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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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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998

작성
24.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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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노스피아 원정대 (6)

DUMMY

크리스탈 루인. 노스피아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던전 중에 하나에 속하는 이곳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지형이 미지에 놓여있었다.

고작 알려진 곳이라고 해봐야 1층의 던전 입구를 시작으로 한 대략 수십미터의 극히 일부분 지역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런데는 가장 약한 몬스터의 레벨이 무려 280에 달하는 고난이도 던전인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원인은....

"와... 아름다워...!"

"마치 투명한 보석같아...!"

던전 전체가 푸른 얼음으로 둘러싸인 특수한 지형이라는 점! 마치 미로처럼 통로 곳곳마다 두세 갈래로 나뉘어지는 이곳은 극히 신비스럽고 아름다웠지만 미궁에 가까운 복잡함을 자랑하였다.

3~4명씩 파티를 이루어 텔레포트로 이곳에 막 도착한 사람들은 저마다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바닥에 엎드려서....

"우웨엑...."

"괘... 괜찮아요?"

심하게 구역질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차로스가 물었다. 그 커다란 몸뚱아리가 내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스쳐 지나가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

퍽!퍽!퍽!

"크어억!"

울긋불긋한 손으로 있는 힘껏 등을 치는 감촉을 느끼면서 나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마치 손이 아니라 무슨 커다란 나무 판자로 맞는 듯한 그런 타격의 느낌.

무시무시한 수타 체벌이 그쳤을 때 속의 메스꺼움은 거짓말같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등 부분에 화끈거리는 아픔이 몰려왔다.

"고... 고마워요."

잔재하는 고통에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나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제 좀 괜찮아 졌나요? 혹시 아직도 속이 메스꺼우시다면 제가 한번 더...."

"아... 아니에요! 정말로 괜찮아요!"

나는 미친듯이 고개를 저어대며 거부의 의사를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런 걸 한번 더 당했다가는 이번에는 살이 불어터질 것이 분명했다.

이곳 크리스탈 루인에 위치한 커다란 얼음으로 이루어진 텔레포트 룸을 지나자 좀 더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제법 벽면이 다듬어진 그 방과는 달리 옆면은 울퉁불퉁하게 깎여져 있었고 천장과 바닥에는 아름다운 고드름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사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수정처럼 투명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얼음송곳들. 그것들을 보고있으니 어째서 던전 이름이 크리스탈 루인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자... 여기서 1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이곳 세이프존 내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으시면 됩니다. 절대로 세이프존을 벗어나지 마세요."

원정대장으로 보이는 하얀 강철 갑옷을 입은 젊은 청년의 간단한 소개 및 설명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앞다투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어깨를 톡톡 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엇! 차로스씨 무슨 일로...?"

"혹시 제가 아주 좋은 장소를 알고 있는데 거기로 가시는게 어떤가요?"

굳이 어딜 가도 얼음 빙판인 곳에서 좋은 장소가 어디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차로스 일행의 강렬한 눈빛들을 보자 왠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네, 그러죠."

차로스를 따라 그 커다란 공간을 지나가자 좁은 통로가 나타나며 사람들이 눈에 띌 정도로 뜸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상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기... 어디로 가는거죠?"

슬슬 불안감이 들어 내가 물어보자 차로스는 그저 걱정말라는 듯 환하게 웃으며 따라오라고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잘 닦아져 있던 벽면과 바닥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암석처럼 울퉁불퉁한 지형을 걸어가며 나는 차가운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멀리서 맹수인지 몬스터의 것인지 모를 난폭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사람이라곤 나와 차로스 일행들을 제외한다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턱.

내 앞을 걸어가던 차로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나는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조심스럽게 등 뒤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차로스 씨...?"

"이쯤이면 되겠군."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버린 말투. 뒤돌아서서 나와 마주보는 차로스의 눈빛이 마치 얼음장같아 나는 식은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크크크, 아직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차로스는 사악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릉

"......!"

단검을 꺼내어 검집에서 빼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았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지금 강도범들에게 속아 넘어 간 셈이다!

양 옆을 번갈아보니 일행들도 어느새 작은 칼을 쥔 채 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얼떨떨하여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있었다.

어째서... 그토록 평범하고 다정하게만 보였던 그들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지? 목 근처까지 다가온 작은 칼 때문에 섣불리 허리춤에 차고 있던 흑검을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때.

차로스와 일행들 사이에 의심쩍은 눈길이 오고 갔다. 무언의 대화를 단번에 파악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라푸스와 토그.

그 눈빛의 의미를 전혀 몰라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퍽!

갑작스러운 주먹이 복부를 강타했다. 나는 차로스의 강력한 펀치에 숨이 턱 막힌 채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전에도 손바닥으로 간접적으로 그의 힘을 겪은 바가 있었던 만큼 그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어찌 손을 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정신이 희미해지며 그대로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완전히 의식의 끈을 놓기 전에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차로스의 비웃는 것 같은 비열한 미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

"형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죽은 시체처럼 힘없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세인을 향해 토그가 단검을 들이댔다.

"죽여?"

세인의 목에 단검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다가오려는 찰나에 엄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둬라, 토그. 네 갑옷에 피를 묻혀서 원정대에 일부러 의심을 사고 싶은 거냐?"

"그렇지만... 이렇게 살려두면 정신을 차리고 원정대에 합류할 수도 있잖아."

"물론... 살려둘 수야 없지."

차로스가 단검을 겨냥하고 있는 토그의 손을 잡아 뒤로 물렸다. 그의 비릿한 웃음이 진해졌다.

"직접 죽이지 않고 죽이면 되지.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 여기가 던전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듯 차로스를 쳐다보는 토그와 라푸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렇다면... 형님, 설마?"

"그래. 바로 몬스터를 이용하는 거다. 그러면 간단해."

토그가 기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 감탄을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러나 라푸스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직접 몬스터가 출몰하는 장소까지 가야 하는데, 괜찮을련지...."

"하하하, 그건 걱정할 것 없다. 내가 설마 그것도 염두에 두지 못하고 그 말을 꺼냈을 것 같냐?"

크게 웃으며 장담을 하는 차로스.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라푸스의 눈매가 풀어졌다. 차로스가 손가락으로 저 앞을 가리켰다.

"저기, 저 통로가 보이지?"

"아... 바닥에 나 있는 구멍 말이야?"

"그래, 저건 바로 아이스 딥홀이라는 녀석이다. 수십미터 깊이 아래에 있는 던전 2층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 저걸 이용한다면 저 세인 녀석을 굳이 가지 않아도 몬스터 출몰 지역으로 쳐넣을 수 있다."

아이스 딥홀은 이곳 크리스탈 루인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지형중에 하나였다. 애초에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던전이었기에 일부분 만이 알려진 만큼 지금은 사실상 유일하게 2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2층이 있다는 사실만이 고대 책들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직접 아이스 딥홀을 통해 2층을 탐험한 이는 거의 전무했지만 말이다.

"자, 준비됬나?"

세인의 몸을 세 사람이서 나눠 잡고는 차로스가 묻자 토그와 라푸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쌰 하는 소리와 함께 세인의 가벼운 몸이 들리고는 저항할 수도 없이 천천히 옮겨지고 난 후.

다들 손을 놓자 스르륵 미끄러지며 세인의 몸이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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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4. 용서할 수 없는 것 (4) 24.03.06 6 0 7쪽
26 4. 용서할 수 없는 것 (3) 24.03.04 6 0 16쪽
25 4. 용서할 수 없는 것 (2) 24.03.03 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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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차가운 만남 (8) 24.02.21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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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 차가운 만남 (6) 24.02.16 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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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3. 차가운 만남 (3) 24.02.09 6 0 8쪽
16 3. 차가운 만남 (2) 24.02.07 6 0 7쪽
15 3. 차가운 만남 (1) 24.02.05 6 0 7쪽
» 2. 노스피아 원정대 (6) 24.02.02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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