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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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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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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1)

DUMMY

태초에는 빛과 어둠 그리고 나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내가 한 세계를 창조하자 그곳은 아주 오랜 시간 후에 ‘인간계’ 라고 불리워지게 되었다.


-야쿱의 회상록 중에서 -



*****



“저기야?”


말을 뱉은 백야단의 단장 용기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와 깊은 산 속의 차디찬 밤공기 속으로 흩어져 갔다.


“네 단장님. 저기가 율곡부대 라고 불리우는 제 22 보병사단의 3대대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장소랍니다.”


“흠...”


용기는 율곡부대의 3 대대가 구축해 놓은 방어 진지를 보며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고지의 능선을 선점해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방식은 인간들끼리의 전쟁에서는 훌륭한 전술이지만, 사격 시야 확보를 위해 전방에 나무를 전부 잘라내고, 저렇게 나무도 숲도 없는 오픈되어 있는 형태의 진지라니. 저건 오히려 요괴놈들이 좋아할 만한 전장이야. 위험해.’


“서둘러야겠어. 먼저 갈께!”


용기는 산 꼭대기에서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며 외쳤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있던 수십 명의 백야단 대원들도 밤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순간 그들이 걸치고 있는 검은색의 장포가 계곡에서 올라오는 강한 바람에 일제히 펄럭였다. 그러자 그들이 대형을 맞춰 하늘을 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흑붕이 날개를 활짝 펴며 달빛을 만끽하러 날아 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



율곡부대의 3대대가 만든 방어 전선에서 제 2진의 가장 오른쪽 참호 세 개에 들어선 자신의 소대원들을 서은경 소대장은 하나씩 돌아보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뽀드득!


그녀는 자신이 밟은 눈덩이에서 나는 소리에 마치 지뢰를 밟은 것처럼 순간 온 몸을 경직 시키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이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자 그녀는 다시 주변을 조심히 살피며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야밤에 손전등 하나 없이 달빛에만 의지해서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특별히 그 장소가 남의 나라 땅이라면.


“젠장. 남의 나라에 와 있어서 그런지 배가 더 고프네.”


은경은 갑자기 혼자 낮게 중얼 거리며 어둠에 묻혀 있는 산 아래 쪽을 돌아 보았다.


그랬다. 서은경 소위가 속한 부대는 현재 북한 원산시 근처에 있는 ‘여왕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럽을 순식간에 제압한 요계의 군대가 러시아와 중국군을 차례로 격파하며 한반도로 빠르게 내려오자 남북한은 군사 합동 작전을 펼쳐서 함께 요괴들에게 맞서 싸워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만 ‘합동’인 작전들은 대부분 각자 따로 전선을 만들어서 요괴들과 싸우는 것에 불과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십 년을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연습 한 번 해보지 않은 합동 작전이라니.


아무튼 그들의 연합 전선은 순식간에 밀려 내려와 이제 이곳까지 와버렸고, 은경이 속한 부대는 저 멀리 보이는 불빛들이 있는 곳에 위치한 북한의 원산시의 서쪽 지역 방어를 맡고 있는 육군 제 12 보병사단인 을지부대의 옆구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가?!”

“아따~ 이 사기꾼 새끼가 이젠 사람도 칠려는 갑네? 워메 무서워 디지겄다야. 아야 씨게 때려라잉? 그래야 내가 의과사 제대를 지대로 해분께. 음마? 얼른 안치고 뭐한다냐?”

“김상병. 이 새끼야! 목소리 낮추고 뒤로 물러나! 아저씨도 그 손 빨리 놔요.”


은경의 귀에 고함을 지르고 있는 이들이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맨 오른쪽 참호로 빠르게 뛰어갔다.


“황석찬 병장! 이게 무슨 소란이야?! 조용히 안시켜?!”


그녀는 참호에 도착하자마자 분대장인 황석찬 병장에게 낮으면서도 엄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참호에 있던 병사들은 순신간에 입을 다물며 소대장에게 거수경례를 해보였고, 서로 멱살을 잡고 있던 두 명의 병사도 씩씩 거리기는 했지만 일단 떨어졌다.


“김호철 상병. 이 자식. 너 여기 뭐 단합 대회 치르러 놀러 나왔어? 응?! 여긴 전쟁터야. 전쟁터!”

“알지 말입니다. 소대장님. 근데 이 자식이 구라를 허벌나게 까부러 분위기를 자꾸 흐트링께 제가 자제를 좀 해달라 이렇게 예의있게 말을 혔는디, 이 자식이 갑자기 느자구 없이 내 멱살을 잡아붕께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거짓말 하지마 이 새끼야! 니가 언제 예의있게 말을 했어! 아가리 싸물어라 라고 했지!”

“한기만 예비역 병장!”


은경은 오히려 자신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지만 지끈 거리는 골치에 이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며 한 숨을 내쉬었다.


요괴들과의 전쟁이 터지고 대한민국 정부는 비상조치를 취해 예비군 기간을 8년에서 12년으로 늘린 후, 무차별적으로 모든 예비역들을 현역으로 복귀 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이 평탄 하지는 않았다. 요괴들에게 서양 대국들이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패배하자 한국 전역에 마치 무정부 상태인 것처럼 소동이 일어나 대혼란에 휩싸였고, 모두들 피난 가느라 징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된 죄수들 중에서도 12년으로 늘어난 예비군 기간에 해당되는 이들을 전부 소집 했는데, 한기만은 예비역 10년차였기에 그도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이곳으로 끌려온 상태였다.


하지만 한기만은 이 소대에 부임한지 며칠이 되지 않은 은경이 보기에도 골칫 덩어리였다.


연예인으로 데뷔 시켜 주겠다고 어린 소녀들과 부모들에게 사기를 쳐 돈을 가로채는 것도 모자라, 그 어린 소녀들을 성상납을 사용하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성폭행도 저질렀던 사람이었는데, 그는 음모론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소대 분위기를 자주 해쳤다.


‘사실 요괴라는 것 따위는 없다. 정부가 뉴스를 조작해 국민들을 동요 시키고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음모다!’


이게 한기만이 주장하는 음모론이었다.


은경은 그의 주장이 맞다면 터키 지역으로 파병나간 대한민국 해병대 3만여 명은 어째서 연락이 되지 않는 거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가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자신이 이 소대에 부임한지도 며칠되지 않았기에 일단 참아오며 직접 입 밖으로 꺼내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너희들. 하루에 건빵 한 봉지만 먹은지 벌써 이틀인데 아직도 배에 기름기가 많이 남아돌아 서로 언성 높여 말싸움을 할 힘이 있나본데. 자꾸 이딴식이면 내일 온다는 보급에서 너희들은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대한민국 전체가 대혼란에 휩싸이자 물류 시스템도 완전 마비 직전까지 온 상태였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는 아직 식량이 남아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송과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북한에 와있는 은경의 부대는 ‘밥’ 이라는 것을 먹어 본 지가 벌써 이틀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만 내일 아침에 북한 원산항으로 식량을 실은 대한민국 해군 함대가 입항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어 병사들은 배를 곯는 와중에도 내일 아침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소대장이 국물도 없을 것이라는 엄포를 하니 참호에 있던 소대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사색이 되어 한기만과 김호철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소대장님. 그게—”


쾅! 콰콰쾅!


황석찬 분대장이 대신해서 뭔가를 말하려던 찰나에 방어 1진 앞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요괴다!” “요괴들이 몰려온다!”


슝!

하늘에 갑자기 조명탄이 쏘아져 올랐다.


“뭣들해! 다들 총 집어! 전투준비!”


은경은 멍하니 지뢰로 심어놓은 크레이모어들이 터지면서 어둠을 밝히는 모습을 바라 보기만 하는 소대원들에게 외치며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K6 중기관총이 설치된 곳이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중대별로 각 한 대씩 배급되어 있었고 이 기관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대대장의 특별 명령이 있었다.


그녀가 간부 회의에서 들은 바로는 요괴들은 ‘호신강기’ 라는 것을 사용해 신체 주위에 방어막을 치는데 그게 너무 단단해 20mm 구경 이상의 기관포가 아니면 뚫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20mm 구경 이상의 기관포들이 구하기 쉬운 무기는 절대 아니었기에, 육군 본부에서는 12.7mm 구경인 K6 중기관총을 주로 배급하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2.7mm 구경의 총알이 요괴들의 호신강기를 단번에 뚫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어 요괴들의 접근을 뒤로 물리는 효과를 낼 수 있고, 또한 일반 소총들과 화력을 집중하여 호신강기의 같은 점을 연속해서 때리다 보면 마침내 뚫어낼 수도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그렇기에 K6 중기관총은 매우 중요한 무기였고, 전투 발생시 그 중기관총이 설치된 주변을 소수의 방어 병력을 이끌고 지켜내는 것이 서은경 소위에게 주어진 임무 중의 하나였기에 그녀는 제자리를 찾아 열심히 뛰고 있었다.


“으악!”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이 뛰어가고 있는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방어 1진의 소총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데 2진 후방에 벌써 적이 나타났다고? 어떻게?! 요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일까?


은경은 계속 달리면서도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진짜 요괴들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무슨 수퍼 히어로처럼 몇 십미터를 점프해서 공중 높이 올라가 사격망을 피했다가 바로 방어 2진의 후방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화아아아!


은경과 지척에 있던 화염 방사기를 든 병사가 공중에서 내려오는 요괴들을 향해 엄청난 화염을 쏟아내는 모습이 잠깐 그녀의 옆 눈에 비춰진다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엄청난 폭발과 함께 그녀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화염 발사기 통이 한 요괴의 검에 베어져 폭발하자 그 충격에 그녀가 산등성이 아래로 튕겨져 나가며 머리를 한 돌부리에 부딪친 결과였다.



*****



“헉...헉...”


황석찬 병장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등에 업고 있는 자신의 소대장을 살리기도 해야 되지만, 자신도 죽고 싶지 않았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자신이 속한 3대대가 설치한 방어진들이 요괴들에게 무너지는 것은.


자신이 총을 쏘기 시작 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후퇴하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순간 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는게 그의 느낌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비명 소리와 피냄새가 전장을 가득 채웠고, 조명탄 불빛에 쓰러져 가는 전우들이 보였지만, 황석찬은 일단 같은 참호에 있던 소대원들을 데리고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몇 십미터 뛰다가 뒤를 돌아보니 정말 무슨 귀신에 홀린 것처럼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소대원들이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당황하며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었는데 그때 옆구리가 날카로운 것에 크게 베어지는 것이 느껴지더니 그는 어느새 산등성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 왔지만 정신을 놓지 않았던 그의 눈에 산등성이 아래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소대장을 보였고, 이제는 그녀를 등에 업은 채 계속 산을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서 소위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서 소위님!”


그는 은경을 깨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은경은 머리에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왼쪽 팔과 다리에는 꽤나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도 계속 소대장을 업고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옆구리에서 피가 자꾸 흘러나와 바지를 흠뻑 적시는 상황이었고, 이대로 피를 계속 흘리면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기에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도대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석찬은 원래 박격포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갈려고 하였다. 자신이 듣기로는 박격포 부대는 자신의 22보병 사단과 원산시를 방어하는 12보병 사단의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어 양 쪽 부대를 동시에 지원하다고 했기에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가면 결국 원산시의 위치한 대규모의 방어 병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문제는 이제 그 박격포 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줄기차게 들려오던 소총 소리도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이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것은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 소리뿐이었다.


“어...어!”


칠흑같은 어둠 속을 걷던 석찬이 발을 잘못 디뎌 땅을 뚫고 나온 나무 뿌리에 걸리는 바람에 다시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은경은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전에 무슨 바톤 터치 약속이라도 했는듯 이번에는 황석찬 병장이 의식을 잃고 서은경 소위가 정신을 차렸다. 물론 석찬은 사실 과다 출혈로 의식을 잃은 것이었고, 은경은 또다시 구르는 충격에 의식을 되찾은 것이긴 했지만.


“황병장! 야 임마! 황석찬 정신 차려!”


의식이 돌아온 서은경은 온 몸이 부서져 나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잠깐 두리번 거리다가 석찬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기어가 그를 깨워 보려고 하고 있었다.


워낙 전투 초기에 의식을 잃어 버리는 바람에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현재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유추해 보는건 그다지 어려운게 아니었다.


‘분명 거의 전멸 당하고 퇴각하는 상황이겠지?’


그녀는 잠시 누워서 심호흡을 크게 몇 번 들이킨 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왼쪽 팔과 다리는 화상에 사용하기가 힘들었기에, 그녀는 오른쪽 팔과 다리만 이용하여 가까스로 석찬을 부축해 일으키고는 한 발 한 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부스럭!


저 앞에 우거진 나무들이 거의 없어서 달빛이 비춰지는 공간에서 무슨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은경은 손을 뻗어 허리춤에 걸려 있는 권총을 잡고 싶었지만 그녀는 왼손이 움직이지 않기에 남은 손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단 우뚝 멈춰서며 제발 상대가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자신과 황병장을 찾지 못하길 빌었다.


“어...저 사람은...야! 한기만!”


하지만 그 달빛 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여기와서 빨리 도와줘! 황병장이 상태가 좋지 않아! 빨리!”


하지만 한기만은 은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잠시 바라 보다가 곧바로 반대편을 향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야! 이 개자식아! 도와 달라니까 어디가!”


은경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한기만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사기꾼과 강간범이라는 경력을 가진 자도 ‘개자식’ 이라는 욕에는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바닥에 침을 한 번 뱉고는 은경을 향해 답을 하기 시작했다.


“어이. 서은경이. 내가 너 보다 십년 이상 더 이 세상을 살아본 경험으로 충고를 해주면 말이야. 너도 빨리 그 등신같은 황병장을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 계속 도망가는게 좋아.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고.

왠줄 알아? 당신 같은 장교를 생산해 내기 위해 들어간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얼마일것 같아? 당신에게 소위라는 계급장을 달아주기 위해 그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 당신이 지켜 달라는 조국은 지키지도 못한 채 여기서 낼름 뒤져봐. 그럼 그 세금 낭비는 누가 책임지나?

그러니 버릴 놈은 버리고 일단 살아. 국민들의 세금을 위해서. 나도 그럴테니까.”


말을 마친 그는 반대편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단말마의 비명이 들린다 싶더니 뭔가 다시 데굴데굴 굴러 달빛 속으로 들어왔다.


“한...기만!”


그건 바로 한기만의 목이었다. 그리고 요괴들 세 명이 달빛속에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키는 2미터 가까이 되어 무척 장대했고 얼굴은 붉은색 털을 지닌 여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두 발로 선 채로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었다.


‘아니. 검이라고 부른다고 했지.’


은경이 간부 회의에서 들은 바로는 칼이라는 단어보다는 검이라는 단어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그쪽 방향에도 어느새 요괴 세 명이 어둠에 모습을 감춘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끝장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심하게 요동치게 만들면서도 머리속에 스치는 생각이 왠지 그녀에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왜 이 요괴들은 자신의 주위를 포위만 할 뿐 바로 공격해 들어오지 않는 거지?


“나 때문이니까 너무 놀랄 것은 없어요.”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마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어이 너희들 요계 3군단의 8사단 애들 아니냐? 나한테 저번에 덜 맞아서 그런가 눈에 힘이 팍팍 들어가 있다? 응?”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요괴들의 언어로 말을 하며 달빛과 어둠의 중간 지점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은경은 요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요괴가 아닌 인간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은경은 절반의 모습이 어둠에 잠겨 잘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자기 자신이 공중에 붕 하고 떠오르는게 느껴졌다.


“어...어?”


하지만 자신이 어 라는 단어를 마치기도 전에 자신과 황병장은 어느새 달빛이 비춰지는 공간으로 옮겨져 있었고 아까 그 사람이 손가락으로 황병장의 몸 여러 군데를 찌르더니 금세 그의 피를 멈춰 세웠다.


“누...누구신지?”


“홍용기라고 해요. 일단 급한 응급 조치만 여기서 하고 바로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하죠.”


은경은 자신의 화상 부위에 뭔가를 바르는 용기라는 남자의 옆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갑자기 화상 부위가 시원해지고 편안해 지는게 느껴지자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요괴들이 저리 노려보고 있는데...”


은경이 주위를 두리번 거려 아직도 자신들을 매섭게 내려다 보고 있는 요괴들을 잠깐 살펴보며 말했다. 어느새 요괴들의 숫자가 대략 20명으로 늘었다.


“괜찮아요. 저 자식들 제 실력을 알기에 저 숫자로는 어림도 없을것 같아서 추가 지원 병력을 기다리는 거에요. 귀엽죠? 하하.”


“네?!...아...네...”


은경은 자신을 치료해 주는 용기라는 남자가 고맙긴 했지만 그의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굴 피부로 보아 적으면 십대 후반, 많으면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런 앳된 얼굴의 남자가 이런 절박한 생사의 고비에서 웃음을 지어 보이다니. 그냥 단순히 미친 놈일까?


“어이. 이제 다왔어? 뭐야 고작 24명이야? 뭐 그래도 할 수 없어. 난 이제 가야 되니까. 더이상 안 기다려 줄꺼야.”


응급 치료를 마치고 손을 털며 일어서는 용기가 다시 요계어로 말을 했고, 곧이어 그의 손이 번쩍 거렸다.


“큭!” “커억!”


그리고 비명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근처에 있던 모든 요괴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은경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눈에는 용기의 손이 젼혀 보이지 않았다.


뭔가를 던지는것 같기도 했는데 너무 빨라 무엇을 던지는지 도대체 손이 몇 번이나 움직인 것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요괴가 죽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니 그녀가 그렇게 놀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 이제 안전한 곳으로 갈께요. 이동시에 흔들릴 수도 있으니 지금은 잠시 주무세요.”


용기가 은경의 뒷덜미에 손을 잠깐 대는가 싶더니 은경은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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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죽음의 안개와 함께 (2) 22.04.05 199 8 13쪽
215 죽음의 안개와 함께 (1) 22.04.04 19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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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적의 약점을 찾아라 (3) 22.04.02 206 9 11쪽
212 적의 약점을 찾아라 (2) 22.04.01 215 9 12쪽
211 적의 약점을 찾아라 (1) 22.03.31 215 9 14쪽
210 마족과의 격전 (2) 22.03.30 208 9 14쪽
209 마족과의 격전 (1) 22.03.29 207 9 15쪽
208 요계의 숨겨진 비밀 22.03.28 225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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