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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79
추천수 :
0
글자수 :
181,998

작성
24.04.08 19:00
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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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6. 순백의 악마 (4)

DUMMY

"다녀왔습니... 헉!"

얼마 지나지 않아 소영과 제이가 도착했을 때에도 여전히 집 안은 엉망진창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세인, 왜 울어요?"

기겁을 하는 제이와는 달리 소영은 제일 먼저 탁자에 앉아 연신 흑흑 소리를 내며 우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가와서 물었다.

앗차! 벌써 소영이가 올 시간이었구나! 나는 질질 짜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밑옷 소매로 눈가를 급하게 닦으면서 억지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안 울었어. 언제 울었다고 그래?"

시치미를 떼긴 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소영이가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리가 없다. 거울로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지금 소영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뻘겋게 충혈된 눈과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을 테니까.

"정말로 괜찮아요?"

"으응, 괜찮다니까."

소영이는 다행이라는 듯 기쁜 한숨을 쉰 후 슬쩍 내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기... 옆에 있는 분은...."

"아, 저 분은 에세리아님의 오빠시래. 이름은 에테로스라고 하고."

"꺅! 에세리아의 오빠요?"

기분 좋은 비명소리와 함께 소영이가 놀라하며 방방 뛰었다.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설마 벌써 에세리아가 악마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걸까?

"후후, 제법이네. 벌써 3명이나 페이스 멤버들을 모았단 말야?"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에테로스라고 불리는 청년이 다리를 꼰 상태로 중얼거렸다. 뭔가 착각을 하는가 싶어 내가 정정을 해주려고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소영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아...! 사실은 저하고 저기 있는 제 오빠는 아직 페이스 일원이 아니에요."

"그럼 너희들은 쓸데없이 여기서 뭐하는 거지?"

다소 사람에 따라 들으면 꽤나 불쾌해질 수도 있는 말을 서슴지 않는 에테로스. 혹시나 그의 말에 소영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뭔 소리를 하기라도 했냐는 듯 그녀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그냥 잡일이나 살림을 도와주며 세인 오빠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헙!"

마치 나와 가까운 사이를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소영이 바싹 다가와서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그 바람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감촉이 온 몸으로 전해지자 괜히 심장박동이 빠르게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제... 제길 너무 적극적이잖아!

물론 일부러 하는 과장적인 몸짓이라는 것은 머리 속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나 여자아이와 스킨십을 하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뭐... 알겠어. 어차피 내가 참견할 일도 아니니."

체념한다는 듯 두손을 들며 한숨을 쉰 은발의 청년은 탁자 위에 놓인 제국 전단지를 들어 눈 앞에 펼치고 읽었다.

"세인 오빠, 그런데 저녁 드셨어요?"

"아아아?!"

벽에 걸려 있는 마법 시계를 보니 10시 반. 저녁이라는 말에 마침 깜빡 잊고 있었다. 에세리아가 저녁을 차려달라고 했는데 세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위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크윽, 내일 어떤 꾸중소리를 들을 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단순한 훈계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주인님이 꿈나라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먹기를 바라는 수밖에!

"쿡쿡쿡, 오빠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서 저녁도 안드신거에요?"

"으... 으응."

왠지 소영이 내가 우느라 저녁도 까맣게 잊어먹었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화악 달아올랐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꼬옥 끼고 있는 팔짱 때문에 점점 내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럼 저녁은 제가 요리할게요."

그제서야 팔짱을 풀고는 촐랑촐랑거리며 가볍게 부엌 안으로 들어가는 소영이를 보며 나는 그제서야 한숨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

[무한의 자유와 성장이 가득한 세계, 그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제나 듣는 여성의 안내 목소리와 함께 나는 침대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벽돌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천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코 끝으로는 향긋한 나무의 내음을 포함한 상쾌한 공기가 창문을 넘어서 방 안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역시... 가상 현실 세계는 대단해!'

너무나도 생생한 시야와 청각 말고도 기존의 단순한 가상현실게임 방식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미세한 촉각과 후각, 그리고 실제 음식을 먹는 듯한 미각까지 그로스라는 이 세계에서는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지만 흔히들 사이버 피플이라고 하는 오직 가상 현실 세계에서만 활동하고 현실에서는 오직 캡슐 안에서만 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될 것만 같았다.

반쯤 열린 창문을 활짝 열어재끼자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산줄기와 함께 수많은 건물들과 나무들이 마치 장식물처럼 들어서 있었다.

날마다 보는 광경이지만 항상 압도적인 자연경관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인! 너어! 당자앙 내려와아!"

그것도 잠시, 여리지만 앙칼지고 활활 타오르는 목소리에 나는 기분이 급격하게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지개를 한번 하고는 하품을 하며 계단을 내려가니 식탁에 잔뜩 성질이 난 은발의 꼬마 여자애 한 명이 앉은 채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너 왜 안깨웠어! 저녁 해주기로 했잖아!"

"그야 주인님이 자는데 방해하면 안될 것 같아서...."

"그래두 깨워야지! 약속인데에!"

저... 저기요, 주인님? 며칠 전만 해도 절대 자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깨우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은 주인님 같은데요?

그러나 내 심정을 괜히 그대로 말했다가는 어떤 고집을 피울지 몰라서 말을 삼킨 나는 무릎을 꿇고 속죄의 자세로 싹싹 빌었다.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꼭 저녁할 때 깨울테니까 봐주세요."

에세리아도 무릎까지 꿇은 내 과감한 행동에 자신이 너무 심하게 밀어붙였나 싶었는지 이내 표정을 누그러뜨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알았으면 됐어. 아침이나 해줘."

"어라? 에세리아, 제가 한 아침 먹었는데 또 먹게요?"

옆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던 소영이 끼어들자 에세리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뭐야, 아침 먹었는데 또 해달라고 하는 거였어?!

"그냥 어제 저녁을 안먹어서 배고파서 더 먹으려는 거야... 따... 딱히 별다른 의미는 아니고."

"알았어요. 주인님! 저녁을 대신해서 보다 맛있게 만들어 줄게요!"

환한 미소로 그렇게 말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드디어 1권이 모두 끝났습니다. 1권은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세인이 그로스에서 에세리아와 글라시아의 만난 일, 그리고 노스피아에서 있었던 일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2권부터는 주로 파티를 맺으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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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순백의 악마 (4) 24.04.08 4 0 7쪽
39 6. 순백의 악마 (3) 24.04.05 4 0 16쪽
38 6. 순백의 악마 (2) 24.04.03 6 0 8쪽
37 6. 순백의 악마 (1) 24.04.01 7 0 14쪽
36 5. 비오는 날의 추억 (7) 24.03.29 6 0 9쪽
35 5. 비오는 날의 추억 (6) 24.03.27 5 0 11쪽
34 5. 비오는 날의 추억 (5) 24.03.25 6 0 9쪽
33 5. 비오는 날의 추억 (4) 24.03.22 6 0 11쪽
32 5. 비오는 날의 추억 (3) 24.03.20 6 0 10쪽
31 5. 비오는 날의 추억 (2) 24.03.15 6 0 15쪽
30 5. 비오는 날의 추억 (1) +1 24.03.13 7 0 15쪽
29 4. 용서할 수 없는 것 (6) 24.03.11 7 0 9쪽
28 4. 용서할 수 없는 것 (5) 24.03.08 8 0 9쪽
27 4. 용서할 수 없는 것 (4) 24.03.06 7 0 7쪽
26 4. 용서할 수 없는 것 (3) 24.03.04 7 0 16쪽
25 4. 용서할 수 없는 것 (2) 24.03.03 5 0 8쪽
24 4. 용서할 수 없는 것 (1) 24.02.26 6 0 8쪽
23 3. 차가운 만남 (9) 24.02.23 5 0 12쪽
22 3. 차가운 만남 (8) 24.02.21 6 0 9쪽
21 3. 차가운 만남 (7) 24.02.19 5 0 12쪽
20 3. 차가운 만남 (6) 24.02.16 6 0 8쪽
19 3. 차가운 만남 (5) 24.02.14 5 0 7쪽
18 3. 차가운 만남 (4) 24.02.12 7 0 10쪽
17 3. 차가운 만남 (3) 24.02.09 7 0 8쪽
16 3. 차가운 만남 (2) 24.02.07 6 0 7쪽
15 3. 차가운 만남 (1) 24.02.05 6 0 7쪽
14 2. 노스피아 원정대 (6) 24.02.02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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