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모드 체인지
한 가지 착각한 게 있었다.
무기를 처음부터 잘 다루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유전자의 발현으로 생긴 신체능력도 시작부터 잘 다룰 수는 없다는 걸...
그렇기에...
“윽!”
강화된 다리로 점프한 결과 천장에 머리를 박았고,
“아아아아아악!!!”
날개로 날아다니는 건 거의 허우적거리다가 추락했고,
“어?...”
강화된 팔은 강철검도 찌그러트릴 정도의 악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지고 있던 검이 부서졌고...
그대로 한 대 쳐맞고 죽었다.
역시...
변한 몸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했던 거였다.
새도 처음부터 잘 날지 않는다.
아기도 처음부터 기어다니지 않는다.
전사도 처음부터 검을 잘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니...
내가 유전자를 잘 다루지 못 하는 것도 필연적인 일.
그렇기에 연습했고, 또 연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죽고, 또 죽었다.
**
어차피 죽는 거 편한 마음으로 전투에 임했다.
적을 이기기 위한 전투가 아닌,
내 몸에 익숙해지기 위한 전투를 한 거지.
그냥 방구석에서 연습해도 되지만...
이왕 연습하는 거 강해지는 것도 병행하고 싶었기에 계속 죽었다.
게다가...
목숨을 걸고 연습하면 빨리 숙달되는 것도 있었기에 과감하게 죽으면서 연습했지.
목숨을 건 날개짓.
목숨을 건 힘 조절.
목숨을 건 속도 조절을 계속 한 결과.
드디어 익숙해졌고,
처음으로 거대한 괴물을 쓰러트리기 위해 싸우러 갔다.
“하아... 많이 기다렸지? 드디어 널 이길 준비가 끝났어. 이전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각오해.”
“크으으으으...”
“역시 말은 못 알아듣나? 아니면 할 줄 아는 말이 그거뿐이야?”
“크으으으으...”
괴물은 낮게 소리 낼 뿐이었다.
내 말을 이해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못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곧 죽을 놈이니까 대화가 안 통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니...
시작해볼까?
“후우... 일단 시작은 스피드전으로 해줄게.”
생각한다.
내면에 담긴 내 힘을 꺼내는 걸 의식하고,
의식한 힘을 발현하는 이미지.
처음 했을 때도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건 할 수 있었지만,
처음 했을 때는 변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실전에서 쓸 때는 반격당하기 좋았지.
스피드 타입에서 파워 타입으로 전환하는 순간.
회피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시간은 불과 1~2초였지만,
그 1~2초만으로도 반격당하기는 좋았고,
반격당한 순간 바로 죽어버렸기에 아무것도 못 했다.
그러니 그 1~2초를 줄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거의 전환시간이 없을 정도로 숙달시켰다.
이제는 움직이면서도 전환할 수 있었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변신을 이어갈 수 있었지.
그렇기에 괴물이 날 보고 공격해도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모드 체인지. 스피드 울프.”
피할 때 쓴 형태는 스피드 울프.
다리 하나에 모든 근육이 집중된 초스피드 타입이자,
늑대처럼 날카로운 발톱과 두꺼운 털로 덮힌 다리가 특징이었는데,
이 다리가 낼 수 있는 속도는 음속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음속이라는 단어도 몰랐지만,
스텔라 누님이 속도 측정을 해주면서 알려줬지.
현재의 내 다리는 음속보다 살짝 빠른 정도라고.
그리고...
저 괴물의 속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라고 말해줬다.
그렇기에...
콰과과과과광!!!
“생각보다 느리네.”
예전에는 피하기도 힘들었던 괴물의 돌진을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심지어 바위파편까지 느리게 보일 정도라서 아주 간단했지.
속도가 빨라진 거에 더해서 반사신경까지 상승해서 아주 편하게 피했다.
그러니...
이제는 반격할 시간이었다.
“후... 그럼 내 차례야. 모드 체인지. 파워 버팔로.”
파워 버팔로 모드.
다리는 원래보다 퇴화되어서 느려지는 게 단점이지만,
육체의 모든 근육이 한계까지 밀집된 초파워형의 변신 형태였고,
그런 형태의 공격은 무식할 정도로 압도적인 파워를 낸다.
그렇기에 주먹을 내지르면 거대한 바위로 가루로 만들고,
검을 휘두르면 산도 갈라버리는 무서운 위력이지.
다만...
그런 파워였기에 처음에는 공격 도중에 검이 가루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죽으면서 높아진 마나를 전부 검에 담은 결과.
내 근육에도 버티는 고강도의 검이 탄생했지.
그리고...
그런 검으로 날린 일격은 굉장했고,
단단하기만 했던 괴물도 일격에 반쪽이 되었다.
심지어 괴물 뒤쪽의 벽까지 전부 일도양단된 상태.
예상은 했지만...
처음으로 전력을 다한 공격의 여파를 보는 순간은...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와아... 이게 내 몸에서 나온 공격력이라고?... 굉장하잖아!”
예전의 나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위력의 검...
아니...
이 정도의 위력은 아버지나, 형도 불가능할 거다.
이 일격이면 도시 하나를 반으로 가를 수준이니까.
그야말로 전설의 일격.
그걸 내 손으로 이룬 거다.
그렇기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크으으으으으...”
반쪽 난 괴물은 아직 죽지 않았고,
오히려 전신의 몸이 촉수로 변하면서 공격했다.
다만...
이 정도도 반응 못 할 내가 아니지.
“모드 체인지. 부스터 이글.”
바로 날개를 펼치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부스터 이글.
모든 능력치를 날개에 집중한 비행 형태이며,
날개에 마나를 집중해서 부스터처럼 쏘는 방식으로 가속해서 초고속 비행을 완성시킨 모습이다.
그리고...
제일 적응하기 어려운 형태였지...
속도만으로 따지면 스피드 울프보다 빠르지만,
마나 소비가 장난 아니고,
너무 빠른 탓에 제어하기도 힘들었으니까.
그런 탓에 아직도 최고 속도일 때는 방향전환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거리를 벌릴 때는 좋은 형태였고,
지금의 괴물처럼 근접하기 힘든 모습일 때도 쓸 만한 형태지.
수많은 촉수로 주변을 난잡하게 공격하는 저 모습은...
가까이 가기도 싫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가지 않을 거고,
이대로 싸울 생각이었다.
이 형태는 원거리 전투가 특기.
깃털 하나하나에 마나를 담고,
마나를 담은 깃털을 칼날처럼 다루는 게 조류 계열의 수인들이 쓰는 특기 기술이라서 흉내 좀 내봤지.
그리고...
그 흉내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정확히는...
이 기술 자체가 너무 약해서 쓰레기 취급이었지만,
내가 쓸 때는 너무나도 강했던 거지.
보통 깃털에 마나를 담아서 날리는 기술을 깃털검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수인 대부분이 마나보다는 근력 위주의 전투방식이 몸에 맞는 종족이었고,
그런 종족이기에 마나에 의존하는 깃털검은 상당히 약했다.
강철로 만든 검은 마나를 적게 담더라도,
근력과 강철의 강도 덕분에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내지만,
깃털검의 깃털은 공격력이 0에 가까웠기에,
깃털검의 공격력은 담아내는 마나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조류 계열 수인들도 마나가 약한 건 마찬가지.
그렇기에 깃털검은 나약했고,
겁쟁이들이 멀리서 견제하는 나약한 공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수백 번을 죽으면서 쌓인 강력한 마나가 적을 잡으면서 쌓은 포인트로 더 높아졌기에 보통의 수인은 이룰 수 없는 경지의 마나를 모았고,
그런 마나를 담은 깃털검은 하나하나가 예리한 칼날이었다.
남은 건 만들어진 깃털검을 날리기만 하면 될 뿐인데...
“깃털검... 음... 스텔라 누님이 제대로 기술명을 만들라고 했는데...”
적당한 기술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모드 체인지를 통해서 변신하는 폼은 전부 이름을 지었지만...
아직 폼마다 쓰는 기술까지는 이름을 못 지었으니까.
하지만...
이름은 중요하다고 배웠으니까 생각 좀 해야지.
스텔라 누님도 말해줬으니까.
-기술명은 중요해. 특히 주인님의 힘으로 강해질 거라면 필수적이야. 기술명이 있어야 스킬로 등록되고, 스킬이어야 쓰기 편해지면서, 위력도 늘어나니까.
라고 충고해줬지.
솔직히 스킬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술명을 만든 순간부터 힘을 다루기 편해지는 게 느껴지긴 했다.
게다가 위력도 오른다면 안 할 이유도 없었지.
다만...
이름...
이름...
적당한 이름...
하아...
전혀 생각나는 게 없어...
“하아... 어쩔 수 없지... 대충... 페더 샷이라고 하자.”
이름을 정하는 순간 깃털검들은 바로 날아갔고,
괴물을 향해서 비처럼 쏟아졌다.
그 결과...
모든 촉수들이 난도질 당하면서 전부 절단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공격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지.
지금까지는 저 검은 촉수들이 전신을 보호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공격이 먹히지 않았지만,
지금의 괴물은 검은 촉수들이 전부 벗겨져서 내부의 핵이 보일 정도니까.
붉은 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구슬.
마치 보석과도 같은 핵이 잘 보였지.
그러니...
날개에 마나를 모으면서 초고속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검에 강렬한 마나를 담았고,
내 모습도 한 차례 변화시켰다.
“더블 체인지. 부스터 이글 + 파워 버팔로.”
날개를 쓰는 상태에서 파워 버팔로 모드의 강력한 근육을 사용하는 걸로,
스피드와 파워 전부 가진 궁극의 일격을 날리는 모드지.
다만...
두 가지의 변신을 같이 쓰는 건 체력과 마나 소모가 심했고,
유지시간도 짧았기에 오래 유지해봤자 10~20초.
더 강해지면 유지시간도 늘어날 것 같지만...
당장은 그게 한계였다.
그러니...
이 모드는 필살기 전용 모드인 셈이고,
핵을 공격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쓰기 좋은 힘이었다.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방어하면 다시 공격하기 힘들어지니까.
그렇기에 이 모드로 빠르게 돌진했고,
강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기술명을 외쳤다.
“필살! 그리폰 스매시!”
**
“하아... 이건 좀 심했네...”
더블 체인지 상태로 쓴 필살기 그리폰 스매시.
그게 직격한 순간 거대한 방이 전부 박살나면서 하늘이 보일 정도로 무너졌다.
그리고...
나 또한 체력과 마나를 다 소모해서 쓰러진 상태인데...
스텔라 누님이 말하길 시련의 끝은 이 성을 탈출하는 거라고 했고,
지금 상황이면 회복한 뒤에 날아서 빠져나가는 걸로도 끝나겠지.
그러니...
시련을 끝내려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긴 아쉬웠다.
다른 유전자들은 전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세이크리드 울프의 유전자는 쓰지 못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쉬고 있었다.
엄청나게 지쳤고,
거대한 괴물을 잡은 보상으로 방대한 힘이 흘러들어오고 있었으니까.
그 힘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런지 계속 스며들고 있기에,
누워 있는 상태로 쉬고 있었지.
그랬는데...
“수고했어.”
“스텔라... 누님?...”
“응. 시련은 이걸로 끝이야.”
“끝...인가요?...”
“응.”
“아직... 더 남은 거 아닌가요?...”
“음... 적은 남아있지.”
“그럼... 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맞아. 하지만 더 할 필요는 없어.”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이미 내 목적은 달성했거든.”
“목적이요?...”
“그래. 혹시 지금 쓰러트린 적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어?”
“그건... 지금까지 본 적들 중에서는 제일 강했다는 건 알겠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알려줄게. 방금 쓰러트린 적은 드래곤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어. 저걸 이긴 것만으로도 드래곤이랑 동급인 거지.”
“드래곤과... 동급...”
“응. 그리고 세이크리드 울프도 드래곤과 동급이야. 그런 의미에서 넌 이미 세이크리드 울프와 동등한 수준의 힘을 달성한 거지.”
“동등한 힘... 하지만... 전 아직... 세이크리드 울프의 유전자를 못 쓰고 있는데요?...”
“과연 그럴까?”
“네?...”
스텔라 누님은 갑자기 거울 하나를 꺼냈고,
내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는데...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갈색 계열이었던 머리색이 하얗게 변했고,
마나도 하얀색인데...
이 모습은 마치...
세이크리드 울프의 힘을 개방한 아르시엘 형의 모습인데?...
“어때? 이해했어?”
“그...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간단해. 드래곤과 동급인 녀석을 죽여서 그 힘을 흡수했으니, 세이크리드 울프의 유전자를 개방할 정도의 힘이 쌓인 거야.”
“그럼...”
“응. 이제 넌 당당하게 세이크리드 울프인 거지. 어때? 놀랍지?”
“제가... 세이크리드 울프...”
일어나서 주먹을 쥐어봤다.
확실히 강력한 힘이 느껴졌고,
세이크리드 울프 특유의 하얀색 마나도 감돌고 있었다.
게다가...
전신에 느껴지는 신성력은 내 몸을 치유하기 시작했고,
피곤한 것도 사라질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텔라 누님은 밝게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고,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를 열었는데...
아직...
아직이다.
“잠시만요.”
“왜?”
“아직... 적은 있는 거죠?...”
“있긴 한데... 설마 잡으려고?”
“네. 세이크리드 울프의 힘을 개방하긴 했지만, 이 힘을 제대로 쓰려면 수행이 필요하니까요.”
“더 이상은 안 강해져도 되는데?”
“제가 하고 싶어요.”
처음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감 넘치게 말했는데,
그 모습을 본 스텔라 누님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좋아. 하고 싶은 건 다 해봐. 지금의 모습... 마음에 드니까.”
- 작가의말
요즘 유희왕 신작 게임 하는 중입니다.
초융합 엘드리치 덱으로 놀고 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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