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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4,497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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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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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2쪽

제국의 빛과 그늘을 뵙습니다!

DUMMY

115. 제국의 빛과 그늘을 뵙습니다!


"어머! 정말 이상적인 여성상이군요.

그런 영애가 있다면

제이슨의 짝으로 맺어 주고 싶어요."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완벽한 여성.


조금 다르게 해석하면

가장 완벽하다는 것은 그만큼 수도 적다는 뜻이다.


그리고 헤이라스 제 1 왕비는

그 범위를 귀족 영애로 한정했다.


귀족 영애 중에 그런 이상적인 여성이 있다면

자기 아들의 짝으로 맺어 주고 싶다는 말을 귀족식,

더 나아가 왕실의 화법으로 해석하면

한 문장으로 요약되었다.


그런 여자 없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후 왕비의 입에서 나올 주제가 무엇인가였다.


나의 결혼, 이상형, 여성상 등을

본 주제를 끌어내기 위한 재료로 사용했다.


만약 내가 화를 내거나 무시했다면

왕비는 대충 호응해주고 `인사차 왔다.`

`제국에서만큼은 서로 으르렁거리지 말자.` 등의

핑계를 대고 일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카온 라이거님이야 워낙 출중하시니

늦게 부인을 맞이한다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프레시아 영애가..

저도 자식을 둔 입장에서 걱정이랍니다."


이렇게 말을 이어가는 것을 보니

곧 주제가 나올 것 같았다.


"걱정이라 하셨습니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계속 들어보죠."


"카온 라이거님도 들어서 아시겠지만

곧 일라인 왕국에 왕후가 들어와요.

네. 솔직히 말해서 저나 여기 동생 중 한 명이

왕후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론은 피오네 왕국의 왕녀가

우리 일리인 왕국의 왕후가 될 예정이죠."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길 기다리는 듯

잠시 말을 멈춘 왕비였지만

나는 계속 말해보라는 뜻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전하의 뜻이고 왕국을 위하는 일이라는데..

그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잠시 친정으로 요양을 떠났죠.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 내가 너무 왕국만 생각하다 보니

어미 노릇을 잘하지 못했구나..

왕자를 조금 더 엄하게 다뤄야 했고

왕자에게 너무 관심이 쏠리다 보니

공주가 내가 몹쓸 짓을 했구나.. 하고요."


"이상적인 왕자, 이상적인 왕녀가 아니긴 하죠."


미간이 좁아졌다가 펴진 왕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게이트 앞에서 카온 라이거님을 보자

문득 프레시아 영애가 떠올랐어요.

물론 라이거 백작이나 백작 부인이

넘치는 사랑을 주겠지만,

곧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의 영애가

성도 아카데미가 아닌, 라이거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아! 라이거 아카데미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배움의 질이나 사교계의 문제가 있죠."


이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도, 프레시아도, 부모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맞아요. 게다가 라이거 가문은 문까지 걸어 잠궜어요.

언젠가 문이 활짝 열리면

영애도 사교계에 데뷔해야 하고,

백작의 작위와 관계없이 배필을 맞이해야 해요."


"동생이 혼자 살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결혼은 하겠죠.

그러니까 왕비님께서는 다른 영애들과 달리

폐쇄적인 환경에서 살던 동생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동생을 이끌어주고

무리에 어울릴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슬슬 왕비가 말을 돌리는 것이 짜증 나기 시작해

내가 먼저 주제인 것 같은 말을 꺼냈다.


"호호호 역시 카온 라이거님이세요.

지금 왕국의 상황이 이러니 감싸고 도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건 가문과 영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자신이 원하는 대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제 1 왕비.


`멍청한..`


"현명하시니까 아실 거예요.

계속 영지의 문을 닫고 살 수는 없어요."


맞는 말이다.


"일라인 왕국의 왕관을 쓰는 자의 피에

피오네 왕실의 피가 섞일 수 없어요."


맞는 말이다.


"전하는 전하만의 새로운 왕국을 꿈꾸고,

제 오라버니인 테슬린 공작은 테슬린 왕국을 꿈꾸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하의 오만이고 오라버니의 반역이죠."


맞는 말이다.


"테슬린 가문의 피를 이었지만 한 왕국의 왕비고,

왕국의 제 1 왕비로서 피오네의 핏줄이

왕관을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요."


진정한 왕비라면 맞는 말이다.

진정한 왕비라면.


"저와 로자이 왕비에게는 전통성이 있는 왕자가 있고

라이거 가문에는 `네 기둥` 가문의 피를 이은

프레시아 영애가 있죠."


맞는 말이다.


"영애가 두 왕자 중 한 명과 혼인을 맺는다면

라이거 가문을 등에 업은 왕자는

왕세자가 될 수 있어요.

라이거 가문과 함께하는 왕세자가

왕이 되는 것은 당연해요.

그럼 영애는 당연히 왕후가 되는 겁니다.

`네 기둥` 가문의 명예와 왕후의 처가.

라이거 가문이 공작 가문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맞는 말끝에 개소리가 나왔다.


내가 배필로 어떤 여인을 생각하는지,

이상적인 여성상,

자식을 둔 부모로서 왕비의 마음,

프레시아의 배움과 사교계,

걸어 잠근 영지.

프레시아의 배필과 이에 대한 걱정.


이 구구절절한 가식의 결론은

한마디로 `손잡자.` 였다.


그것도 프레시아를 동맹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왕비님."


"생각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요양을 가시고 자신과 자식을 돌아보셨다 하셨습니까?

그러면 조금 더 요양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네?"


"진심이 아니었으니 했던 말도 잊는 것이겠죠."


"무슨.."


"두 왕비님께서는

마노 가문이 왜 사라졌는지 아십니까?"


"그야.. 페페 가문처럼

오래전 라이거 가문에 반기를 든 가문이고

라이거 가문은 이를 찾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헤이라스 왕비가 아닌

로자이 왕비의 입에서 답이 나왔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죠.

하지만 마노 가문은 페페 가문과 달리

적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회를 주었죠.

충성을 맹세하면 살려는 주겠노라고.

그랬더니 마노 가문은

뒤로는 파실리온 가문과 손을 잡으면서

앞으로는 살려준다는 말을 믿을 수 없으니

프레시아를 자기 아들과 맺어 달라고 하더군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제 1 왕비의 손이

잠시 멈췄다가 입으로 향했다.


"그래서 마노라는 가문을 지웠습니다.

뒤에서 프레시아를 이용하라고

입김을 넣었던 파실리온 가문도

계획을 앞당겨 지워버렸죠."


소파에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프레시아는 말입니다..

검도 마법도 사용 못 하지만 라이거 가문의

그 어떤 가시들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나폴레이는 제외 군요.

그놈은 괴물이라..

아무튼,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동생이 만든 법이

영지법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영지법으로..?"


"아버지는 물론 가신들도 놀라더군요.

동생이 직접 글로 작성한 책은

마법처리가 되어 가문의 또 다른 가보가 되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동생에게

제가 휴대구 사업의 전권을 선물로 줬죠."


"휴대구.."


"이런 동생을 고작 3서클 마법사이거나

고작 소드 나이트인 두 왕자에게요?

게다가 여자라면 사죽을 못쓰는 두 왕자에게요?

여자만큼 돈을 좋아하는 제 1 왕자에게요?

아니면 폭력이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는

제 2 왕자에게요?"


"카온 라이거님! 말이 지나치십니다!"


헤이라스 왕비가 벌떡 일어나 소리치자,


"제 아들은 그런 아들이 아닙니다!

왕실에 대한 모독입니다!"


로자이 왕비도 일어나 따라 소리쳤다.


나도 두 왕비를 따라 천천히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제가 말이 지나쳤다면 왕비님은 생각이 없으신 것이고,

왕자가 그런 왕자가 아니라도

제 동생은 왕자 중 누구에게도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 동생은 정치적 도구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 동생은 귀족이든, 평민이든, 천민이든, 노예든!

동생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될 겁니다.

저와 저희 부모님은 작위나 신분보다

동생의 마음이 우선이니까요."


"평민과 결혼하면! 라이거의 성은 물론

어떤 성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모릅니까?"


프레시아가 성을 쓰는 귀족과 결혼하면

남자 쪽 성을 따르게 된다.

성이 없는 평민과 결혼하게 되면 성이 없는 남편이기에

프레시아도 성을 쓸 수 없고 귀족 사회는

이런 영애를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 인정한다.


"상관없습니다.

프레시아는 누구의 부인이 아닌

한 가문의 가주가 될 테니까요."


"독립.."


"프레시아가 20살이 되는 날..

왕국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백작이신 아버지께서는

동생에게 남작의 작위를 내릴 겁니다.

두 왕자를 동생과 맺어주고 싶으시다면

그때.. 남작의 부군에 입후보해보시지요."


동생과 왕자가 결혼해도 왕국 법상

데릴사위는 본인의 성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가주의 신분을 넘을 수 없기에

남작인 동생보다 한 단계 아래인

귀족의 말석 중의 말석이라 볼 수 있는

준 남작이 되어야 한다.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준 남작이 되어야 하는 상황,

또한, 아이가 생겨도 동생의 성을 따라야 하기에

일리인이란 성을 물려 줄 수도 없다.


두 왕비의 결론이 `개소리`였다면

나의 결론은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라.` 였다.


"우리가 내민 손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는 두 왕비.


"그리고 추억하겠죠.

그때 잡지 않기를 잘했다. 라고요."


두 왕비의 뒤통수에 이런 답을 던지자

그녀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음 날.


황제의 연회가 열리기 전 맞이 행사를 한다는 말을

전하러 온 집사를 따라 제국의 알연실로 향했다.


호위의 신분으로 참석한 리아는 들어갈 수 없어

혼자 열어주는 문을 지나 들어가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이가 없었다.


비어있는 황좌의 양옆으로 제국의 귀족들이 서 있었고

중앙에 황좌를 바라보고

각 왕국의 격식을 차려입은 이들이 있었다.


초대받은 이들 중에서도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피오네 왕국의 왕과 일행들,


그들의 왼쪽으로 포이든 왕국 사람들과

당연한 듯 함께 있는 테슬린 공작,


오른쪽에는 피오네 왕과 대화하면서도

한 번씩 옆에 있는 여인에게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제라드 일라인 왕,


제라드 왕과 테슬린 공작을 번갈아 보며

분노하고 있는 두 왕비와 두 왕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양옆에서 느껴지는 거만한 눈빛에 기가 찼다.


제국과 왕국은 영토나 군사적,

경제적으로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제국에서 인정했기 때문에

세워진 왕국들이 아니고,

제국의 속한 왕국은 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속국의 왕이 신하의 모습의

제국의 황제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피오네 왕과 포이든 왕은 한 번씩 황좌를 보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참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피오네 왕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고,

왕후로 들어올 여인에게 빠져있는

제라드 왕을 보자 더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그때, 내가 들어온 문이 아닌 황좌가 있는

앞쪽의 문에서 외침이 들렸다.


"카이젠 제국의 영원한 태양.

에첸 카이젠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카이젠 제국의 태양이 쉬어가는 구름.

카밀 카이젠 황후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카이젠 황제와 황후의 등장.


제국의 귀족들이 무릎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국의 빛과 그늘을 뵙습니다!""


제국에서의 그늘은 어둠을 상징하는 것이이 아닌,

휴식과 안정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세 왕국의 왕을 포함한

모든 초청자도 무릎을 꿇었다.


""제국의 빛과 그늘을 뵙습니다!""


황제와 황후가 자리에 앉았음에도

유일하게 서서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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