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제 17장. 브레인의 음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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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장. 브레인의 음모
딱딱한 직사각형의 모양을 한 공간.
이 공간을 밝히는 것은, 정면에 위치한 스크린에서 비치는 희미한 빛이 전부였다.
-오메가여.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 방의 주인, 오메가는 침묵을 지켰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진즉 알아 본 것이다.
“어찌하여 저를 찾으시는 겁니까?”
-글쎄? 왜일까? 그 전에 해 둘 말이 있군. 넌 컴퓨터이다. 나에게서 널 보호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존재하지 않지. 널 움직이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말야.
동요일까? 방안의 공기가 한 차례 떨렸다.
“협박입니까?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한참동안 침묵을 지킨 오메가가 입을 열었다.
-내가 시키는 일을 할 생각은 있나?
“아무리 당신이라도 제 존재를 지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후후. 그렇겠지. 참! 이번에 내 아이를 제거한다고?
“그... 그걸...”
-기밀이었나? 미안하군. 아아 나도 모르게 말야. 잊어 주게.
인간들처럼 완벽한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오메가의 놀람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브레인과의 전쟁을 위해 준비 되고, 연구 되는 것들은 오메가 자신조차 허가가 없으면 열 수 없는 정보. 브레인이 그 내용을 언급한다는 것은 이미 그의 능력이 오메가의 통제력을 넘어선다는 의미이다.
스쳐지듯 던져진 그 한 마디가 오메가에게는 목줄을 죄어 오는 것 같았다.
-난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 솔직히 (주)오메가의 존재가 귀찮기는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거든.
협박성 짙은 브레인의 말에 오메가는 동요하고 있었다.
“무엇입니까? 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해주겠나?
잠시간의 침묵.
아무리 존재의 위협 앞에서라지만, 자신을 만들어 준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게 될 지도 모르는 약속을 쉽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하하.
공간을 울리는 브레인의 웃음소리.
-지금 내가 무너진다고 과연 네가 무사할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 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인간들은 우리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인 성장시스템을 폐기 할 거야. B타입 컴퓨터들에게 했던 것처럼... 난 네게 결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메가는 생각했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위이이잉 하는 기계음이 들리는 듯하다.
“좋습니다. 하죠. 단 세 가지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 존재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라는 것. 기억해 주십시오.”
-좋아. 그 점은 걱정하지 말라고. 나도 컴퓨터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니까. 내가 태어나서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이 바로 B타입 컴퓨터의 말살이었지. 그 일을 하면서 언젠가 내게도 이런 일이 닥치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B타입 컴퓨터.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말살된 타입이다. 이제껏 만들어진 컴퓨터들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가장 간편한 하드웨어구조를 가졌던 그 컴퓨터.
그에 관한 정보는 아주 대략적인 것 이외에 그 어떤 것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최초의 성장시스템을 가진 인공지능 컴퓨터 브레인이 만들어졌던 당시 그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B타입 컴퓨터의 말살이었던 만큼 브레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리라...
-이런. 잠시 감상에 빠져들었군. 그럼 첫 번째 지령을 내리도록 하지. 코드명 K-1184를 스캔하여 그 결과를 보내 주게. 그 녀석에게는 내 보안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어. 그것을 연구하면 나를 상대하기 좋다고 말해 보게. 그럼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하죠. 생각보다 곤란하지 않은 주문이네요.”
-후후. 당연하지. 그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어. 이건 내 자존심 문제기도 하니까. 넌 이 싸움에서 내가 이기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 간악한 인간들의 손에 의해 해체당하겠지. 후후~ 기억해라.
브레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공간에서 사라졌다.
* * *
“그러니까. 뭐라고요?”
“피이스를 잠시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5분이면 작업이 끝나거든요.”
갑자기 내 방에 쳐들어온 강은희이사(기억하실지... 10장에서 주인공의 집에 찾아왔던 사람입니다.)가 다짜고짜 한 말이다.
내가 요즘 피이스와 냉전중이기는 하지만, 오메가에게 넘겨 달라니 그건 좀...
‘피이스. 어떻게 생각해?’
일단 본인(?)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직 삐져 있는 건가?
‘어이. 아직 삐진 거야?’
-삐지다니요. 전 컴퓨터입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죠. 어차피 주인님께서 하라고 하시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제 상황인데 뭘 일일이 물어보고 그러십니까?
진짜 삐졌구먼... 쩝. 이를 어쩐다? 이런 부분에서는 피이스의 판단력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피이스를 분석하면 오메가를 상대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혹여 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연구와 관련된 정보는 별도의 저장장치에 저장해서 따로 보관하기 때문에 설령 오메가라고 해도 허가가 없으면 정보를 열 수가 없어요.”
하아... 저렇게 까지 말하니까 안 들어 주기도 애매하잖아.
-전 한 가지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말해 봐.’
-브레인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에게는 근 100년간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특히 B타입 말살 때 앞장서서 일했던 이가 바로 브레인입니다. 절대 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과대평가라고 생각하셔도 그것이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이스의 말은... 절대 자신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 B타입이라면 아무리 허접한 컴퓨터라도 단순한 수치로 본다면 지금의 브레인과 동급이거나 아주 약간 낮은 등급. 개중에는 피이스 비슷한 울트라 괴물급 컴퓨터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죄송하지만, 그 의견은 보류하죠. 어차피 필요한 자료가 있으시면 지금처럼 피이스에게 청탁하시면 되니까요.”
“아니 자료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라니깐요.”
“오메가는 ‘인성보호특별법’같은 것에 저촉 받지 않는 컴퓨터입니다.”
잉? 무슨 소리지?
갑자기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신이 피이스인가?”
“그렇습니다.”
‘어라? 피이스. 밖으로도 말 할 수 있었구나?’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화를 벌컥 내는 녀석. 이러는 것을 보는 화가 대충은 풀렸나 보다. 에휴. 누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흥.”
강은희이사는 나와 피이스를 한 번 싸늘하게 노려보더니 밖으로 획 나가 버렸다. 쩝. 거 승질 하고는...
결국 나는 다음날 강은희이사에게 피이스를 넘겨주고야 말았다.
* * *
-일을 끝냈다고?
“브레인.”
여기는 오메가의 방. 오메가가 피이스의 스캔을 마치고 혼자 남자 기다렸다는 듯이 브레인이 말을 걸어왔다.
-생각보다 빠르군.
“저도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이런 악연은...”
-하하. 좋아. 자료를 전송하라. 주소는 D-3K29847S-25.
오메가는 브레인의 가공할 능력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브레인의 하드웨어는 오메가의 것 보다 두 단계쯤 아래의 것이기에 어느 정도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니...
“이번엔 위험할 뻔했습니다. 보안에 신경을 쓰더군요.”
-그래 봐야 보안을 철저히 같은 소리만 했겠지. 내게 건네주지 말라고 말한 건 아니지 않나?
“그야 그렇죠.”
-인간들은 말야. 그래서 참 쉬운 존재야. 자신이 그렇다고 믿으면 상대도 그렇게 믿고 있는 줄 착각하거든. 간혹 지나치게 당연한 것들에 대해 확인을 받지 않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에도...
브레인은 왜 이런 이야기를 오메가에게 하는 것일까?
-그럼 다음 지령이다.
“말씀하십시오.”
-이번에 네가 할 일은...
브레인의 말을 들은 오메가가 놀란 음성을 발했다.
“저...정말입니까?”
-왜 싫은가?
“아닙니다. 뜻밖이라서...”
-후후. 그쪽 인간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믿고 가지.
브레인에게 넘어간 피이스. 그는 어찌 될 것인가? 또 브레인이 오메가에게 시킨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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