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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비 님의 서재입니다.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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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비
작품등록일 :
2008.02.27 00:13
최근연재일 :
2008.02.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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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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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글자수 :
407,516

작성
08.01.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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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오메가] 제 13장. 태백문.-1

DUMMY

제 13장. 태백문


결국 나는 만박노조와 신뢰도 100%, 친밀도 100%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백어르신이 사람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괴팍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약속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은원관계에 누구보다 정확한 사람이었다.

백어르신을 위해 밥을 한 지 석 달 만에 나는 그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 뿐 아니라 원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와 학문들까지 아주 많은 것을 얻었다. 과연 만박노조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매화촌을 떠나 대륙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중원대륙에서 위대한 검객으로 이름을 날리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오메가에 접속 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건만, 이제 드디어 중원대륙의 땅을 밟게 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와룡산맥도 중원대륙이기는 하지만, 여긴 판타리아대륙과의 접점이니까...

조그마한 나룻배를 열심히 젓고, 길도 없는 곳을 무작정 걸어 도착한 곳은 길림성(吉林省)의 성도 장춘(長春)이었다. 중원대륙은 기본적으로 옛 중국의 것을 복원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옛 지형을 그대로 복원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이 정도라도 해 놓은 것을 보니 대단하다.

‘아름다운 도시네?’

-그렇죠? 추운 북쪽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이 길지만, 도시 전체적으로 공원이 아주 잘 가꾸어진 곳입니다.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에 빠져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어째 시골에서 막 올라온 사람 같아 쑥스러워졌다. 뭐. 시골에서 막 올라온 것은 맞지만...

‘피이스.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일단 제갈세가에 가서 어르신의 편지를 전해 드려야 합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면 제갈세가가 있는 산동(山東)지방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길은 아니지요.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산동성 태산(泰山)입니다.

‘흠. 그래? 지나가는 길에 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이미 어르신께서 와룡산맥으로 은거하신 지 30년이나 지난 것을 감안한다면 제갈세가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남으로 남으로 오늘도 남으로 내일도 남으로 오로지 남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크게 급할 것은 없었지만, 전직을 하게 된다는 것 때문인지 내 발걸음은 급하기만 했다.


* * *


중원대륙은 판타리아대륙과 다르게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NPC들과 전투를 치르면서 성장하는 스타일이다. 산짐승을 사냥하여 레벨을 올리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고, 특정 문파에 속해서 그 문파가 적대시 하는 곳의 사람들과 전투를 하며 명성과 실력을 쌓는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의 인물은 낭인무사라고 불리며 그들은 판타리아대륙의 용병들처럼 의뢰를 받거나, 수배된 인물을 찾아 없애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면 문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에는 적성이 안 맞았기 때문에 전직 후에는 혼자 놀기로 결심했다. 내가 지금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느냐면 어제 드디어 제갈세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전해 준 서신을 읽던 제갈세가주가 다짜고짜 나를 제갈세가 사람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만박노조께서 자네를 추천하셨어. 그러니 자네는 반. 드. 시. 우리 세가의 일원이 되어야 하네.”

이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인네가 사람 속을 뒤집는 줄도 모르고 저런 소리를 해대니 나로서는 미치고 폴짝 뛸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주님. 하지만 저는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내 손녀를 준다니까 그러네. 제갈청령 하면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3명의 여인 중 한명이란 말일세! 내 손녀라 하는 말이 아니라 지혜롭기로는 지 애비를 뛰어넘는다고 하여 혜지(慧智)라는 별호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야. 설마 자네 청령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휴우. 확실히 제갈소저가 아름다운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 혼인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어허...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면 지금부터 해 보면 될 것 아닌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나? 인간이란 본디 ”

아악. 진짜 이놈의 염감탱이가 확!

황당하게도 백어르신이 제갈세가에 가져다주라고 했던 서신은 이 서신을 가져가는 세한이라는 남자를 세가내로 영입한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 천. 서. 였다. 그것도 만박노조의 직인이 찍힌...

제갈세가 입장에서는 나를 끌어들이면 득을 볼 것이 확실하고, 설령 내가 어리버리 하더라도 만박노조와의 관계 때문에라도 나를 끌어들여야 할 판이다.

아무리 은원관계에 밝은 분이라지만, 이런 것은 은혜가 아니라 배신에 가깝단 말입니닷!!!

“잘 생각해보게. 내 손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꼭 처로 맞이할 필요는 없네. 자네가 원하는 지위를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원한다면 제갈의 성이라도 때어 줌세. 내일까지 시간을 주지. 잘 생각해보게?”

꼬장꼬장한 영감님은 내 의견을 들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것이 어제의 일.

그리고 지금...

“어험. 날세 들어가도 되겠나?”

방 문 앞에서 들려오는 제갈가주의 목소리에 당장이라도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솔직히 지금까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제갈가주를 상대로 나는 최후의 카드를 빼 들었다. 설마 이렇게 까지 말하는데 억지를 쓰지는 않겠지?

“제게는 사문이 있습니다. 사연이 많은 곳이라 만박노조 어르신께도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었죠.”

이쯤에서 말을 끊고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은 안 보이는구나? 천정을 10초간 응시해 준다.

“후우...”

한숨도 한 번 쉬어주고,

“저는 태백문의 당대 전승자입니다. 태백문은 일인전승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태백문의 문도들에게는 세 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두 사부를 두지 말 것’ 이며, 두 번째가 ‘전승자로서의 의무가 끝날 때 까지 혼인하지 말 것’입니다. 세 번째 까지 말씀 드릴 수는 없네요.”

느릿하게 말을 이어갈수록 제갈가주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기대감에서 실망으로 실망에서 불신으로 불신에서 체념으로 체념에서 호기심으로...

그의 얼굴 표정을 살피던 나는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뭐지? 설마하니 태백문이 실제로 존재한다거나... 그런 황당한 사건은 아니겠지?

“그렇군. 자네가 정말 태백문 사람이라면 내가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순 없겠지.”

어라라?

“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나?”

“죄송합니다만, 무엇인지...”

“노부에게 해동무를 견식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게.”

에에엑? 저...정말 있었던 것이냐? 태백문이???

‘피이스.’

-태백문이라는 문파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갈세가와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주인님이 익히고 계신 무술을 보여 달라 하시니...

‘인석. 웬만한 무술은 다 머릿속에 있다고. 가상현실에서야 펼쳐 보지 않았지만...’


“오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생전에 해동무를 다시 보게 되다니...”

지나치게 오버하는 제갈가주의 모습에 쑥스러워졌다. 제갈청령도 아름다운 해동무의 모습에 푹 빠진 듯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예전에도 태백문의 전승자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 봐요?”

혼인 문제(?)가 해결되고 다소 마음이 진정되자 제갈가주에게 질문했다. 그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내가 6살 되던 해였네. 조부님을 따라 수련을 하러 태산으로 올라갔었지. 태산은 영산이라 그곳에서 은거하고 계신 기인들이 제법 된다네. 내 조부님이신 제갈호찬님도 그 중 한명이었지.”

그의 눈이 아련한 빛을 뿌리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네. 평소처럼 조부님과 수련을 하러 산 속의 공터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웬 청년 하나가 무예를 연무하고 있었지. 남의 연무를 바라보는 것이 강호의 금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네. 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거든.”

“해동무... 였군요?”

“그래. 바로 해동무였네.”

한 동안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제갈가주의 의식은 그 때로 돌아가 있으리라.

“그는 정말 다정하고 반듯한 사람이었지. 조부님께서 그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셨지만, 그의 무공이 해동무이고, 그의 사문이 태백문이라는 해동에서 파생된 문파라는 것 이외에 알아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네.”

“아하하”

나는 어쩐지 멋쩍은 기분이 되어 웃음을 머금었다.

“청령아. 내 방에 가서 그 함을 가져오겠니?”

“네. 조부님.”

청령이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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