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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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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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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DUMMY

112.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제국 황실의 인장이 찍힌 초청장 내용을

나폴레이에게 알려 주었다.


라이거 가문의 가주 부부 또는

후계자 부부를 초청한다. 라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나폴레이는 황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생각에 잠긴 듯했다.


"리아는 어떻게 생각해?"


"황제의 의도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이든 왕국의 왕세자 생일 연회와

두 왕비의 파티는 치러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날짜가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거야.

그런데 굳이 날짜까지 겹친 목적도, 의미도 없는

연회를 한다는 건 분명 어떤 의도가 있을 텐데..

황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두 파티에 초대받지 못해

심술부리는 것은 아닐 것이고.."


"황제의 눈과 귀가 대륙 전체에

뻗어있다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리아의 말이 맞았다.


두 왕비나 포이든 왕실이

제국 황제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왕의 직인이 아닌, 왕비의 직인이 찍힌 초청장을

제국 황실에 보내는 것은

제국과 황실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포이든 왕국은 제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먼저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거나,

국왕 탄신일에 그 소식을 알렸을 뿐

왕후나 왕비, 왕자나 왕녀들의 생일 같은 날에

제국의 황제를 초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포이든 왕국이 생각하는 카이젠 제국은

과거에는 정복하고 싶은 영토이자

현재는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관계.

딱, 이것뿐이었다.


정확한 날짜까지 알고 있다는 것.

이는 제국의 첩자들이

일라인 왕국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뜻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나폴레이가 입을 열었다.


"일라인 왕실과 피오네 왕국 연합,

테슬린 가문과 포이든 왕국 연합,

두 왕비가 새롭게 만들려는 세력,

이들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핵심인 라이거 가문.

점점 다가오는 혼란의 시대를

제국의 황제가 이용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이용한다라.. 판을 키우겠다는 뜻인가..

제국은 어디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손을 잡지 않는 곳은 적이다.

또는.. 제국이 너희들 문제에

나서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성의를 보여라?"


"암묵적 합의였던 대륙의 평화 조약은

왕실이든 테슬린 가문이든

어느 한 곳에 검을 드는 순간 깨지니까요."


"그렇지.. 내전도 아니고 왕국,

특히 다른 왕국까지 개입된 일이니."


"자신이 이미 짜여진 판에 뛰어드는 것도 모자라

판과 말을 지휘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주군께서는 이번만큼은

제 의견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응?"


"황제의 성격도, 제국의 상황도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황제의 초대의 응하시고

초청된 인물들의 행동과 황제의 말과 행동을 통해

주군의 뜻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것은 좋지만 한정된 정보도 아닌

거의 없다시피 한 정보로 추론한 것일 뿐,

황제의 의도를 알고 싶으면서

참여해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군.. 나폴레이 말이 맞아.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한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라면 새로운 정보와

진짜 의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주군."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리아가 나를 불렀다.


"응?"


"문득 든 생각인데..

황제의 목적이 `유흥`이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탁.


리아의 말을 들은 나폴레이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꼬맹이들이 누가 더 높게 모래성을 쌓나 경쟁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던 조금 큰 꼬맹이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쌓여있던 모래를 무너뜨리고

다른 꼬맹이들을 보며 웃는 것처럼요."


"그 정도로 미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못하는 게 이상하네. 하하"


똑똑


- 도련님 메이입니다.


"들어와"


메이의 목소리를 듣자

얼굴을 붉히는 나폴레이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메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샤를님께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릴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슈리아 왕비의 딸 릴리 왕녀가 아닌

어머니의 전담 시녀 릴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무슨.. 아니 바로 어머니께 가지.

지금 아카데미에 계시지?"


"네. 도련님."


텔레포트로 아카데미로 이동해

어머니의 방인 교장실로 들어가자

어머니를 향해 소리치던 교수들의 목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카온?"


"후계자님께서.. 어찌.."


"아무리 후계자님이라도 아카데미에 연락도 없이..

그것도 교장실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다니..쯧쯧.."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 사이로

교수들의 목소리도 섞였다.


교수들을 무시하고 곧장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


"그래! 후계자님께서는 대화가 통하시겠지요."


어머니께서 말을 꺼내려는 순간 끼어든

40대 교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대에게 묻지 않았다.

작위와 가문을 말하라."


"그건.. 왜.."


"나는 분명 작위가 가문을 말하라고 하였다."


"아쉘린 남작 가문의 삼남.."


"네 이름 따위 묻지 않았다."


표정이 굳은 그를 무시하고

다시 어머니께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나폴레이. 어디 영지를 둔 가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쉘린 남작에게 전해.

가주가 직접 찾아와 무릎 꿇고 빌면

삼남인지 사남인지 저놈 목 하나로 끝나지만"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십니까?!"


교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지만

쳐다보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저놈처럼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면

가문 자체를 지운다고."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나폴레이가 메이의 시중을 받으며 교장실을 나갔다.


"아무리 라이거 가문이고!

후계자라도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의 일에

후계자께서 나서실 수 없는 겁니다!"


"리아. 시끄럽다."


"충!"


리아가 기운을 내뿜자

나를 노려보던 이들의 눈에 공포가 찾아왔고

입만 뻥긋거리며 덜덜 떨 뿐 움직이지 못했다.


"카온.. 그러지 말거라..

그래도 아카데미를 이끌어가는 교수들이야.."


"리아."


"충!"


리아가 기운을 거둬들이자 속박에 풀려난 교수들.


"라이거 백작 부인과 가문의 후계자와 대화다.

대화가 끝나면 그대들의 말을 들어 줄 테니

끼어들지 마라.

리아. 나와 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단 한마디라고 입 밖으로 꺼내는 자가 있으면

죽여라."


"충!"


*


샤를 라이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교수들이었지만

이들을 정중히 맞이했다.


만약 그녀가 아카데미 내에서

권력을 이용하는 자였다면 갑자기 찾아온 이들을

무례하다며 쫓아냈을 테지만,

적어도 아카데미 내에서만큼은

백작 부인이라는 지위보다

아카데미 교장이고 싶었다.


하지만 정중히 맞이한 그녀와 달리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중하지 않았다.


"교수 추천 입학과 교수 추천 장학금이 있었으면 합니다."


말 그대로 보자면 건의였지만

눈빛과 말투는 건의가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교수 추천요?"


"네. 희망하는 자들에게 모두 열려있고,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석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원석을 발견하고 가르치기 위한 곳이 아카데미고

더 나아가 학교 아닌가요?"


"아니.. 제 뜻은 조금 더 라이거 가문에 어울리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저희 교수들이 인정한 학생을

입학시켜 일반 학생들보다 더 고차원적인

교육해야 한다는 겁니다."


"렉터 교수님. 교수님이 말씀하신 방법도 좋아요.

하지만 라이거 아카데미의 취지와 맞지 않아요.

가문이 아카데미를 설립한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배움을 기회를 주고 싶어서지

가문을 위해 일한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많은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고요.

하지만 라이거 가문이

처음 아카데미를 설립했을 때보다 더 커졌습니다.

영지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분명 인재가 필요할 겁니다.

그 인재를 키우자는 말입니다."


이때부터 샤를의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교수의 말대로 집중적으로 가르치면

훌륭한 인재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교수의 말속에서는

자신이 발견하고 자신이 키운 인재를

꼭 라이거 가문에서 써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


백작 부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하기 싫었지만

지금은 필요할 때라 여긴 샤를은

표정을 고치고 입을 열었다.


"렉터 교수. 라이거 가문의 가신은

백작님과 후계자인 카온이 알아서 합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한

샤를이었지만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백작님과 후계자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교장님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가르침을 업으로 삼은 저희들의 안목으로 찾은 인재와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은

분명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마치 교수님들의 안복보다 백작님과 카온의 안목이

못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화를 참는 샤를과 감정이 격해진 교수를 보고

릴리가 자리를 벗어나

메이에게 연락한 것이 이때였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음이 여린 어머니는

교수들에게 큰소리치지 않았을 것이다.

지위를 이용해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만 했을 뿐

찍어 누르지도 않았다.

교수들의 담합에 학생들이 걱정되어

강하게 내쫓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성품을 몇 년 동안 지켜본 교수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이제 그대들의 말을 들어보지."


"먼저! 조금 전 그자에게 내린 명부터 철회해 주십시오!

제가 흥분한 마음에 두 분의 대화에

끼어든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저도 귀족입니다!

제 목이 떨어지고 가문이 망할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는 후계자인가?

아니면 그대의 가문의 백작 이상인가?

귀족이라.. 귀족이라는 자가 귀족법을 모르는군"


"그..그건.."


"베로마 교수. 어서 용서를 구하시게!

아무리 흥분해도 그렇지 귀족으로 무례한 짓이야!"


"그대는?"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렉터 가브리가 후계자님을 뵙습니다."


"그렇군. 그대가 교수들의 대표겠군.

아. 베로마 교수는 용서를 빌지 말게.

용서해 주지 않을 텐데 괜히 자존심만 더 상할 테니.

리아. 베로마 교수의 입을 닫게 해."


"충!"


리아의 기운이 베로마 교수에게만

향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렉터 교수에게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다양하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라이거 가문은 후계자님이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하지만 후계자님께는 오로지 후계자님의 명에

충실한 가신들 뿐이지요.

그 어떤 반대 의견도 내지 않습니다.

더 커진 영지, 더 많아진 영지민, 더 많아진 가신 가문..

앞으로 더 많은 문제와 상황에 일어날 겁니다.

그때마다 후계자님의 뜻에만

따르는 이들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때로는 돌아갈 것을 권하고,

때로는 멈추기를 권하는 인물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문의 정책과 영지의 특성상

왕국 전체에서 인재를 구하기 힘들죠.

그래서 저희의 경험과 연륜을 이용해

라이거 영지에 숨은 인재를 찾고,

그들에게 저희의 모든 지식을 가르쳐

라이거 가문과 후계자님이게

필요한 인재로 추천하고자 한 겁니다."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렉터 교수의 표정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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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1 21.06.26 2,558 56 12쪽
113 라이거 아카데미의 교장 샤를 라이거가 명한다. +3 21.06.25 2,581 53 13쪽
» 개소리를 아주 품위 있게 하는군. +1 21.06.24 2,541 61 11쪽
111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1 21.06.23 2,630 54 11쪽
110 가신이라는 명예를 거둔다. +5 21.06.22 2,680 57 12쪽
109 후손들의 낙인을 지워주기를 작게 욕심내 본다. +1 21.06.20 2,644 58 13쪽
108 그대는 예의를 모르는군. +1 21.06.19 2,688 53 12쪽
107 누군가는 분명 옳은 소리를 할 테니까. +1 21.06.18 2,712 57 12쪽
106 가장 안전한 곳은 라이거 영지입니다 +2 21.06.17 2,747 58 12쪽
105 왕자들을 왕으로..? +3 21.06.16 2,794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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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주 지랄들 나셨네.. +1 21.06.13 2,779 58 13쪽
102 카온 라이거님의 초대합니다. +1 21.06.12 2,839 58 12쪽
101 그 표는 그대들의 가문을 살리는 표다. +1 21.06.11 2,803 54 12쪽
100 저도 지원하지요. +3 21.06.10 2,809 56 12쪽
99 정책을 펼친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1 21.06.09 2,818 58 12쪽
98 주인공인 우리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3 21.06.08 2,884 59 12쪽
97 가신 가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1 21.06.07 2,930 59 12쪽
96 그 분노를 거름 삼아 열심히 살아라. +3 21.06.06 2,888 58 14쪽
95 너의 피로 인장을 대신 하지! +3 21.06.02 3,031 58 15쪽
94 그래도 난.. 죽여야 하는 놈만 죽여. +2 21.06.01 2,960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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