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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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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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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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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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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7쪽

요계의 숨겨진 비밀

DUMMY

서걱!


".....!!"


달빛에 살짝 비춰진 뭔가가 잠깐 번쩍거린다 싶더니 늑대족 요괴가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른 채 쓰러졌다.


아마도 그는 죽기전에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짧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입을 꽉 막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런 모습은 인드리크가 자리를 비운 요계 14군단의 본거지로 쓰이고 있는 미국 댈러스의 한 커다란 건물 내부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달빛에 아스라이 비춰지며 퍼져 나가는 그 모습은 마치 회색의 거친 바람이 건물 내부에 소리없이 몰아치는 형국이었다.


[레크라 부대장님. 퇴로 확보 작업이 완료 되었습니다.]


[알았다. 대기하라.]


무음의 회색 바람을 일으키며 주인이 자리를 비운 집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진풍대였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부대장인 레크라.


그녀는 자신이 노려보고 있는 철문 넘어가 마지막 목적지가 확실하다는 생각에 더 이상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결단을 내렸다.


쾅!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굉음이 들리며 철문이 뜯겨져 나갔다.


그 문 뒤에 있던 여섯 명의 경비병들은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외쳤다.


“적...적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스스스슷!


그들은 목소리를 낼 수는 있었지만 레크라의 양옆으로 쏟아져 들어온 다른 진풍대 대원들의 칼날에 단숨에 베어지며 허리춤에 걸려 있던 무기를 꺼낼 새도 없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레크라는 진풍대 대원이 열은 복도의 한 방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대장님. 모시러 왔습니다. 가시죠.”


“레크라. 날 구한답시고 그냥 명령에 복종하며 충실히 경비를 서던 무고한 동족을 살해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와헤드의 목소리는 엄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의 모습은 제법 평온해 보였다. 고문을 당한 흔적도 없어 보였고, 갇혀 있는 방의 내부도 제법 깔끔했다.


“책임은 전부 제가 지겠습니다. 다른 진풍대 대원들도 전부 제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하지만 죄값은 대장님을 여기서 무사히 모시고 나간 후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파리에서 발생한 미사일 폭격, 엘리제 궁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커다란 폭발,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박한 전투 상황, 헤븐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야단의 사투등에 대해 빠르게 요약해서 와헤드에게 알려 주었다.


우두둑!


항상 침착하던 와헤드가 목 전체의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입을 앙다물며 주먹을 불끈지자 그의 주먹에서 마치 뼈가 부서져 나가는 듯한 강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드리크. 이놈이 감히! 앞장서라. 헤븐 아일랜드로 간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런던으로 가시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먼저다.”


“대장님!”


레크라는 방을 나서려는 와헤드의 등에 대고 외쳤다.


“총사령관님이신 마브카님이 위험하십니다! 그분은 대장님과 형제 사이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와헤드는 고개를 반쯤 돌려 레크라를 지긋이 내려다 보았다.


“마브카 큰형님은 언젠가부터 명예롭게 은퇴하거나 또는 명예롭게 죽을 자리를 찾으러 다니셨지. 만약 큰형님께서 오늘 그곳에서 전사하신다면 그런 명예스러운 자리에 내가 있을 곳은 없느니라...나같은 미운 오리 새끼는 말이다...”


와헤드는 마지막 말을 나직히 흐리며 마무리 짓고는 휙 돌아 복도를 빠르게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크라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른 진풍대 대원들과 함께 와헤드를 호위하며 미리 확보해 둔 퇴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노호풍낙화(怒虎風落花)!”


콰콰콰콰쾅!


아미파의 명성을 대표하는 난피풍검법의 제9초식인 노호풍낙화가 현정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자 수십 개의 커다란 검환들이 미친듯이 움직이며 막아서는 호랑이족 요괴 여섯을 한꺼번에 저승으로 보내 버렸다.


“이...이럴수가...”


호랑이족 요괴들은 ‘검환’ 이라는 무림의 용어를 알지 못했지만, 방금 현정이 보여준 강기를 동그랗게 말아 날리는 기술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검강의 경지보다 더 높은 경지임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현정의 실력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무 명에 가까운 호랑이족 요괴들의 시체들로 증명된지 오래였다.


“네놈들이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챘으면 이제 그만 그 아이를 네게 보내거라. 그럼 나도 의미없는 살육을 멈추고 이 자리를 뜨겠다.”


현정의 차가운 말투에는 노여움이 가득했지만, 사실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통신 단검을 통해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들.


자신의 제자인 요안나가 가담한 신계 4군단의 처절한 전투 상황은 말 할 것도 없이, 요계 최강 부대인 호천신연대에 의해 막혀 버린 신계 2군단 본대의 진격, 또 다른 함정에 빠진 비슈누의 신계 3군단, 그리고 친분이 있던 선인들의 죽음. 특힌 친분이 두터웠던 엘시드의 전사 소식은 그녀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뒤로 돌아 전장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자신의 임무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게 그녀가 활동하던 강호의 법칙이었고, 그 세계를 떠나온지 수천 년이 되었지만, 그 법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라고 믿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약속한 이 임무를 반드시 마쳐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녀의 양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고, 그래서 그녀는 그런 분노, 슬픔, 원통함, 다급함 등등의 복잡한 심정이 담긴 검을 뿌려댔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이제 단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빠르게 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현정은 미친듯이 앞을 가로막는 요괴들을 베어내며 드디어 애타게 찾던 목적지에 도착한 터였다.


“베르크 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저희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보겠습니다!”


이제 절반으로 줄어들어 스무 명 남짓 남은 호랑이족 요괴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요괴가 자신이 등 뒤에 지키고 있는 요괴에게 소리쳤다.


“아니. 이제 그만.”


뒤에 가만히 서있던 이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붉은색의 털을 가진 호랑이 요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는지 다른 요괴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고, 굉장히 젊어 보이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요괴치고는 매우 잘생긴 얼굴에 늠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요계왕 드마케르의 숨겨진 아들인 베르크였다.


“내가 가겠다. 의미없는 희생은 더 이상 필요없다.”


“안됩니다! 베르크 님!”


“됐다! 저 선인이 나를 죽일 생각이 없고 그냥 볼모로써 데려가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거짓을 말 할 이로 보이지는 않으니 믿어 보겠다. 어떤가 선인? 믿어도 되겠는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침착한 태도와 목소리로 현정을 바라보는 베르크. 현정은 검을 내리고 베르크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어 외쳤다.


“네 녀석이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절대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점은 나의 목을 걸고 약속하지.”


“좋다. 그럼 당신과 함께 가도록 하겠다.”



*****



소천은 현정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또 다른 산을 넘었다.


전장에서의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친분이 있던 수많은 선인들이 전사하자 용기가 부탁한 임무를 수락했던 자신을 탓하며 후회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현정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방식을 택한 그였다.


하지만 그 과정이 현정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은 찾아야 하는 목표물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계속 이어지는 민둥산으로 자신의 흔적이 쉽게 드러나자 따라붙는 그리고 앞 길을 막아서는 요괴들의 숫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앞길을 막아서는 요괴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군.’


소천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게 덤벼오는 요괴들은 처음 보는 요괴들이 많았다.


자신이 익숙한 늑대족, 여우족, 거미족, 독수리족, 부엉이족 요괴들이 아닌, 다른 종족의 요괴들. 그중에는 말족, 원숭이족, 퓨마족들도 보였고, 요계 군대에 속한 전사들에 비해 월등히 강한 요괴들도 꽤나 섞여 있었다.


특히나 바로 전에 만난 곰족 전사들은 그 커다란 덩치에 걸맞는 파괴력과 예상치도 못한 빠른 움직임에 포위망을 뚫어내는 데에 꽤나 시간을 잡아 먹기도 했었다.


‘후우~ 저 산을 넘으면 뭔가 보일려나?’


소천은 이제 넘을려는 산의 정상을 올려다 보았다.


이번 산은 여태 넘어온 산에 비해 무척 높았다. 아마도 이 산의 정상에서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게 그의 희망이었고, 왠지 그럴것 같았고, 그리고 제발 그래야만 했다.


사실 그동안에 계속되는 전투와 빠르게 이동하느라 경공을 쉴 새 없이 사용한 여파로, 이미 내력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지 꽤 되었다. 잠시라도 휴식이 필요했지만, 그걸 여건도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훗. 생각해 보면 자연경에 올라선 지 그 오랜 세월이건만, 내력의 바닥이 점점 드러나는 이런 색다른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군.”


그는 냉소를 잠깐 지어보이고는 다시 앞길을 막는 요괴들의 머리통들을 단숨에 박살내며 그 높은 산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 저놈을 잡아라!

- 이 산을 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 저놈도 지쳤을 것이 분명하다! 계속 밀어부쳐라!


요괴들이 미친듯이 발악을 하면서 덤벼들어 그의 발목이라도 잡아 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림없다 이놈들!"


퍼퍼퍼퍼펑!


하지만 요괴들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천의 피부에 생채기 정도 내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백결신장(百結神掌)!"


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르릉


산의 중턱 쯤에 오른 소천은 개방의 무공에서 가장 광범위한 공격을 펼치는 백결신장을 시전해 뒤로 날렸다.


그러자 그 거센 기운이 드넓게 펼쳐지며 몰려오는 요괴들을 쓸어버리더니 산 중턱을 커다랗게 움푹 파내어 버렸다. 그리고 그 여파로 지축을 뒤흔드는 대형 산사태를 만들어내며 산 아래쪽에서 쫓아오는 요괴들의 무리들도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슈우우우우


그리고 뒤로 날린 백결신장의 반동을 이용해 산 정상까지 단숨에 날아가 도착한 소천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이것인가? 이놈들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하던 것이?”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거대한 바다와 그에 걸맞는 거대한 둑이었다.


어쩐지 공기중에 짠내가 섞여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전투중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어 그냥 처음 보는 요괴놈들이 뿜어내는 악취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 치부하고 넘어 갔었다. 그런데 이런 산세 속에 진짜 바다라니? 그리고 그 바다가 산을 집어 삼키는 높이라니?


요괴들은 산 전체를 둑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산과 산 사이에 높이가 낮은 골짜기들은 베어온 나무들과 바위들로 메꾸었는데, 저멀리 1차 둑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보이는 둑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서 바다물이 밀려 들어오기 일보 직전처럼 보였다.


그 뒤에 더 높이 쌓아올린 2차로 형성해 놓은 듯한 둑은 산들의 정상 부분에 보수 작업이 진행중인 것처럼 보였고, 그 뒤에 3차로 형성되고 있는 둑은 꽤나 높은 산들을 이용하여 둑을 만드는데 한창이었다.


십수만은 되어 보일듯한 개미족, 소족 요괴들이 달라붙어 작업이 한창이었고, 곳곳에 감독관으로 보이는 늑대족이나 여우족 요괴들도 보였다.


“보신 소감이 어떻소?”


소천은 옆에서 들려오는 늙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잠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는 하나 요괴들이 지척에 이르기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상대가 상당한 고수라는 이야기였기에 소천은 자신의 옆에서 등장한 코뿔소 요괴들 스무 명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기운을 체내로 갈무리하여 숨겨 밖으로는 그냥 평범하게 보일 정도라면, 적어도 현경 중급 이상이라는 이야기인데...”


소천은 코뿔소 요괴들에게서 들어나 보이는 기운을 측정하기가 힘들자 일단 싸워봐야 알겠다는 생각에 그들이 들고 있는 쌍도끼 무기들에게 유심한 눈길을 보냈다.


“당신이 이미 모든 것을 봐 버렸으니, 우린 이제 당신을 막지 않을 것이오. 우리의 임무는 저 비밀을 지키는 데에 있으나 이미 실패했으니, 굳이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소.”


다시 한 번 아까의 그 늙은 목소리가 한 코뿔소 요괴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리고 그 요괴는 양손에 들렸던 쌍도끼를 다시 허리춤에 차고는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만드라고 지시했다.


그 명령에 나머지 요괴들이 늙은 코뿔소 요괴와 소천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서며 다가오는 요괴들에게 살기를 강하게 내뿜었고, 그러자 소천을 쫓아오던 다른 요괴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주춤거리다가 뒤돌아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하고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


소천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어 먼저 물었다.


“듣고 싶지 않소? 저 바다에 얽힌 비밀을?”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유는?”


“당신을 막지 못해 비밀이 드러났으니, 그 죄값으로 이제 우리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오. 그러니 비밀 하나 털어넣고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지 않겠소?”


“너희 스무 명은 나를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막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은 착각인가?”


소천의 말에 그 늙은 요괴는 흘흘흘 하며 웃더니 근처에 있는 바위턱에 털썩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건 저주요. 요계 전체가 바다물에 잠기기 전에는 멈추치 않는 종말의 저주...”


초창기의 요계는 원래 주인이 없었다.


다만 신들이 요계로 와 요괴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과정에서 훌륭한 지도자의 중요성이 알려졌고, 신들은 강하면서도 영특함을 골고루 갖춘 사자족 요괴들을 요계의 수장으로 추천했다. 그리고 많은 요괴들이 동의하면서 사자족의 요괴가 요계의 초대 왕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사자족은 요계를 평화롭게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무리들까지 용서하는 자비로움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자족이 요계 전체를 군림하기 위한 내부 전쟁이 시작 되었고, 그 와중에 사자족에게는 뱀족과 코뿔소족이라는 강하고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하지만 신들의 간섭에 의해 어부지리로 왕좌에 오른 사자족이 무척 못마땅했던 호랑이족 요괴들은 반대 세력을 키웠고, 그 와중에 늑대족과 여우족 그리고 독수리족을 그들의 우군으로 흡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사자족이 이끄는 군대와 호랑이족이 이끄는 군대의 전쟁. 그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압도적인 숫자 우위를 점했던 호랑이족의 군대였다.


그러나 호랑이족은 승자의 관대함 같은 것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지 사자족에 붙었던 모든 종족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삼아 버렸고, 사자족을 도와 기괴한 술법으로 전투 때마다 골치를 안겨 주었던 뱀족은 아예 씨를 말려 버렸다.


“술법?”


“그렇소. 혼계에서는 그걸 ‘마법’ 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기는 했소. 아무튼 저 바다는 멸종에 이른 뱀족이 펼친 마지막 술법이오. 그들의 원통한 저주가 담긴...”


자신들을 모두 죽이고 후손까지 남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호랑이족에 대한 분노로, 살아남은 뱀족들은 호랑이족과 그들이 앞으로 군림하게 될 요계 전체를 저주하기로 했고, 그들의 피를 댓가로 행해지는 최고의 술법으로 그 저주를 만들어 내고는 모두 죽고 말았다.


그렇게 바다가 요계 전체를 집어 삼키는 저주는 시작되어 계속해서 천천히 진행 되었고, 현재까지 그 누구도 그 저주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산 전체를 둑으로 만들어 막아보려 했던 것이냐?”


“드마케르는 그렇게라도 시간을 벌어보고 싶었던 모양이오. 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그도 저 저주를 막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린지 오래인 것 같소. 거북이족 요괴들이 쉬쉬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요계의 수명은 이제 백년도 채 남지 않다고 하오.”


“그렇군. 풀 수 없는 저주에 터전을 잃어가자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인간계를 노렸다는 말인가?...”


그 모든 이야기를 통신 단검을 통해 실시간으로 용기와 환웅 총사령관에게 전달한 소천은 자신의 임무가 드디어 끝이 났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자리를 뜰려고 하였다.


하지만 뭔가 번뜩 생각난 그는 고개를 돌려 그 늙은 코뿔소 요괴를 다시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가진 재주 정도면 이곳에서 벗어나 조용히 숨어 지낼 수도 있을 터인데, 어째서 아직도 드마케르의 하수인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것이냐?”


“흘흘흘...한 때 요계 최강 전사 부족으로 칭송 받았던 우리들이오. 전쟁에 패해 주군을 잃은 주제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욕인데, 볕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며 숨어 지내는 치욕까지 겪고 싶지는 않았소. 뭐...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서도...”


작가의말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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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적의 약점을 찾아라 (3) 22.04.02 205 9 11쪽
212 적의 약점을 찾아라 (2) 22.04.01 214 9 12쪽
211 적의 약점을 찾아라 (1) 22.03.31 213 9 14쪽
210 마족과의 격전 (2) 22.03.30 207 9 14쪽
209 마족과의 격전 (1) 22.03.29 207 9 15쪽
» 요계의 숨겨진 비밀 22.03.28 224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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