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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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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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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DUMMY

101.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내 눈치를 보는 이들을 향해 살짝 웃었다.


눈이 마주친 몇몇 귀족들이 움찔거리는 것이 우습다.


"다들 이런 거 하나쯤은 가지고 계시겠죠?"


품에서 다시 휴대구를 꺼내 흔들었다.


"카온 라이거님.

지금 연합 훈련에 대해 회의하고 있습니다.

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답이 되었습니까?

그럼 연합 훈련에 대해 라이거 가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말씀해 주시죠."


고개를 치켜뜬 하인즈 후작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하인즈 후작의 눈빛은

인제 그만 무릎을 꿇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와 라이거 가문이 아닌 다른 가문이었다면

첫 번째 안건이 나오는 순간

대전 바닥을 기었을 것이다.


"참 신기하단 말이죠..

아직 어떤 부분에서는 통신구에 못 미치지만

그런 단점이 무시될 정도의

휴대구가 개발 되다니 참 신기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 말 속에 뭔가 꼬투리 잡을 것을 찾았는지

하인즈 후작의 눈빛이 변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노력한 덕분이죠.

마탑의 마법사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통신구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그들의 지식과 노력의 산물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삶의 질을 상향 시켰습니다."


"후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마탑에서 개발한 이 휴대구 덕분에

영지 내 범죄율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후작의 말에 베로니카 백작이 힘들 실었다.


"상단의 업무 또한 신속해졌지요."


회의 내내 아무 말이 없던 페이트 후작까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말씀들을 들어보니 이 휴대구라는 녀석이

짧은 시간 동안 왕국 전역에 참 많이 퍼져 있나 봅니다?

음.. 제가 알고 있기로는 마탑에

그 정도의 자금이 없을 텐데요..

왕국 전체로 퍼져나가는 휴대구 안에는

마나석이 담겨 있지 않습니까?

흠.. 비록 하급 마나석이라지만

엄청난 자금이 들었을 텐데.. 게다가.."


통통


휴대구를 살짝 두드렸다.


"나무에 철을 얇게 입힌 것 같은데..

이것도 돈 아닙니까?"


"계속 휴대구를 말하는 이유가 뭡니까?

아! 관련 없는 휴대구를 말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겁니까?

아무리 시간을 끌고 생각해도 빠져나가실 방법은 없으니

현명한 선택을 하시지요."


내가 시간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고 소리치는 후작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제라드 왕이 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전하?"


제라드 왕은 오로지 나만 노려봤다.


"하하하 전하께서는 왜 제가

쓸데없이 휴대구 이야기를 꺼냈는지 아셨나 봅니다?

새롭고, 신기하고, 편리한 것에 눈에 멀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한 무지한 귀족님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세요.

왕실은 마탑에서 나온 이 휴대구를

테슬린 가문의 도움이라 단정했을 겁니다.

이만한 자금, 이만한 기술력, 이만한 마법 지식,

딱 테슬린 가문밖에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단정한 왕실은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왜? 이건 정책과 달리 사업이니까요.

한 가문의 사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

사업을 이권을 강제로 가져오지 못하는 곳입니다.

왕국의 돈이 테슬린 가문으로 향해도

짧게 혀만 차고 말았을 겁니다.

돈을 쓸어 담는 사업,

테슬린 가문이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니까요."


시선을 귀족들에게 돌렸다.


"그럼 이제 귀족들을 한번 볼까요?

국왕파 귀족들은 당연히

왕실에서 지원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귀족파 귀족들은 테슬린 가문에서

지원했을 것으로 생각했겠죠.

왜? 마탑은 중립이지만..

내미는 손을 거부하지 않았으니까요.

전하께서 왜 이토록 놀랐는지 궁금하시죠?

휴대구가 만들어진 계기도,

만드는데 사용된 모든 자금도,

유통하고 판매하는 모든 상단도,

휴대구에 대한 모든 권리도

모두 제 것이기 때문입니다."


술렁이는 귀족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들과 말이 나왔다.


"이번 회의 첫 번째 주제인 교역 중단.

이 회의를 하기 전에 우리의 자금줄이 곧 막힐 것이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교역을

다시 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죠?

왕국 전역의 백성들이.. 아니,

여러분들부터 나와 가문을 도와주고 있는데?

두 번째 주제는 연합 훈련입니다.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왜 이런 주제가 나왔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백성들이 휴대구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실 겁니다.

설명은 두 후작과 한 백작이

친절하게 해줬으니까 넘어가고..

연합 훈련 하십시오.

찬성표를 던지는 영지에

휴대구 판매를 멈추면 되니까요."


백성들이 배움이 짧아 무지한 것이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감히! 나와 왕국의 귀족들을 협박하는 것이냐?!"


"전하. 협박은 제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가문을 향해 채찍질하는데

그런 우리는 가만히 맞고만 있어야 합니까?"


제라드 왕에게 잠시 향했던 시선을

다시 귀족들에게 돌리며 씨익 웃었다.


"뭐하십니까? 다들 손에 들린 찬성표를 드시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연합 훈련에 참여하는 순간

영지에 휴대구 보급이 끊긴다.

철광석이나 나무, 곡식 같은 백성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있고 없고의 파급력은 그 이상이다.


왕국와 백성, 영지와 영지민들의 안전을 위한

군사 훈련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미래보다 현재에 더 가치를 둔다.

미래를 꿈꾸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오늘을 버티고,

당장 내일을 고민하게 한 것은 바로 귀족들이다.


언제 일지 모를 타국과의 전쟁을 걱정하고,

한 가문을 지우기 위해 연합 훈련을 지지하는 것보다.

하인즈 후작이 말한 삶의 질 향상과

베로니카 백작이 말한 안전,

페이트 후작이 말한 편리성을 지지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일부 대 귀족을 제외한 대다수의 귀족은 안다.

만약 영지민들의 불만이 터져 반란이 일어난다면

가문의 자금과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그리고 깨달았다.

이번 안건은 반드시 부결돼야 한다는 것을.


찬성표를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대표를 들고 있는 귀족들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단순히 휴대구의 보급을 끊는 것이 아닌

라이거 가문과의 무력 충돌까지 있었을 거라는

내 말 속에 담인 의미를 파악한 귀족들은

숨을 들이켰다.


전체 회의를 이끄는 하이즈 후작을 바라봤다.


내 시선을 받은 후작은 제라드 왕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제라드 왕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아닌 대전 천장을 한번 바라보고

깊은 한숨을 쉰 하인즈 후작.


"연합 훈련은 부결되었다."


하인즈 후작의 말이 끝나자

그대로 대전을 나가버리는 제라드 왕.

그리고 그를 따라 나가나가는 두 마리 충견.


몇 년 만에 열린 전체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왕성을 벗어나자마자 모여드는 귀족들의 시선들.

그들의 나를 기다리고 저런 눈빛을 보내는

이유는 단 한다.


이권.


휴대구 사업에 한발이라도 발을 담가보고 싶어 함이

말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짜증과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순간,

때마침 울리는 휴대구.


- 주군. 메튜님이 주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아의 목속리가

역겨웠던 속을 진정시켜 주는 것 같았다.


메튜.

메튜 파비친코.

테슬린 가문에 충성하는

파비친코 자작 가문의 입양아이자,

서열전 당시 서스 파실리온에게 이용당한 이후

아카데미를 떠났던 인물.


"그가 찾아왔다고?"


일부러 메튜의 이름 대신 `그`라는 표현을 썼다.


- 네. 메튜님이 한 무리를 이끌고 찾아와

주군을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 무리를 이끌고 왔다라.. 알겠어. 바로 갈게."


통신구를 품에 넣고 걷자 귀족들이 다가왔다.


"카온 라이거님. 저는.."

"반갑습니다. 저는.."


이어지는 귀족들의 자기소개.


"하.. 욕심이 눈을 가리니..

그대들이 누구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인가?"


털썩!


귀족 중 누군가가 바닥에 엎드렸다.


"죄..죄송합니다!"


이제야 욕심이 가리던 눈이 맑아진 이들이

하나둘 바닥에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돌아가거든 오늘을 영지 기념일로 삼아라.

그대들 가문이 두 번 죽다 살아난 날이니."


엎드려 떨고 있는 이들을 무시하고 벗어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텔레포트 했다.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은 바이올렛에게 연락하는 거였다.


"바이. 급한 일이 있어 인사도 못 하고 영지로 왔어."


- 급한 일이요? 위험한 일인가요?


"아니. 메튜라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아카데미에서 인연이 있던 사람이라서."


- 아.. 다행이다.. 헤헤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하고 있을게요~


"그래. 다음 주에 한 번 더 갈 일이 있으니까 그때 보자."


- 네! 도련님!"


통신을 마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눈도 못 마주치고 앞에만 서면 벌벌 떨던 바이올렛,

기회가 왔다고 마법사와 시녀일 둘 다 하겠다며

펑펑 울며 허락해 달라던 바이올렛,

모든 약속을 지키며 성장한 지금의 바이올렛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군."


어느새 나타난 리아.


"메튜는?"


"지금 백작님과 함께 있습니다.

주군께 연락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백작님께 예를 올리는 것이 먼저라며

고해 줄 수 있냐길래 메튜님의 방문을 알렸고,

백작님께서 접견실로 모시라고 했습니다."


"메튜가 데리고 온 이들은 어떤 자들이었어?"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총 54명이었으며

모두 소드 익스퍼트 경지였습니다."


"그래?

메튜가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지는데?"

가보자."


"네. 주군."


리아와 함께 아버지와 메튜가 대화를 나누는

접견실에 도착했다.


문 안쪽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가 왔음을 알리려는 기사를 말렸다.


- 그래.. 그런 사정이 있었군.

자네의 상심이 컸겠어..


메튜가 왜 가문을 버렸는지 솔직히 이야기한 듯했다.


- 그래서 파실리온을 지운 카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인가?


- 아닙니다.

저는 라이거 가문의 검이 되고자 찾아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메튜의 말.

기사에게 눈짓했다.


"주군. 카온 도련님과 리아 단장님께서 오셨습니다.


- 들게 하라.


기사가 열어주는 문 건너의 메튜.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아니었다.


더 커진 키와 덩치,

왼쪽 눈을 세로로 가르는 깊은 상처.

그리고 칠흑 기사들에게 맡을 수 있었고,

이제는 라이거 기사들에게도 느낄 수 있는

몬스터 피 냄새.


"오랜만입니다."


내가 메튜를 향해 손을 내밀자

메튜 또한 손을 내밀고 마주 잡았다.


그의 손 또한 단순히 검을 휘두르며 생긴

굳은살만 박여 있는 것이 아닌

온갖 상처가 아물고 난 후의 단단함이 박혀있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기를

얼마나 인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은 메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백작님께 말씀드렸지만

저는 라이거 가문의 검이 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아버지도 똑같이 물으셨겠지만 예전 일에 대한 보답과

파실리온 가문에 대한 고마움 때문입니까?"


가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사들도 있지만

받았던 도움에 은혜를 갚고자

메튜처럼 찾아와 기사가 되기를,

심지어는 스스로 하인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이유`도`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유도? 그럼 다른 이유도 있다는 말입니까?"


만약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내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거절` 이었다.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나나 가문에 충성하려 했으면

지금이 아니라, 아카데미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였어야 했다.


그 시기를 놓쳤더라도 우리가 파실리온 가문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찾아와

뜻을 밝히고 선봉에 서겠다고 해야 했다.


그 이유 하나뿐이라면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닌,

가문의 그늘로 들어와 자신의 실력을 이용해 성

공만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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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1 21.06.26 2,558 56 12쪽
113 라이거 아카데미의 교장 샤를 라이거가 명한다. +3 21.06.25 2,582 53 13쪽
112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1 21.06.24 2,541 61 11쪽
111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1 21.06.23 2,630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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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후손들의 낙인을 지워주기를 작게 욕심내 본다. +1 21.06.20 2,645 5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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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누군가는 분명 옳은 소리를 할 테니까. +1 21.06.18 2,713 57 12쪽
106 가장 안전한 곳은 라이거 영지입니다 +2 21.06.17 2,748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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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주 지랄들 나셨네.. +1 21.06.13 2,779 58 13쪽
102 카온 라이거님의 초대합니다. +1 21.06.12 2,839 58 12쪽
»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1 21.06.11 2,804 54 12쪽
100 저도 지원하지요. +3 21.06.10 2,810 56 12쪽
99 정책을 펼친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1 21.06.09 2,818 58 12쪽
98 주인공인 우리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3 21.06.08 2,885 59 12쪽
97 가신 가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1 21.06.07 2,931 59 12쪽
96 그 분노를 거름 삼아 열심히 살아라. +3 21.06.06 2,888 58 14쪽
95 너의 피로 인장을 대신 하지! +3 21.06.02 3,032 58 15쪽
94 그래도 난.. 죽여야 하는 놈만 죽여. +2 21.06.01 2,961 55 13쪽
93 제 눈을 멀게 한 자라서 말이죠. +1 21.05.31 3,010 56 15쪽
92 좋은 소식 기다리지. +1 21.05.30 3,055 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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