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
리츠코가 방에서 기사 작성을 위해 고민을 하던 시각. 지국천왕은 용기가 자주 오던 등대 아래에서 밤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낚시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낚시대가 움찔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달빛에 비춰 보이는 저 멀리 수평선만 한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 하느냐? 물고기는 안 잡고?”
그런 그의 등 뒤에서 증장천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는 광목천왕의 모습도 보였다.
“그냥 뭐.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이러고 있는 것이다.”
지국천왕의 대답에 증장천왕과 광목천왕은 더 이상 말없이 조용히 옆에 앉아 같이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이제 곧 다문을 따라 가야겠지?”
한참 후에 증장천왕이 입을 먼저 열었다.
“그렇겠지. 소환자였던 연화와 약속했던 요계와의 전쟁이 끝이 났으니...근데...가만있어 봐라?...그게 이번 소환 약속이 맞느냐? 이번 소환에는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지국천왕의 대답에 광목천왕은 뭔가를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그나저나 엘리엇의 아비는 어쩌다가 살리지 못한 것이냐? 파리의 상황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냐? 내 엘리엇이 슬퍼할까 봐 그 녀석 앞에서는 아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만...”
“아! 그거? 하하핫.”
증장천왕의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는데 지국천왕은 의외로 웃음을 터뜨렸다.
“무엇이냐. 그 웃음은?”
“그 다미안이란 그 박사. 사실 엘리엇의 아버지가 아니다.”
“뭐라고?!!!”
증장천왕과 광목천왕은 동시에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소리쳤다.
“다미안이란 그놈이 용기의 얍삽한 작전에 홀린 것 뿐이니라.”
용기는 지국천왕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전투를 벌이는 백야단의 전장마다 드론을 보내 관찰을 하는 이가 바로 다미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그 부분을 파보자 다미안이 관심 있는 건 백야단이 아니고 백야단의 단 한 명, 엘리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바탕으로 용기는 남모르게 에론 제독에게 연락을 취해 다미안 박사와 엘리엇의 연관 관계를 물었고, 에론 제독은 자신의 딸이 러시아에서 초청 교수로 있었을 시절에 다미안과 깊은 사랑을 나눈 관계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엘리엇의 어머니인 사브리나 라디슨 박사는 다미안의 아이를 임신한 적이 없었다.
다미안을 잊지 못하고 힘들어 하던 시절에 러시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덴마크로 돌아온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게 우연찮게도 다미안과 외모가 매우 흡사한 남자였다.
다미안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 그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 자를 의도적으로 찾게 만들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사브리나는 그 남자에게 이끌렸고, 결혼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바로 엘리엇이었다.
하지만 용기는 그 진실을 조작해 다미안 박사 마음 속에 간직된 부성애를 흔들었다.
엘리엇의 친아버지가 다미안과 외모가 흡사했기에 먹혀들 수 있었던 이 작전은 사실 당사자인 엘리엇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되었었고, 만약 다미안이 유전자 검사라도 해 보자고 나왔다면 실패했었을 수도 있었다.
용기는 다미안이 그동안에 당했던 수많은 배신들로 인해 인간들을 증오하고, 그 불타는 증오로 인해 감정이 메말라 있지만, 사실은 그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하는 간절한 외침이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그곳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그럴 수가...그럼 그 다미안이란 놈은 끝까지 엘리엇이 자기 아들이라고 믿으면서 죽었겠군?”
“아마도.”
“에라 용기. 이 얍삽한 놈 같으니라고! 사람의 마음을 거짓으로 가지고 놀다니!”
증장천왕이 옆에 있는 작은 돌을 바다에 던지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얍삽한 작전이 살아남은 인류에게 가져다 준 그 엄청난 성과는 어찌 평가할 것이냐?”
광목천왕의 말에 증장천왕은 마땅한 대꾸를 찾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는 다시 평온한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 작가의말
그동안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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