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제 20장. 내 진정한 친구는 누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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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세.”
“들어오십시오.”
아침식사를 하고 방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제갈 가주가 나를 찾아왔다.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 어제 와룡우체국에 갔었나?”
“예. 거기 국장이 제 친구입니다.”
“허헛. 거 참. 태백문의 전승자에, 신비객의 진전까지 이은 사람이, 이계인인데다 만박노조와도 친분이 있고, 와룡우체국장과 친구? 어제 하현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신의 무공도 상당하다던데?”
흠. 이 영감님 내 비밀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계시는걸?
아. 태백문... 그동안 태백문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어서 신룡무를 찾아야 하는데...
“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뭐 굉장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에잉... 일단 그건 그렇고, 좀 전에 와룡우체국에서 사람이 왔네. 자네를 찾아 왔다고 하더군.”
“아. 그렇군요. 국장이 이쪽에 온 모양이죠?”
“허허. 내가 그런 것을 어찌 알겠나? 지금 객청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가 보세나.”
와룡우체국에서 나왔다는 손님은 푸근한 인상을 한 40대 아저씨였다.
“안녕하십니까? 세한님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아. 제 소계를 드리죠. 전 와룡우체국 태안지부장인 박찬기라고 합니다. 세한님이 오셨다고 보고 드렸더니 당장 가서 모셔 오라고 하시던데요? 어서 가시죠. 늦게 가시면 저희가 혼납니다.”
오... 지부장을 집적 보내다니 영균이 답지 않잖아? 뭔가 급한 일이라고 있나?
* * *
지부장이 준비 해 온 마차를 타고 와룡우체국 태안지부로 향했다. 마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커다란 문이었다. 마차가 5대는 동시에 드나들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가 어제 갔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하. 그렇습니다. 거기는 태안3영업소죠. 이곳이 태안지부입니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죠?”
“그렇군요.”
건물들은 크고 아름다웠다. 기이하게도 건물들 중 몇몇 곳들은 판타리아의 양식대로 지어져 있다. 주변의 건물들과 묘하게 언밸런스하면서도 잘 어울렸다. 꽤 중요한 건물인 듯 주변에 다양한 마법트랩들이 눈에 보였다.
“저긴 뭐하는 건물이죠?”
“저곳이 바로 우리 와룡우체국의 자랑거리죠. 물건들을 이동시키는 마법진이 그려진 건물이거든요.”
“아. 그렇군요.”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양쪽으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대충 둘러보니 왼쪽에서는 표물을, 오른쪽에서는 돈을 취급하는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저 많은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 해치고 들어가나 고민하고 있는데, 지부장이 우리를 옆에 나 있는 조그마한 문으로 이끌었다.
“세한아~ 이게 얼마만이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다다다 달려와서 덥석 안기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 이름 하여 유키였다.
“어? 유키. 네가 여기 왜 있어?”
“아힝. 2년 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그게 무슨 말이야아아!! 나야 당연히 마이 달링이 있는 곳에 있는 것 아니겠어?”
뭐... 뭐시라? 마이 달링? 이 녀석 왜이래?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영 적응이 안 된다. 그 때 유키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어서 와.”
“효린이네? 오랜만이다.”
“응. 우체국장을 찾아 왔다면서? 무슨 일로?”
“아. 나야 영균이가 있나 해서 찾아 봤지. 설마 네가 우체국장인거야?”
“응. 그것 때문에 판타리아에서 마법진을 배운 걸... 영균이는 이곳에 없어.”
허... 그런 건가? 효린이 마법진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솔직히 좀 서운하다. 그런 이야기 미리 해줘도 되잖아. 거기다 뭐야 저 태도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영균에게 이야기 들었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사업들 네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라며?”
“하하. 뭐 그런 거지.”
“우릴 도와주지 않겠어? 네 능력이라면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아냐. 난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효린... 많이 변했구나. 예전부터 조금씩 변해 간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나. 나. 세한이랑 나갔다 와도 돼?”
꿈찍한(오타 아님!) 표정을 지으며 효린에게 아양을 떠는 유키. 아~ 정말...
“마음대로 해. 난 그럼 바빠서 먼저 들어갈게.”
“가자가자 세한아.”
우리는 그렇게 쫓겨나듯 우체국에서 나와야 했다.
* * *
“미안해. 요즘 안 풀리는 일이 좀 있어서 효린이 날카로워.”
풀죽은 목소리로 내게 사과하는 유키.
“아냐. 왜 네가 사과하고 그래? 그나저나 효린과는 잘 되어 가나보네? 달링이 어쩌고 하더니?”
“그렇지도 않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빼앗겨 버릴 것 같아서... 아 실례했어요. 저는 중원일보를 책임지고 있는 유스케 라이너라고 합니다. 유키라고 불러 주시면 되요. 그럼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 제갈가의 청령입니다.”
“나는 녹림에 몸담은 하현이오.”
“아. 지혜로운 꽃 혜지와 호걸 하현소협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기쁜걸요?”
저 녀석의 아부신공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수준이란 말야? 덕분에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언제나 유쾌하기 그지없던 유키의 눈빛 속에 비친 그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이 때... 이 때라도 뭔가를 눈치 챘다면, 그랬더라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
* * *
다음날 하현과 청령은 정말 회사로 나를 찾아왔다.
“안녕? 난 김승연이야. 여긴 강하현.”
실제로 만난 하현은 의외로 헌남이었다. 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순식간에 산적에서 신사로 둔갑해 버렸네?
“안녕. 나는 세한. 알지?”
“응. 세한오빠는 게임 속에서나 똑같네? 보통은 조금씩 바꾸던데...”
“하하. 그래? 그러는 승연이도, 게임이랑 똑같은걸?”
청령은 아니 승연은 정말 게임 속에서와 같은 이미지였다.
“세한아. 나는?”
“너 누구냐? 난 산적 친구밖에 모르는데, 어째 이상한 사람이 여기 있는 거지?”
“이익. 너무하는 거 아냐? 아무리 내가 산적이라지만...”
“하하하”
우리는 함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아. 강이사님. 여긴 어쩐 일로...”
우리가 화기애애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강이사님.
“어쩐 일은. 내 동생이 와서 얼굴이나 보려고 왔어요. 그러는 세한군은 왜 여기에?”
“누님 오셨어요?”
“은희언니.”
아. 하현의 누님이 이 회사 이사라고 하더니... 그래 하현의 성이 강씨일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크윽.
이상하게 이 강은희이사와는 처음 만남부터 유쾌하지가 못했었다. 지금도 현실에서는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 베스트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지난번에 피이스를 빼앗아 간 일 등 매번 좋은 인연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평가하는 강이사님은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오메가를 지나치게 신뢰는 모습이 지금의 원로원과 다를 바가 없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강이사님과 친해질 기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현. 네가 만나러 왔다는 사람이 세한군인가 봐?”
“네. 누님. 오메가에서 우연히 만났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럼 동생 얼굴을 봤으니 난 가 볼게. 승연이도 잘 놀다 가.”
“아. 아닙니다.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셨는데 이야기라도 나누세요. 전 이만 올라가 볼게요. 하현이 승연이 다음에 또 보자. 어차피 게임 안에서 조만간 보겠지만, 후후.”
쩝. 어째 좀 서먹해져 버린 것 같네? 뭐 괜찮겠지. 가서 게임이나 하자.
이렇게 나의 첫 번째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는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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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쳅터는 제목을 놓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떤 소제목을 달아야 느낌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요.
뭐 결국은 이렇게 되었군요. ㅋㅋ
한편 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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