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상한 꿈
가끔씩 살면서 누구나 꿈을 꾸게 된다. 꿈은 때로는 사람을 행복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가 하면 추억을 보여주기도 하고 망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7살 이전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7살 때 교통사고로 인해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그 후유증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싶었다.
그 교통사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다 한번씩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부모님이 어떤 남자에게 산산조각 나서 처참하게 돌아가시는 꿈. 이게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그 산산조각 나는 꿈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잔혹했다. 무언가에 베이거나 총에 맞는 장면이 아닌 말 그대로 사람이 잘근잘근 분해되어 가루로 기화되어버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남자의 인상은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아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꿈 속에서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부모님은 그 남자와 잠시 동안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 불화가 생겨 그 남자가 부모님을 죽인걸까...
처음에는 꿈을 꾸고 나서 그 남자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복수심에 불타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몇번... 수십번... 수백번의 똑같은 꿈을 꾸고 나서 깨달았다.
그 꿈은 내가 부모님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쏟아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 정도로 항상 내가 꾸는 꿈은 굉장히 현실과는 다르게 이질적이었고 달리 말하면 약간 몽환적이었다.
꿈에 대해 말할 때마다 누나도 항상 부모님은 교통사고에 의해 돌아가셨다고 말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 꿈은 뭔가 이상했다. 같은 꿈이 수 백번씩이나 반복되는 것도 그랬고 무엇보다도 더 찜찜한 것은 꿈 속에 나타났던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금발과 녹안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어머니와 중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앳된 외모를 지닌 아버지, 그 두 모습이 놀랍게도 누나가 항상 방에 걸어 놨던 사진 속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부모님과 같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부모님의 모습을 전혀 기억할 수 없는 나였기에 이러한 꿈은 날마다 사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며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 작가의말
첫 화로 프롤로그에 해당됩니다. 댓글에 대한 피드백은 확인하고 나서 다음 회차가 올라올 때 작가 말로 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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