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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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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58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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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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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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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그대와 함께라면 (1)

DUMMY

백야단은 점점 힘이 다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마리앤이 코피를 한 바가지 흘러낼 정도로 무리를 하며 축복의 기운을 계속해서 전달해 주고 있었지만, 애시당초 그 축복은 ‘사기’ 라는 정신적인 부분만을 충족시켜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그 능력만으로는 천근만근이 되어 버린 무거운 신체를 장시간 감당케 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애초에 마리앤은 환골탈태를 끝까지 거부하고 중단전 까지만 열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내력은 아주 오래전에 바닥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한쪽에 몸을 숨긴 채 운기조식을 한 후, 다시 전장으로 나와 축복의 기운을 백야단에게 전해주고, 다시 숨어 들어가 운기조식을 하는 방식으로 버텨오고 있었다.


프랭크는 로레나가 건네준 미르덴 열매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자신의 게볼라 창으로 부상입은 대원들을 치료하는 속도가 터무니없이 늦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치료가 제대로 먹혀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숨을 거두고 저세상으로 떠나 버리는 소중한 동료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오늘 여럿 보게 되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겨를은 없었다. 아직 헤븐 아일랜드에는 대피하지 못한 민간들이 남아 있었기에.


백야단은 이제 아까 로레나와 룬스톤이 등장했을 때처럼 천재일우의 기회를 또다시 만나 다시 한 번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던가, 아니면 후퇴를 해야하는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만 했다.


아니면 정말 전멸이라는 끔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헉...헉..."


제임스는 이마에서 비처럼 흘러 내리는 땀방울에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다시 부들거리며 팔을 뻗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아무리 쥐어짜도 단 한 줌의 내력이 몸속에 남아있질 않았다.


'젠...장...'


이동진을 기동시키기 위해서는 내력을 주입시켜야 한다.


근데 그게 신들이나 선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적은 소량의 기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직 하단전도 완전하게 열려 있지 않은 제임스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양이었기에 점차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동진을 기동시키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제임스의 몸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결국 제임스는 수십 번을 넘게 아이슬란드의 이동진과 헤븐 아일랜드의 핵벙커 내부에 설치된 소형 이동진을 왕복하면서 모든 내력을 소모해 버렸고, 이제는 갑자기 정신이 흐릿해 지면서 자신의 몸이 앞으로 쓰러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스르르르륵.

턱!


“쯧쯧쯧. 내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새 증장천왕이 나타나 쓰러져 내리는 제임스를 붙잡으며 그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이제 나머지는 내가 하마. 쉬고 있거라.”


증장천왕은 이제 몇십 명 남지 않은 인원들을 빠르게 아이슬란드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 후에 마지막으로 탈진해 쓰러져 있는 제임스와 그를 돌보던 빵 제조사 크리스 그리고 그레이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로 옮긴 후, 프랭크에게 민간인들의 대피가 완료되었다고 통신 단검을 통해 알려 주었다.


“좋아. 이제 우리도 여기를 빠져 나간다.”


프랭크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던 자신의 대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퉷!"


연화는 도대체 누구의 피인지도 모를 핏방울이 자꾸 자신의 입술을 타고 입안으로 들어오자 피가 가득히 고인 침을 뱉어내며 이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계속 남아 용기의 채소밭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다른 백야단 대원들에게 큰 민폐가 될 것 같아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이쯤에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의 고집 때문에 백야단 대원들의 사상자가 여기에서 더 늘어나면 용기의 성격상 채소밭을 잃은 상실감 보다 훨씬 더 큰 화를 낼 것이 분명함을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우 도사님은 부상이 심하셔...’


그녀는 뒤쪽에 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선우 도사를 살짝 돌아보았다.


선우 도사는 문주님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연화 주위를 떠나지 않고 그녀의 후방을 돌봐 주었는데, 그도 역시 환골탈태를 하지 않았기에 지닌 내력으로 얼마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에는 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로레나 언니. 우리 퇴각할 거야. 빨리 돌아와.]


연화는 통신 단검으로 로레나를 찾았다. 하지만 로레나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언니? 언니 괜찮은 거야?!]


로레나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자 연화는 마음이 다급해져 갔다.


그러고 보니 로레나가 생성해 내는 짙은 안개도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워낙 눈앞에 전투가 급하다 보니 그게 왜 그렇게 된 건지 제대로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자신에게 갑자기 큰 후회가 밀려왔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서 찾아봐야겠어.’


연화는 검을 고쳐 잡으며 요괴들의 물결을 뚫고 지나가 로레나를 직접 찾을 작정을 했다.


척! 척!

스르르르르르르.


그때 갑자기 요괴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며 도열하기 시작했다.


".....??"


사방에 시체들과 피웅덩이 투성인 처참한 장소에서 느닷없이 도열이라니?


연화를 비롯한 모든 백야단 대원들은 의아해하며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도열한 요괴들 사이로 인드리크가 가마를 타고 등장한 것이었다.


“쯧쯧쯧. 이런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손가락으로 툭 건들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저런 비실비실한 놈들을 상대로 해가 뜰 때까지 싸우고 있으니.”


앞으로 나온 인드리크는 처절한 몰골을 하고 있는 백야단을 쭉 한 번 둘러보더니 자신의 부하들을 꾸짖었다.


“어이. 벌레 같은 인간들! 너희들은 어차피 여기서 다 죽는다. 항복해라. 그럼 고통없이 단칼에 저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선처를 베풀어주마. 이년처럼 말이다.”


인드리크는 뭔가를 툭하고 백야단 앞으로 던졌다. 그 물건은 데굴데굴 구르더니 연화의 먼 발치에 멈춰섰다.


“어...어...언니!”


그건 바로 로레나의 목이었다. 로레나의 감겨지지 않은 두 눈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이...게...”


연화는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걸어가 부들거리는 두 손으로 로레나의 잘려진 목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로레나의 죽음은 연화뿐만 아니라 백야단 모두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프랭크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고, 마리앤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광목천왕도 멀리서 눈시울을 붉혔고, 지국천왕은 슬픈 감정을 오히려 분노로 전환하며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수밋은.


“이...이게...안 열려...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그는 머리속이 하얘져 버렸다.


그는 KIR-29호에서 내려 잘린 목뿐이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로레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KIR-29호를 어떻게 해제하고 거기서 내리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여기저기 아무거나 막 눌러댔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그는 그렇게 KIR-29안에 선 자세로 무너져 내렸다.


“이 새끼들...너희는...오늘 다 죽었어...”


연화는 로레나의 두 눈을 감겨주며 그녀의 목을 한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고오오오오오!


분노한 그녀의 기운이 주변의 땅을 흔들더니, 갑자기 작은 돌덩이들이 공중으로 뛰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연화는 품에서 백룡족의 신물인 아이네스 장갑을 꺼내 양손에 착용했다.


“대장이랑 백야단은 퇴각해. 난 저놈의 목을 반드시 베어야겠어. 아이네스 기동!”


그아아아아아아!


그녀 주위에 커다란 회오리가 생기며 주위의 모든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후...이런 상황이라니...카일. 남은 대원들을 데리고 신속하게 퇴각하도록.”


프랭크는 부상입은 대원의 치료를 멈췄다. 그리고 게볼라 창을 고쳐 들고 앞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대장은 어쩌실려고 그러는 겁니까?”


“난. 여기 남는다. 이제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부대장이 혼자 싸우다 죽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으니까.”


그 소리를 들은 카일은 갑자기 몸에 두르고 있는 걸 바닥에 버리기 시작했다.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신계 망토도 벗어 던지고, 가슴 흉갑과 무릎 보호대도 벗어 던졌다. 탄창 벨트도 풀어서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퇴각하라니까 뭐하는 짓인가?”


“대장과 부대장을 남기고 내 목숨 하나 살려보겠다고 도망가는 그런 비겁한 놈으로 저를 몰아가지 마십시오. 백야단 서천대의 소대장 카일. 오늘 여기서 대장과 같이 영광스럽게 죽겠습니다!”


카일의 모습에 북천대의 소대장인 제이스도 똑같이 착용한 경갑옷들을 집어 던지며 몸을 가볍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백야단 대원들이 전부 몸을 가볍게 하며 프랭크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이런...아무튼 어쩔 수가 없는 녀석들이군. 후후후.”


프랭크도 자신의 복장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그가 몸에 달린 총 60킬로그램에 달하는 중량 밴드들이 옆으로 던지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파묻혔다.


“우리도 함께 하겠소. 우리 백룡족의 신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백룡족의 전사들이 그 싸움에 빠지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백룡족의 부대장 그미르도 온몸에 피갑칠을 한 모습으로 프랭크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런던에서부터 가장 격렬하게 싸우며 체력과 내력 소모가 그 누구보다 컸던 여덟 명의 백룡족 전사들은 이제 여섯 명으로 줄어 있었다.


프랭크는 입술을 일자로 굳게 모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미르와 백룡족 전사들의 최후의 결의를 받아들였다.


헤븐 아일랜드 저택의 지붕에 있던 네 명도 이제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커티스 할아버지는 탄약통에 이제 몇 발 남지 않은 총알들을 세어 보더니 피식 웃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고, 파비오 신부는 기도를 시작했다.


그그그그그!


라울은 그동안 아껴 두었던 광전사 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투가 얼마나 오랫동안 펼쳐질지 몰라 아껴 두었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엘리시아. 아빠가 너를 끝내 찾지 못한 게 한이 되지만, 그래도 아빠는 네가 살아갈 세상을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만들도록 노력을 했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반드시 계속 살아 가거라.’


라울은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납치된 후 아직도 찾지 못하는 딸인 엘리시아를 떠올렸다.


그는 엘리시아가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지금까지 그를 움직인 원동력이었기에 그는 마지막까지도 그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아아!


라울의 양손에 들린 쉬르바 쌍도끼들이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 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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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에필로그 (2) 22.04.18 240 8 4쪽
230 에필로그 (1) 22.04.18 205 9 5쪽
229 승리를 향한 염원들이 모여서 (2) – (최종화) 22.04.18 213 8 17쪽
228 승리를 향한 염원들이 모여서 (1) 22.04.17 202 9 16쪽
227 드러나는 어두운 욕망 (2) 22.04.16 205 9 13쪽
226 드러나는 어두운 욕망 (1) 22.04.15 213 10 13쪽
225 그대와 함께라면 (4) 22.04.14 198 9 16쪽
224 그대와 함께라면 (3) 22.04.13 195 9 12쪽
223 그대와 함께라면 (2) 22.04.12 197 9 12쪽
» 그대와 함께라면 (1) 22.04.11 197 9 11쪽
221 위기의 판테온 (2) 22.04.10 204 9 12쪽
220 위기의 판테온 (1) 22.04.09 211 9 11쪽
219 최강자들의 대결 22.04.08 207 9 15쪽
218 밝혀지는 속셈 (2) 22.04.07 208 9 11쪽
217 밝혀지는 속셈 (1) 22.04.06 201 9 12쪽
216 죽음의 안개와 함께 (2) 22.04.05 197 8 13쪽
215 죽음의 안개와 함께 (1) 22.04.04 199 9 13쪽
214 적의 약점을 찾아라 (4) 22.04.03 206 9 11쪽
213 적의 약점을 찾아라 (3) 22.04.02 205 9 11쪽
212 적의 약점을 찾아라 (2) 22.04.01 214 9 12쪽
211 적의 약점을 찾아라 (1) 22.03.31 214 9 14쪽
210 마족과의 격전 (2) 22.03.30 207 9 14쪽
209 마족과의 격전 (1) 22.03.29 207 9 15쪽
208 요계의 숨겨진 비밀 22.03.28 224 8 17쪽
207 지켜내기 위하여 (3) 22.03.27 221 9 15쪽
206 지켜내기 위하여 (2) 22.03.26 213 9 16쪽
205 지켜내기 위하여 (1) 22.03.25 22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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