 생각이 가장 중요하니, 언제든 말해주려무나.”


아버지는 나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고, 방을 나섰다.


딸깍-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후,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귀화라.


내가 스페인의 국민이 된다라.


다시는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뛸 수 없다라···.


사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에게, 이 제안은 너무나 다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온갖 비리와 적폐, 선수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협회의 탁상공론들.


지금만 해도 그렇다.


프리메라리가에서만 20골을 넘게 넣었는데, 이런 나를 외면하고 시즌 10골도 못 넣은 공격수를 발탁해?


단지 본인이 지도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물론 그 감독은 월드컵이 끝남과 동시에 경질을 당하지만.


웃기게도 10년 뒤 다시 발탁 된다.


그 후로는 잘 모른다. 나는 2025년도를 마지막으로 다시 이곳에 돌아왔으니까.


물론 그 사이 대한민국은 꽤나 유능한 감독을 자리에 앉히며 2010년 이후 첫 원정 16강이라는 결과를 이룩했으나.


월드컵이 끝남과 동시에 재계약을 맺지 못한 축협은, 이후 막장으로···


‘그때 참 끔찍했지···, 이젠 벌써 지난 일, 아니 다시 돌아올 일이려나.’


나는 문득, 이곳에 오기 전 빌었던 소원을 생각했다.


“파툼.”


내가 파툼을 불러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야 너 멍청이냐? 이걸 안 받아? 스페인이라고 스페인! 무적함대!!! 거기서 널 원한다는데, 이거 완전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유로 우승이 들어오는 건데, 이걸 참아? 이걸?”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데 호들갑 좀 떨지 마라. 좀···”

“에휴···, 그래. 네 선택이다만,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지난 인생 때도 스페인 안 간 걸 그렇게 후회했는데, 이번에도 후회할 짓을 하겠다고?”

“이번에는 대한민국에 남아도 후회 안 할지 모르잖아.”

“그래. 모르지. 하지만 스페인에 귀화해서 월드컵이나 유로라도 들어 올리면, 그땐 그 무엇보다 행복할걸? 네가 언제 유로 우승을 해보겠냐. 대한민국에선 아무리 잘해도 아시안컵 우승이야. 그걸 누가 알아주냐고.”


사실 파툼 말이 다 맞았다.


이 녀석은 나의 좌절감과 성취감을 먹으며 자라는 녀석.


내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사실상 파툼 마음이 내 마음이나 마찬가지.


생각이 정리 된 나는 방문을 열었다.


끼익-


거실 식탁에는 아버지가 서류를 펼쳐놓고 앉아 있었다.


“벌써 생각이 정해졌니?”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고.


“네, 아버지. 근데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하시던데, 그건 뭐죠?”

“음······, 그건 말이다. 네가 아직 생각이 정해진 것 같지 않아서 방해되기 싫어 말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말하지 못한 비밀은 다음과 같았다.


스페인 축구 연맹에서 제안한 귀화 시 우리 가족이 받는 혜택들.


바르셀로나 중심지 최고급 아파트 무료 분양.


누나(정은결)의 Universitat de Barcelona(바르셀로나 대학) 및 스페인 소재 대학교 입학 시 전액 장학금 제공.


아버지(정태산)의 의료 기기 사업 세금 감면 혜택 제공.


어머니(이은영)의 스페인 소재 도시 문화센터 수업 신청 우선권 및 전액 무료 혜택 제공.


그리고.


내가 부상이든 컨디션 저하든 팀에서 방출을 당하더라도, 이후 새 소속팀을 찾아주기 위한 에이전트 최우선 제공 및 각종 선수 보호 혜택 제공이었다.


다만 FIFA 규정상 스페인 당국이 특별 귀화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제 대회에는 해당 국가 거주 기간 5년이 채워지기 전까진 참가할 수 없으므로.


성인 대표팀 발탁은 만 20세가 되는 해부터- 로 되어 있었다.


이쯤 되니 아버지가 왜 나의 귀화를 함께 고민해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의 의료 기기 사업은 스페인에서 나쁘지 않은 수입을 기록하며, 우리 온 가족이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자금이 되어주고 있지만.


스페인의 살인적인 외국인 사업 세금 규제 때문에 사실상 큰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았고.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프로 계약을 하며 버는 돈이 추가되기 전까지는, 장기적인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대학교 입학을 준비 중인 누나의 학자금 문제도 마찬가지.


결국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저 할게요. 대신 우리 약속해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로.”



* * *



그 후로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역시나 바르셀로나 구단 측에서 나의 귀화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덕분이다.


하지만 당연한 후폭풍도 있었으니.


- [단독] 정한결, 스페인 귀화 제의에 응했다. 만 20세까지 국가대표팀 경기 참가 불가도 감수한 귀화.


- 대한민국, 스페인에 유망주 빼앗기다.


- 조국을 버린 정한결, 그의 앞길에는 대한민국이 없다.


- 애국심 포기한 정한결은 과연 스페인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축구협회, 스페인 왕립 축구 연맹에 ‘유감’ 표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여론이 반으로 갈렸다.


└ 빼앗길 게 무서웠으면 진작에 월드컵에서 발탁을 했어야지. 선수가 국가를 버린 게 아니고 국가가 선수를 버렸는데, 나 같아도 귀화한다.

└ 바르셀로나에서도 초특급 유망주라며 주목받는 선수가 16강도 못 가는 나라에서 푸대접받고 있으니 스페인 귀화 제의가 반갑지 않을 수가?

└ 정한결(스페인, 바르셀로나) 벌써부터 기대되면 개추 ㅋㅋㅋㅋ

└ 그냥 군대 가기 싫어서 토낀 거 아님?

└ 어린 나이에 욕심에 눈 먼 거 보니까 대성하긴 그른 듯···, 여기서나 국대 데뷔 수월하지 스페인 같은 대표팀에서 데뷔하기가 어디 쉽나. 벤치라도 앉으면 다행일 듯.

└ ㄹㅇㅋㅋ 제2의 보얀 꼴 날 듯.


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스페인으로 귀화를 한 이후, 한국 신문 구독을 중지하셨다.


아무래도 한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가족의 귀화를 두고 이런저런 논란이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 [MARCA] 바르셀로나의 ‘정한결’이 자랑스러운 스페인의 국민이 되었다.


논란이 일었던 건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고, 내가 귀회하게 된 스페인도 마찬가지였다.


└ 한결이 스페인으로 귀화를 했다고? 이게 사실이야?

└ 바르셀로나에 그 한결이 스페인에 왔어! 이제 10년 동안 스트라이커 걱정은 없어!

└ 한결에게는 이미 바르셀로나 DNA가 있으니 귀화 절차는 필요 없어. 그는 이미 까딸루냐인이야.

└ 디에고는 한결을 위해 빨리 대표팀 등번호를 반납하고 그를 위해 축구화를 닦아주어야 해.

└ 그가 스페인 셔츠를 입고 국가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날, 나는 그의 레플리카를 살 것입니다. 그리고 외칠 것입니다. ‘드디어 2002년의 복수를 했다! 그는 우리 것이다!’

└ 다음에 스페인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면 꼭 8강에서 대한민국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경기에서 한결이 승부차기 승리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했으면 좋겠어.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2015년 7월 21일부로 나는 스페인 대표팀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누나는 이미 바르셀로나 대학교에 입학한 끝에 2학기를 앞두고 있었고.


아버지는 천천히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중이었다.


나는 바르셀로나와 재계약을 맺었다.


주급 2억 3천만 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재계약이었고.


바르셀로나는 나의 바이아웃 금액을 1억 5천만 유로로 책정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초부터 나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린 알렉시스 산체스를 아스날로 이적 시킨 뒤.


나에게 등번호 9번을 주었다.


하지만 좋은 일이 벌어질수록, 나는 점차 다가오는 불안감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백······, 일······.”


나의 신장을 확인한 의료진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의 키가 드디어 2m를 넘긴 것이다.


내 기억에도, 이때부터 불운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예정 공지입니다.(9월 13일 금요일 중으로 변동 예정.) 24.09.11 130 0 -
공지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24.08.27 215 0 -
공지 업로드 시간은 매일 밤 10시 20분(22:20)입니다. 24.08.18 5,295 0 -
43 더 높이. NEW +7 10시간 전 1,158 61 14쪽
42 벤치 클리어링. +5 24.09.17 2,302 91 14쪽
41 돌다리도 흠씬 두들겨보고 건너자. +10 24.09.16 2,814 96 14쪽
40 파툼. +15 24.09.15 3,312 90 14쪽
39 더블을 위하여. +8 24.09.14 3,691 120 14쪽
38 퍼펙트 포트트릭. +6 24.09.13 3,912 125 12쪽
37 프리미어리그 구단주들 지갑 열리는 소리. +13 24.09.12 4,443 143 12쪽
36 낯선 바르셀로나에서 익숙한 스토크 시티 냄새가 난다. +15 24.09.11 4,661 138 13쪽
35 영국으로. +8 24.09.10 4,956 132 12쪽
34 세트피스 코치들의 악몽. +6 24.09.09 4,999 141 13쪽
33 처맞기 전까지는. +6 24.09.08 5,145 131 12쪽
32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9 24.09.07 5,197 120 13쪽
31 비상(飛上). +11 24.09.06 5,465 140 12쪽
30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7 24.09.05 5,446 145 12쪽
29 한 뚝배기 하실래예. +4 24.09.04 5,558 128 13쪽
28 기린은 머리를 휘둘러 공격한다. 나도 그렇다. +5 24.09.03 5,691 129 12쪽
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40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19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5,991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05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17 135 13쪽
22 엘 클라시코 (4). +5 24.08.28 6,059 134 12쪽
21 엘 클라시코 (3). +8 24.08.27 5,981 136 13쪽
20 엘 클라시코 (2). +3 24.08.26 6,087 126 13쪽
19 엘 클라시코 (1). +5 24.08.25 6,350 126 12쪽
18 선택과 집중. +6 24.08.24 6,450 130 12쪽
17 기대치와 함께 커지는 불안감. +2 24.08.23 6,616 123 13쪽
16 빠에야에 김치를 올려 드셔보세요. +7 24.08.22 6,674 144 12쪽
15 무적함대의 마지막 퍼즐은 수입산입니다. +4 24.08.21 6,842 126 12쪽
14 무적함대. +5 24.08.20 6,994 141 11쪽
13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미래. +5 24.08.19 7,199 137 12쪽
12 티키타카의 중심에서 딸깍! 을 외치다. +7 24.08.18 7,197 142 13쪽
11 캄프 누의 등대. +5 24.08.17 7,210 138 12쪽
10 15/16 시즌 프리메라리가 개막. +6 24.08.16 7,293 124 12쪽
9 바르셀로나 역대 최장신 스트라이커. +8 24.08.15 7,372 151 12쪽
»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11 24.08.14 7,341 158 12쪽
7 라 마시아의 비밀 병기. +9 24.08.13 7,465 145 13쪽
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34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65 120 13쪽
4 후베닐의 개들. +8 24.08.10 8,415 122 12쪽
3 미래가 바뀌었다. +5 24.08.09 9,077 148 15쪽
2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9 24.08.09 9,674 151 12쪽
1 작아도 너무 작다. +18 24.08.09 11,740 157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