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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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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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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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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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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2쪽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DUMMY

114.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다양했다.


다른 국가와의 텔레포트가 가능한

왕실 텔레포트 사용을 직접 허가해줬으면서

허가해준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당당하게 허락을 구하고 승인이 떨어지자

냉큼 받아간 내가 괘씸해서인지

나를 보자 인상을 구기는 제라드 왕.


`니가 왜?`라는 눈빛에

불쾌감을 담아 노려보는 제 2 왕자와,

리아에게 시선이 고정된 제 1 왕자.


의외인 것은 언제나 독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던 두 왕비가 나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놈이 무슨 일이지?"


서로의 눈빛이 얽히는 순간부터

찾아왔던 침묵을 제퍼드 제 2 왕자가 깼다.


내 답을 기다리던 제퍼트 왕자를 지나쳐

제라드 왕 앞에 섰다.


"네 이놈!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카온 라이거가 전하를 뵙습니다."


상당히 축약된 예.


"뭐? 카온 라이거!

당장 다시 아버님께 예를 다시 올려라!

왕국의 신하 된 자로서 무례하구나!"


겁많은 개가 많이 짖는다고,

당당히 마주 서지도 못하는 제 2 왕자가

뒤에서 고함을 쳤다.


"전하. 자신은 예를 갖출 줄 모르면서

다른 사람에게만 예를 갖추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우습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뭐라? 나는 일라인 왕국의 왕자다!"


"전하. 왕국의 왕자라는 자가

역사도 모르고 가문과의 관계도 모르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버지! 당장 저놈..!"


"그만! 제퍼드! 그 입을 다물라!"


"아..아버지..?"


아들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던 제라드 왕의 입이 다시 열렸다.


"언젠가 지금의 자신을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야.

라이거 가문의 후계자 카온 라이거."


"후회라.."


후회는 시조님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질리도록 했다.


가족을 지키지 못했음을,

영지를 지키지 못했음을,

영지민을 지키지 못했음을.


지겹도록, 미치도록 후회했다.


"글쌔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그나저나.. 다른 분들의 표정을 보니

제가 오늘 게이트를 이용하는지 몰랐던 것 같은데..

가족들끼리 대화와 정보가 단절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전하.

아! 이번 제국 행이 끝나면 곧 왕후께서 오시는군요.

왕실의 평안을 바랍니다."


나에게 후회 운운하지 말고

집안 관리나 잘하라는 말에

제라드 왕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두 왕비의 속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전하 게이트 준비가 다 되었나 봅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이동하시지요."


과거 나서기만 하면 더 문제를 키우던 제 1 왕비가

스스로 분위를 전환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동하지."


순식간에 이동해 도착한

카이젠 제국의 텔레포트 게이트실.


"일라인 왕국 제라드 일라인 전하와

헤이라스 일라인 왕비님, 로자이 일라인 왕비님,

제이슨 일라인 왕자님과 제퍼드 일라인 왕자님.

제국을 찾아주시어 감사드리며

제국의 태양을 모시는 이 중 하나인

알빈도 백작이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왕과 두 왕비, 그리고 두 왕자의

시중과 호위를 위해 함께 온 이들의 언급이 없었다.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왕실의 일원을 모시는 자로서,

시녀와 집사, 호위의 신분이지만

이들 또한 귀족이기에 마지막에 살짝 언급하는 것이

존중한다는 의미의 예였다.


이를 생략한 것은 백작 자신은 황제를 대신한 자이고,

제국의 백작은 왕국의 후작과 같은

작위와 권력이 있으니 이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중이 깔린 것이었다.


정상적인 왕이라면 이런 의도를 파악하고

백작의 무례를 꾸짖어야 했다.


하지만 제라드 왕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라드 왕이 백작을 꾸짖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의 환영 인사에

시녀와 집사, 호위들에 대한 언급뿐만 아니라

나의 이름과 가문까지 빠졌기 때문이다.


명백한 무시 또는 그들과 같은 취급.


나의 이런 취급이 제라드 왕의 입을 닫게 했다.


"이렇게 환영해 줘서 고맙소."


제라드 왕의 고맙다는 말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니

실수가 아닌 의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이번 연회에 초청한 자들이 많다 보니

알연은 한 번에 받으시겠다는

뜻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이 또한 아무리 제국의 황제라도

다른 왕국의 왕을 맞이하는 예가 아니었다.


`한명 한명 찾아와 내 시간 방해하지 말고

나중에 시간을 줄 테니 한꺼번에 와서 고하라.` 같은

마치 왕이 신하들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


"큼.. 아직 다 오지 않았는가?"


"네. 피오네 왕국 분들은 이미 모셨으나

포이든 왕국 분들과 테슬린 공작은

내일 오전에 함께 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성국 성자님도 내일 오전에 도착합니다."


왕후의 나라이자 자신과 손을 잡은 피오네 왕국,

일라인 왕국의 공작이면서

포이든 왕국의 사람들과 같이 온다는 테슬린 공작,

어쩌면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 신성국의 성자.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에 제라드 왕이 반응할지 궁금했다.


"피오네 국왕께서 도착하셨는가?"


"네. 지금 함께 오신 공주님과 다과를 즐기고 계십니다."


"그렇군! 내가 왔음을 알리고 자리를 마련해 주게."


피오네 국왕을 마치 윗사람 대하듯 하는 제라드 왕.

다른 내용과 함께 온 이들을

신경 쓰지 않는 제라드 왕.


이런 왕을 상대하는 백작 또한

다른 이들에 신경 쓰지 않고 제라드 왕을 향해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오네 전하께서

도착하시면 모셔달라 하셨습니다.

일단 전하께서 머무실 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제라드 왕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화를 참는 것이 보였다.


리아와 함께 제일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데

제 2 왕비가 걸음의 속도를 줄여

집사들과 시녀들이 틈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리아. 왕비가 저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아?"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니 다들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국 백작의 무례를 달래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1 왕비가 귀족파 세력을 끌어들이고..

2 왕비가 저런 세력들을 끌어들인다면..

왕실과 귀족파.. 아니,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나?"


"국왕, 테슬린, 왕비. 이렇게 나뉠 듯합니다.

주군의 말처럼 귀족들이

이번 일을 통해 대거 이동하면

왕국내에서 만큼은 세 파벌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질 것 같습니다."


왕실의 시녀와 집사들은 귀족 출신이다.


심지어는 누구를 모시고 있느냐에 따라

가문의 가주나 후계자보다

더 큰 권력과 결정권을 가지기도 한다.


그런 집사와 시녀들,

특히 제국 행에 동행한 힘 있는 시녀들과 집사들이

타국의 귀족 앞에서 무시를 당했고,

왕에게조차 배신 아닌 배신을 당했다.


그리고 이들을 제 2 왕비가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위 기사들은 두 왕자 중 하나가 접근하겠군..

일국의 왕이라는 자가.. 쯧쯧.."


제라드 일라인.


지은 죄가 커서

주신 포르테님의 품에 안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주신께서 넓은 마음으로

제라드 왕을 주신의 세상으로 불러들이길 바랬다.


그래야 언젠가 천 번의 미물 환생이 끝낸

유진 일라인님이 그를 벌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생각이 들자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리아.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아?"


"모든 것이 주군의 뜻대로."


그 말이 끝일 줄 알았지만, 다시 리아가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군께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달콤하고 빛나는 것들만 보다가

삶의 도착점에 놓인

한 송이 꽃을 보면 아름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시넝쿨들을 슬기롭게 벗어나

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한 송이 꽃을 본다면

무척이나 아름다울 겁니다.

유혹과 탐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묵묵히 옳은 길을 걷는 주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리아의 말에 울컥함에 올라왔다.


"고맙다."


"저 또한 감사합니다."


이후 대화 없이 따라가다 보니

머무를 궁에 도착해 방까지 배정을 받았다.


끝까지 나를 무시할 생각은 아니었는지

리아는 다른 시녀들과 집사들,

호위 기사들과 같은 규모의 방을 배정받았지만

나는 그보다 조금 더 호화로운 방이었다.


자신의 방만 확인하고 돌아온 리아가

아공간에 찻잔을 꺼내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 카온 라이거님. 헤이라스 왕비님과

로자이 왕비님이 뵙기를 청하십니다."


"모시도록."


두 왕비가 시녀와 호위를 대동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카온님은 시녀를 데리고 오지 않았군요.

물론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며칠을 머물러야 하는데 불편하시지 않겠어요?"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럼.. 하지만 언제든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그러지요. 길어질 대화 같으면 앉으시지요."


두 왕비가 자연스럽게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호위들을 나가고 너는 차를 준비하렴."


"네. 왕비님."

"왕비님.. 저희는.."


시녀와 호위의 말이 겹쳤지만, 내용은 달랐다.


"나.가.렴."


"네.. 왕비님."


왕비의 눈빛을 이기지 못한 호위 기사들이 나가고

시녀가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 뒤에 있는 리아를 한동안 바라보던

제 1 왕비가 살짝 웃었다.


"이런 미녀가 곁에 있으니

다른 영애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가요?"


"네."


"어머! 솔직하셔라."


"하지만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아! 이용할 때가 있군요.

전.장.에.서.

리아는 칠흑 기사단의 단장이니까요."


움찔하는 두 왕비를 향해 계속 말을 이었다.


"자신의 경지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죠.

아카데미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는데

검술을 물론 정치적 식견도 높습니다."


"검술은.. 리아 경의 경지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아요.

정치적 식견이 높다는 것도 놀랍네요..

하지만.. 여인이라면 예술과 문화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아야 할텐데.."


"그럴수도 있죠.

하지만 쓸데없는 미술품을 고가에 사거나

내용도 모르면서 연극이 끝나면

남들 따라 손뼉치기 바쁜 영애들보다 낫지요."


들어오는 순간부터 말이 없던 제 2 왕비가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여인에 관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카온 라이거님은

어떤 여성을 배필로 맞이할 생각이신가요?"


슈리아 제 2 왕비가

`원하는 인물을 찾아 줄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두 왕비의 입에서 아직 본론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잠시 더 어울려주기로 했다.


"저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인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다면

그 틀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는 여인이 좋고,

귀족이라는 신분이 필요할 때면 누구보다 귀족답고,

귀족이란 신분이 방해되어 과감히

화려한 드레스를 벗고 평민의 옷을 입었음에도

평민들 사이에서도 귀족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여인이 좋습니다.

향수와 화장을 즐기는 여자보다 검과 책,

서류와 흙을 가까이하는 여인이 좋습니다."


말은 길게 했지만,

당신들과 어울리는 일라인 왕국 귀족 영애는 물론

제 1 왕녀조차 배필로 맞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기대했던 대답과 달라서인지,

아니면 순순히 자신들의 물음에 답을 해서인지 몰라도

두 왕비의 얼굴에 당황함이 잠시 머물다가 지나갔다.


여인들의 사교계가

정치판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은 옛말이다.


두 왕비가 이미 커져 버린 물살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언제 그랬냐는 듯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이들이 우습다.

목적을 위해 거짓 용서라도 구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일을 완전 없던 것으로

만들려는 이들이 가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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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1 21.06.26 2,558 56 12쪽
113 라이거 아카데미의 교장 샤를 라이거가 명한다. +3 21.06.25 2,581 53 13쪽
112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1 21.06.24 2,540 61 11쪽
111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1 21.06.23 2,629 54 11쪽
110 가신이라는 명예를 거둔다. +5 21.06.22 2,680 57 12쪽
109 후손들의 낙인을 지워주기를 작게 욕심내 본다. +1 21.06.20 2,644 58 13쪽
108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1 21.06.19 2,688 53 12쪽
107 누군가는 분명 옳은 소리를 할 테니까. +1 21.06.18 2,712 57 12쪽
106 가장 안전한 곳은 라이거 영지입니다 +2 21.06.17 2,747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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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카온 라이거님의 초대합니다. +1 21.06.12 2,838 58 12쪽
101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1 21.06.11 2,803 54 12쪽
100 저도 지원하지요. +3 21.06.10 2,809 56 12쪽
99 정책을 펼친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1 21.06.09 2,817 58 12쪽
98 주인공인 우리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3 21.06.08 2,884 59 12쪽
97 가신 가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1 21.06.07 2,930 59 12쪽
96 그 분노를 거름 삼아 열심히 살아라. +3 21.06.06 2,887 58 14쪽
95 너의 피로 인장을 대신 하지! +3 21.06.02 3,031 58 15쪽
94 그래도 난.. 죽여야 하는 놈만 죽여. +2 21.06.01 2,960 55 13쪽
93 제 눈을 멀게 한 자라서 말이죠. +1 21.05.31 3,009 56 15쪽
92 좋은 소식 기다리지. +1 21.05.30 3,054 55 14쪽
91 봉인은 해제한다. 라고 전해 주세요. +3 21.05.29 3,113 57 17쪽
90 전멸인지 진압인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3 21.05.28 3,079 5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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