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4,419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19 18:40
조회
2,688
추천
53
글자
12쪽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DUMMY

108.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올해 몬스터 토벌도 무사히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득 내가 19살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도

지난 삶에서는 살아보지 못한 나이군."


찻잔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통신구가 울렸다.


- 주군. 아샤 입니다.


샤라아 지역을 맡아 훌륭하게 관리하는 아샤였다.


"몬스터의 수는 확실히 줄었지만

그래도 토벌 이후라 바쁘지?"


- 도미니크님께서 도와주셔서 괜찮습니다.


"에르제의 공백은?"


에르제는 토벌이 끝나는 시점에

가족들이 있는 라리스 지역로 떠났다.


폴리아리스 자작이 괜찮은 영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발전의 정점을 향해가는 라이거 지역과

라이거 영지를 바짝 뒤쫓고 있는 샤라아 지역을

빠르게 따라가기에는 추진력이 부족했다.


자작의 둘째 딸이 돕고 있지만,

그녀도 외부의 일보다 내부의 일에 장점이 있었고,

왕성의 일을 그만둔 사위와 함께 내려온 첫째 딸 부부는

예전 폴리아리스 영주성에서 민심을 돌보며

그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라이거 가문의 정책과 방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자작은 막내 에르제에게 부탁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 에르제님께서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하고 가셔서 괜찮습니다.

라리스 지역으로 떠나기 전 며칠 동안 고생하셨는데

건강에 문제없을까 걱정입니다.


"조만간 라리스에 갈 일이 있으니

몸에 좋은 것을 좀 가져가지."


"네. 주군. 제가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포이든 왕국의 나토 백작이라는 자가

백작님과 주군께

포이든 왕의 서신과 말을 전하고 싶다며

영지의 경계를 넘게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우리가 문을 걸어 잠그고 5개월.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그 누구도

모든 라이거 영지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목마다 관문을 설치했고,

몰래 들어올 수 있겠다 싶은 곳마다 병사를 배치했다.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지만,

반대로 라이거 가문의 깃발 아래 사는

모든 영지민들에게는

넓어진 라이거 영지 내에서 이동의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라이거 영지민이라는 소속감을 쌓아주고

경계를 뚫고 들어온 첩자를 잡아내기 위해

본인이 아니면 모든 글씨가 지워져 버리는

마법이 부여된 명패를 개발해

모든 영지민들에게 지급했다.


"포이든 왕국 사람이라면 시끄럽게 굴지는 않았겠어."


- 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주 정중했다고 합니다.


"포이든 왕국의 피가 흐르는 것들의 특징이야.

뭐.. 지금은 피가 흐릿해졌겠지만, 그 피가 어디 가겠어?

앞에서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수작질 다 부리고.

바닥에 바짝 엎드려 도와 달라고 해서 도와주면,

은혜는 갚지 못할망정 뒤통수 치고.

그걸 따지면 습관처럼 입을 닫아 침묵하고."


- 그렇군요..


"그놈들이 우리 땅에 발대는 것도 역겨우니까

기다리라고 해. 내가 지금 바로 갈게."


-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괜찮으시면

사신단을 만나고 잠시 뵙고 싶습니다.


아샤의 만남 요청이야 언제든 환영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지."


- 기다리겠습니다.


아샤와 통신을 종료하고 리아와 함께

샤라아 지역 영지 경계선 관문으로 텔레포트 했다.


"저들이 포이든 왕국의 사신단이군요.

그런데.. 여자들의 복장이.."


시녀로 보이는 이들의 복장에 리아가 인상을 썼다.


중요 부위는 속옷을 입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비치는 얇은 옷을 입은 시녀들.


"그래도 저 모습을 보며 욕정에 물드는 것이 아닌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을 보니 이곳 병사들은 훌륭하군."


관문 막사 쪽에서 무언가를 들고

사신단 쪽으로 뛰어가는 병사를 보며

리아가 입을 열었다.


"겉옷이군요."


"아직 완전히 겨울이 끝난 것이 아니니..

저 여인들이 걱정됐나 보군.

어떻게 반응하는지만 보고 가보자."


"네. 주군."


눈에만 집중했던 마력을 귀까지 옮겼다.


"입으십시오. 그쪽 나라는 지금 더울지 모르지만

여기는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춥습니다."


역시 시녀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병사의 행동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녀가 눈치를 보자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입지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포이든 왕국의 백성이다!

포이든 왕국의 전통과 법을 어길 셈이더냐!]


그의 외침에 움찔한 시녀들이

허리를 깊게 숙이고 일어나

고개를 가로 져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포이든어야. 입지 말라는 군.

자랑스러운 포이든 왕국의 백성이

전통과 법을 어길 거냐고 소리쳤어."


리아의 동그랗게 놀란 눈이

포이든어도 아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아카데미에 잠시 있을 때 심심했거든.

도서관에서 포이든어를 공부했지."


"역시.."


"크크 역시는 무슨."


왜 남자가 소리쳤는지,

그 말이 무슨 의미였기에 시녀들이 허리를 숙였는지,

그리고 왜 미안해하며 거절한 것인지 모르는 병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포이든 왕국은 대륙 공통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의 언어인 포이든어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

하지만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백성들에게 강요하지."


"강요 말입니까?"


"응. 포이든 왕국의 일반 백성들은

포이든어만 배울 수 있어.

태어날 때부터 들리는 말이 포이든어이고,

어릴 때부터 배우는 언어가 포이든어라

지금의 포이든 왕국 백성들 대부분은

대륙 공통어를 잘 몰라.

하지만 대륙 공통어를 배우는 이들이 있지.

귀족 자제들이나 부유한 상인의 자제,

귀족과 끈이 닿아있는 힘 있는 평민의 자제."


이해해 보려고 고운 미간을 좁히는 리아를 향해

살짝 웃어주고 말을 이었다.


"포이든 왕성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대륙 공통어가 필수이기 때문이야."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도 그래. 그냥 웃긴 일이지.

자국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왕성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대륙 공통어가 필수라는 것이.

더 웃기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필수라고 배워 놓고 포이든 왕국을 벗어나면

대륙 공통어를 쓰는 것이 아닌,

저 남자처럼 포이든어를 쓰고,

포이든어와 대륙 공통어 둘 다 쓸 수 있음에도

여자들에게 입을 여는 것을 허가되지 않는 것이지."


[포이든어의 위대함도 모르고

배울 생각하고 하지 않는 것들.. 쯧쯧.

그러니 다른 왕국의 전통과 법도 모르지..]


"포이든어의 위대함도 모르고

배울 생각하고 하지 않는 것들.. 쯧쯧.

그러니 다른 왕국의 전통과 법도 모르지..라는 군."


"그건 또.. 무슨.."


"그냥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피오네 왕국은 자기들이

대륙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박혀있다면,

포이든 왕국은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라는

사상이 박혀있거든."


[언제까지 내가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거야?

이봐! 언제.. 아!

이놈들은 대 포이든 왕국의 언어를 모르지..

무식한 것들.. 그래그래.. 내가 공통어를 쓴다. 써.]


"가자. 리아."


"네. 주군."


우리 병사들 뒤쪽으로 몰래 텔레포트한 후

그가 입을 열기 전 내가 먼저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나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병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후계자님을 뵙습니다!""


병사들의 절도있는 모습에

잠시 움찔하던 포이든 왕국의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포이든어를 아시는 겁니까?]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오! 이런 죄송합니다.

들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포이든어가 들려

너무 반가운 마음에..

포이든 왕국의 가라모 나토 백작이

일라인 왕국 라이거 백작가문의

카온 라이거님께 인사 올립니다.]


눈앞에서 모욕을 당해도

앞에서는 웃는다는 포이든 왕국의 귀족답게

예의를 모른다는 말에 욱하는 감정을 숨기고

예를 올리는 백작이었다.


[여전히 예의를 모르는군.]


[무슨..]


"여기는 일라인 왕국이다."


"아! 이런이런.. 제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실수를 범했다고 말하면서도

대륙 공통어로 다시 예를 올리지 않는 백작.


당장 목을 쳐버리고 싶었지만

사신의 신분으로 온 자를 그럴 순 없었다.


백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이 악수를 원한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내미는 백작을 보고 손을 거두었다.


[이 무슨 무례한..]


당황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포이든어를 하는 백작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악수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포이든 왕의 서신을 달라는 뜻이다."


"포이든 왕이라니!

그렇게 하대하듯 부를 실 분이 아닙니다!"


"그대의 왕이지 내가 모시는 왕이 아니다."


잠시 화를 억누르는 듯 숨을 깊게 내쉰 백작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품에서 서신을 꺼내 건넸다.


"이곳에서 이렇게 서신을 전하는 것이 유감입니다만..

사신단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럼 전하의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꼭 참석해 달라.` 이것이 전하의 말씀이셨습니다."


불만을 표하는 백작을 무시하고 서신을 열었다.


역시나 포이든어로 적혀 있었다.


주절주절 쓴 내용은 많지만 요약하자면,


<왕세자의 생일에 참여해 달라.>


"서신을 받았으니 답을 해야겠군."


손을 살짝 들자 눈치 빠른 병사 하나가 뛰어가

작은 책상과 의자를 가져왔다.


"죄송합니다."


초라한 책상과 의자를 가지온 옷 것에

죄스러워하는 병사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괜찮다. 왔다 갔다 시간을 끄는 것보다 훨씬 낫구나."


"감사합니다!"


"관문 생활이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라.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다."


이름 모를 병사와 대화라는 동안

답 서신 작성은 계속되었다.


"가족은? 아! 곤란하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


"하하 아닙니다.

큰놈은 라이거 아타데미에 다니고 있고,

작은 녀석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 번씩 볼 때 마다 어찌나 저를 곤란하게 하던지.."


"곤란?"


"제가 좀 못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모르겠다며 물어보는데.. 답을 할 수 없어.."


지금의 아이들보다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라

병사의 말이 이해되었다.


"저의 무식함에 화도 나지만 아이들이 저와 달리

배울 수 있고, 새로움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서신을 쓰는 것을 잠시 멈추고

관문 병사들을 지휘하는 병사장을 불렀다.


이런 내 모습에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포이든 왕국 백작이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초대하지 않은 이들보다

내 영지민, 내 병사들이 훨씬 중요하다.


"병사장. 혹시 병사들이 배움을 원하는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부 병사들은

숙소에 학년이 바뀌어 필요 없어진

아이들의 책을 가져와 공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군."


휴대구를 꺼내 나폴레이에게 통신을 넣어

이러한 상황을 알려줬다.


"각 관문뿐만 아니라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교육자료와 관련된 책을 배포해.

교수들이나 교사들을 상주시킬 수는 없지만

파견 교사를 뽑아 정해진 요일에 방문하게 하면

도움이 될 거야."


- 검술, 창술, 방패술, 병장기 사용법도 같이 배포하고

훈련 강사를 선별해 교육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하나를 말하면 둘을 알고,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정확하게 내 뜻을 파악하는 나폴레이였다.


"감사합니다!"


병사장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니

그 또한 배움을 원하는 이들 중 한 명인 듯 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그대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가

라이거 영지에 복이 될 것이니."


다시 자리에 앉아 답 서신을 마무리하고

더이상 감정을 숨기지 못해

표정이 썩어있는 백작에게 건넸다.


밀봉도 되지 않는 서신.


왕에게 전하는 서신을 읽으면 안된다는 것도 잊고

내용을 확인한 백작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고

그의 눈은 분노로 일렁이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4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1 21.06.26 2,558 56 12쪽
113 라이거 아카데미의 교장 샤를 라이거가 명한다. +3 21.06.25 2,582 53 13쪽
112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1 21.06.24 2,541 61 11쪽
111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1 21.06.23 2,630 54 11쪽
110 가신이라는 명예를 거둔다. +5 21.06.22 2,681 57 12쪽
109 후손들의 낙인을 지워주기를 작게 욕심내 본다. +1 21.06.20 2,645 58 13쪽
»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1 21.06.19 2,689 53 12쪽
107 누군가는 분명 옳은 소리를 할 테니까. +1 21.06.18 2,713 57 12쪽
106 가장 안전한 곳은 라이거 영지입니다 +2 21.06.17 2,748 58 12쪽
105 왕자들을 왕으로..? +3 21.06.16 2,795 51 12쪽
104 그럼. 답을 기다리지. +3 21.06.15 2,758 57 12쪽
103 아주 지랄들 나셨네.. +1 21.06.13 2,779 58 13쪽
102 카온 라이거님의 초대합니다. +1 21.06.12 2,839 58 12쪽
101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1 21.06.11 2,804 54 12쪽
100 저도 지원하지요. +3 21.06.10 2,810 56 12쪽
99 정책을 펼친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1 21.06.09 2,818 58 12쪽
98 주인공인 우리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3 21.06.08 2,885 59 12쪽
97 가신 가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1 21.06.07 2,931 59 12쪽
96 그 분노를 거름 삼아 열심히 살아라. +3 21.06.06 2,888 58 14쪽
95 너의 피로 인장을 대신 하지! +3 21.06.02 3,032 58 15쪽
94 그래도 난.. 죽여야 하는 놈만 죽여. +2 21.06.01 2,961 55 13쪽
93 제 눈을 멀게 한 자라서 말이죠. +1 21.05.31 3,010 56 15쪽
92 좋은 소식 기다리지. +1 21.05.30 3,055 55 14쪽
91 봉인은 해제한다. 라고 전해 주세요. +3 21.05.29 3,114 57 17쪽
90 전멸인지 진압인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3 21.05.28 3,079 57 15쪽
89 가문이 몇 년 더 존재했을지 모르지. +1 21.05.27 3,127 61 15쪽
88 마음마저 닫아버린 이들에게는 닿지 않을 거니까 +1 21.05.26 3,129 57 15쪽
87 대상만 바꿔서 똑같이 하려는 것이지? +2 21.05.25 3,080 58 17쪽
86 그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거지? +5 21.05.24 3,175 58 17쪽
85 보호하기 위한 법인 것 같은데? +5 21.05.23 3,242 6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