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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약장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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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공약장수
작품등록일 :
2021.03.01 19:43
최근연재일 :
2022.06.01 21:36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305,647
추천수 :
6,721
글자수 :
2,829,029

작성
22.01.28 15:23
조회
321
추천
9
글자
12쪽

320화 왕가의 수치

DUMMY

“속이 울렁거려요...”


“안 먹어? 이거 맛있는데?”


“못 먹어요...”


죽을 맛이다.


스텔라 누님의 속도는 원래도 빨랐지만...


이번에는 더 빨랐으니까...


눈앞에 밥이 있어도 먹을 상태가 아니었다.


“으으...”


“힐링까지 걸어줬는데도 죽어가는 거야?”


“힐링 덕분에 조금은 살겠지만... 으... 죽을 것 같아요...”


“밥도 못 먹고?”


“네... 도저히 먹을 상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먹어야겠네?”


“네... 그래주세요...”


내 말에 스텔라 누님은 밝은 표정으로 내 몫까지 먹었는데...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내 몸 상태는 심각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먹을 상태여야 먹는 거니까.


지금의 난 음식 걱정을 할 상황이 아니고,


그저 죽을 것 같은 어지러움을 견디면서 어떻게든 회복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으읍...”


“너 토하면 안 돼. 밥 먹는 중이니까.”


“아...알고... 있어요...”


덤으로 토하는 걸 최대한 참고 있었다.


만약이라도 토했다간 스텔라 누님한테 죽을 테니까.


식사시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누님인데,


그 시간을 방해하면 얼마나 화낼지는...


상상하기 힘들어서 최대한 참았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였다.


“우욱... 스...스텔라 누님... 저 잠시... 나가볼게요...”


“응. 잘 갔다 와.”


그래서 나갔다.


토할 거라면 최소한 스텔라 누님과 떨어지는 게 좋으니까.











**











“우웨에에에에에에엑!”


인적 드문 곳까지 온 뒤에 바로 토했다.


솔직히 한계였으니까.


하지만...


한 번 토했더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아...”


게다가 강 근처였기에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었고,


한 모금 마시니까 속이 좀 편해졌다.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지만...


적당히 쉬면 괜찮아질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지.


그래서 적당히 구석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이거라도 마셔.”


“스...스텔라 누님?...”


스텔라 누님이 찾아왔다.


심지어 뭔가 주는데...


주황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정체불명의 유리병이었다.


“이...이건... 뭔가요?...”


“마셔봐. 그럼 알 거야.”


“이상한 건... 아니겠죠?...”


“설마 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만... 알았어요. 마셔볼게요.”


일단 뚜껑을 열어서 향을 맡아봤지만...


아무 향도 안 났다.


그렇다고 색으로 정체를 판별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마나가 들어있는 것 같지만 무슨 마법이 들어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텔라 누님 말처럼 독은 아니겠지.


누님이라면 독살하는 것보다 머리를 뚫어버리는 쪽이 빠를 테니까.


게다가 독까지 써가면서 날 제거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쭉 들이켰는데...


“어때?”


“어...엄청 편해졌어요...”


편해졌다.


그냥 편해진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피곤한 상태에서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을 때의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좋아졌다.


“멀쩡해졌으면 갈까? 너도 밥 먹어야지.”


“바...밥이요?...”


“응. 1인분 더 시켜뒀으니까 가서 먹어. 지금이라면 먹을 수 있지?”


“네... 먹을 수는 있지만...”


심지어 배고프다.


뱃속에 있는 걸 전부 토해서 안이 텅텅 빈 느낌이고,


건강해져서 식욕까지 돌아왔으니까.


하지만...


배고픔 이상으로 감동했다.


스텔라 누님처럼 대단하신 분이 나 같은 걸 걱정해주면서 밥까지 챙겨주시다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일단 참았다.


눈물은 전사의 수치.


어렸을 때는 다른 형제들이 괴롭힐 때마다 울었지만...


그 울음마저도 한심하다면서 구박받았으니까.


그러니 웃었고,


웃으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 같은 걸 신경 써 주셔서요.”


“별 거 아니야. 넌 여행 가이드를 하고, 난 식사를 제공한다. 그런 거래였으니까.”


“그래도 감사드려요.”


“알았으면 빨리 와. 지금쯤 주문한 게 나올 시간이니까. 식으면 맛없잖아?”


“네.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괜찮은가요?”


“뭔데?”


“방금 준 주황색의 물약은... 대체 뭐였나요?”


“그거? 간단하게 말하면 만병통치약. 죽지만 않으면 팔다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고, 몸 상태가 나빠져도 전부 회복시켜준다고 하더라.”


“그...그런 걸 주신 건가요?! 그 정도 효과면 엄청 비싼 약이잖아요?!!!”


“안 비싸. 주인님은 이런 걸 양산할 정도거든. 덕분에 어설픈 약보다 이쪽이 더 저렴할 정도야.”


“그런 만능약이 더 저렴할 정도라니... 스텔라 누님의 주인님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직접 가봐.”


“그건 거절할게요... 저 같은 게 가봤자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래? 그럼 강요하진 않겠지만, 밥은 제대로 먹을 거지?”


“네. 먹을게요.”


식당에 온 순간 향긋한 냄새 때문에 더 배고파졌다.


그러니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지.


이미 음식은 나왔고,


날 챙겨주려고 일부러 움직여주셨으니까.


그렇기에 오늘 먹은 밥은 더 맛있었던 것 같았고,


그 만족감이 이어져서 잠도 편하게 잤다.


수도까지 왔으니 더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릴 일이 없어졌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편하게 잤고,


아침이 밝았다.










**











“네?... 저...저도 간다고요?...”


“당연히 가야지. 성까지의 길 안내도 필요하고, 이 나라 문화에 익숙한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야 말하기 편하니까.”


“그...그건... 그렇지만요...”


아침은 기분 좋게 일어났다.


하지만...


아침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성까지 안내하라고?


심지어 같이 간다고?


성에서 추방당한지 얼마 안 된 내가 성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날 지워버리고 싶었던 아버지.


날 한심하다면서 괴롭히던 형들.


아리온 가문의 수치라면서 날 죽이려 했던 누나들.


그런 사람들이 있는 성에 다시 간다고?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절대 무리!


성에는 절대 안 가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끌려갈 수는 없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뭐? 안 가? 왜?”


“그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가면 죽을지도 몰라요...”


“그런 거라면 지켜줄게. 어떤 놈이든 내 소유물을 건드는 녀석은 박살내줄 테니까.”


소유물...인가요...


누님이 지켜준다니까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성에 가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더 설득하려 했는데...


“무슨 일이 생겨도 지켜준다니까? 아니면 뭐야. 나 혼자 성에 간 사이에 도망치려고?”


“도망... 안 쳐요... 제가 왜 도망치겠어요?... 베르니카 제국에 갈 생각인데... 누님이랑 같이 가면... 여러모로 좋잖아요...”


“그런데 목소리는 왜 떨려?”


“그건...”


성에서 만날 가족을 생각했더니 공포가 몰려오는 게 느껴진 탓이었지만...


내 개인사정을 모르는 스텔라 누님의 눈에는...


도망치려는 게 들켜서 덜덜 떠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하지만 설명할 수도 없었다.


가족들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다는 말은...


너무나도 한심했으니까.


“역시 도망칠 생각인 것 같은데? 절대 못 도망가니까 반드시 따라와. 알았어?”


“그건... 하아... 네... 그렇게 할게요...”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스텔라 누님은 이제야 웃는데...


하아...


진짜 죽을 맛이야...


하지만...


스텔라 누님이 지켜준다고 하니까...


참아야지...


어차피 하루만 참으면 다시 돌아갈 일 따위는 없으니까.










**










결국 성에 도착했다.


수인들은 건축능력이 별로 없어서 베르니카 제국이 건설을 지원해줬던 웅장한 성.


저 성이야 말로 아리온 국가와 베르니카 제국이 우호적이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자부심을 느꼈지만...


그것도 한순간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약해도 노력하면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완전히 성인이 된 후에는 그런 기대감마저도 사라졌으니까.


약한 놈은 노력해도 약하다.


그리고 남은 건...


왕가의 수치라는 낙인뿐이고,


그런 낙인을 받은 채로 추방당했던 장소가 여기...


그래서 오기 싫었다.


하지만...


스텔라 누님이 반드시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서 결국 따라왔는데...


하아...


죽고 싶다...


“뭐야? 벌써부터 한숨이야? 여기 오면 죽어?”


“죽을지도... 몰라요...”


“안 죽어. 나 못 믿어? 아니면 여기 전사들이 나보다 강해?”


“스텔라 누님이... 가장 강하겠지만... 으으... 알겠습니다... 무섭지만... 최대한 버텨볼게요...”


“그래야지.”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끌려가는 건 확정이니까.


그저 스텔라 누님을 믿고 걸어갔는데...


걷기 시작하고서 1분도 안 지나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루엘 네 녀석이 여긴 왜 있냐? 바깥세상이 너무 혹독해서 다시 돌아온 거냐? 이 한심한 새끼가!!!”


큰형 아르시엘 엑시아 드 아리온의 목소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가족 중에서도 가장 많이 괴롭히던 형은 왕에 가장 가까운 남자라는 평가를 받는 전사인데,


아직 아버지보단 약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남은 상황이었다.


앞으로 1~2년.


그 정도만 수련하면 아버지를 뛰어넘을 거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르시엘 형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건...


아리온 최고의 전사이자, 왕의 자리를 얻는다는 것.


그렇기에 아버지도 기대하면서 아르시엘 형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리온 왕이 가장 기쁜 일은 자기 자식이 자신을 쓰러트리고 왕위를 차지하는 거니까.


반대로...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지 못 하는 자식들은 수치로 여기는 게 아리온 왕가였다.


그러니 난 아버지의 멸시를 받아온 존재...


그리고 아버지만큼이나 아르시엘 형도 날 멸시했다.


다른 형제들보다도 약하고,


누나들보다도 약한 나는 아리온 왕가의 수치였으니까.


그래서 철저하게 괴롭힘 당했고,


그 괴롭힘의 중심에 있던 게 아르시엘 형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기어들어왔어 이 수치스러운 녀석아!!! 죽더라도 검을 휘두르다가 죽었어야지!!! 목숨 하나 건지겠다고 여기까지 왔냐!!!”


“그...그건...”


“바깥세상이 그렇게 무서웠냐!!! 뒤지는 한이 있어도 싸우고 뒤졌어야지!!! 너 같은 놈은 싸우다 죽는 것도 못 하는 거냐!!!”


“그게...”


“전사의 수치 같은 녀석! 역시 추방하는 게 아니라 죽였어야 했었어! 살아봤자 아리온 왕가를 더럽힐 뿐이니 그냥 지금 죽여주마!!!”


아르시엘 형은 바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내 목을 베어내는데...


베는 모습 자체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고,


죽음을 각오했다.


아르시엘 형이 진심으로 공격한다면 못 피할 테니까.


그래서 눈을 감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베이는 감각도...


아프다는 감각도...


전혀 안 느껴지는데...


뭔가 생각한 거랑 달라서 눈을 떠보니까...


스텔라 누님이 아르시엘 형의 검을 손가락으로 잡고 있었다.


작가의말

아아... 이것이 칼날잡기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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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333화 스스로 걸어간 지옥 22.02.10 313 7 15쪽
333 332화 형과의 대결 22.02.09 310 9 13쪽
332 331화 의심 22.02.08 317 9 14쪽
331 330화 왕이 될 남자 22.02.07 321 9 15쪽
330 329화 3가지의 조건 22.02.06 314 8 12쪽
329 328화 모드 체인지 22.02.05 314 8 14쪽
328 327화 재능 발현 22.02.04 319 8 14쪽
327 326화 숨겨진 재능 22.02.03 316 9 13쪽
326 325화 시련의 시작 22.02.02 314 9 13쪽
325 324화 수련을 시작합니다(?) 22.02.01 316 8 15쪽
324 323화 아리온의 왕 22.01.31 313 8 14쪽
323 322화 힘과 시련 22.01.30 314 8 14쪽
322 321화 왕가의 핏줄 22.01.29 314 8 15쪽
» 320화 왕가의 수치 22.01.28 322 9 12쪽
320 319화 아리온의 수도로 가는 길 +1 22.01.27 324 9 15쪽
319 318화 미식가 스텔라 22.01.26 320 9 13쪽
318 317화 수인국가 아리온 +1 22.01.25 338 10 15쪽
317 316화 스텔라의 여행길 22.01.24 343 9 13쪽
316 315화 너무 맛있어서 그만... +1 22.01.23 334 9 13쪽
315 314화 그걸 상상함 22.01.22 331 9 12쪽
314 313화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은데... 22.01.21 343 8 14쪽
313 312화 사후처리 22.01.20 341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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