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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약장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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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공약장수
작품등록일 :
2021.03.01 19:43
최근연재일 :
2022.06.01 21:36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305,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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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1
글자수 :
2,829,029

작성
22.01.22 12:11
조회
331
추천
9
글자
12쪽

314화 그걸 상상함

DUMMY

고민...


계속 고민했다.


마법을 배우면서 같이 얻은 사고가속까지 쓰면서 계속 고민했다.


성관계 외에 영혼을 안정시킬 방법이 있다면 그걸 쓰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그 방법은...


내 능력 중에서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계속 고민했다.


게임 능력의 최대 장점은 범용성.


이런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게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었으니까.


그래서 계속 고민했는데...


결론이 나왔다.


“자 빨리 가자. 침대는 준비했으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랑 루루가 성관계를 하는 이유는 영혼의 밸런스가 맞을 정도의 기쁨을 주는 것. 그거 때문이잖아?”


“그렇지?”


“그렇다면 다른 기쁨을 줘도 상관없겠지. 안 그래?”


“다른 기쁨?... 하지만... 성적인 쾌락만큼 확실한 건 거의 없을 걸?”


엘라 크리스텔의 말도 맞는 말이긴 하다.


성욕이 괜히 3대 욕구가 아니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의 영역에 있는 욕구가 성욕이니까.


성욕이 충족되는 거야 말로 가장 근본적인 쾌락이고,


그런 쾌락이기에 영혼 깊은 곳까지 새겨진다.


그리고...


새겨진 기억은 평생...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오랫동안 남아있을 테고,


기억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영혼의 밸런스가 맞춰진다.


그걸 위해서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


굳이 지금 부탁하는 이유가 있지.


바로 루루의 취향 때문인데,


루루도 감정이 있어서 자신이 선호하는 남자가 있고,


그런 남자가 아니라면 몸을 섞을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나한테 졌고,


흥미가 생긴 거겠지.


다만...


꼭 성욕을 충족시켜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단순한데,


루루의 영혼에 필요한 건 성욕을 충족시켜주는 게 아닌...


영혼 깊은 곳에 새겨질 쾌감을 주는 것.


굳이 더 말하자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기억을 새겨주는 것 정도?


그 정도의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는 방법으로 제일 만만한 게 성관계일 뿐.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식욕이지.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


솔직히 가장 강렬한 욕망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내 능력을 활용하면 그 행복을 극대화시킬 수 있지.


“잠깐 따라와 봐. 성관계 없이도 루루한테 강렬한 기억을 새겨줄 테니까.”









**









모두를 끌고 나온 난 적당한 공터에서 주방을 소환했다.


엘라 크리스텔의 집에도 주방이 있긴 했지만...


주방이라고 말해도 될 수준인지 고민해야 할 정도라서 포기했다.


조리도구 상태는 엉망이고,


식재료는 썩어버린 상태.


조미료 같은 건 없는 수준이고,


위생 상태는 최악.


예상이긴 하지만 최소 몇 십년은 방치한 수준의 주방이었지.


하지만...


이해는 한다.


정령은 음식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는 생명체니까.


마나만 적절히 공급된다면 음식 따위는 필요 없지.


그런 의미에서 마나가 풍부한 정령의 숲은 밥 먹을 필요가 없는 최적의 공간.


그러니 주방을 쓸 일 따위는 없었고,


관리할 이유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다만...


그런 삶을 살았던 엘라 크리스텔과 루루였기에 내 주방을 보면서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이게 주방이야?”


“응. 요리할 거면 이 정도는 있어주는 게 좋으니까.”


“확실히 좋은 주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님의 주방과는 상당히 다르네요.”


“음... 그...그렇긴 하지.”


루루는 은근히 펙트폭격을 날리는데,


그 때문에 엘라 크리스텔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어...어쩔 수 없잖아! 난 요리 같은 거 못 하고, 주방도 안 쓰니까! 내 주방은 창고로 쓰고 있어서 그런 것뿐이야!”


그런 상태로 열심히 해명해주시는데...


대충은 알아들었으니까 진정시키면서 테이블로 인도했다.


“잘 알았으니까 여기 앉아서 기다려줘. 맛있는 걸 제공해줄 테니까.”


“그...그래. 하지만 루루를 만족시키는 건 꽤 힘들 거야.”


“힘들다고?”


“응. 보니까 먹는 즐거움으로 루루를 기쁘게 하려는 것 같은데... 어지간한 음식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을 테니까.”


“음... 평소에 먹는 게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거야?”


내가 물어본 순간 엘라 크리스텔은 살짝 시선을 피했고,


루루가 대신 말해줬다.


“평소에 먹는 건 세계수의 물 정도입니다. 요리와는 인연이 없는 주인님이기에 미식과도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세계수의 물은 맛있어?”


“그냥 물 맛입니다.”


루루는 단호하게 말하는데...


마나가 풍부하면 대체로 맛있다는 정보를 들어서 약간의 기대는 했지만,


세계수의 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어떤 물 맛인지는 살짝 궁금했는데...


루루가 가죽 주머니를 주면서 말했다.


“궁금하시다면 조금 마셔보는 게 어떻습니까?”


“아... 그럼 조금만 마셔볼게.”


이왕 주는 거니까 한 번 마셔봤다.


그랬는데...


진짜...


물 맛이네.


그나마 조금 차이가 있다면...


시원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의 물 맛이라고 할까?


갈증이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을 주는 아주 맛있는 물 맛이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의 물 맛이었고,


조금 더 마시니까 평범한 물 맛이었다.


애초에 물이 맛있는 건 갈증을 느낄 때 정도니까.


“어떻습니까?”


“상당히 시원하고 맛있는 물이었어. 하지만... 만족스러운 미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


“네. 저도 공감합니다.”


“그럼...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거지?”


“네. 가끔씩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내 요리에 꽤 기대하고 있다는 소리지?”


“네.”


루루의 대답은 간단했는데...


그런 만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저기요?... 루루는 잔뜩 기대한 모습인데, 어지간한 음식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정확히 말하자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는 있어. 하지만 영혼 깊은 곳까지 닿을 정도의 미식은 힘들다는 거지.”


“음... 아무리 맛있어도?”


“정말 맛있는 거라면 가능하겠지만... 아마 힘들 걸? 루루는 정령의 심장을 먹어봤으니까.”


“정령의 심장을?”


“응. 루루도 말해봐. 엄청 맛있었지?”


“네. 그 뒤로는 세계수의 물 뿐이었지만, 그 때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 합니다.”


“들었지? 그러니까 정령의 심장보다 맛있는 걸 주지 않는 이상은 루루를 감동시킬 수 없어. 어때? 힘들겠지?”


엘라 크리스텔은 당당하게 말하는데,


정령의 심장...


내 기준으로는 정령의 사과지만...


어쨌든 그 열매의 맛은 정령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럽게 키운 궁극의 맛을 담고 있으니까.


다만...


그 맛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지.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루루는 정령의 심장을 어떤 식으로 먹었어?”


“어떤 식으로?”


“응.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었는지 묻는 거야.”


“요리? 그런 거 안 했는데? 그냥 생으로 먹었어.”


“생으로?”


“응.”


“알았어. 대충 뭘 만들어야 할지는 정했으니까 기다리고 있어.”


난 가볍게 주방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일이 간단할 것 같았으니까.


정령의 사과.


그 맛을 몇 번이나 봤고,


꽤나 많은 양이 있던 탓에 재미삼아서 요리도 해봤었는데,


그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령의 사과가 여러 식재료를 대신할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인 음식이라는 건 맞지만,


먹었을 때의 맛은 한 가지로 정해지고,


정해지는 맛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일단 생으로 먹을 때는 먹는 사람이 상상하는 맛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사과를 상상하고 먹으면 사과가 되는 거고,


잘 익은 스테이크를 상상하면서 먹으면 스테이크가 되는 거지.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먹는 사람의 상상력이다.


사과를 먹는다고 상상하고,


그 사과 맛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과가 가장 맛있을지 구상하고,


그 맛을 느낀다.


그게 정령의 사과가 가진 힘이고,


정령의 사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인 이유다.


본인이 상상하는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는 거니까.


심지어 현실적인 사과가 아닌...


꿈속의 사과 맛이라도 재현할 수 있는 게 정령의 사과다.


그러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하지만...


상상력의 문제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만약 진짜 맛있는 사과 맛을 모른다면?


매일 썩은 사과만 먹어서 그게 가장 맛있는 거라고 착각한다면?


정령의 사과가 주는 맛은 썩은 사과 수준으로 떨어진다.


썩은 사과밖에 모르는 사람은 그게 맛있는 줄 알겠지만...


알고 보면 최악의 맛인 거지.


그에 비해 요리를 하면 상당히 달라진다.


정령의 사과를 요리하는 순간 맛이 고정되니까.


스테이크로 구우면 스테이크가 되고,


사과파이를 구우면 사과파이가 된다.


먹는 사람이 뭘 상상하든지 관계없이 음식 맛이 정해지는 거지.


그리고...


그 음식 맛을 정하는 건 요리사다.


요리한 사람이 상상하는 맛으로 요리되며,


그 맛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거지.


그 결과...


진짜 맛있는 걸 모르는 사람도 요리사가 맛있는 걸 알고 있다면 제대로 맛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중요한 거지.


내가 상상하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면서 만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루루한테 극상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










화륵!


주방에서 불을 켜고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는 정령의 사과 100%.


가장 뛰어난 재료로 변하는 특징 덕분에 아주 요리하기 편했지.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요리에서 중요한 건 맛의 조화.


재료들의 팀워크가 아주 중요한 일이지.


설탕의 경우에는 달면 달수록 맛있지만,


요리에 들어가는 설탕이 무조건 달다고 좋은 걸까?


그건 아니지.


과도한 단맛은 전체적인 음식 맛을 망치니까.


그러니 가장 맛있는 설탕이 가장 좋은 식재료가 될 수는 없는 일이고,


그걸 숙지하고 있는 게 정령의 사과를 다루는 방법이지.


혼자 맛있는 게 아닌,


다 같이 모였을 때 맛있어질 맛을 추구할 것.


그게 내가 분석한 조리법이다.


‘일단 파. 지금의 요리에 쓰려면 부드러운 파보다는 단단한 파가 좋아. 그리고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알싸한 매운 맛이 좋겠지.’


서걱!


지금 하려는 요리에 가장 잘 맞는 파의 품질을 선택하고 썰었다.


‘감자는 약간 부드럽지만 끓여도 식감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강도를 가진 상태. 그게 좋겠지.’


탁! 탁! 탁!


감자도 만들면서 썰었고,


계속 손을 움직이면서 상상했다.


가장 맛있는 식재료가 아닌,


가장 어울리는 식재료를.


‘고기는 갓 잡은 신선함이 아닌 숙성된 고기가 필요해. 드라이에이징 숙성으로 5주간 숙성된 고기. 그 정도가 좋겠어. 고기 내부에 진한 육즙을 농축시키는 걸 상상해서... 좋아. 이 정도의 고기면 딱 좋겠어.’


상상.


계속 상상한다.


완성된 음식 맛을 상상하면서,


그 음식에 어울리는 최적의 재료를 상상한다.


상상이 구체적일수록 극상의 맛을 주는 게 정령의 사과니까.


구체적...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탑을 쌓아가는 과정을 상상한다.


그 결과...


영혼 깊은 곳까지 만족시킬 극상의 요리가 완성될 테니까.


작가의말

상상력으로 만드는 요리.


+오늘은 일찍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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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332화 형과의 대결 22.02.09 311 9 13쪽
332 331화 의심 22.02.08 317 9 14쪽
331 330화 왕이 될 남자 22.02.07 321 9 15쪽
330 329화 3가지의 조건 22.02.06 314 8 12쪽
329 328화 모드 체인지 22.02.05 314 8 14쪽
328 327화 재능 발현 22.02.04 319 8 14쪽
327 326화 숨겨진 재능 22.02.03 316 9 13쪽
326 325화 시련의 시작 22.02.02 314 9 13쪽
325 324화 수련을 시작합니다(?) 22.02.01 317 8 15쪽
324 323화 아리온의 왕 22.01.31 313 8 14쪽
323 322화 힘과 시련 22.01.30 315 8 14쪽
322 321화 왕가의 핏줄 22.01.29 315 8 15쪽
321 320화 왕가의 수치 22.01.28 322 9 12쪽
320 319화 아리온의 수도로 가는 길 +1 22.01.27 324 9 15쪽
319 318화 미식가 스텔라 22.01.26 321 9 13쪽
318 317화 수인국가 아리온 +1 22.01.25 338 10 15쪽
317 316화 스텔라의 여행길 22.01.24 344 9 13쪽
316 315화 너무 맛있어서 그만... +1 22.01.23 334 9 13쪽
» 314화 그걸 상상함 22.01.22 332 9 12쪽
314 313화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은데... 22.01.21 343 8 14쪽
313 312화 사후처리 22.01.20 341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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