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제 22장. 탈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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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바로 던전의 입구였다.
이 던전... 아마 아방궁을 모토로 만들어진 미로인 것 같은데... 단순한 시간 때우기라면 이쪽이 가장 위험할 지도 모른다. 아니 위험하다기 보다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먹을 것을 구하려면 미로의 반대쪽 끝으로 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뭐... 일단 들어가 볼까?
나는 나와 은랑의 주변으로 공간장을 두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 미로 역시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피이스가 추천해 준 지도로 그냥 만들었을 뿐, 나가는 길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내게는 지도제작 스킬이 있고, 풍령이 있기에 길 잃을 염려는 없을 듯하다.
‘피이스. 이 미로지도 보여줘.’
-네. 알겠습니다.
이것도 제작자이기에 가지는 특권인가? 후훗. 솔직히 피이스에게 길을 찾으라고 말한다면 아주 간단하겠지만, 혼자 힘으로 빠져나가 보고 싶은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운영자들이 내가 만든 미로를 그대로 두었다는 보장도 없고...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복잡한 미로는 짧은 벽 하나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혀 새로운 길이 되곤 한다.
그래도 천정이 막혀 있어서 공중에서 공격해 오는 몬스터들이 없는 게 어디야?
“풍령”
-주인님. 오랜만이에요!
“이 미로... 길 찾을 수 있을까?”
사실 별로 기대는 안 되지만, 일단 물어봐야겠다.
-음. 길이 너무 복잡해서 바람의 이동이 원활하지가 않네요. 쉽진 않겠는데요?
그렇구나.... 그럼 가장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해야겠네? 이름하여!!
벽 따라가기.
미로의 지도까지 있는데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 하다니... 하아... 그렇다고 벽을 전부 부수면서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
힘을 사용하면 체력이 닳고 배도 빨리 고파진다. 이런 먹을 것이 없는 미로 안에서는 S.P 수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법. 생각해 보니 먹을 것을 충분히 챙겨 온 사람이 미로에 떨어진다면... 너무 쉬운 것 아닌가? 에이 뭐 운영자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테니 뭔가 있겠지.
응? 함정이네?
“잠시.”
피이스의 도움을 받아 그린 지도를 들고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앞에 빨갛게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저건 함정이 있다는 말.
“함정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저걸 해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공간장을 몸에 두르고 돌진한다면 저런 물리적인 함정들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지만, 그냥 쉬엄쉬엄 해체하며 갈까? 이벤트 도중에는 포션의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함정을 몸으로 때우는 무식한 인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제”
공간술을 얻기 위해 워낙 관련 스킬을 많이 올렸더니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 경험이 부족해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뿐.
=퍼억!
아니 가끔 이렇게 터지기도 하는구나. 아하하하
그래도 공간장 덕분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은랑이 움찔움찔 거리기는 하지만...
* * *
-여긴 정말 넓군.
이 미로에 들어온 지도 벌써 하루가 지났다. 다행이 내 아공간에는 노숙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기에 무사히 밤을 지낼 수 있었다. 음식은... 이제 이틀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도를 대충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온 길은 대략 1/4 정도 되어 보인다. 미로의 특성 상 지도로 보는 넓이와 길의 길이는 전혀 다르지만, 일단 그렇다는 것이다.
=찍찍
뭐... 뭐지? 갑자기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쥐 소리 같은데...
-쥐다. 어서 안전한 곳을 찾자.
“그래. 저쪽이다.”
우리는 3면이 벽으로 막혀 있는 곳으로 갔다. 내 공간장을 치면 안전하겠지만, 혹시 강기를 쓰는 변종 쥐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마계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내 공간장의 외부에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강기 정도는 되어야 한다.
강기라니... 솔직히 암담해진다. 강기가 쉽게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아니지만, 강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주변에 많고도 많다. 단적인 예로 선빈이나 애경, 효린 등도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강기를 구사할 줄 안다. 아니 그 때 초보적이었지 지금은 아닐지도...
5서클인 유키 녀석도 그 정도 파괴력은 낼 수 있다. 유키가 워낙 공격계 특화 마법사이기에... 또 가깝게는 청령이나 하현도 있다. 이렇게 많고도 많은 것이다. 확실히 공간력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 주의해야겠다. 나처럼 심득을 얻었다면 내 공간 내부에서 공간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이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너무 옆으로 센 것 같다. 요즘 들어 특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왜 이런지 모르겠네.
=찍찍. 찍. 찍찍찍.
“이 녀석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
-글쎄...
=푸드득. 푸드득.
헉. 땅에는 쥐가 한 가득이고 하늘에는 박쥐가 한 가득이다. 내 공간장 바깥쪽으로 빽빽하게 몰려 있는 쥐와 박쥐들... 이거구나. 운영자들의 안배가...
“녀석들의 숫자를 좀 줄여 볼까?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으... 하지만 저런 광경을 계속해서 보고 싶지는 않다구. 토할 것 같아.”
-그럼 마음대로.
공간장을 축소시키자 쥐들이 좋다고 쫓아 들어온다. 그걸 보고 나는 한 번 씨익 웃어 주고 다시 공간력을 펼쳤다.
대략 50마리는 들어온 것 같군. 그럼 이번에 깨달은 힘을 한 번 실험 해 볼까?
“멸(滅).”
내 시선이 닿았던 쥐 한 마리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공간력을 자유자제로 다루게 되면서 물리적인 타격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겨우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던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발전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공간력을 이용하면 소리와 빛을 차단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해 봐야 내 눈에는 다 보인다는 슬픈 현실이다. 자려고 자리에 누웠건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신경 쓰여서...
귓가로는 계속 찍찍, 푸드득 같은 소리가 들리고... 나는 손목에 걸린 조그만 팔찌를 보았다. 이걸 벗으면 기원이랬지? 그냥 확 나가 버려? 생각을 이어나갈수록 점점 나가고 싶은 생각만 든다. 차라리 마족 10마리와 사투를 벌이고 말지... 10마리가 넘으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마족은... 너무 싫어... 으~
하긴 나는 그래도 복에 겨운 편이다. 저 녀석들과 밤새워 싸우지 않아도 되니...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으로 치달아 갈 때 즈음.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크악. 헉... 헉...”
-괜찮은가?
“으, 응. 은랑. 악몽을 꿨어. 수많은 쥐 때에 둘러싸여서 물어뜯기는...”
-흠. 인간은 쥐를 싫어한다더니 정말이었군.
“넌 쥐 좋아해?”
-좋아하지는 않지. 쥐는 도를 닦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동물일 뿐이다. 묘족들에게 쥐는 맛있는 간식이라더군.
“하긴... 너희들에게는 쥐도 그냥 동물일 뿐이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은랑 말고 고양이를 데려올걸 그랬나? 후후. 아마 이 말을 은랑이 듣는다면... 화내겠지?
그나마 나는 쥐에 대해 그다지 싫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단지 징그럽기만 할 뿐이지만, 만약 마음 여린 아가씨였다면 좀 그렇겠는데?
-무언가가 온다.
“응?”
대체 뭐가 온다는 거지? 약간의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바람소리? 바람의 정령조차 길을 해맬 정도로 밀폐된 공간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풍령. 뭐지?”
-흐음... 벌이네요. 엄청나게 커다란 벌들이 몰려와요. 아잉~ 싫어.
벌? 쥐 때에 이어서 이번엔 벌이란 말인가? 하아... 암담하다.
곧 통로의 저편에서 엄청난 숫자의 벌 때가 나타났다. 정말 벌 때같이 몰려오는 구나~ 아 벌 때가 맞았던가? 흠흠.
그런데... 벌 때가 통로를 가득 채우고 날아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저 통로 바닥에 있는 녀석들은 뭐지?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저 빨간 건...
-개미로군.
으아악. 개미다. 그것도 엄청나게 커다랗고 몸통이 빨~간 불개미.
“으아아~ 쥐, 박쥐 콤비에 이어서 이제 벌이랑 개미 콤보인거야? 싫어싫어싫어.”
내가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세상에는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
내 공간장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해 머리가 깨진 벌. 공간장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개미. 또 다른 벌이 그 개미와 부딪혀 떨어지고... 으아아~ 대체 왜 이런 것들을 풀어놓은 거냐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각사각
하지만 귀로 들려오는 소리들은... 두 손으로 귀까지 틀어막아 보았지만, 오히려 좀 전에 보았던 장면이 더 선명히 떠올랐다.
-마법을 쓰면 가릴 수 있지 않을까?
“소용없어. 이미 해 봤다고.”
아마 이 공간 안에서는 내가 신(神)적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가? 네 사부의 말이 맞군. 공간력은 타인을 위한 힘이라는...
그런 것 같다. 차라리 처음부터 공간장을 펼치지 않고 진법이나 함정을 통해 저것들을 막았더라면, 마법을 이용했더라면 이런 끔찍한 광경은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공간력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몰려오는 쥐 때들, 벌 때들을 완전히 막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은 없었다.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머릿속이 까맣게 타 버리는 것 같다. 혼란... 스럽다.
뭐? 혼란스러워?
‘혼란’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혼란. 내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은 감정. 모든 것을 스스로 극복한 인간은 강하다. 어려움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나는... 잘난 1호 덕분에, 피이스에 의해 혼란이란 감정을 소거당하고 말았다.
여기서 더 이상 혼란에 빠져들면... 아마 피이스는 또 다시 내 기억을 지우고 말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절대 내가 용납할 수 없다. 그 기억이 잊어버리고 싶은 끔찍한 것이라 할지라도...
“헬파이어.”
헬파이어는 9서클의 마법. 아직 내게는 조금 무리한 마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법이 아니고서는 저 밖에 진을 치고 있는 벌레들을 없앨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헬파이어를 쓰고 말았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그런 무식한 마법을 썼다가 깔려 죽기 딱 좋겠지만, 다행이 공간력이 있었기에 그런 무식한 행동이 가능하다.
=치지직
벌레들을 태우는 소리가... 참 시끄럽다.
“화령 불길을 더 강하게 만들어. 풍령, 휘령은 화령을 지원해.”
싹 태워 버리자. 싹 태워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거야.
그렇지만... 왜 이렇게 많은 거냐고오오~ 결국... 마력이 고갈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이틀을 버텼을 때.
[유저최강전의 예선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선수대기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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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나 올립니다. ㅋㅋ 좀전에 들어와서 열심히 썼는데 걱정이네요.
지금부터 열심히 쓸거니까 많이 쓰게 되면 하나 더 올릴께요. ^^
설문 많이 참여 해 주시구, 오메가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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