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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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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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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6.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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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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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1쪽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DUMMY

111.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유일한 제국.


카이젠 제국의 황제 에첸 카이젠은

쓸데없는 설전만 주고받는 신하들을

무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스 대공!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피부색이 짙은 남자가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나도

에첸 황제의 표정과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수아르 후작.

그렇게 노발대발하는 것이 딱 그쪽 핏줄답소이다."


귀족의 작위가 아닌 핏줄을 깎아내리는 말에도

황제는 그대로였다.


"제국 동쪽의 기사들은

예전부터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사라 불리지 않았소.

그러니 이번 토벌에도 유능한 전사를 파견해 달라는데

그것이 왜 지나친 말이 된단 말이오?"


"예! 이 제국이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는 전사라 불렸고

아직도 그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제국의 신하되 자로서! 제국의 백성이 된 자로서!

제국에 위험이 닥치면

가장 선두에서 적들의 목을 벨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부 몬스터를 토벌에 참가한

우리 기사들에 대한 대우가 어땠습니까?"


제국의 몬스터는 일라인 왕국 몬스터 숲의 몬스터를처럼

주기 적으로 침공하는 것이 아닌

서부 사막의 몬스터들처럼 자신들의 구역을 지키며

침범한 자만 공격하는 습성이 있었다.


몬스터가 토벌되어야 하는 존재는 맞지만

불필요한 희생과 토벌에 들어가는 자금과 보급 때문에

최대한 서부 사막 몬스터들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일라인 왕국과 달리,

카이젠 제국은 더 넓은 영토과

제국의 번영이라는 목표 아래

꾸준히 제국 서부 몬스터를 토벌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한쪽의 희생만 강요된 것이 문제였다.


하나의 제국이 대륙에서 사라지고

피오네 왕국과 일라인 왕국이

그 제국의 땅을 차지하는 동안

카이젠 제국은 여전히 하나의 제국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조금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카이젠 제국은

서쪽의 카이젠 왕국이

동쪽의 부족 연합을 정복하면서 생긴 제국이었다.


카이젠 왕국보다 더 큰 땅을 가진 부족 연합이었지만

카이젠 왕국의 침범을 막기 위한 연합일 뿐이라

각자의 주장이 강했던 연합은

단합된 카이젠 왕국군을 막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많은 이들이 노예가 된

부족 연합을 끌어 않은 것이

당시 정복 군주라 불렸고 왕에서 황제가 된 이였다.


세금을 면해주고 작위를 내리면

제국의 귀족과 백성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결국, 귀족 연합의 수장들은 황제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일뿐.

죽은 부족민들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예가 된 부족민들은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야 했다.


카이젠 왕국의 피가 흐르는 귀족들이나 평민 중에는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족 연합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을 차별했고

차별받는 이들 또한 패배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늘 숨죽여 지냈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


젊은 나이에 후작이 된

바렌 수아르 후작이 참다못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후작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선대 후작 또한 그러했기에

동부 파병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파병된 기사와 병사들이

선봉에 치열한 전투를 치렀음에도

파병을 요청한 가문 사람들은 물론 일개 병사들까지

그들을 노예 다루듯 했으며,

`제국을 위한 희생에 애로를 표한다.` 라는 말뿐

그 어떤 보상도 제국이나 요청 가문으로 받지 못했다.


후작은 죽은 기사나 병사들의 보상을 하면서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더 보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고,

자신이 멍청해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 죄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동부를 이용하려고 하는

제국 공신 가문인 나스 대공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다.


"다 제국을 위한 것이오!"


"좋습니다! 제국을 위해 이번에도 군을 파견하지요."


동부를 대표하는 수아르 후작의 말에

동부 귀족들의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단! 군의 비율은 1대1로 맞추고!

이번에는 저희가 선봉에 서지 않겠습니다!

대공께서 말씀하신 제국을 위한 일!

그 영광스러운 명예와 전공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자리인 선봉!

저희가 욕심이 많아 지금까지 계속 차지 하고 있었니

이제는 영광스러운 선봉의 자리!

서부 군에게 돌려드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선봉이 무너지는 시점에 맞춰

토벌도 온갖 이유로 멈췄기에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동부 귀족들의 죽어가던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또한! 몬스터를 몰아내고 차지한 영토에 권리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서부 귀족들에게 위임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을을 만들고 백성들을 이주시키는 것도 아닌

고작 가문의 깃발만 꽂는 것이 다라면

멀리 있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건 몬스터의 위험 때문에

마을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오!"


"아! 그런 이유라면 더 잘됐네요!

저희는 차지한 영토에 천민들을

평민으로 만들어 이주시켜 마을을 만들고!

기사들과 병사들을 상주시켜 마을을 보호하죠.

대공께서 말씀하셨지요. 전사라고!

평민이 된 자들은 제국에 세금을 낼 테니

제국에 이익이고! 전사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

주변의 몬스터를 몰아내면서 영토를 넓히면

이 또한 제국의 영광 아닙니까?"


"후작!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대공!

대공께서 먼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지 그랬습니까?

저희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을 뿐입니다!"


"그만."


지금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황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억지를 부리는 대공과

권리를 주장하면서 근거가 확실한 후작.


언제나처럼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쩍 대공의 손을 들어주려 했지만,

후작의 첫 반항이 너무 컸고, 그동안 귀족이라 불릴 뿐

노예나 다름없던 동부 귀족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동부의 강한 무력을 줄이고 줄여

언젠가 짙은 피부색을 지닌 이들이 없는 제국을

만들고자 했던 황제.


이대로 두면 순수하고 고귀한 자신들이

천하고 무식한 것들 사이에 끼일 수 있으며,

회의장 끝에서 눈치나 보고 있는

사라져 버린 제국에 근본의 뿌리를 두고있는

하위 귀족들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


"올해 몬스터를 토벌은 하지 않는다."


결국, 어느 손도 들 수 없었던 황제는

안건 자체를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


"폐하!"


"대공.. 귀가 아프군.

내가 내 말에 토를 달라고

그대를 대공으로 앉힌 것이 아니야."


"주..죽을 죄를.."


"됐다. 채시아 백작만 남고 다 나가.

이번 회의는 여기서 마치지."


모두가 나가고 채시아 백작이 황제의 곁으로 다가왔다.


"앉지."


"네. 폐하."


"저 아랫놈들은 요즘 뭐 하고 놀고 있지?"


"먼저 신성국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신성국에 백 년 만에 나타난 성자가

있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오랜 기간 신의 탑에서 수련을 마치고 나와

신성력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성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럴 놈이 아닌데.."


신성국의 성자를 딱 한 번 보았던 황제는

그의 신성력은 인정했지만

`성자` 라는 자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역시 폐하의 안목이 맞았습니다.

앞으로는 신의 이름으로 성자인 척 굴지만

뒤로도 신의 이름으로 온갖 죄를 짓고 있습니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으면

성자나 성녀가 태어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해도

뛰어난 신성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거란 말고

교황보다 더 많은 여자를 품는다고 하더군요."


"교황이 여자를 품는 것 자체가 문제지.

쥐꼬리만 한 신성력이라도 돈만 있으면 사제가 되고,

교주가 되는 왕국 따위 곧 망할 테니

이제 신성국에 대한 정보는 필요 없었겠어."


"네. 폐하. 다음은 일라인 왕국에 대한 보고입니다."


일라인 왕국이란 말에

황제가 회의장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요즘 그쪽 이야기 듣는 것이

그 어떤 공연이나 책보다 재밌어.

그래. 피오네 왕국의 여식을

왕후로 앉힌다는 발표 이후 어떻게 되었지?"


"두 왕비가 각자의 가문으로

자식들을 데리고 떠났다 합니다."


"하하하 세 번째 왕비와 그 자식들을 죽였듯

처리할 줄 알았는데..

하긴.. 뒤에 있는 가문의 힘이 만만치 않으니.."


"포이든 왕국까지 얽혀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러니 그 은혜도 모르는 핏줄이 제국과 거리를 두고

피오네 왕국과 손을 잡았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왕비가 뜻을 모아

왕자와 왕녀들을 위한 파티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첩자의 말로는 파티의 목적이

자식들의 배필을 찾는 것이라 합니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던 황제가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뒤통수를 칠 생각이군. 하하하

피오네를 등에 업은 일리안 가문..

포이든과 손을 잡은 테슬린 가문..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 왕비와 왕자들이라..

참 재미있게 돌아가.. 그렇지 않나?"


"네. 어떤 결말이 나올지 뻔합니다."


"그 결말의 주인공이 자기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라이거 가문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군.

라이거 가문의 내부 사정은 아직 파악하기 힘든가?"


"송구합니다. 폐하."


"어쩔 수 없지.

새로운 명패까지 만들 정도니.."


"얼마 전 한번 거절당했던 포이든 왕국의 초청장이

라이거 가문으로 전달된 듯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일라인 왕비들의 초청장도 전달되었고,

공교롭게도 파티의 날짜가 같다고 합니다."


황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이건 왕비의 계략이군!

라이거 가문에 일라인 왕국에 대한 충성을 다할 것이냐,

아니면 포이든 왕국과 손을 잡고

반역자로 몰릴 것이냐고 묻는 거야. 하하하"


"제 생각엔 둘 다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 몸이 두 개라면 둘 다,

그렇지 않기에 분명 한 곳은 참석할 거야.

백작이 가문을 이끄는지 아니면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카온이라는 놈이

가문을 이끄는지 모르지만,

그 땅이 전쟁통이 되리라는 것을 알 거야.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살아남고 봐야 하니

한쪽과 손을 잡아야겠지."


"그렇군요."


"백작."


"네. 폐하."


"나는 말이야.. 선과 악이 분명한 소설은 싫어해.

너무 재미없거든.

선한 척 다가갔다가 마지막에 악이되는..

악인 줄 알고 멀리했는데 알고 보니 선이었고

그때 내미는 손을 잡을 걸 하며

후회하는 내용이 나오는 소설이 참 좋아."


"황태자 시절부터 폐하의 취미셨죠."


"그래서 내가 직접 소설을 써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폐하께서 쓰신 소설 속 주인공의 운명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하하하하. 좋아. 그럼 소설의 사건을 만들어 볼까?"


아공간에서 종이와 펜을 꺼낸 황제는

거침없이 무언가를 적어 나갔다.

그리고 황실의 인장을 과감하게 찍었다.


"이건 라이거 영지로 보내고 백작이 비슷하게 적어서

피오네 왕실과 유력 가문들, 포이든 왕실과 유력 가문들,

신성국의 교황청과 교주들, 신성국의 성자,

일라인 왕실과 왕비, 테슬린 가문으로 보내.

우리 귀족들은.. 서부 대표와 동부 대표에게만 보내고.

조촐한 파티 한번 열어보자."


"역사서에 남을 파티가 될 것입니다."


카이젠 황제가 각 왕국의 왕실과

유력 귀족들에게 보낸 초청장에 적힌 날짜는

피오네 왕국의 왕자 생일과,

이를 노린 일라인 왕국 왕비들이 정한 날짜와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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